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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9620 vote 0 2009.01.27 (20:17:49)

'신년법어'

‘소가 뒷발에 쥐잡는다’는 기축년 새해를 맞이하야 설도 쇠고 그랬으니 이제 ‘신년법어’ 비슷한 것을 발표함이 또한 가당한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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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문제가 무엇인가? 한 마디로 ‘오리지날리티’가 없다는 것이다. 그것이 강조되지 않고 그것을 문제삼는 사람도 없다는 것이다. 사회분위기가 그렇다. 필자가 흔히 쓰던 말로 ‘진짜냐 가짜냐’ 이거다.

한국에서는 지식이란 것이 원래 외국에서 수입되는 걸로 되어 있다. 전부 모방이고 짝퉁이다. 그러니 오리지날리티를 문제삼을 처지가 아니었다. 그러나 생각하자. 언제까지 이 따위로 살텐가? 부끄럽지도 않나?

하긴 그랬다. 한국이 그 모방도 못하던 70년대다. 그때 그시절 한국의 언론에는 ‘모방대국 일본’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했다. 잘나가는 일본이 부러웠던 거다. 그러니 기죽지 않으려고 한다는 말이.

‘일본이 잘나가긴 하지만 그래봤자 그까짓거 다 모방 아닌가? 서구의 것을 가져다가 사이즈만 작게 만들어 놓은 것이 메이드 인 재팬!’ 그렇게 자위하며 70년대와 80년대를 보냈던 거다.

그러면서 일본따라 살살 모방을 시작했던 거다. 그리고 지금은 어떤가? 안면 하나도 안바꾸고 ‘짝퉁대국 중국’이라고 말한다. 과연 한국이 중국의 모방을 비난할 입장인가? 한국이 그리도 당당한가?

까놓고 말하자. 삼성에서 만들어놓은 제품 중에 모방 아닌거 있나? 삼성과 현대를 키운건 9할이 모방이었다. 그러니 오리지날리티를 문제삼을 자가 없었다. 이 나라에 당당한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언제까지 그 따위로 살텐가? 지식집단에서도 마찬가지다. 강단에 속한 자들 중에 자기 아이디어로 말하는 자 있나? 남의 지식 말고, 번역한거 말고, 표절한거 말고 당당하게 자기 생각 말하는 자 있나?

이 나라에 모방 안하고 순수한 자기 아이디어로 나서는 사람 김기덕 외에 몇이나 있나? 그래서 김기덕 죽이려고 그 난리들인가? 말하고 싶다. 이제 제발 껍데기는 가라고. 그럴 때가 되었다고.

관셈보살 석씨문중이든, 예수천국 기독문중이든, 좌파동네 막씨문중이든, 뉴또라이 삽씨문중이든 어느 문중에 들어서 문중족보 들이밀며 그것으로 자기소개를 대신하는 껍데기들은 확 쫓아버려야 한다.

자기 생각 아닌 것을 방송에서, 언론에서 뻔뻔스럽게 줏어섬기는 가짜배기 짝퉁들은 확 쳐내버려야 한다. 무슨 라캉인지, 소쉬르인지, 들뢰즈인지 남의 이름 줏어섬기기로 대화를 시작하는 자들 있다.

뒷골목 양아치나 조폭들이 흔히 그러듯이 ‘너그가 염천교 용팔이 행님을 알어? 불광동 휘발유 행님은 알어?’하는 족보팔이 수작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부끄러운줄 알아야 한다. 언제까지 그 따위로 살텐가?

조중동은 논외. 오마이뉴스나 한겨레, 경향에 칼럼 쓴다는 자들만 해도 자기 소속한 문중 입장을 자기생각인듯 그럴듯하게 포장해서 팔아먹는게 보통이다. 순수하게 자기 아이디어로 말하는 자 누구?

바른 길로 가야 한다. 강단에서 끼리끼리 놀고 문중에서 유유상종 놀아 지식의 근친상간 동종교배로 괴물이 되어버린 자들. 뇌가 썩은 자들 확 쫓아버려야 한다. 가짜배기 가라. 짝퉁은 가라. 사이비는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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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람은 한국말로 하면 못알아먹으므로 외국말 써줘야 한다. 왜 오리지날리티가 없는가? 아이덴티티가 없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자궁이 있는 법이다. 모태가 없이 그저 탄생하는 것은 없다.

모태가 되고 자궁이 될 아이덴티티가 없으니 오리지날리티도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자기다움은 어디서 나오는가? 내 인생의 시작부터 끝까지 밀어붙이는 그 일관성은 어디서 나오는가?

그것은 나의 고유한 이상주의에서 나온다. 타불하는 석씨문중, 자왈하는 콩씨문중, 무위빈둥 라오문중, 혁명깃발 막씨문중, 지랄염병 삽씨문중 다 그 이상주의 빛으로 해서 일가 이루고 족보 내려온다.

자기만의 고유한 이상주의가 있어야 한다. ‘나는 이런 세상이 좋더라.’ 하는 그 무엇이 있어야 한다. 석씨든 라오씨든 콩씨든 막씨든 삽씨든 빌어온 것은 가짜다. 남의 것을 제것인양 뻔뻔스럽게 말해서 안 된다.

내 안에 이상주의라는 아이디어의 자궁을 품어야 한다. 내 고집, 내 주장, 내 취향, 내 스타일, 내 분위기 가져야 한다. 그것을 이보란듯이 내세우고 다녀야 한다. 자기 모습에, 자기 얼굴에 나타내야 한다.

그 이상주의는 어디서 나오는가? 근원의 완전성에서 나오는 법이다. 그 완전성은 어디서 나오는가? 완전하면 통한다. 통하면 소리가 난다. 자연의 완전성, 신의 완전성과의 교감에서 그것은 얻어지는 법이다.

감응이 있어야 한다. 울림과 떨림이 느껴져야 한다. 증폭되고 공명되어야 한다. 그래야 소리가 난다. 소리가 나야 완전하다. 그 완전성에서 빌어 내 안에 품을 때 아이디어의 자궁될 진짜배기 이상주의는 얻어진다.

‘내가 생각하는 완전의 극치는 이런 것이다’ 하는 그거. 정상에서 전모를 보기. 신과 나의 일대일 겨루기, 입각하여 세상과 맞서는 지점. 똥꼬가 뻑적지근하도록 충일감이 느껴지는, 전율하게 하는 그거.  

그것이 없이 나대는 자들, 남의 뒤에 줄 서는 껍데기들. 확 쫓아버려야 한다. 그런 사회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각자 오리지날리티를 명함삼아 호주머니에 한 개씩 챙겨넣고 다녀야 행세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너의 생각은 뭐냐?”

‘어디서 줏어들은거 말고, 베껴온거 말고, 배워먹은거 말고, 번역한 거 말고, 너의 소속한 문중입장으로 대타 세우지 말고, 순수하게 네 안에서 우러나온 너의 진짜배기는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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