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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8]챠우
read 2753 vote 0 2017.08.03 (04:30:41)

http://insidestory.kr/7774


네이버가 다음을 제낀 이유?


2000년대 초반에 인터넷을 이끈 주력은 당시의 대학생들이라고 본다. 이 그룹은 인터넷 유행을 이끈 세력이었다. 이들을 잡는게 시장 점유의 관건이라고 본다. 당시 검색은 딱히 어디가 좋다고 말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 대학생들은 전문적으로 인터넷을 써야 하는 그룹이다. 레포트 써야 하니깐.

당시에 검색을 하더라도 지식을 구하기는 쉽지 않았다. 위키가 있기는 했으나 생소했다. 블로그가 활성화됐던 것도 아니고, 사이트들은 죄다 신생이었다.

이에 지식인이 히트를 쳤다. 잘 모르면 '인간 머신'이 답해주는 식이었다. 나는 여전히 인터넷 최대의 화두는 언제나 "어떻게 하면 목표 지식에 다가갈 수 있을까?"라고 본다. 사람들이 필요한 건 언제나 지식이다. 물어볼 사람이 필요한거.


1. 다음은 인터넷 플랫폼 사업을 이해하지 못했다. 파이를 더 키워야 한다는 걸 몰랐다. 물론 다음만 그랬던 건 아니고, 당시에 섣부르게 유료로 전환했다가 망한 사이트 많다.

2. 2002년에 온라인 우표제 실시, 업계의 반발은 즉각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폐지를 2005년이 되어서야 했다. 의사결정에 무려 3년이 걸린것. 다음의 의사결정구조는 예나 지금이나 문제가 많다. 당시 다음은 제주도로 이사를 갔었는데, 요즘 착한 기업 엘지를 떠올리게 한다. 기업은 착해서 주목받으면 망한다.

3. 네이버의 쥬니버는 어린이들을 미래의 고객으로 생각한 전략이 아니라, 어린이들이 인터넷을 하려고 달려들면 자연스럽게 어른이 딸려오게 만든 것이라고 본다. 당시에는 미래를 생각할 여유는 없었다. 초창기라 경쟁이 치열했다. 물론 네이버가 처음 한 것도 아니다. 당시 유행이었다.

4. 메일 용량 증설은 당시 흐름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서로 용량 증설을 시작했던 기억이 난다.

5. 당시의 검색은 지금 기준으로 보면 죄다 쓰레기였다. 오죽하면 티비 프로에 '누가 더 빨리 검색하나'를 다뤘을까. 인터넷 극초창기에는 티비 광고에도 서로 검색서비스의 질을 가지고 다퉜다. 다만 네이버에는 지식인이 있었다. 모르면 지식인이었다. 답변이 정말 빨리 달렸다. 한국인이 한국인을 가장 잘 아는 느낌이랄까.

네이버의 검색은 여전히 좋지 않다. 그나마 쓸만한 지식은 네이버 블로그나 카페에서 생성한 전문 지식들이다. 그래서 좀 아는 사람들은 구글 쓴다. 요즘에는 점유율도 많이 뺐겼다지.

6. 네이버의 히트작은 지식인이다. 메일이 아니다. 초창기에 소비자들이 애플2 PC를 샀던 건 소프트웨어(타이핑앱) 때문이었다고 한다. 아이팟을 골랐던 이유도 앱스토어 때문이 아닐까한다. 요즘에는 다들 비슷해졌으나 한때 애플 쓰는 사람은 앱스토어 때문이었다.

다시 말해서 포털이 흥하려면 컨텐츠가 필요했는데, 검색은 좋지 않으니 대신 지식의 수요와 공급을 연결한게 지식인이라는 일종의 소프트웨어가 히트를 친것.

http://kin.naver.com/qna/detail.nhn…

이게 지식인의 첫 질문이라고 하는데 사이트를 물어보는 질문이다. 그만큼 검색서비스 질이 떨어졌던 거다. 지금도 대다수 사람들은 검색을 잘 못한다. 검색을 이해하려면 인간 기억의 메커니즘을 이해해야 한다. 언어 이전에 이미지고, 이미지 이전에 사건이다.

당시에 야후는 카테고리 검색이었는데, 이 서비스의 가장 큰 문제점은 사람들이 카테고리를 떠올리게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시장 초기라 이해는 되지만, 사람들은 고난도로 머리 쓰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결국 해외에서는 구글에, 국내에서는 지식인에 밀렸다.

네이버의 지식인은 한국인만의 특징을 잘 반영해주는 맞춤 서비스라고 볼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궁금한 건 연예인 몸무게나 정치 잡담이다. 다시말해 과거의 검색포털은 TV 뉴스와 크게 동떨어지지 않았었다.


총평 :

네이버는 그렇게 뛰어난 IT기업이 아니었다. 다만 다음보다는 의사결정구조가 나았다. 마치 현재의 삼성과 엘지의 차이 같다고나 할까.

인터넷 초창기에는 글로벌 표준 서비스(야후)가 좀 먹혔으나, 중반기에는 토종 맞춤(네이버)이 먹었다. 그러다가 요즘엔 다시 글로벌 표준(구글)이 먹히는 느낌이다. 시장이 성숙하는 절차랄까.

뒤집기는 두가지가 동시에 일어나야 성립하는데, 그것은 선두주자의 삽질과 후발주자의 일격이다. 다음은 이멜로 삽질하고 네이버는 지식인으로 결정타를 날렸다. 다음이 카페로 꽤 버텼으나, 이멜 이후로 지속적으로 삽질을 했고 한번 기울어진 저울은 회복 불능.


#


네이버는 여전히 무너질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인공지능 시대이므로. 인터넷의 가장 큰 화두가 정보불균형의 해소였는데, 인터넷이 모바일로 옮겨온 지금도 정보는 여전히 불균형하다. 사람들이 검색을 잘 못하므로. 이 불균형이 해소되는즉 또 한 차례 혁명이 일어나지 않을까 기대하는중. 인공지능의 핵심은 개인화다. 쓰면 쓸 수록 내 맘을 잘 알아줄 사람이 필요한 세상이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20]수원나그네

2017.08.03 (05:02:11)

명칼럼입니다~

[레벨:5]미루

2017.08.03 (09:33:34)

지식인 서비스는 엠피스가 먼저 개발했습니다만, 네이버가 미칠 듯한 광고질로 선점효과를 가져갔습니다.

어느 정도였냐면 그 당시 네이버가 다음을 제친 건 전지현 효과였다는 우스갯소리까지 있을 정도였죠.

(지식인 광고 모델이 전지현)

프로필 이미지 [레벨:18]챠우

2017.08.03 (20:23:25)

http://www.bloter.net/archives/193693

표를 보면 2000년대 초반 네이버가 다음에 비해 압도적으로 일을 많이 벌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회사가 일을 벌이려면 일단 창업 맴버의 머릿수가 많아야 하는데, 다음은 창업자가 2명이고, 네이버는 7명이다. 여기서 큰 차이가 난 거. 회사 만들어보면 알겠지만 창업맴버 7명은 만들기 쉽지 않죠. 네이버가 삼성이라는 학교(모임)에서 시작한 회사이기 때문에 가능한 숫자.

의사결정은 좋은 것을 하는 것보다, 의사결정을 한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합니다. 구조론 사이트에서는 자주 나온 얘기입니다. 시장이 처음 형성되는데 어떤 사업이 잘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막 해보다가 하나 얻어걸리는 게 사업이죠. 다만 구글과 네이버는 2기 시장 진입자라서 초창기부터 검색을 기본으로 삼은 회사들입니다. 뭐가 중요한지를 선임자의 실패를 보고 파악한거.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사결정을 안 한다는 걸 깨달아야 하는 지점입니다. 특히나 회사의 창업맴버는 절대 홀수여야 하는데 짝수면 반으로 갈라집니다.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게 만들어놓고 창업해야 하는 겁니다. 이후 맴버들은 메뚜기가 되기 십상이기 때문이죠. 최고 의사결정 구조에 들어올 수가 없습니다. 이런건 구조적인 문제입니다.

좋은 것을 만드려는 것보다 어떻게 하면 좋은 조직을 만들 수 있을지 생각해봐야 하고, 좋은 조직을 만드려는 것보다 어디에서 조직이 나올 수 있는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그것은 기존의 다른 조직이며, 그것은 학교가 될 수도 있고, 회사가 될 수도 있고, 혹은 동호회가 또는 동네친구가 될 수도 있습니다. 길가다가 만난 사람과는 팀을 맺을 수 없는게 보편법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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