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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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3136 vote 0 2010.12.22 (17:17:20)

 

  구조론은 일원론이다. 한 눈에 기승전결의 전체과정을 조망하는 넓은 시야가 필요하다. 전체를 한 줄에 꿰어 보는 훈련이 되어 있어야 한다.


  롯데가 5000원짜리 통큰치킨을 팔아서 골목 자영업자를 죽이는 것만 보이고, 그 이면에 이명박이 광우병 수입소를 들여와 한우농민을 패닉으로 몰아넣어 송아지 헐값에 다 팔게 만들고, 그 결과로 한우값을 턱없이 올려놓으니, 쇠고기 먹던 사람이 불안해서 대거 닭고기로 돌아서고, 게다가 신종플루까지 가세, 그 덕에 프랜차이즈들이 들어와서 광우병 불안심리에 편승하여 웰빙시대 운운하며 닭고기값을 대책없이 올려놓고.. 이런 구조를 전면적으로 봐야 한다. 전부 한 줄에 꿰어져야 한다. 전모를 보아야 한다. 이 모든 사태의 주범은 이명박이다.


  진보와 보수가 50 대 50으로 팽팽하게 맞서서, 혹은 자유무역과 보호무역(장하준 이야기 나왔으니)이 대등하게 맞서서 공방을 벌이며, 새가 두 날개로 날듯이 견제와 균형을 이루며 발전한다는 식의 인식은 불완전한 것이다. 그건 보통사람의 그냥 생각이고, 좀 아는 고수가 보는 눈은 다른 것이어야 한다.


  진보는 있고 보수는 없다. 진보는 빛이고 보수는 그림자다. 빛과 그림자는 50 대 50이 아니다. 진보는 앞에 가면서 길을 여는 사람이고, 보수는 뒤따라 가면서 주워먹는 사람이다. 이 둘은 서로 대립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한 가지 사건의 연속적인 과정이다. 이러한 내막을 바로 알지 않으면 안 된다.


  공간과 시간의 함수관계가 있다. 테제와 안티테제의 공간적 대립이 아니라(전혀 아니다. 천만의 말씀. 피상적 관찰은 곤란하다.) 시간에서 하나가 지체되는 것이며, 이는 더 큰 단위의 테제를 만드는 절차다. 정과 반이 공간에서 만나 합으로 가는게 아니고, 실은 시간에서 지체하며 더 큰 단위의 정을 끌어낸다. 하부구조의 변화가 상부구조의 변화를 기폭하는 것이다.(실은 이미 일어난 상부구조 변화가  보이지 않는 손으로 숨어있다가 뒤늦게 발견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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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서독이 통일된 것은 빌리 브란트의 동방정책 때문이다. 그러나 사민당은 동독을 입구까지 유인하는데 성공했을 뿐 마지막 문턱을 넘지 못했다. 기민당의 헬무트 콜이 뒤따라 가며 주워먹은 것이다. 이때 독일 사민당과 진보세력은 잘못된 포지션을 택했다. 급격한 통일을 반대하는 잘못을 저지른 것이다.


  어느 지점에서 정치가 물리학으로 변한다. 처음에는 인간이 상황을 연출하지만 어느 단계를 넘으면 갑자기 물리학이 등장하여 사회법칙을 자연법칙으로 전환시키는 것이며, 그 지점에서 사민당과 진보세력은 오판을 저지른 것이다.


  서독과 베를린을 연결하는 고속도로는 서독이 닦아 주었는데도, 통행료는 서독사람이 내고 수익은 동독에서 가져갔다. 동독사람은 공짜로 그 도로를 이용했는데 그들이 타는 트라비는 70킬로 정도가 적정속도였다. 서독사람이 BMW를 몰고 총알처럼 스쳐가는 것을 보고 동독사람이 마음을 뺏겨버린 것이며, (BMW 타보고 싶어서 동독사람이 장벽을 넘어간 것.) 그때부터는 물리학이 지배하게 된다. 정치이론 다 필요없다. 생태계 법칙이 작동한다.


  기민당은 원래 반통일적이었지만 구소련이 붕괴되자 이게 웬떡이냐 해서 통일로 돌아섰다. 유연성을 발휘한 것이며 이는 보수의 특기인 ‘신속한 의사결정’ 때문이다. 이명박의 실용주의도 이와 유사하다. 주워먹자는 거다.


  진보는 원래 의사결정이 느리고, 보수는 원래 의사결정이 빠르다? 천만에! 진보가 의견통일을 못하고 노상 분열되며 자중지란을 일으키는 것은, 그것이 진보라서 그러한 것이 아니라 ‘틀린 진보’이기 때문에 그러하다. 내부에 동력원이 없기 때문에 의사결정이 느려지는 것이다.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 천만에! 동력원이 없으면 분열이 일어나고 동력원이 생기면 통합이 일어난다. 진보가 분열로 망하는게 아니고 길을 잘못 들어섰기 때문에 쓸데없는 노선타령하며 분열을 일으키는 것이다. 잘못된 진보가 문제일 뿐 진보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전혀 아니다. 허상을 버리고 진상을 알아야 한다.


  누군가 어리석은 노선타령을 하면 ‘어느 노선이 맞을까?’하는 바보같은 생각일랑 집어치우고 ‘아! 지금 우리 내부에 동력원이 빠졌구나.’ 노무현처럼, 유시민처럼 난국을 타개하고 치고 나가주는 선수가 필요하구나, 공중전을 할줄 아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구나 하고 눈치까야 한다. 인터넷 도입과 같은 에너지 흐름을 타면 노선싸움 필요없다. 촛불과 같은 돌풍은 노선과 무관하다. 그게 진짜배기.


  조만간 남북통일이 된다면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이 일으킨 북한 한류 때문이다. 만약 이명박이 주워먹는다 해도 이는 백 퍼센트 김대중 대통령의 공인데 진보가 무조건 반대만 일삼다가 모든 공을 이명박이 독식하게 만들 위험이 있다는 말이다. 돌아가는 판 전체를 봐야 한다.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순진하게 김정일 믿는 바보짓은 하지 말아야 한다. 원래 그런 자들 있다. 좋게 말하면 말 안듣고 꼴통이나 부리다가, 한 대 쥐어박으면 ‘음메 기죽어’ 하면서 쑤그리는 자들 있다. 김정일이 그런 자다.


  문제는 이런 황당한 역설이 아주 드물게 일어나는 얄궂은 현상이 아니고 항상 일어나는 당연한 법칙이자 수순이라는 거다. 항상 선구자는 남 좋은 일 시킨다. 독립운동가들이 피땀흘려 나라를 찾아놨는데 친일파가 먹고 있는 것이 일종의 자연법칙이다. 여기에 물리학이 숨어 있다. 뺏기지 않으려면 정신차려야 한다.


  가로채기는 사바나에서 흔히 일어난다. 치타가 빠른 발로 스프링벅이나 워터벅을 잡아놓으면 덩치큰 숫사자가 나타나서 완력으로 빼앗는다. 사자가 먹으려 하는 찰나 하이에나가 떼로 몰려와서 다시 약탈한다. 당연히 그렇게 한다. 이게 사바나에서는 일상다반사다.


  스페인이 금을 약탈해 왔는데 영국 해적이 중간에서 가로챈다. 그 해적을 깔보다가 당했다. 이후 영국이 세계사를 주도하게 되었다. 영국은 주워먹은 것이다. 주워먹는 자가 승리한다.


  우리가 열심히 해서 밥을 다 지어놨는데, 이명박이 숟가락 들고 덤벼들어 뺏어먹으려 든다. 이때 우리의 선택은? 현명해지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는 야당이니까 반대만 하고? 천만에! 우리 것을 왜 뺏겨? 미쳤나?


  초반의 포석과, 중반의 전투와, 막판의 끝내기는 하나의 과정이다. 구조의 눈으로 보면 보인다. 이명박이 작금의 경제위기를 수습한다면 역시 노무현 대통령이 만들어놓은 2400억 무역흑자 덕분이지, 이명박 덕이 아니다. 유권자들이 이걸 하나의 연속선상에서 이해하게 해야 우리가 이득이다.


  무턱댄 반대일변도는 적을 이롭게 한다. 적은 주워먹기를 노린다. 죽 쒀서 쥐 줄 일 있나 말이다. 이명박의 대북정책은 집적거려 보고 북이 붕괴하면 주워먹자는 거다. 아니면 말고다. 그 과정에서의 국민 희생은 나몰라라다. 고약한 자다.


  우리의 전략은 설사 이명박이 주워먹는다 해도 그게 다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 덕분이라는 것을 국민에게 인식시키는 것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유연한 사고를 해야 한다. 당근만 옳고 채찍은 나쁘다는 식은 곤란하다. 지금 이명박 채찍이 효과를 발휘한다면 그것은 이전에 햇볕정책 당근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안에도 북을 과대평가하여 두려워 하는 사람이 있지만, 북은 남을 더 두려워 한다. 김정일 독재자가 북한 주민을 겁줬기 때문이다. 그들은 북침을 무서워 하는 것이며, 햇볕정책 덕에 한때 그 두려움에서 벗어났다. 북에서 그 공은 김정일에게 돌아갔다. 그러자 북한 주민들 긴장이 풀렸다. 북침의 두려움에서 벗어났으니 이제 밥을 내놔라. 김정일이 궁해졌다. 햇볕정책이 김정일 목을 졸랐다. 햇볕정책이 북을 물가에는 끌고 왔으나 물을 먹이지는 못했다.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때마침 이명박이 김정일을 구원했다.


  김정일은 다시 전매특기인 공포를 사용한다. 북침위험을 과장하는 것이다. 이러한 김정일의 방법이 계속 먹힐까? 천만에! 북한 주민들은 이 공포와 긴장에서 벗어나고 싶어한다. 김정일은 다시 변덕을 부려야 한다. 두려움만으로는 북을 통제할 수 없다. 동시에 희망을 줘야 한다. 왜? 이전에 맛 본 햇볕의 달콤함을 북한 주민이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맛을 봐버렸는데?


  우리가 햇볕을 줘도, 강풍을 줘도, 어떻게 해도 김정일은 그것을 내부통제에 악용한다. 남에서 어떤 정책을 해도 단기적으로는 김정일 좋은 일 하는 셈이 된다. 이명박의 사기훈련(발칸포 1500발 쏴놓고 대포 쐈다고 구라치기는. 사기도 이런 사기가 없다.)은 북한을 일시적으로 더 결속하게 한다. 김정일 웃고 있다.


  김정일에 대한 과대평가는 곤란하다. 저 인간은 바보라서 여차하면 명박에게 가져다 바칠 수도 있는 자다. 믿을 사람을 믿어야지. 잘해주면 삐치고 돌아앉다가 줘패면 말 듣는 그런 쓰레기 인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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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다 노부나가의 창의력 덕분에 일본이 통일되었는데, 혼노지의 변이라는 돌발상황이 일어나서 토요토미가 주워먹고, 토요토미가 임진왜란 뻘짓을 저지르는 바람에, 그것을 다시 도쿠가와가 주워먹었다. 끝없이 피바람이 불었던 전국시대를 끝막고 평화시대를 열어젖힌 공은 오다에게 돌아가야 하는데 아직도 일본인은 주워먹기의 달인 도쿠가와를 숭배하는듯 하다.


  이 전체를 하나의 선에 꿰어 하나의 논리로, 하나의 수순으로 이해해야 한다. 오다의 초반 포석, 토요토미의 중반 전투, 도쿠가와의 끝내기로 봐야 한다. 무엇인가? 다음 대선에서 우리가 정권을 되찾으면 이명박의 미친짓까지 이용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명박의 강풍정책이 단기적으로 통일을 방해했지만, 차기에 우리가 잘만 하면 지금 이명박이 뻘짓을 할수록 우리에게 유리해진다.


  박정희는 북한을 겁줘서 30년간 북한주민을 단련시켜 놨다. 김대중 대통령의 한류가 북한을 노곤노곤하게 만들어 놨는데, 거진 다 녹았는데, 그러나 햇볕으로는 당나귀를 물가로 끌고갈 수 있을 뿐, 강제로 물을 먹일 수는 없는데, 이명박이 다시 겁주기로 다시 북한을 똥개훈련 시키는 것이며, 지금 북한주민은 아주 죽을 맛이며, 이때 다시 한번 더 노곤노곤하게 만들면 완전히 넘어오는 것이다.


  이건 뭐 강태공에게 자문을 구하지 않아도 다 아는 밀고 당기기 초식이다. 낚시줄은 원래 풀었다 감았다 하는 것이며, 박정희가 30년간 감았는데,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이 10년간 풀었고, 다시 이명박이 5년 감았으니 이제 붕어도 힘이 빠질대로 빠져서 거의 낚일 때가 된 것이며, 마지막 뜰채는 우리가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이명박이 반통일정책을 편다고 해서 방심하면 곤란하다. 상황은 언제 돌변할지 알 수 없다. 모든 경우의 수에 대비해야 한다.


  대업을 이루려면 아군의 힘만으로 부족하고 적의 힘도 이용할 줄 알아야 한다. 내 할 말만 한다는 식은 곤란하다. 돌아가는 판 전체를 관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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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삼성 주가가 천문학적으로 치솟고 있다. 필자가 최근에 갤럭시탭이 아이패드를 이긴다고 써놨는데(기계적인 해석은 곤란. 반드시 그러한 것은 아니다. 구조의 어떤 본질이 그러할 뿐. 이건희가 또 어떤 뻘짓을 할지. 잡스가 또 어떻게 반격을 할지 알수 없다.) 삼성이 갤럭시 시리즈 이후 구글과 손잡고 잘나가는 것은 사실이다. 인정할건 인정해야 한다.


  일전에 기아차 주식이 오른다고 했는데, 그 말 듣고 주식 산 사람 없겠지만 갤럭시로 삼성이 잘나가도 큰손들만 이익을 챙길 뿐, 이쪽은 그냥 쳐다보고만 있는 거다. 항상 그렇다. 뻔히 알아도 대응을 못한다. 눈 뜨고 당하지 말자는 거다. 영리해져야 한다. 한 두 번 해 본 장사냐 이거다.


  무엇인가? 전통의 이분법적 논리로 보면 자유무역과 보호무역, 진보와 보수, 아이패드와 삼성, 김대중의 햇볕과 이명박의 강풍이 50대 50으로 팽팽하게 대결하며 ‘새는 두 날개로 난다’는 격으로 함께 손잡고 역사를 끌어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천만에! 전혀 아니다. 어수룩하게 속지 말아야 한다. 정확히 보라.


  한 줄에 꿰어서 봐야 한다. 김대중 대통령이 차린 밥상에 이명박이 달려든 것이며, 아이패드가 낚은 고기를 이건희가 뜰채로 건진 것이며, 빌리 브란트가 해놓은 밥을 헬무트 콜이 먹은 것이며, 이 둘은 한 가지 사건의 연속된 과정이다.


   그러므로


  김대중 O, 이명박 X

  빌리 브란트, O 헬무트 콜 X

  아이패드 O, 갤럭시탭 X


  이런 식의 단세포적 인식에 머무른다면 위험하다. 현명해져야 한다. 그래야 이명박이 나꿔챈 고기를, 우리가 다시 뺏어올 수 있다. OX가 아니고 ->다. 오다가 지은 농사로, 토요토미가 밥을 했는데, 그걸 다시 도쿠가와가 가로챈 것이다. 우리는 다시 이명박의 것을 가로채야 한다. 그러려면 상대를 일정부분 인정해야 한다.


  선과 악의 문제가 아니고,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고 수순의 문제다. 우선순위의 문제다. 역사는 항상 후발주자가 특유의 주워먹기 기술로 선발주자를 추월하는 패턴을 반복한다. 선구자의 노력을 기회주의자가 가로챈다. 기회주의자를 비난할 것이 아니라 그런 기회주의자의 약은 수를 우리가 역이용해야 한다. 다시 가로채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쌓아놓은 무역흑자를 이용하여 이명박이 경제위기를 수습하고 있는 것이며, 그 이명박의 재벌 밀어주기를 역이용하여 우리는 다시 성장과 복지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복지만 하고 성장은 한나라당만 하고? 이런 식의 역할나누기는 최악이다. 죽 쒀서 쥐 준다. 부디 역할게임에 빠지지 말라. 역설은 이변이 아니고 상식이다. 당연히 돌고도는 것이다. 이명박이 경제를 못하면 응징해서 정권 뺏어와야 하고, 이명박이 경제를 잘하면 역시 우리가 먹어야 한다. 왜? 삼성이 장사를 잘할수록 예산이 늘고, 그 예산을 복지에 쓰는건 우리의 전매특허이기 때문이다.


  ● 이명박이 경제를 죽쑤면? - 응징하고 정권 뺏어온다.

  ● 이명박 시대에 삼성 잘 되면? - 역시 그 돈을 우리가 복지에 쓴다.


  왜? 복지는 아무래도 우리가 한나라당보다 더 잘하니까. 국민이 그걸 아니까. 이명박이 잘하든 못하든 그 과실은 우리가 챙겨야 한다. 양쪽에서 협공해야 한다는 말이다. 한 쪽으로 몰려가서 반대만 하면 최악이다.


  우리가 선발주자이고, 선구자이고, 앞에서 고생하며 길을 다 열어놓았는데, 이명박이 뒤에서 얍삽하게 가로채고 있는 것이 사실이며, 이를 역이용하여 우리가 재차 가로채야 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유연한 사고가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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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하준 이야기 나와서 말인데 보호무역이냐 자유무역이냐도 수순의 문제다. 중요한건 자본이 살아있으며 성장하는 생물의 특징을 보인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 ‘선보호 후경쟁’은 생물이 성장함에 있어서의 필연법칙이다.


  처음에는 보호를 해야하지만 계속 보호만 하면 다 죽는다. 경쟁을 시켜야 하지만 경쟁에만 맡겨둔다면 위험천만이다. 종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시장은 열어야 하며, 잠그기는 열기 위한 수순이어야 한다. 잠그기 위한 잠그기는 천하에 필요없는 뻘짓이다. 성장은 오직 열 때만 일어난다. 잠그면 성장은 죽는다.


  국가 전체의 인재를 100으로 보았을 때, 이 중에 영양가없는 공무원 철밥통이 1/3을 가져가고, 나머지 중에 반을 국영기업이 가져가면 민간기업은? 무엇인가? 초반에는 전략적 몰아주기가 필요한 것이다. 자원이 제한되어 있으므로 될성부른 떡잎에 몰아주어야 한다. 보호무역은 일종의 몰아주기다.


  성장성이 높은 곳에 자본을 집중 투입하는 것이다. 그 혜택을 재벌이 보았다. 그래서 어느 정도 힘이 세지면 경쟁을 시켜야 통제가 된다. 삼성, 현대는 한국이라는 좁은 바닥 안에서는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세계 안에서 경쟁을 시켜야 통제가 가능하며 이를 위해서는 개방이 필수적이다.


  본질은 무조건 개방에서만 이득이 발생하며, 보호는 개방하기 위한 수순일 때만 가치가 있다는 거다. 보호하기 위한 보호는 아무 이득이 없다. 보호와 개방을 공간의 50대 50으로 볼 것이 아니라, 시간개념으로 봐야 한다. 왜 공간은 보면서 시간은 보지 못하는가?

 

  우리가 미국보다 경쟁력이 세므로 지금은 무조건 개방이 이익이다. 이건 1+1=2처럼 뻔한 산수다. 초딩 산수도 안 되나 말이다. 개방만이 삼성, 현대를 통제할 수 있는 채찍이다. 세계시장에서 경쟁하게 해야 삼성, 현대의 약점이 드러나며 우리가 그 약점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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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주의가 이기는 이유는, 민주주의 시스템에는 내부고발자가 있어서 더욱 강하게 단련시키기 때문이다. 북한이 이번에 가짜포를 배치했다는 말도 있는데 이는 호르시초프 때부터 있었던 일이다.


  미국이 핵을 위주로 군비증강을 하고, 고성능 제트기로 소련 영토 깊숙이 들어와서 내부정탐을 하자 호르시초프는 곳곳에 가짜 미사일과 가짜 잠수함을 배치했는데, 발틱해의 100미터 짜리 초대형 고무잠수함이 유명하다. 인터넷에 이런 사진이 떠돌곤 했다. 그런데 미국이라면 이런 식의 가짜는 언론에 의해 대서특필 된다.


  민주주의는 가짜로 재미볼 수 없는 구조다. 이게 어느 쪽에 유리할까?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쪽과 진실만을 말해야 하는 쪽이 싸우면 누가 이기지?


  미국에서 소련을 위해 간첩활동을 한 부부가 사형된 일이 있었다. 그때 두 간첩은 끝까지 자신의 결백을 주장해서 미 당국을 당황시켰다. 소련은 이를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이때 많은 미국인들은 ‘과연 소련의 공산주의 세뇌공작은 철저하구나’ 하고 혀를 내둘렀지만 과연 그럴까? 천만에!


  그 두 사람은 미국인이었다. 소련에는 그런 인물이 나올 수 없다. 두 사람은 국가에 반역을 했지만 소련을 위해 반역한 것이 아니라, 개인을 위해 집단과 싸운 것이다. 둘은 이념을 떠나 신념을 지킨 대단한 인물이며, 소련에는 절대 그런 대단한 인물이 나올 수 없다.


  공산주의가 우월해서 미국정부에 반역한 것이 아니라, 미국의 개인주의가 아주 지독하게 강한 개인을 탄생시킨 것이다. 그 사건은 미국의 승리다. 한 편으로 두 사람을 사형시킨 미 정부의 패배다. 미국의 중심은 정부가 아니라 개인이다. 개인이 집단에 맞서 싸워 승리한 것이며, 그 부부는 공산주의를 위해 죽은 것이 아니라 개인의 가치를 위해 죽은 것이다. 이것이 진실이다.


  이러한 본질을 잘 봐야 한다. 내부고발자가 있을 때 세력은 강해진다. 내부에 적이 있어야 강해진다. 똘똘 뭉쳐 있으면 오히려 리스크만 커질 뿐이다. 뭉치면 죽고 흩어져야 산다. 이것이 세력의 작동원리다.


  탈무드 법에는 만장일치가 부결되게 되어 있다고 한다. 누구 한 사람 쯤 반대를 해줘야 전체를 돌아보게 되기 때문이다. 모두가 똑같은 생각을 할 때가 가장 위험한 순간이다. 총화단결하면 절대멸망이다. 북한이 좋은 예다. 김정일을 중심으로 단결하고 있는 것이, 결코 좋은 소식이 아니다.


  반미는 우리보다 미국인이 더하고, 미국인의 반미가 미국을 살찌웠다.


  그러므로 우리가 설사 반미를 한다 해도, 미국을 살찌우는 미국식 반미에 동조하는 식은 곤란하다. FTA에 반대하는 미국 일각의 주장에 동조하는 식의 반미는 결국 미국을 도울 뿐이다. 그게 실은 친미다. 한국은 FTA를 찬성하는게 맞고 미국은 반대하는게 맞다. 단기적으로 FTA는 모두의 이익이지만, 장기적으로 경쟁력이 센 쪽이 더 이익이다. 장기적으로는 한국이 더 먹게 되어 있다.


  큰 흐름을 봐야 한다. 큰 흐름으로 보면 이명박의 뻘짓도 김대중 대통령의 부처님 손바닥 안에서 피우는 잔재주에 불과한 것이며, 갤럭시탭의 약진도 아이패드가 만들어 놓은 흐름 안에서 작동하는 것이며, 그러므로 우리가 갤럭시탭의 약진에 대해 질겁할 필요가 없는 것이며, 이명박의 뻘짓도 우리가 이용할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이다. 장하준이 FTA를 비판해도 그 또한 개방이라는 큰 흐름을 인정하는 틀 안에서만 유의미한 것이다.  


http://gujoron.com




[레벨:15]오세

2010.12.22 (17:50:13)

김동렬옹, 정말 궁금해서 묻소

지금까지 정치인들은 동렬옹이 말한 걸 몰라서 못하는거요? 아니면 아는데도 안하는거요?

내가 정치인이라면 동렬옹한테 정치적 자문을 구할 법도 한데, 그렇게 구조론의 탁견을 세이경청할 사람이 사람이 정녕 이 땅엔 없는게요?

 

아, 정말 좋은 글 읽고가오.

이걸 읽으니 맹박이 헛짓거리에 쌓여있던 심화가 날라가는구려~

어이 시원하다 시원해.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0.12.22 (17:58:53)

소통의 문제가 있소.

모두가 알아야 손발이 맞지

그냥 혼자 아는 것은 현장에 들어가면 아니한만 못하오.

 

제갈량의 천재적 아이디어 이런건 만화에나 나오는 이야기고

실제로는 언론플레이를 통한 여론조정이었소.

 

제갈량의 천하삼분지계는 나관중의 유명한 거짓말이오.

아이디어가 먹히는 것은 사전에 공감대가 형성되었을 때 뿐이오.

 

프로필 이미지 [레벨:20]아란도

2010.12.22 (19:30:57)

 

^^오세님의 질문이 저도 오랬동안 궁금했었소.

그런데 어느순간 저절로 알겠더군요. 왜 그러한지...

그래서 때로는 이분법적으로 본 적도 있어서 마음속에서 어떤 절망감도 느끼곤 했었는데...

이제는 그러지 않으려 하오.

그리고 어떤면에서는 표현하지 않는 사람들도 이분법적으로 세상을 보지 않고 있다는 것도 어느부분 알게 되었소.

다만 돌아가는 판이 그렇게 표현하게 만드는 것일 뿐...

아니란 것을 알면서도 그냥 핑계를 갖다 대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도...

그래서 그것 자체마저도 이제는 벗어버려야 한다는 것도...

프로필 이미지 [레벨:20]양을 쫓는 모험

2010.12.23 (13:00:55)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다보니, 웃기는 현상이 나타나기 마련.

FTA를 반대해야 할 보수가 쌍수들어 환영하고, FTA를 찬성해야 할 진보가 반대하고...

보수의 가치, 진보의 가치를 위하여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표 나올 곳을 보고 판단하니까 이런 웃기는 일이...



[레벨:2]개혁과진보

2010.12.24 (11:23:33)

한가지 의문.

독일의 경우 빌리 그란트의 통일정책, 헬무트 콜의 주워먹기. 수긍이 됩니다.

한국의 경우도 같다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인데요.

박정희, 김대중, 이명박.

독일과 같은 구도라면 이명박을 통한 통일이어야 하지요.

그런데 이명박은 통일이 아니라 박정희로 되돌아간 것이라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요?

 

역사가 큰 틀에서 진보라는 것은 맞지만 그 안에서는 끊임없이 반복이 되고 있지요.

일직선이 아니라 나선형이라는 것입니다.

독일은 나선형에서 진행 시점이었고 우리는 진행 시점 이전에 되돌아가는 시점이라고 보이는데요.

시점이 다르기에 상황도 다른데 동일선상에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여겨지는데요.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0.12.24 (12:00:48)

구조를 알아야 소통이 됩니다.

제 이야기를 십분 이해할 것으로는 기대 안 합니다만.

 

다른 분도 리플은 보니까.

 

역사는 나선형이 아니라 일직선입니다.

나선형으로 보인다면 전모를 보는 것이 아니라 부분을 보는 것입니다.

 

제국주의와 같은 반동은 역사가 뒤로 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계가 커지는 것입니다.

인류역사가 시작된 이후 역사가 뒤로 간 적은 없습니다.

 

중세 암흑시대 같은 퇴보도

실제로는 문명의 중심 축이 지중해에서 아랍으로 옮겨간 것이며

 

퇴보한 것이 아니라 계가 커지면서 중심이동이 일어난 것입니다.

이는 도시가 팽창하면서 신도시가 뜨고 구도심이 슬럼화 되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유럽인의 유럽중심적 사고 때문에 암흑시대라는 사이비 용어가 만들어진 거죠.

르네상스도 부활이 아니라 실은 아랍에서 문명의 축이 옮겨온 거지요,

 

이 역시 도시팽창으로 구도심이 재개발을 하는 것과 같은 것이며 전체로 보면 팽창입니다.

문명권의 확대에 따라 중심이동이 일어난 것입니다.

 

문명은 지속적으로 확장해 왔으며 축소, 퇴보한 적이 없습니다.

단지 부분에서 일어난 혁신이 전체에 전달될 때 시간적 지체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며

 

이는 부분에서 전체로 판단기준을 바꾸기 때문입니다.

계의 확대에 따라 관측자의 위치가 이동했다는 말이지요.

 

그러므로 나선형으로 보이는 것입니다.

 

프랑스의 혁명이 나폴레옹의 반동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프랑스의 진보가 유럽 전체로 파급되는 과정으로 봐야 합니다.

 

실제로 유럽 전체가 진보한 결과로 나타났습니다.

프랑스만으로 시야를 좁혀놓고 보면 진보>반동이 반복되는 나선형으로 보이지만

 

문명에 국경이 그어져 있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 이명박이 반동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는 젊은층-지식계급에 먼저 일어난 진보를

모든 세대에 파급하여 전면화 하는 과정으로 보아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가 정권을 되찾아올 수 있는 터닝포인트를 잡을 수 있습니다.

즉 우리가 진보하는 에너지를 FTA와 같은 이명박이 좋아하는 그 지점에서 찾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내년에 있을 총선에서 우리가 이긴다면 

좌파가 주장하는 환경운동이나 이런 것이 유권자에게 먹혀서가 아니라

 

FTA나 재벌의 비대, 조중동의 오버, 이명박이 초래한 안보위기, 외교실패 등이 직접원인이 됩니다. 

즉 이명박 본인이 잘했다고 믿는 바로 그것이 이명박 몰락의 원인이 됩니다.

 

에너지가 그 쪽에 있기 때문입니다.

곧 죽어도 에너지가 있는 쪽을 주시해야 합니다.

 

역사는 오로지 진보할 뿐이므로

진보가 아닌 박정희는 애초에 논외입니다.

 

보수는 그 이전시대에 투자된 것을 수확한 것으로 봐야 하므로

박정희가 무얼 했건 그것은 그 이전시대에 투자된 것을 수확한 것이며

 

통일의 씨앗은 김대중 대통령에 의해 처음 뿌려졌고

지금이 거의 수확기가 다가왔으므로

 

그 결정적인 지점에

그 포지션에 누가 있든 상관없이 (이명박이든 혹은 차기 대통령이든, 혹은 그 다음 차차기든)

 

주워먹을 확률이 높은 것입니다.

이건 물리학입니다.

 

제 말은 지금은 우파든 좌파든, 진보든 개혁이든 이념과 상관없이, 노선과 상관없이

주워먹을 타이밍이므로

 

주워먹을 수 있는 상황이면 주워먹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는 옳고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단순 물리학이기 때문에

 

우리가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는 거지요.

축구시합이라면 수비수라도 주워먹을 타이밍에는 골을 넣어야 합니다.

 

공격수만 골 넣는다는 법은 없죠.

(수비수가 넣었어도 공격수가 찬스를 만든 것이며, 그 이전에 수비수가 공격수에게 패스한 것은 논외.)

 

지금은 운만 좋으면 주워먹을 타이밍이며

이는 확률의 문제이고 확률이 높아졌다는 것이며

 

역사상 무슨 통일방안에 의해 통일되는 일은 없습니다.

흡수통일이든 단계적 통일이든 통일방안은 그냥 입으로 떠드는 것에 불과하고

 

실제 역사의 변화는 결정적인 시점에는 거의 물리학에 지배됩니다.

인간들의 논의는 그 환경을 조성할 뿐이지요.

 

즉 무슨 통일방안이 긴장을 완화하거나 긴장을 높일 수는 있어도

그 자체만으로 통일이 되거나 안 되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단지 환경조성일 뿐 결정적인 한 방은 대개 외부충격에 의해 일어납니다.

그 외부충격은 구소련의 붕괴처럼 외부변수에 의해 돌발적으로 일어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돌발상황이 나타날 확률을 높이기 위한 환경조성으로

햇볕정책이 역할을 하는 것이며

 

실제 상황이 발생했을 때는 이념이나 노선이나 이런데 얽매이지 말고

유연하게 그리고 과단성있게 판단해야 합니다. 

 

구조론으로 보면

우기가 99프로 통일을 위한 환경조성을 할 수는 있어도 100퍼센트는 절대 안 됩니다.

 

그건 물리적으로 안 되게 되어 있어요.

단지 확률을 높일 수 있을 뿐이며 우리가 최선을 다해도 운이 나쁘면 100년 후에 될 수도 있습니다.

 

통일의 가장 큰 방해요인은

중국이 지금 내부적으로 제국주의 단계에 와 있다는 겁니다.

 

구소련이 분열해도 러시아는 주변국을 떼내고 석유를 팔아 이득을 봤는데

중국이 민주화 되면 분열되고 그 경우 남수북조, 서기동수 같은 대형프로젝트들이 무산되어

 

(제국주의는 보통 이런 식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등장하기 때문에 나타남) 

 

국가유지가 어렵게 됩니다.

중국은 이런 내부의 압력과 모순을 외부로 돌리고 있는데

 

그 때문에 도처에서 마찰하고 있습니다.

이는 국가건설 단계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21]이상우

2010.12.25 (10:30:24)

 혜안이란 말은 아무한테나 쓸 수 없는 말임을 늘 확인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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