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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1101 vote 1 2012.05.01 (14:13:52)

 


625가 일어난 이유

 

김용옥이 625에 대해서 좋은 강연을 했다는 말을 들었는데, 내용은 모르겠고 하여간 북침남침 따지는 쪼잔한 논의를 걷어치우고, 세계사 차원에서 거시적으로 봐야 한다는 말을 했던 모양이다.

 

중요한 점은 한국사가 세계사의 일부라는 거다. 우리가 왜에 의해 오염된 섬나라 근성을 버리고 대륙사의 관점을 얻어야 한다. 한반도는 대륙의 일부이며 결코 대륙의 바람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김용옥이 짚은 부분은 굉장히 많은 독립운동관련 사료가 우리의 논의에서 빠져 있다는 점이다. 친일파에 의해 의도적으로 삭제되었다. 역사를 지워놓고 논쟁을 하니 애초에 대화가 안 된다.

 

본질을 보자. 토요토미 히데요시는 왜를 통일하고 조선을 침략했다. 왜? 전쟁에너지의 유출이다. 일종의 김빼기다. 이와 같은 패턴은 동서고금 역사에 무수히 많다. 교과서적인 역사공식이다.

 

징기스칸의 정복도 그의 야심 때문이 아니다. 전쟁에너지를 외부로 돌렸더니 부하들이 끝없이 가버린 것이며 그는 브레이크를 거는데 실패했다. 정복의 대부분은 징기스칸이 한 게 아니다.

 

◎ 징기스칸의 본심 – 나는 고원을 통일하려 했을 뿐인데 애들이 너무 가버렸다. 나도 내 부하가 무섭다. 쟤들은 지금 미쳤다. 아무도 못 말린다.

 

지도자가 일을 벌이면 민중은 꿈에 부풀어서 들뜬다. 그 에너지는 강력한 소용돌이를 이루며 제멋대로 분출한다. 겉잡을 수 없게 되며 때로는 내란으로 전개되고 때로는 침략으로 분출된다.

 

대표적인 예가 중국의 문화혁명이다. 에너지가 외부로 나갈 길을 못 찾고 내부에서 소용돌이를 일으킨 것이다. 진짜진짜모택동파와 모택동진짜진짜파가 연길 시내에서 총격전을 벌이는 식이었다.

 

양쪽 다 모택동 이름을 걸었는데 본질은 야심이다. 그들은 이미 목숨 따위는 내팽개쳐놓은 상태. 눈동자 뒤집어진 거다. 아무도 못 말린다. 역전앞 대자보 한 장에 갑자기 수천명 모이면 헤까닥이다.

 

일제가 조선을 침략한 이유는 그 에너지를 내부에서 통제할 수 없었기 때문이고 히틀러 역시 마찬가지다.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 발단은 손문의 거사였다. 청조를 타도하여 만족을 추방하고 한족국가를 재건하자는 거다. 손문은 황제가 되려는 원세계의 야심에 눌려 좌절하자 일본의 힘을 빌리려 했다.

 

여기서 삑사리가 난 거다. 청조를 타도했지만 대신 만주를 잃었다. 일제가 슬그머니 만주를 삼켜버렸다. 당시만 해도 손해본 장사는 아니었다. 청조의 잔당이 만주로 도망갔는데 그 골칫거리를 일본이 해결해 준 셈.

 

여기서 중국인의 생각.. 만주가 아깝지만 대륙을 얻었으니 본전치기 장사는 된다. 손문이 일본 끌어들여 애썼다. 그깟 일본 섬 원숭이들이 더 이상 무슨 재주를 부리겠나. 일단 관망하자.

 

역사이래 왜구가 중국을 괴롭혔을 뿐 집어삼킨 적은 없다. 당시만 해도 일본은 남하하는 러시아를 막아주고, 골칫거리 군벌을 견제하여 중국이 새로 일어서도록 시간을 벌어준 균형자였다.

 

그러나 오판이었다. 국공내전이 일어나자 모택동은 만리장성 너머로 도망쳐 버렸다. 모택동은 중국에서 사라졌다. 장개석의 승리다. 근데 이상하다. 중국의 영토가 상당히 축소된 것이다.

 

장개석의 중국은 명나라때 영토로 축소되었다. 만주는 일제가 주워가고 티벳과 위구르와 대만은 떨어져 나갔다. 이에 중국인은 오만해졌다. 결정적으로 중국인의 가슴을 부풀게 한 사람이 조선의 독립군이었다.

 

중국인들은 조선이 나라를 일본에 들어다 바친 것이 아닌가 하고 의심하고 있었다. 그런데 조선인이 독립항쟁을 벌이자 중국인이 갑자기 욕심을 낸 것이다.

 

만주는 원래 청나라 땅이고 중국이 아닌데 조선인이 만주를 되찾아 중국에 돌려주겠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다. 여기서 대중국주의냐 소중국주의냐 선택의 기로에 선다. 모택동은 대중국주의, 장개석은 소중국주의가 된 것이다.

 

모택동은 세력전략을 썼고 장개석은 생존전략을 썼다. 러시아의 경우 트로츠키는 세력전략을 썼고 스탈린은 생존전략을 썼다. 당시 지식인들은 트로츠키가 옳았다고 믿었는데 결과는 스탈린의 승리였다.

 

물론 2차대전에 승전한 스탈린이 다시 세력전략으로 바꿔 동유럽을 통째로 집어삼켰지만 그건 나중이고 원래 스탈린은 소심한 자다. 세계혁명을 포기하고 러시아 영토나 지키자는 소국주의로 간 거다.

 

소심한 중국인들이 소국주의로 방향을 잡았는데 조선인이 그들의 가슴에 불을 질러버렸다. 수 많은 조선인 독립군들이 팔로군에 가담하자 전세는 일거에 역전되었고 장개석은 궁지에 몰려버렸다.

 

625가 왜 일어났는가? 스탈린은 원래 소심한 자다. 게다가 친미-친유럽이었다. 당시 유럽과 미국에 공산당 조직이 만연해 있었고 러시아는 스파이를 보내 유럽과 미국의 앞선 기술을 훔쳐야 했다.

 

3차대전으로 가면 제일 먼저 유럽과 미국의 공산당과 연계되어 있는 소련 스파이들이 축출된다. 선진국의 기술을 얻을 수 없게 된다. 러시아는 고립되고 이는 몰락으로 가는 지름길이 된다.

 

스탈린이 주춤하는 사이 모택동이 조선의 은혜를 갚는 결정을 내린다. 그때만 해도 베트남 북부에 장개석 잔당이 출볼하였고 대만문제도 미해결이다. 동쪽에 새로 전단을 하나 열면 압력이 분산되므로 문제해결이 쉬워진다.

 

공식개입은 무모하고 자원병 위주로 의용병을 모집한다. 가장 전쟁 에너지가 강한 골칫덩이들을 한반도에 보내 소모시키자는 거다. 이겨서 개선할 필요는 없고 가서 녹아없어져 버려라.

 

무엇인가? 난세에 인간들이 흥분해서 오만방자-기고만장 해지면 통제가 안 된다. 문화혁명은 모택동이 바보된 사건이다. 중국을 장악하지 못하고 10년간 무정부상태로 가버린 것이다.

 

결론하자. 중국의 공산화는 일본의 자선사업을 기대했던 손문의 오판 때문에 일어났다. 만족을 치자는 손문의 한족주의-소국주의가 참사를 일으켰다. 제국주의 시대에 소국주의를 선택했으니 큰 오판이다.

 

청나라를 치려면 힘이 필요하고, 힘은 외부에서 조달해야 하고, 그 힘을 외부에서 조달하면 브레이크가 없다는게 문제다. 일본이 손문을 도운 셈이 되었고, 중국은 만주를 잃었고, 일본은 만주에서 멈추지 않았다.

 

손문은 애초부터 대중국주의를 표방했어야 했다. 손문의 오판이 장개석의 친일행각으로 이어졌다. 장개석은 제갈량의 천하삼분지계를 생각한 듯 하다. 제갈량은 적벽에서 조조를 죽일 생각이 없었다. 물론 소설이지만.

 

조조는 힘의 균형자로 필요한 장치였다. 떠돌이집단 유비가 군사적으로 독립할때까지 일단 시간을 벌어야 했다. 장개석은 일본이 만주에 주둔하면서 청나라 잔당들인 동북의 군벌을 견제해 주면 일단 시간을 벌고, 그 사이에 장개석이 중국을 통일하면 되고, 일본은 가만 놔두면 미국이 해결해줄 거고, 그깟 섬나라 원숭이들이.. 이런 소극적, 패배주의가 참사를 일으켰다.

 

역대 중국은 이이제이 하다가 망했는데 그 꼴이 난 것이다. 몽골을 지원하여 금나라를 견제하려 하다가 몽골에 먹힌게 대표적이다.

 

반대로 스탈린은 생존전략으로 성공했다. 그 차이는 어디서 왔을까? 국경선이다. 열강은 러시아를 치려 했지만 길이 없었다. 군대를 상륙시킬 항구가 없었고 모스크바까지는 너무 거리가 멀었다.

 

중국은 다르다. 사방이 열려있다. 도마뱀이 꼬리를 자르듯 제 살을 깎아먹는 생존전략은 고립된 지역에서만 먹힌다. 지금 우리가 박근혜 하나를 해결하지 못해서 이러고 있는 이유도 진보지식인들이 소극적-생존전략에 치우쳐 있기 때문이다. 이러면 필패로 간다. 노무현 대통령은 세력전략을 선택했다.

 

생존전략을 채택해야 할 타이밍이 있고 세력전략을 채택해야 할 타이밍이 있다. 어려울수록 오히려 세력전략으로 가야 한다.

 

역사적으로 딱 요 정도만 하자 해서 된 경우가 없다. 만약 10을 원한다면 100으로 목표를 잡아야 한다. 100을 꾀하다가 실패하여 10이나마 건지는 거다. 처음부터 10으로 목표를 정하면 5도 못 먹는다. 이번 총선도 그렇다. 100을 목표로 세워서 실패했지만 10이나마 건졌다면 본전은 한 거다. 좌절할 거 없다. 목표를 높이 잡고 한 번 더 거세게 몰아쳐야 한다.

(다음 글과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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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면 패배지만 멈추지 않으면 패배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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