자유 게시판

'사회적 거리두기' 라는 문구가 철학적으로 다가오는 밤이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와 '사무엘 베케트'가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문구에 늘 연상작용으로 떠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들의 삶의 방식이 바로 현대에서의 '사회적 거리두기' 삶의 원형이 아니었을까 싶다. 은둔이라는 것은 일정한 거리를 필요로 한다. 은둔은 때로는 치유와 회복력을 가지고 있다. 정말 빠르게 재생력을 가져다 준다. 집약되고 의도하지 않은 관계들의 매몰에 점점 지쳐가는 풍경이 현대인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코로나 사태를 보면서 이런 생각도 해본다. 인간 사회는 불현듯 뒷통수를 한 대 강타 당한 것 같다고. 정신 차리란 의미로도 받아들이게 된다. 과도하게 팽창된 욕구불만과 주장들이 우리 사회의 모습이었다고 여긴다. 팽팽하게 부풀어 터질 거 같은 갈등에 마치 어디선가 바늘 하나를 쿡 찔러 바람을 빼버린 거 같다.

지구적 사태에서 보자면, 코로나가 전 세계에 퍼지지 않고 한국이나 일부 국가에서만 퍼졌다면, 한국의 코로나 대응 방식은 아마 언론과 또는 사람들에게 이미 박살이 났을 수도 있겠다 싶다. 겪어보지 않은 나라들 역시 한국의 형태를 이상하게 받아들였을 수도 있었겠다 싶다. 현재 다른 나라 국민들이 코로나 사태를 접하는 형태를 보면 말이다.

코로나가 세계에 퍼져서 다행이란 말이 아니다. 어느 한 곳이 잘해도 다른 곳과 비교할 곳이 없다면 그 절대적으로 잘한 것이 묻혀 버린다는 의미다. 그리되면 빛을 보지 못하고 사장될 수도 있다. 지구적 차원에서 보자면, 지구 자체에도 모델이 있어야 한다. 하나의 모형은 큰 곳에서 만들기도 어렵고 대입하기도 어렵다.

골디락스 존처럼 절묘한 지형적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어쩌면 한국이 그런 환경적 요소가 조성이 되어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지구사회에 적용할 모델이 만들어져야 하는데, 한국에서 그 모형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 모형을 복제하여 지구사회에 퍼트리는 형태로 하나의 모형은 만들어졌다. 이번 코로나 사태로 인해 우연하게 지구안에 형성된 골디락스 존은 이번에 한국이었다. 아주 작은 틈과 같은 공간에 형성된 환경, 지구가 생성된 환경 조건처럼 한국형 모형도 이번에 그러했다.

그러나 한국의 그간 일련의 흐름들을 상기하면 코로나 사태에 대한 정부의 대응 방식은 우연이라기 보다는 필연에 가깝다고 여긴다. 한국인의 요구가 무엇이었는가를 염두에 두고 다시 생각해본다면, 한국 정부의 대응 방식은 운명적인 선택과도 같다. 그 길이 아니면 다른 길은 없는 것이므로. 어쩌면 한국인의 그간 흘러온 방식이 하나의 모형을 만든 것일 수도 있다. 한국인은 지구적 모델을 자처한 셈이 된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어쩌면 삶의 방식과 정신이 추구하는 것에서 좀 더 성숙함을 요구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욕망하는 것의 기준을 상승시키는 것. 자기 삶의 가치성을 회복하는 것. 사회적 거리두기는 정신성의 축을 이동시키고 있다고 생각된다. 왜! 딱 이 시점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화두가 등장 했을까? 인간은 무엇에 귀를 기울여야 할까?

이념대립이 의미가 없는 시대로 진입했다. 그러니 더 뒤죽박죽 혼돈스럽다. 주장은 많지만 그 주장의 차이가 그렇게 피부에 와 닿지도 않는다. 거대한 소용돌이에 한데 뒤엉켜 빨려들어 가는 것 같다. 그 후 어떻게 재편성 될지는 지켜봐야 알거 같다.

*사진은, 삼포해변 일출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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