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https://namu.wiki/w/금본위제도?from=브레튼우즈%20체제


세계 자본시스템에 있어서 가장 큰 사건을 말하라면 무엇이 있을까요? 이번엔 그 중 불과 40여년 전에 일어나 전 세계인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던 사건을 살펴보겠습니다. 


모두들 알다시피 우리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명목화폐라는 어색한 녀석이 출현한지는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닙니다. 70년대 이전까지의 지폐는 물론 은행의 통화승수 효과를 거쳐 신용을 창출하는 역할을 맡았지만 공식적으로는 쉽게 말해서 금보관증에 불과했었죠. 


세계대전 이후 경제적 여력을 전부 써버린 기존의 열강들이 가지고 있던 황금은 대부분 미국의 수중에 들어가게 되었죠. 그렇게 미국의 금보관증이었던 달러엔 전세계의 수요가 몰리게 됩니다. 


하지만 세계대전 중 거의 유일하게 건재한 국가였기에 엄청난 재화를 전 세계에 팔아먹음으로서 어쩌다 얻어버린 부의 쏠림이 오래갈 리가 없죠. 미국이 운좋게 지갑을 주웠다는 이와 같은 세계의 생각은 적어도 향후 20여년 간은 옳아 보였을지도 모릅니다. 


이를 증명하듯 곧장 밸런스 원리가 작동하게 되죠. 미국에 비해선 피폐해진 승전 열강국들이, 또한 그들에 대해선 엄청난 채무국으로서 연명을 지원받도록 된 패전국들이 자국의 저렴한 제조업 생산비용을 내세워 무역수지를 이동시키기 시작한겁니다. 


그 과정에서 미국은 결코 놓을 수 없는 첨단 군수산업 외의 제조업에 대한 경쟁력은 서서히 잃어가게 됩니다. 그에 더해 냉전으로 인한 베트남전과 같은 막대한 비용 지출로 인해 재정적자는 날로 쌓여만 갔죠. 


동시에 미국은, 전 세계로부터 사실은 증거금으로서 보관중인 현물 금이 상당히 부족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을 수 밖에 없게 됩니다. 하지만 이미 세계 경제는 금보관증인 지폐의 통화승수 효과를 통해 창출된 신용이 없이는 화폐의 부족을 견디지 못해 당장에라도 주저앉아 버릴 것이 뻔한 구조가 되어있었습니다. 즉, 보관중일 터인 황금을 내어달라는 뱅크런이라도 일어난다면 결국엔 모두 다 끝장난다는 거죠. 


여기까진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만, 자 그렇다면 생각해보죠. 이 상황에서 전 세계 국가들이 사이좋게 모여서 이미 거의 기축통화가 되어버린 달러를 금과 연동시키지 않아도 좋겠다고 합의할 수 있었을까요? 이전에 금과 달러의 교환비율을 정하며 성립되었던 브레튼우즈 체제가 전 세계 열강들이 모두 참여한 합리적인 의사결정에 의해 일순간 폐기되어버렸다? 


나무위키를 보더라도 제가 위에 달러가 그 가치를 의심받기 시작했다고 말했듯이 트리핀의 딜레마와 미국의 엄청난 재정적자로 인해 닉슨 대통령이 금태환 의무의 이행 거부를 선언했다고 하는군요. 그리고 이미 편하게 쓰고 있는 달러의 필요성에 공감한 전 세계는 그걸 고개 끄덕이며 받아들였구요. 대게 이런 식으로 어물쩡 넘어가는 책들이 태반입니다. 


이와 같은 발상은 마치 인류가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거래를 시작했다는 것과 마찬가지로 엉성하기 그지 없군요. 실제로 저 당시 미국의 달러를 보유하던 국가들은 나중엔 다 같이 망하더라도 일단은 자기부티 살고 보자며 미국에게 금태환을 요청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습니다, 뱅크런이 터지기 일촉즉발이었죠. 이대로라면 제 2의 대공황이 벌어지게 되는 건 시간문제였습니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이 저 당시엔 지금과는 다르게 금융이 발달하지 못해서 제대로 된 명목화폐라는 개념이 자리잡지 못했습니다. 


그렇기에 세계대전 후 그나마 황금이 남아있있던 미국이 자국의 화폐를 기축통화로 만들 수 있었던 거구요. 황금이 떨어졌으니 그러한 시스템도 끝나게 되는 것은 자명했지만 오히려 시스템이 더욱 단단해지죠. 


제가 접했던 분석 중 가장 합리적이었던 것은 이랬습니다. 바로 70년대 당시 세상에는 없어서는 안 될 필수재로서 이미 자리를 잡아가던 석유에 대한 구매료로서 무조건 달러만 받도록 미국이 계획을 세우고 강제했다는 건데요. 당시 석유의 위상이 커짐에 따라 열강의 위협을 받던 원유생산국들을 미국이 자신의 남아도는 군사력으로 보호해주는 대신 위와 같은 조약을 체결했다는 얘깁니다. 


즉, 기존의 '황금이란 토대'에서 떨어져나갈 달러에게 새롭게 '에너지라는 토대'를 부여했다는 것이죠. '얽힘이 풀리는 것이 문제라면 그보다 더 얽혀버리게 만들면 그만이다.' 그야말로 미국이란 국가의 의사결정 구조가 빛을 발하는 사건이었습니다(엄밀히는 당시 이를 주도한 건 미국에 터를 잡은 유대집단이라지만요). 


운 좋아서 황금이라는 지갑 한 번 주워 뜬 후 다시 져버렸던 그 이전의 스페인과 같은 정복국가와는 격이 달랐던 거죠. 물론 석유에 대한 장악만이 달러의 세를 지키기 위한 유일한 요소는 아니었겠지만 토대를 장악한다는 고효율의 합리적 의사결정이 크게 일조했다는 것은 부인하기 힘들겁니다. 


이 이후에도 미국의 금융전략이나 외교술을 보면 토대라는 것을 대단히 이용할 줄 아는 집단이라는 생각이 들게 만듭니다. 그들은 큰 흐름을 언제까지나 '힘'을 이용해 꺾지는 못한다는 원리를 받아들일 줄 알면서도, 토대를 엮어 사건을 이어가거나 갈아타는 데에는 도가 텄습니다.


지금 역시 미국은 똘암푸로 대표되는 그들의 거대한 뒤뚱(후퇴)을 막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그들의 수많은 씽크탱크들은 아직도 건재합니다. 오히려 미국의 실질적인 의사결정체는 잠시 쉬어갈 줄을 알 정도로 똑똑한 거겠죠. 


눈에 보이는 것이 그들의 의사결정의 전모가 아니니 너무 맘 놓지 말고, 우리는 우리대로 물(기회) 들어왔을 때 노 저어서 힘껏 진보해보자는 구조론 연구소의 뜻에 동의하는 뜻을 보태며 이만 마치겠습니다. 마침 지금 한국에선 이전 세상에는 없었던 의사결정 세력이 뜨려고 하고 있으니까요. 바로 구조론 연구소죠 ㅎㅎ. 


글을 너무 대강 엮어내었다는 느낌이 크지만, 아직 연구소에서 제대로 다뤄지지 않은 꽤 유명한 사건을 구조론적으로 풀어내보자는 시도였습니다. 제대로 해보려고 뒤로 미루자니 차라리 이 방면의 대가에게 직접 찾아가 구조론을 소개하는 것이 빠르게 먹힐 것 같았기에 무리하며 글을 작성해보았습니다. 


첨삭 대단히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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