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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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4107 vote 0 2019.01.21 (11:12:15)

      
    수소차냐 전기차냐


    https://news.v.daum.net/v/20190121060042482


    장님 코끼리 만지기다. 다들 수소경제의 비전이라는 큰 그림은 보지 못하고 흑백논리, 이분법적 사고, 대칭적 사고에 빠져서 수소차냐 전기차냐 양자택일을 외치고 있다. 그들은 합리적으로 사유하지 않는다. 상대방을 제압하고 논쟁에서 승리하려는 의도 때문이다. 말싸움에서는 이길 수 있겠지만 그럴수록 진실과 멀어진다.


    논쟁으로 가면 단순명쾌한 주장을 하는 사람이 이긴다. 그런데 세상은 복잡하다. 20년 전 도요타의 프리우스가 처음 나왔을 때도 프리우스가 미래다 하고 흥분해서 떠드는 사람과 저거 얼마 못가서 망한다고 초 치는 주장이 대립했지만 프리우스는 나름 안정적으로 정착했다. 수소차와 전기차도 시장을 나눠먹고 공존한다. 


    중요한건 전략이다. 전기차는 중국이 비교우위를 가지므로 한국은 전략적으로 수소차를 밀어볼 만하다. 이런 것은 열심히 하는 나라가 이긴다. 80년대 일본이 전자시장을 다 먹은 이유는 남이 하지 않을 때 그냥 열심히 했기 때문이다. 그때 그 시절 유럽 열강은 트랜지스터나 팔아먹으러 온 장사꾼이라며 일본을 비웃었다. 


    그 트랜지스터가 세상을 바꾼다는 생각은 못하고 팔짱끼고 구경만 했다. 그러다가 망했다. 역사의 전환기에는 과감하게 질러야 한다. 한국의 조선이나 자동차나 반도체나 다 과잉투자고 그래서 IMF 맞았지만 그때 그 시절 기업 부채비율 400퍼센트라는 터무니 없는 과잉투자 덕분에 지금 우리가 나름 밥먹고 있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배웠다는 지식인들이 더 많은 오판을 저지른다. 그때 그 시절 지식인들이 정확히 지적했듯이 한국은 과잉투자 맞고 그래서 경제 망한거 맞는데 지식인들 말 다 맞는데 근본이 틀렸다. 말은 맞는데 전략이 틀린 거다. 그들에게는 애초에 전략적 사고가 없다. 전략이라는 것은 원래 살을 내주고 뼈를 베는 것이다. 


    잃는게 있어야 얻는 것도 있다. 꿀단지 끌어안고 공짜먹는 것은 지식인이다. 지식인들은 자기네들이 얍삽하게 공짜먹으므로 세상이 공짜라고 믿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다. 세상은 모험이며 당연히 리스크가 따르는 법이며 극복해야 한다. 마쓰다도 로터리 엔진으로 망했지만 그런데 그 로터리 엔진 덕에 성장한 기업이다.


    이런 전략의 역설을 지식인들은 모른다. 무리한 모험을 하고 당연히 실패했는데도 오히려 그 과정에 기회를 얻어 계속 가는 역설을 모른다. 배우지 못한 사람은 감으로 판단한다. 내용이 아닌 형식으로 곧 에너지의 방향성으로 판단한다. 배운 사람은 내용으로 판단하는데 그 내용은 이미 지나간 것이다. 형식이 진짜다.


    형식적, 전략적 판단은 성공과 실패를 떠나 상호작용을 증대시켜 확률을 높인다. 시행착오와 오류시정을 거쳐 계속 전진하게 된다. 70년대의 과잉투자가 90년대의 대멸망을 거쳐 지금 다시 살아난 것과 같다. 독일과 일본의 무리한 팽창이 대멸망을 거쳐서 다시 살아난 것과 같다. 그때 분수를 지킨 나라들은 지금 조용하다.


     턱도 없이 오버하다가 사고친 나라들이 매를 맞았지만 견뎌냈다. 왜? 상호작용을 증대시켰기 때문이다. 베트남과 한국의 관계도 그렇다. 월남전은 잘못이지만 결과적으로 상호작용을 증대시켜 확률을 높였다. 미운 정이 들었다. 전기차는 태생적으로 가격이 비싸거나 아니면 가격이 싸거나 둘 중의 하나일 수밖에 없다.


    전기차의 역사는 가솔린차보다 오래이고 100년을 훌쩍 넘는다. 백 년 동안 전기차는 획기적인 것을 보여준 바 없고 근래에 논의되는 전기차 붐은 전기차 기술의 발전보다 석유값 폭등, 중국과 인도의 스모그, 지구 온난화라는 3대 돌발이슈에 의해 조성된 것이다. 석유값 떨어지면 잠잠해지다가 환경이슈 뜨면 요란해진다.


    중국의 싸구려 전기차는 전기차로 볼 수 없다. 납축전지로 가는 놀이공원 전기차는 제외하자. 신문기사는 코나와 넥쏘를 단순비교 하는데 코나는 양산차고 넥쏘는 시험차다. 전기차는 이미 기술이 개발된게 이렇고 수소차는 이제 기술을 개발하려고 한다. 백 살 먹은 어른과 갓난 아기를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한다면 무리다.


    전기차는 중국의 저가공세를 따라잡기 어렵고 수소차는 우리가 하기에 달렸다.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알 수 없지만 승산이 있는 도박이라면 해야 한다. 원래 벤처라는 것은 하다보면 여불때기로 의외의 대박이 터져나오는 것이다. 수소차를 하려고 했는데 수소를 응용하는 다른 기술이 개발되어 대박날 수도 있다. 


    삶을 완전히 뜯어고치는 수소경제의 비전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우리가 신대륙으로 간다고 치자. 사람들은 묻는다. 신대륙에 금이 있어? 금이 있냐구? 왜 대답을 못해? 금을 가져와 보라니깐. 금을 가져오겠다고 큰 소리 치더니 왜 금은 아니가져오고 생사람을 잡아왔니? 콜롬부스야 너 정말 제대로 미쳤구나. 이러고 있다.


    진짜 물어야 할 것은 금이 아니라 그 대륙이 작으냐 크냐다. 신대륙에서 금을 캐오라고 다그치는 사람은 대륙의 거대한 사이즈를 보지 못한 것이다. 땅이 넓으면 금이 아니라도 별게 다 있다. 확률을 믿어야 한다. 수소차와 전기차를 단순 비교해도 이십 년 후 수소 생산가격은 지금의 절반으로 떨어져 가솔린차를 이긴다.


    수소차가 가솔린차를 이기는 순간 게임 끝이다. 가솔린차는 공해를 내뿜기 때문에 언제든지 지구온난화와 미세먼지를 구실로 정부에서 금지시킬 명분이 있다. 당장 디젤차 퇴출논의가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가솔린차가 운행금지 되면 수소차밖에 없다. 전기차도 나름 기술개발 되겠지만 고급차와 저가차로 양분된다. 


    배터리 가격이 비싸서 배터리를 적게 쓰려면 차를 경량화해야 한다. 경량화하면 저가차가 되는데 그 경우 중국과 인도에만 팔린다. 경량화를 포기하면 1억짜리 고가차가 되는데 이 경우는 선진국에만 팔린다. 쏘나타 사이즈에 3천만 원대 가격의 중간시장이 없다. 수소차는 양산되면 가솔린차보다 500만 원쯤 비싸진다.


    연료가격은 장기적으로 가솔린의 반까지 내려간다. 전기차는 충전문제 + 주행거리 문제 때문에 가격이 내려가도 고가차는 가솔린보다 1천만 원 이상 비싸다. 1천만 원이면 소비자가 매달 15만 원을 아껴서 7년 타는 셈이다. 전기차의 저렴한 연료비로 본전을 뽑으려면 대략 7년 이상 타고 연 2만킬로 이상 주행해야 한다. 


    연 2만 킬로 이상 타는 사람은 충전을 자주하고 주행거리가 길어야 되는데 이게 딜렘마다. 여기에 맞게 해당되는 사람도 있지만 많아야 30퍼센트다. 30퍼센트는 전기차로 확실히 본전을 뽑지만 차 여러대 있고 1년에 1만 킬로 타는데 그게 장거리인 사람은 손해다. 많이 타야 이익인데 많이 탈 수 없는 구조의 차인 것이다.

 

    30년 후라면 어떻게 될까? 가솔린차는 특수목적차 외에 대개 생산금지가 되고 후진국에서만 중고차로 팔릴 것이다. 수소차는 가솔린차보다 500만 원 비싼 대신 연료비는 절반이다. 전기차는 저가용과 고가용으로 양분되며 카트리지 교환으로 빠르게 충전하는 기술과 고속도로에서 무선충전 되는 기술이 보급될 것이다.


    수소차는 버스, 트럭, 중장비, 건설기계쪽으로 보급될 것이며 전기차와 시장을 양분할 것이다. 혹은 가솔린차와 전기차, 수소차가 시장을 삼분하고 솥발처럼 균형을 이룰 것이다. 도요타의 프리우스도 어떻게 보면 계륵인데 나름 선전하고 있다. 양자택일식 사고는 잘못이며 정부의 정책과 기업의 노력여하에 달린 거다.


    수소경제의 거대한 비전을 본다면 충분히 해볼만한 도박이 된다. 실패해도 남는게 있다. 콜롬부스의 신대륙과 같다. 설사 금이 없다해도 거기에 뭔가 있다. 찾다 보면 금도 있다. 가봐야 안다. 안 가보고 떠들기 없기다. 비전이란 그런 것이다. 전봇대 없고 송전탑 없고 가스배관 없는 수소경제 세상을 한 번 꿈꿔보자는 거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19.01.22 (04:08:28)

"가봐야 안다. 안 가보고 떠들기 없기다. 비전이란 그런 것이다."

-http://gujoron.com/xe/1055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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