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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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257 vote 1 2020.03.22 (19:30:42)


    위대한 과학과 멍청한 종교


    ‘과학이 발달한 21세기에 종교타령이 웬 말인가?’ 하고 푸념했더니 ‘그 잘난 과학이 21세기에 코로나 하나를 못 막느냐?’ 하고 반박하는 종교인이 있더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과학으로 못 막으면 더 좋은 과학으로 막아야 한다. 종교로의 도피는 굴복하는 것이다. 포기하는 것이다. 왜 포기하는가? 


    과학과 종교를 이항대립으로 본다면 잘못이다. 종교는 당시의 첨단 사회과학이었다. 인류 지혜의 총결산이었다. 그래서 먹힌 것이다. 2천 년 묵어서 시대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했을 뿐이다. 과학과 종교의 대립이 아니라 첨단과학과 낡은과학의 대결이다. 컴퓨터라도 컴맹에게는 소용이 없듯이 누구에게는 낡은 것이 익숙할 수도 있다.


    불안한 사람이 교회에 모인다. 믿음이 없기 때문이다. 믿음은 불안을 극복하기 위한 것인데 믿지 못하고 불안해하며 교회에 모여 바이러스를 공유하니 사이비다. 목사가 신도를 믿지 못하니 교회 문을 닫지 못한다. 신도는 사회를 믿지 못하니 사회의 반응을 떠보려고 반사회적인 돌출행동을 일삼는다. 


    믿음을 생산하는 것이 종교의 기능인데 종교가 오히려 믿음을 파괴한다. 믿는다는 것은 무리가 굳게 결속한다는 것이다. 부분적인 결속이 전체의 결속을 해친다. 결속하려면 결속할 위치로 포지션을 옮겨야 하는데 교회에 단단하게 결박되어 새로 결속하지 못한다. 마마보이가 엄마에게 결박되어 여친과 합치지 못하는 격이다.


    진정한 믿음은 각자에게 주어진 역할과 맞는 올바른 결속이며 그것은 거짓된 결박을 극복하는 형태로 일어난다. 21세기에 과학의 성과와 맞아떨어지는 진정한 믿음이 요구된다. 인간이 종교를 믿는 것은 대집단을 이루려는 것이다. 확실히 대집단이 생존확률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대집단이 멸종확률도 높인다. 


    중국은 인구를 늘려 대집단을 만들었다가 서구에 밀렸다. 소대와 중대와 대대의 편제는 적당해야 한다. 인원이 몰려도 안 되고 각개약진으로 흩어져도 안 된다. 군에 소대와 중대와 대대와 사단이 있듯이 사회에는 국가와 지역과 회사와 종교가 있다.


    종교는 문화적 다양성 차원에서 주어진 사회의 한 가지 편제에 속할 뿐이며 선을 넘는다면 곤란하다. 종교가 국가의 역할을 가로채려 한다면 위험하다. 소대장이 대대장 흉내를 내면 안 된다. 분수를 지켜야 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며 언제라도 무리에 속하려고 한다. 무리와 긴밀하게 상호작용하면서 소속감을 느끼려고 한다. 막연히 사람이 많은 곳에 가담하려는 종교인의 행동은 로또명당에 줄을 서는 심리와 같다. 어디서 사든 로또 당첨확률은 같다. 명당집에서 산다고 확률이 올라가겠는가? 


    사실이지 그동안 자연과학은 발달했는데 사회과학은 그리 발달하지 못했다. 그래서 21세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종교가 활동하고 있는 것이다. 자연과학은 무리 중에서 똑똑한 자가 이끄는데 사회과학은 멍청한 사람이 주도권을 잡는 경향 때문이다. 자연과학은 도구를 바꾸는데 사회과학은 생활양식을 다 바꾸는 것이기 때문이다.


    도구를 사용할 때는 똑똑한 사람을 따라가면 되지만 인간이 사회를 도구로 삼을 때는 멍청한 사람들과 맞춰가야 한다는게 딜레마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도구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사실은 동물도 도구를 쓴다. 새는 부리가 도구가 되고 맹수는 발톱이 도구다. 인간은 손이 도구다. 도구는 신체의 연장이다. 


    동물과 인간의 차이는 도구를 발달시키느냐에 있다. 인간은 심지어 인간을 도구로도 쓴다. 그것이 노예제다. 인간은 사회를 도구로 쓴다. 국가는 인간의 도구다. 종교도 마찬가지다. 도구는 점차 발달한다. 그리고 우리는 갑작스레 21세기를 만났다. 70억 단위의 대집단이 출현했다. 커다란 도구를 획득했으니 기쁜 일이다. 이 도구에 적응한 사람은 유튜브에 채널을 개설하여 거금을 벌어들이고 있다. 


    과연 우리는 70억의 연결이라는 막강한 도구를 사용할 자격을 갖추었을까? 그것은 사회과학의 발달이 결정하는 것이다. 우리는 종교의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인간이 멍청한 것은 현실이다. 그들과 맞춰가야 한다. 아무리 좋은 과학의 이기가 나와도 사람이 멍청한 것은 어쩔 수 없다. 차가 좋아도 운전자가 멍청하면 답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말이다. 자신이 멍청하다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로또명당에 가서 줄을 서는 한심한 모습이라니. 저런 자들과 대화해야 하는가 싶다.


    나도 믿는 것이 있다. 믿는다기보다 미는 것이라고 해야겠다. 내가 미는 것은 일관성이다. 인류의 중심과 우주의 중심과 나의 중심이 일치해야 한다. 그래야 자연스럽다. 우왕좌왕하지 않고 후회하지 않고 한 방향으로 계속 가야 한다. 그것이 내가 믿는 것이고 내가 미는 것이기도 하다. 


    나를 따르라는 말은 하지 않겠다. 나를 발견하라고 말하겠다. 나의 중심을 발견하는 것이 나를 발견하는 것이며 나의 의사결정 중심이 세상의 의사결정 중심과 연동된다는 사실을 알아챌 때 비로소 나를 연주할 수 있다. 나를 변화시킬 수 있다. 시대의 변화와 맞추어 자연스러워질 수 있다. 


    파도를 타는 사람은 파도와 연동되어 하나가 된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은 골반 밑에서 무언가의 존재를 느낀다. 그럴 때 핸들을 놓아도 두렵지 않다. 나를 발견한 사람은 두렵지 않다. 천하를 발견한 사람은 두렵지 않다. 골반 밑에서 무언가를 느낀 사람은 두렵지 않다. 그럴 때 단단히 결속되면서도 부드럽게 변속할 수 있다. 


    자전거를 타듯이 세상을 능숙하게 타야 한다. 나를 발견하고 천하를 발견하고 둘 사이의 접점에서 무언가를 느껴야 한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20.03.23 (04:08:32)

"자연과학은 무리 중에서 똑똑한 자가 이끄는데 사회과학은 멍청한 사람이 주도권을 잡는 경향 때문이다. 자연과학은 도구를 바꾸는데 사회과학은 생활양식을 다 바꾸는 것이기 때문이다."

http://gujoron.com/xe/1182028

프로필 이미지 [레벨:11]수피아

2020.03.23 (17:27:27)

"나를 따르라는 말은 하지 않겠다. 나를 발견하라고 말하겠다. 나의 중심을 발견하는 것이 나를 발견하는 것이며 나의 의사결정 중심이 세상의 의사결정 중심과 연동된다는 사실을 알아챌 때 비로소 나를 연주할 수 있다. 나를 변화시킬 수 있다. 시대의 변화와 맞추어 자연스러워질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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