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페이스북과 초등교사 커뮤니티에 올렸던 글로,

선생님들의 반응이 뜨겁네요.

나름대로 구조론적 사고에 입각해서 쓴 글이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읽어보니 아직 갈길이 멀다는 생각이 듭니다.

학부모 입장에서 보실 때는 교사라는 단어 대신에 학부모,

학부모란 낱말 대신에 갈등관계에 있을 수 있는 이웃집 학부모로

대입해서 읽으셔도 무방하리란 생각이 드네요.

존재와 관계, 사회의 성장 방향을 생각하면 명쾌하게 나올 수 있는 일인데,

문제의 수렁속에 빠지고, 온관점보다는 자기 입장에 빠져서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경우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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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이 글을 쓰는 것이 좋을까 안좋을까 주말 내내 고민했습니다. 
저도 이제 생활지도에 대해서는 손을 좀 놓고, 제가 부족한 교재연구와 교수법 연구, 교육과정 재구성을 시도하고 싶은데, 이래 저래 주변의 요구도 있고, 제가 그래도 오랫동안 관심갖고 연구한 부분이 상담과 생활지도라서 벗어나질 못하네요. 법학이 적성에 안맞아서 두 번째로 흥미있던 교대에 왔더니 실정법과 가장 밀접한 학폭관련 업무를 5년째 맡게 되는 아이러니를 경험하네요.

 

각설하고 도난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누가 훔쳐갔는지 확인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예방일까요? 민원이 안나오도록 후속조치를 잘하는 것일까요?
다 아닙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교사 마음의 평정입니다. 여기서 스트레스를 최대한 받지 않도록 마음을 조절하는 겁니다.  평정심을 잃으면 반드시 교사가 원래 의도한 교육을 할 수 없습니다. 나중에 자신의 잘못을 자책하게 되겠지요. 훔친 애 못잡아도 상관없습니다. 언젠가는 잡히게 되어 있거든요.
그래도 안잡히면 그건 저희가 어쩔 수 없는 겁니다. 공동체가 서로를 의심하는 것보다 신뢰를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문제를 문제로 보지 않고 민주주의를 연습하고 합리적으로 의사결정할 수 있는 기회로 삼는 것이 더 좋습니다.

 

범인(?)은 꼭 잡아야 하고, 훔친 아이를 꼭 잡아야 그 아이가 미래에 소도둑(?)이 되는 걸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인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입니다. 
예전에 저희가 학창시절에 경험했던 '다들 눈 감아, 훔쳐간 사람 손들어'가 우리가 떠올리는 도둑잡기의 전형적인 장면입니다만, 생각해 보면 왜 그래야 할까요? 
왜 교사는 전체 아이들을 혼을 내는 거죠? 가져 간 애는 한 명일텐데...
왜 집단을 공포분위기로 몰아넣고, 잠재적 범인을 취급하냔 말입니다.

 

그럼 저는 어떻게 하느냐?
학기초에 애들보고 큰 돈 가져 오지 말라고 얘기합니다. 
"애들아, 돈은 안가져왔으면 좋겠어. 잃어버리는 수가 생기거든. 잃어버리는 속상하잖아. 찾으면 다행인데 못찾는 경우도 생겨. 그리고 가방 속에 넣어두었는데 없어져서 혹시 누가 가져간 걸로 의심하는 일도 생겨.실제로 누가 가져 가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그럼 잃어버린 사람은 돈을 찾기 위해 선생님께 말할 것이고 선생님도 걱정하겠지. 돈 잃어버린 것에 대해서 안타까워 하겠지.

 

근데 나는 돈을 못찾아줘. 왜냐하면 나는 사람을 의심하고 싶지 않거든. 나만 의심하는게 아니라 반 아이들도 서로 의심하게 돼. 심지어는 증거도 없이 '누가 가져가는 거 봤다, 전에도 돈이 없어졌는데 누가 가져갔으니까 이번에도 가져 갔을거야' 고 말하기도 해. 그리고, 특정 친구를 안좋게 보고 그게 서로 다툼과 상처가 돼지. 겉으로는 친구 돈 찾아주기 위해서라고 하면서 이 친구 저 친구한테 형사처럼너 그때 어딨었냐고 캐묻고 다녀. 다른 반에 가서도 이 걸 소문내고 우리 학년이 평화롭고 즐거운 분위기가 아니라 서로 못믿고 남을 비난하게 되거든.

"선생님 생각은 이런데, 너희들 생각은 어떠니?"

 

(....)

 

"한 천 원 정도는 가져와도 될 것 같아. 근데 잃어버려도 나는 못찾아주니까 너희들이 이해해주길 바래. 다만, 간혹 복도나 교실에서 돈 주워서 내게 가져오면 내가 '이거 누구 거니?' 라고 물어볼 수는 있을 거야."

 

한 번은 우리 반 현석(이하 모두 가명)이가 단소를 잃어버린 적이 있었어요. 점심때까지 있던 단소가 막상 5교시때 사용하려고 하니까 없는 거예요. 애들한테 혹시 바닥에 안떨어졌는데, 우연히 자기 책상이나 사물함에 없는지 확인해보라고 했어요. 현석이 단소랑 자기 단소랑 바뀐 것은 아닌지...
그래도 없더라구요. 그래서 현석이를 위로하고 그냥 넘어갔어요.

 

근데 5교시를 마치고 현석이랑 형준이가 저를 찾아왔어요.현석이 짝인 수정이가 갖고 있는 단소가 현석이 단소같다는 거예요. 그걸 너희들이 어떻게 확신할 수 있냐고 하니까 기가 막힌 답이 나왔습니다.

 

"수정이가 갖고 있는 단소에서 현석이 입냄새가 난다"

 

"!!!"

 

순간 웃음도 나왔지만, 셜록 홈즈 저리가라 할 정도의 감각적 탐색이 놀라웠습니다. 이 두 애들은 5학년때 VIP로 배테랑 5학년 선생님 두 분을 멘붕에 빠트린 학급 혼돈의 주인공 들이라서 그냥 제가 2명 다 맡았던 아이들이었습니다. 애들에게 칭찬을 많이 해줬습니다.

 

"너희들의 추론능력이 대단하다. 나중에 탐정해도 되겠다. 그런데 이건 비밀이다. 자칫 멀쩡한 사람을 도둑으로 몰 수도 있고, 만약 수정이가 가져갔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애들에게 알려지면 수정이가 난처해지고 우리반의 평화로운(당시 그리 평화롭진 않았지만) 분위기가 깨진다. 선생님이 신신당부하는 거야."

 

약속 지켜 줄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그렇게 하겠다고 하더라구요.

 

방과후에 조용히 수정이를 불러서 조심스레 단소에 대해서 물으니 자기 것 맞다고 하네요.
의심해서 미안하다고 하고 그래도 너도 누명을 벗기 위해서라도 선생님이 몇가지 물어보겠다고 하고 이것 저것 알아보니 단소는 언니 것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그럼 언니에게 직접 확인해도 되겠냐고 물었더니(어차피 확인하겠지만 배려와 존중의 의미로) 한숨비슷한 '으흠' 이런 비슷한 소리를 내면서 그러라고 합니다.

 

결국 아이는 실토를 했습니다. 아이가 끝까지 버텼는데 소리지르진 않았습니다. 얘가 전에도 친구 집에 가서 몇 천원 훔친 적이 있었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과거 얘기를 꺼내지도 않았습니다. 아이가 사실을 인정한 다음에 찬찬히 얘기를 했지요. 훔쳐가는 행위에 대한 의미와 그로 인해 수정이가 입게 되는 피해를 알려줬습니다. 선생님은 네가 피해를 입을까봐 걱정된다는 마음을 전했지요.

 

다행히 이후에 도벽이 생기질 않았어요. 이외에도 기가 막힌 도벽 사건(여기서 도벽이라 함은 적어도 2건 이상 물건을 훔친)을 경험했지만, 비교적 부드럽게 일을 해결했습니다. 그 이유는 크게 문제를 삼는다고 해서 도벽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강하게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 오히려 공동체 자체가 스트레스를 받아 서로 불신하고 다투게 되고, 도벽을 일으킨 아이가 더 나빠지기 때문입니다.

 

선생님들 그런 거 해보신 적 있나요?
우연히 교실 바닥에 쪽지가 떨어져 있길래 집어 들고 펴보니 애들 욕이랑 담임 자신의 욕이 쓰여져 있습니다. 
순간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하고 맙니다.

 

"이거 누구 거지?"

 

...

 

"야, 이거 누가 쓴거냐고?"

 

...

 

"그냥 솔직하게 인정하면 봐주려고 했는데, 
빨리 안나와, 어?"

 

"너희들은 왜 정직하지 못하니!"

 

도대체 뭐가 잘못된 것일까요? 
내게 쓴 쪽지가 아닌데, 그걸 왜 열어 봅니까? 
열어본 것 자체가 잘못이지요. 
잘못이라기 보다는 문제의 폭탄의 뇌관을 건드린 거죠. 그냥 찢어버리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습니다. 애들이니까 부주의하게 흘리는 거지요. 거기에 교사가 휘말릴 필요가 없습니다.

 

처음엔 잘못한 학생을 너그럽게 용서해줄 심사로 공개적으로 쪽지 주인을 물어봤지만,나올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공개적으로 묻는데 누가 그 창피함을 무릅쓰고 누가 나올까요?순간 두려움에 frozen이 됩니다. 한껏 움츠려 드는 거죠.

 

어쩌다 일을 크게 벌린게 쪽지를 쓴 애인지, 누구 거냐고 따지는 교사인지 알 수 없지만, 마음의 평정심을 잃고 스트레스를 받은 교사가 일을 진행은 하고 있는 거죠. 필적 조회도 시도하는 무리수를 쓰기도 하는데, 보통은 필적도 100퍼센트 일치는 안합니다. 최종후보 2~3명으로 좁혀진 뒤 막혀요.

 

걔들 불러서 취조 한 번 해보세요. 잘못하다간 나중에 학부모에게 전화옵니다.

 

'왜 우리 애를 범죄자 취급하느냐!!'

 

틀린 말 아닙니다. 거기다 잡으면 뭐합니까?
어차피 평소에 담임과 관계가 안좋은 애가 그런거 쓸 확률이 8-90%예요. 걸릴 애가 걸리면, 낙인이란 부정적 효과만 생기고, 아이는 더 이상 나아지지 않지요. 오히려 잡힌 것에 대해서 참회하기 보다는 움츠려 들거나 망신 당한 거 복수하려고 듭니다.
의외의 모범생이 범인(?)인 경우 교사의 충격이 더 큽니다. 시저의 '부르투스 너마저'의 충격과도 같은 실망이 찾아옵니다.

 

진실게임에 빠지면 안됩니다. 거기에 발을 딛는 순간 문제의 수렁에 빠지는 거예요. 오히려 문제를 반가워하면 안될까요? 아, 아이를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겠구나. 
내가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구나. 애들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로 삼자!

 

애가 도벽이 있다면 도벽이 왜 생겼는지 알아보면 되어요. 도벽의 이유는 인터넷에 많이 나오죠. 그거만 봐도 어느 정도 감이 와요. 아이랑 얘기해 보는 거죠. 가급적 도덕적으로 애기하기 보다는 인간 대 인간으로. 도벽을 할 정도면, 도벽이 쉽게 안고쳐진다는 거고, 쉽게 안고쳐지는 것을 도덕적으로 잔소리 한들 고쳐질리가 만무죠. 편하게 얘기하면서 아이의 속마음을 조금씩 알아가는게 좋죠.

 

'그래도 선생님은 너를 믿는다', 
'훔치든 안훔치든 넌 내 제자야', 
'선생님은 너를 돕고 싶다'
정도의 메시지면 충분하다고 봅니다.

 

아이 부모님과의 대화도 생각해 볼만합니다. 상황을 말씀드리고, 교사의 솔직한 마음을 전하고 어떻게 아이가 도벽을 멈추고 성장할 수 있을지 의논하는게 중요합니다. 보통 도벽이 심한 아이들은 부모님과의 관계도 안좋은 경우가 많아요. 교사도 힘들지만, 부모님은 더 힘들지요. 주변의 따가운 시선이 있고, 앞으로 얘가 잘못되면 어쩌나 하는 불안과 두려움에 아동학대 비슷하게 아이를 호되게 혼냅니다. 아이에게 막말을 일삼기도 하지요. 예전에는 그렇게 하는게 제대로 교육하는거라고 믿었으니.
시대가 변했는데도 지금은 통하지 않는 예전 방법으로 아이를 대하니 아이가 더 나빠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때문에 교사는 학부모가 문제의 수렁에 빠지지 않도록 희망을 주셔야 합니다. 담임도 힘쓰겠으니 너무 걱정마시라고, 아이와 친밀한 시간을 조금이라도 갖고 작은 노력이라도 크게 칭찬하시라고 부탁드립니다.

 

자, 보세요. 제가 계속 도벽 얘기하니까 선생님들이 도벽 문제에 매달립니다. 상담책에서 백날 봐왔던 '장점찾기', 이거 모르는 교사 아무도 없습니다. 그런데 아이 도벽 고치려는 강박에 빠지니 도벽 이외에는 다른게 안보여요.
도벽을 고치려면 '도벽'이외의 아이의 다른 장점을 좋게 봐주시는게 필요해요.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어요.
속상해서 아이한테 화낼 수도 있어요. 그래도 다시 평정심을 되찾고 아이와 건강하게 관계맺고 아이를 신뢰합니다. 아이가 선생님의 관심을 기대하기 전에 미리 관심의 스트로크를 보내고, 아이의 행동에 대해 긍정의 피드백을 줍니다. 좀 잘하지 못해도 제자로서, 인간으로서 네가 존재하는 것 자체가 교사인 내게 의미가 있고 감사하다는 메시지가 아이에게 전해지도록 돕습니다. 짧은 1년 이지만, 교사가 할 수 있는게 많아요. 너무 문제에 매달릴 필요가 없습니다.

 

5학년때 도벽이 심한 아이가 6학년이 되어서 도벽 한 번도 없는 것도 봤어요. 그 아이 지도 문제 때문에 옆 반 선생님과 다투기도 했지만, 그 아이에게 특별히 뭐라 한 적 없어요. 나쁜 감정도 없었어요. 또래 상담반에 들어왔는데 그냥 편하게 대해줬습니다.
도벽 얘기 한 마디도 안했어요. 근데 아이가 어느새 변화했더라구요.

 

페북에 간혹 '자녀의 거짓말 소동' 얘기가 올라오면 다들 댓글로 나오는 얘기가 '나도 거짓말 장난 아니게 많이 했다'는 것이 정상적인 사람들의 고백입니다.

 

그건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2년간 집안의 모든 동전을 싹쓸어서 오락실에 갔다 줬고, 엄마가 훔쳤냐고 물으면 절대 안훔쳤다고 거짓말 했습니다. 오락에 미쳐있던 관심을 엄마가 '조립식 완구 만들기'로 겨우 돌려놔서 도벽을 멈췄습니다. 공부를 못했느냐? 5학년때는 아주 잘했습니다. 그래도 훔쳤습니다. 오락에 미치니까 보이는게 없었죠. 훔치는 행동은 일정 부분 '감기'처럼 아이들에게 한 번쯤 지나가는 것이고, 몇몇 아이들의 경우
'지독한 감기'처럼 심하게 오랫동안 지속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아이의 전부는 아닙니다.

 

교사와 학생 사이는 매우 공적인 관계이면서 지극히 사적인 관계일 수도 있는 제 3의 관계라고 저는 칭합니다.
가르치는 행위가 중요한 본질 중 하나이지만, 사실 배우는 거야 독학도 가능합니다. 인터넷도 널려 있습니다.

 

제 생각에 교사는 가르치는 행위와 더불어 인격을 보여주는 것이 교사라고 생각합니다.
인간다운 삶을 보여주는 게 교사라고 생각합니다. 공동체의 갈등을 합리적으로 풀어나가는 것이  교사라고 생각합니다. 부모 이외에 다른 사람은 다 포기해도 끝까지 인간에 대한 신뢰를 잃지 않고, 아이를 품고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곁에 함께 하는 사람이 교사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댓글을 보았습니다. '훔친 애도 잘못이지만 잃어버린 애도 잘못이다'라는 말을 아이에게 했더니, 학부모에게 항의 전화를 받았다고 합니다. 저도 예전에 위와 같은 표현을 썼었는데 어느새 그런 말을 안쓰게 되었습니다. 잃어버린 애에게는 충분히 공감합니다. 그리고 아이 감정이 누그러지고 나서,  '그래서 선생님이 돈을 학교에 가져 오지 말라고 한거야'라고 한마디는 합니다. 이어서 '그러니까 앞으로는 큰 돈 가져 오지마'라는 말은 안합니다. 사족이니까요.

 

만약 학부모님이 항의하시면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면 됩니다. 죄송할 때는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는게 깔끔합니다. 교사의 깊은 의도를 이해못하고 '교사가 우리 애를 비난하네. 잃어버린 것도 속상한데 잘못했다고 혼내네'라고 생각하는 학부모라면 어쩌겠습니까? 이해해야죠. 그런데, 내가 아이의 학부모입장이라면 속상할 것도 같습니다. 교사로서 충분히 할 말 일 수도 있고, 실수 일 수도 있습니다. 그다지 유쾌한 일은 아니지만, 이로써 학부모의 입장도 생각해보고, 나의 선한 교육적 의도를 어떻게 하면 잘 반영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면 교사로서 성숙할 수 있는 귀한 기회가 됩니다. 받을 상처도 없고 누구 잘못 같은 거 없습니다.

 

불쾌한 경험이 꼭 나쁘다고 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인간은 NO가 아니면 문제를 찾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선생님께서 여기까지 발전해 오신 것은 선생님의 교육적 행동에 대해서 칭찬과 격려가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누군가 나의 말과 행동에 대해서 NO를 했기 때문에 자신의 행위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결국 가장 힘든 아이는 나를 더 성장하게 합니다. 웬만큼 해서는 YES판정이 잘 안나옵니다. 그러니 이것 저것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지요.

 

방법을 찾다가 어느 순간 깨달음이 옵니다. 방법이 중요하긴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아이의 행동을 이해하고, 아이의 행동 이면에 있는 원인을 찾는 것이 더 우선이라는 것이죠. 원인을 찾으면 아이가 그렇게 이해 못할 존재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교사의 마음도 한결 가벼워 집니다. 애매한 부분이 어느 정도 해소되니까요.

 

그렇다고 다 나아지진 않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아이를 이해하려면 문제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아이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관찰하고 아이의 장점을 발견해서 아이의 전체적인 삶을 균형있게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아울러 아이를 둘러쌓고 있는 가정환경과 또래 관계, 지역 환경이 보여야 아이를 좀더 깊이있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 저것 다 분석하기 전에 인간 대 인간의 만남으로 아이와의 관계를 보다 친밀하게 대하면서 일정 부분 단호하게 한계제시를 하는 부분도 필요하겠지요. 아들러식의 목적론으로 접근하시는 분들은 원인과 환경에 매몰되기 보다 아이가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돕겠지요. 아이가 조금씩 나아지도록 격려하고 지지하며, 스스로 선택할 기회를 주고, 자기가 속한 공동체에 기여하며 변화해 나갈 수있도록 도울 것입니다.

 

아이 현상에 대한 감정적 반응에서 아이의 문제행을 해결할 방법에 대한 탐색으로,
해결방법 찾기에서 아이 문제행동의 원인 탐색으로, 문제행동의 원인 탐색에서 아이의 현재 모습에 대한 있는 그대로의 관찰과 장점 찾기로, 더불어 인간 대 인간의 만남의 관점으로 아이를 인격적으로 대하고, 아이가 행복을 추구하며 살 수 있도록 격려와 지지를 하면서 점짐적인 변화 과정을 모색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과정을 거치더라도 더 깊은 부분이 남아 있습니다.
그 부분은 바로 선생님 자신에 대한 탐험입니다. 교사 이전에 인간으로서 자신에 대한 탐험.
그 부분이 어느 정도 가능해야 뭔가가 보입니다. 기존에 문제로 여겨졌던 부분이 문제로 보이지 않습니다. 문제인 것도 없고 문제 아닌 것도 없습니다. 그저 내 앞에 어떤 현상만 있을 뿐입니다.
그 현상을 바라보는 관점의 수준이 편견에 사로잡히지 않으면서도 통합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지경에 오르는 것이지요. 과연 이것이 불가능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인간은 어떤 일이 벌어지면 그 공동체에서 겪었던 분위기와 과거의 데이터의 흐름대로
원하든 원하지 않든 흘러갑니다. 기존에 자기가 본 대단한 뭔가가 없었습니다.
결국 기존의 불행한 방식대로 그렇게 진행됩니다. 자기도 그 악화되는 과정을 조장합니다.
도벽 사건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떻게 하는 것이 잘되는 것인지 자신도 모릅니다.
그저 별 신통하지도 않은 진부한 방법대로 자신도 흥분되어 나쁜 방향으로 일을 몰고가는거죠.
마치, 피리부는 사나이가 쥐떼를 몰고 가듯. 참 무서운 일입니다.

 

결론짓습니다. 인간의 내면과 그 자체,
한 인간이 지금의 삶을 살게 된 이유,
인간의 성장방향, 집단의 메커니즘, 
인과 관계와 목적론에 대한 답이 나와야 뭐가 나옵니다. 
깊이있는 탐색없이 백날 연수 듣는다고 아이 생활지도에 뭐 뾰족한 수가 나오겠습니까?

 

---

두 시간에 걸쳐 중구난방 하고 싶은 얘기 막 썼습니다.
알아들으실 분은 알아들으실 거고, 모르실 분은 모르실 겁니다.
용기내서 과감하게 제 의견을 비판하세요. 그 정도의 말은 들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제가 말하고 싶은 건 도벽이 아니니까요. 물론 도벽얘기도 좋습니다.
도벽을 통해서 제가 하고 싶었던 얘길 하려고 한건데 그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면
다시 도벽얘기를 하긴 해야죠.


프로필 이미지 [레벨:6]덴마크달마

2017.04.06 (09:4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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