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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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6664 vote 0 2017.03.20 (16:02:39)

     

    안철수의 안전한 틈새전략


    지난번 노키아 이야기와 이어진다. ‘보편성’이냐 ‘특수성’이냐다. 메인요리가 될 것이냐 아니면 전채나 후식이 될 것이냐다. 최소의 비용으로 최고의 효과를 얻으려면 당연히 특수성을 추구해야 한다. 단 1초만 출연하고 존재감을 누리는 영화의 까메오처럼 양념짓 하면 비용대비 이익 최고다. 보통 그러다가 망한다. 조연배우로 굳어져서 더 이상 발전 못한다.


    우리는 곧 죽어도 주연배우를 노려야 한다. 일본이 조연배우로 인정받았다고 해서 우리가 따라하면 안 된다. 김종필은 평생 조연만 했다. 이인제는 아직도 조연으로 활약하고 있다. 나름 존재감은 있다. 그러다가 망한다. 허경영짓 하다가는 허경영 된다. 또 삼국지에 비유하자. 유비가 서촉으로 들어갈 때만 해도 배후를 털릴 염려가 없는 서촉이 편했다.


    안전한 구석에서 재기를 노리다가 말뚝 박는다. 들어갈 수는 있는데 기어나오지를 못한다. 유방이 들어가자마자 기어나온 것과 다르다. 형주를 잃었을 때 유비는 사실상 끝장난 것이다. 보통 그렇게 된다. 안철수가 안전한 호남에 들어간 것은 좋은데 거기서 말뚝 박는다. 안철수가 국민의당 내부경선에서는 나름 활약하는 모양이다. 단골 대선후보된다.


    10년 후에도 대선후보다. 왜? 2군이 없기 때문이다. 호남지역과 영남지역 국회의원은 대부분 주전은 있는데 후보선수가 없다. 그곳에서 죽을 때까지 금뺏지 달 수 있다. 반면 수도권은 불안하다. 걸핏하면 전략공천이 들어온다. 패권세력이 호시탐탐 자리를 노린다. 논산의 이인제는 안전하다. 전주의 정동영도 안전하다. 누가 전주에서 정동영을 밀어내나?


    누가 논산에서 이인제를 밀어내나? 누가 부여에서 김종필을 밀어내나? 경쟁자가 없다. 후보선수가 없다. 예비병력이 없다. 패권세력이 없다. 안전하게 망한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광장의 세력전략은 위태롭고 틈새의 생존전략이 안전하다. 안전한 구석에 짱박히면 된다. 그러다가 망한다. 일본이 특히 그런 짓을 잘한다. 일본에만 통하는 특수성을 추구한다.


    예컨대 이런 거다. 요즘은 어떤지 모르지만 왕년에는 일본의 YKK가 세계의 모든 지퍼를 독점생산했다. 지퍼가 은근히 공정이 까다롭다. 수작업으로 할 수도 없고 비싼 설비를 놓아야 하는데 80년대 가격으로 50억이라 했으니 요즘이라면 300억짜리다. 300억짜리 기계로 10원짜리 지퍼를 생산한다면? 도대체 몇 개를 팔아야 투자금 회수할까? 100억개?


    전 인류가 다 그 회사 지퍼를 써야 본전을 겨우 맞춘다. 지퍼는 하나의 기계가 전 인류의 모든 수요를 충당하게 된다. 실제로 이런 현상이 드물지 않다. 몇 년전 태국에 물난리가 나서 컴퓨터 부품공장 하나가 침수되자 세계의 하드디스크 가격이 발작적으로 폭등한다든가 하는 황당한 일이 있었다. 조그만 모터부품 하나가 전 세계를 휘청거리게 만들었다.


    허생전의 허생이 제주도 말총을 독점해서 조선팔도의 양반과 상놈이 갓망건을 못 쓰고 다니도록 만들었다든가 그런거다. 일본이 반도체 장비나 산업용 로봇을 독점하지만 그게 유비가 서촉으로 들어가서 꿀 빠는 거다. 서촉에 있으면 2군이 없고, 후보가 없고, 패권이 없어, 자기 자리 뺏길 염려가 없으니, 모든 관료가 나태해진다. 경쟁이 사라지는 거다.


    제갈량 이후로 명재상이 잇달아 들어섰지만 망하는건 어쩔 수 없다. 어찌 군주 유선 한 사람의 잘못이겠는가? 프로야구도 그렇다. 자기 포지션에 경쟁자가 들어와야 열심히 한다. 일본처럼 되면 기술자가 발목잡아 발전을 못하게 된다. 할배가 핵심을 틀어쥐고 죽을 때까지 해먹으며 개혁을 방해한다. 하여간 현대차는 이런 문제들에 나름 대비하고 있다고.


    기술자가 빠지면 동네아줌마가 대신 라인에 들어와도 똑같이 일할 수 있도록 매뉴얼과 시스템을 만들어놨다고. 무엇인가? 기술자는 한 명만 있으면 된다. 두 명이라면 인력낭비다. 그런데 그 한 명이 빠지면? 리스크가 된다. 발전이 망하는게 보통이다. 필자가 주장하는 것은 큰 틀에서의 철학문제다. 질의 전략이냐 입자의 전략이냐다. 둘 다 장단점이 있다.


    한국은 곧 죽어도 ‘질의 전략’으로 가야 한다. 소련군과 독일군의 대결이다. 주코프의 오자병법이 이기고 로멜의 손자병법이 진다. 손자병법은 잠시 반짝 하는 거다. 안철수도 총선에서 반짝했다. 로멜도 초반에 반짝했다. 그런데 미국은 국가전체가 더블포지션에 플래툰시스템이다. 우리는 국정원 하나로 때우지만 미국은 그런게 16개다. 내부경쟁 치열하다.


    누군가의 독점을 허락하지 않는다. MS가 독점하다가 반독점법에 걸린게 그러하다. 박근혜, 최순실이 사고친 것도 일본식 독점주의 때문이다. 모든 의사결정이 복수의 라인으로 가서 교차검증이 되어야 하는데 한쪽은 안종범이 독식하고, 저쪽은 우병우가 독식하고, 이쪽은 차은택이 독식한다. 노무현 때는 외교부와 통일부가 노상 싸웠는데 그런거 없다.


    미국식으로 가야 한다. 뭐든 복수체제로 가야 한다. 한 넘의 독식은 리스크다. 소련군은 AK소총부터 T34전차에 카츄샤 로켓까지, 종심전투 교리까지 모든게 이런 보편주의 시스템에 맞추어져 있다. 호환가능성을 추구한다. 그래서 흥했다. 독일군은 최고의 열차포 하나를 만들어서 크림반도까지 끌고갔다. 그 하나가 고장이 나면? 기술자가 밤새 수리한다.


    소련군은 항상 복수체제다. 하나가 고장나면? 버리고 다른 것을 쓴다. 전략적 예비가 넉넉한 것이다. 애초에 전쟁에 대한 관점이 다르다. 하나에 올인하지 않고 양쪽으로 병력을 투입해보고 잘 되는 것을 밀어준다. 단 정치는 공산당이 독점하다가 망했다. 이건 사회주의 철학이 아니다. 한 넘이 독식하면 당연히 불안해야 하는데 일본인들은 그게 아니다.


    50년간 자민당이 독식하고 있는데도 일본인들은 불안하지 않은게 참으로 독특한 넘들이다. 소련의 우주개발 실패도 그렇다. 스푸트니크 쏘고 금성에 탐사선을 보낼 때까지만 소련이 크게 앞섰다. 그런데 소련은 천재 과학자 한 넘이 독식하다 망했다. 미국은 기술의 공유로 수많은 과학자가 경쟁을 했는데 소련은 베일에 감춰진 한 명이 독식하고 있었다.


    왜? 흐루쇼프가 권력을 독점하려다보니 비밀주의로 간 것이다. 여럿이 달라붙으면 기술유출되고 정보 새고 흐루쇼프 독재가 불가능해진다. 개방주의와 보편주의라는 사회주의 철학으로 2차대전에서 승리한 소련이 우주개척에 있어서는 비밀주의에 독점주의로 가다가 망했다. 공산당과 함께 말이다. 항상 그런 식이다. 스탈린도 비밀주의에 독점주의였다.


    한국은 개방주의에 보편주의다. 70년대에 한 명이 가발 만들면 개나소나 다 가발 만든다. 수백 개의 가발공장이 돌아간다. 순식간에 말아먹는다. 이번에는 중동진출이다. 한 넘이 가면 우르르 따라간다. 이번에는 한류다. 우르르 몰려간다. 이번에는 디자인이다. 뭐 하나라도 시장에서 먹힌다 싶으면 동대문의 모든 옷가게가 따라한다. 대량복제 시스템이다.


    빠른 의사결정이 장점이다. 이번에는 개나 소나 다 치킨집 한다. 일본은? 지역명물로 되어 한 넘이 독식한다. 게이샤 명함 만드는 기술자 한 명이 교토일대 모든 게이샤의 명함을 독점제작한다. 수백 년째 그러고 있다. 300년간 가업으로 우동가게 하고, 1500년간 건축회사 하고 그런거 있다. 그런데 그게 좋은 소식인가? 신문기사거리로는 당연히 좋다.


    장인이 300년간 우동가게 하나만 고집한다면 그 우동집 신뢰할만 하다. 황교익이 그 소식 들었다면 맛보러 간다. 우동가게는 그렇게 하는게 맞지만 국가전략과 철학을 그따위로 하면 망한다. 질과 입자다. 입자가 솔깃하다. 당신이 입자 포지션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질로 가야 이긴다. 공손찬이 그렇다. 역경성에 틀어박혀 군량미 3백만 섬을 쌓았다.


    10중의 참호를 팠다. 절대 안 망하는 구조를 만들었으니 절대로 망한다. 항상 불안하게 네거리로 나와서 2군과 경쟁해야 한다. 지리적으로도 그렇다. 북경과 시안이 완벽하다. 구석처럼 보이지만 배후가 있다. 시안은 서역과 연결되고 북경은 요동과 연결된다. 안전한 변방이지만 촌구석은 아니다. 너무 가운데로 나와도 휩쓸린다. 명동이면 땅값이 비싸다.


    한국은 한중일미에 끼어 있어 지정학적으로도 틈새전략이 불가능하다. 일본부품을 가져와서 중국에다 팔아야 하는데 일본에만 통하고 혹은 중국에만 통하는 걸로 되겠느냐 말이다. 세계시장에서 두루 통하는 제품으로 가지 않으면 안 된다. 물론 상품따라 다르고 시장 따라 다르다. 음식점이면 특화가 맞다. 짜장 하나만 팔든가 짬뽕 하나만 팔아야 한다.


    메뉴가 많으면 망하고 있다는 증거다. 그러나 그것은 구멍가게 해먹자는 것이고 그게 국가전략은 아니다. 안전한 구석에 짱박혀서 뭔가 핵심 하나를 슬그머니 독점해서 대대손손 안전하게 해먹자는 얌체전략으로 가면 망한다. 시장으로 나와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다. 위태롭게 패권세력과 다투어야 한다. 지역명물로 배짱장사 하는거 본받지 말아야 한다.


    확실히 일본은 애니메이션에 강하다. 아마 100년 후에도 그런 짓거리 하고 있을 것이다. 오직 일본에만 있는 이상한게 일본에 많다. 일본에 가야 제대로 된 타코야키를 맛볼 수 있다. 일본인들은 배짱장사 하는 거다. 제대로 된 진짜배기를 먹고 싶으면 니가 이리로 와라. 내가 그리로 가서 서비스 해주는 일은 절대로 없다. 얼마나 좋냐고. 그러다가 망한다.


    이번 대선은 안철수와 홍준표의 2위경쟁이다. 안철수가 무난하게 2위 할 것이다. 다음에도 무난하게 2위를 할 것이다. 그다음에도 2위를 할 것이다. 김종필처럼 대선단골 된다. 그런거 본받지 말아야 한다. 트럼프 무너지는 것 봐라. 16개 정보기관이 크로스체크 하는건 기업가 입장에서는 돈 낭비에 불과하다. 그런 돈 안 되는 짓을 왜 하냐? 이게 트럼프 생각. 


    그러다가 망한다. 국가운영이 어린애 장난이냐 말이다. 트럼프는 모든 보고라인을 최소화 해놓았을게 틀림없다. 뭐는 딸 이방카에게 보고받고, 뭐는 사위에게 보고받고 하는 식이다. 그런 식의 박근혜 비밀주의, 최순실 독점주의 행태가 기업가의 돈벌이로는 되는데 정치는 아니다. 정치는 두 개 보고라인에서 모순된 보고가 들어와도 둘 다 인정해야 된다.


    양쪽에서 다른 보고가 들어오니 문재인 치아가 손상되었다. 정치는 리더가 밤 잠을 안 자고 고민해야 한다. 음모와 술수와 견제가 판치는 곳에서 번민하여 최고의 판단을 내려야 한다. 그걸 싫어해서 안종범에게 다 맡기고 차은택에게 다 맡기고 우병우에게 다 맡기면 박근혜다. 왜 박영선은 안희정을 밀까? 문재인은 교차검증인데 안희정은 독점권을 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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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여의도 정치귀족들이 유독 문재인을 싫어할까요? 미국처럼 정보기관을 열여섯 개 만들어놓고 서로 경쟁하게 하면 누가 좋아하겠습니까? 독점과 비밀은 좋고 경쟁과 개방은 싫은 거죠. 누구나 그렇듯이. 김종인에게 경쟁과 검증을 거치라고 하면 그 양반이 경쟁과 검증을 하겠습니까? 미쳤다고 경쟁하고 검증합니까? 날 못 믿어? 때려치워! 믿으면 전권을 주는건 기업가 방식이지 정치를 그렇게 하면 망합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2]wisemo

2017.03.20 (17:56:57)


"왜 박영선은 안희정을 밀까? 문재인은 교차검증인데 안희정은 독점권을 줄테니까."

시간은 흐르고, 누군 꽃놀이패 만드는 실력인데 괜히 따라 붙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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