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칼럼
read 18680 vote 0 2008.01.14 (18:04:06)

내가 유시민이라면

소수의 열렬지지자가 모인 사이트에서 논객으로서 발언할 수 있는 여지는 넓지 않다. 이곳이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는 사이트여서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에다 쓰는 입장은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

포지셔닝의 어려움을 말하려는 거다. 토지공개념님은 ‘방향설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던데 나는 대한민국호의 방향을 말할수 있을 뿐, 정치인 유시민과 그 지지자의 진로는 말하지 않는다. 내가 말할 계제가 아니다.

나의 발언에 정치인 유시민과 그 지지자들이 영향받지 않기를 바란다. 다만 ‘인식의 공유’를 원할 뿐 판단과 행동은 각자의 몫이다. 나는 정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진실을 말하고자 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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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보고 온 것은 아니다. 노무현 보고 온 것도 아니다. 밑바닥에 고여 있는 에너지를 보고 온 것이다. 그 힘을 이용한 사람은 노무현, 유시민이지만.. 노무현, 유시민과 상관없이 그 힘은 역사의 필연에 의해 원래 있는 것이다.

이명박 겨울을 맞아 그 힘이 어느 방향으로 튈지를 주목한다. 센서가 있고 안테나가 있다. 이곳에 있다. 그래서 주목하고 있다. 가장 적은 에너지를 투입하고 가장 정확한 흐름을 짚어낼 수 있는 곳이 되기를 기대한다.

오마이뉴스 썩은 글 일일이 읽어주기도 귀찮고.. 그게 전부다.

토지공개념님이 필자를 부른 뜻은 ‘할 말을 하라’고 부른 것이지 뒷줄에 앉아서 어흠하고 폼잡고 있으라고.. 시민광장 대표 체면이나 세워달라고 부른 것은 아닐터이다. 쓴소리라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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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한다. 유시민이 가장 잘하는 것은 무엇인가? 토론인가? 그렇다면 그것을 해야한다. 중재인가? 그렇다면 그것을 해야 한다. 선동인가? 그렇다면 그것을 해야 한다.

정치적으로 인정받기 위해 칼날을 무디게 한다면 어리석다. 힐러리 조심하다 망가졌고 오바마 오바해서 뜨고 있다. 5년 후 대통령에 당선될 의도로 다양한 유권자층에 어필하기 위하여 몸을 사린다면 최악이다.

대선후보 나갈 사람이라고 보폭을 좁히면 딱 정동영 꼴 난다. 그는 5년 내내 눈치보다가 망했다. 자신의 장기인 몽골기병의 무대를 만들어내지 못해서 망했다. 그 몽골기병이라는 것이 뭔지 모르겠지만.. 정동영은 스스로 장담한 그것을 만들었어야 했다. (정적 김근태 견제하기 위해 통일부장관 맡고.. 이런 썩은 짓 하다가 망했다. 그는.)

유시민은 뭔가? 지금 단계에서는 노무현 그늘에서 독립하여 확실한 자기 캐릭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정동영이 몽골기병이라고 이름만 붙여놓고 끝내 콘텐츠를 채우지 못한 그것을 채워내야 한다. 생산해야 한다.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 유시민표가 나와야 한다. 상품이 나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칼을 갈아야 한다. 날을 세워야 한다. 본인이 잘 못하는건 포기하고 자신이 누구보다 잘하는걸 더 잘해야 한다. 열 가지 단점 감추기 보다 한 가지 장점 살리기에 주력해야 한다.

대통령 되려면 안티가 없어야 한다. 단점을 최소화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 단계는 이미지관리 하느라고 몸 사릴 단계가 아니다. 대통령 되려고 단점을 최소화 하려다가는 장점도 묻히고 만다. 결국 아무것도 못하고 허송세월 하게 된다.

대통령은 본인이 원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여러 개의 꺾은선 그래프가 어느 한 지점에서 기적처럼 딱 맞아져야 한다. 그것은 인위로 안 되고 하늘의 뜻이 닿아야만 되는 것이다.

지금 단계에서 그 하늘의 뜻은 유시민을 시험하는 것이다. 시험을 피해가려는 즉 죽음이다. 시험에 들기를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하늘이 유시민을 죽이려 한다면 기꺼이 그 십자가를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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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제일 머리 나쁜 사람은 ‘다음에는 오세훈’이라고 말하는 사람이다. 한 가지 장담한다면 제 2의 이명박은 절대로 없다. 이명박 따라하기는 필패의 코스다. 국민은 절대로 두 번 같은 메뉴를 먹지 않는다.

노무현은 적어도 반은 정권을 교체한 것이다. 정권상속이 아니라 부분교체다. 노무현은 김대중의 아류가 아니다. 김대중이 좋아서 ‘리틀 김대중 노무현’을 찍은 사람은 없고 김대중이 싫어서 김대중과 다른 노무현을 찍은 사람은 많다.

다음에 한나라당이 재집권 한다해도 적어도 반은 정권교체의 의미가 있는 교체다. 비슷한 코스와 비슷한 경력의 인물 둘이 연이어 되는 일은 절대로 없다. 다음에는 이명박의 대척점에 있는 사람이 당선된다.

다음 대선의 이슈는 ‘이명박 5년의 환멸’.. 바로 이것이다. 설사 한나라당이 정권연장을 해도 이명박의 단점을 보완하는 형태가 된다. 노무현이 김대중정권의 일부 단점을 보완했듯이.

자기 캐릭터를 드러내지 못하고 리틀 노무현이나 리틀 이명박이 되려고 하면 필패다. 누구 따라하기는 필패다. 정동영처럼 필패다. 감나무 밑에 앉아서 홍시가 떨어지기를 기다린다면 필패다. 몸사리면 필패다.

유시민은 젊다. 지금은 송곳처럼 삐져나와서 재능을 드러낼 때다. 본심을 숨겨야 한다. 이쪽의 의도를 들키지 말아야 한다. 몸조심 하면 할수록 ‘저 양반 대통령 야심이 있구나’ 하고 견제 들어가면 집중타를 맞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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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유시민이라면 당분간 정치 때려치우고 언론운동을 할 것이다. 그게 가장 크게 정치하는 길이다. 밑바닥에서 토대를 다지는 길이다. 신문사를 만들어 오마이가 못하고 한겨레가 못하고 경향이 못하는 그것을 할 것이다.

유권자 다수를 차지하는.. 진보나 보수 이념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주의 성향의 중도개혁세력을 묶어내는 것이다. 김대중도 찍고 노무현도 찍은 30프로의 중도개혁성향의 유권자를 잡아야 한다.

유시민이 이번 총선에서 실패한다면 언론운동을 하기를 기대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친노신당을 반기지 않는 것도 그런 의도가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지금은 수확할 때가 아니라 씨앗을 뿌릴 타이밍이라고 본 것이다. 당장의 세력화나 정치적 지분유지보다는 밑바닥에서 차근차근 판을 만들어가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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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이 대구에 출마한다고 한다. 당선 가능성이 없는데 왜 할까? 장렬하게 전사하기 위한 싸움이라면 전사한 다음의 계획은? 당선여부를 떠나 의미있는 승부가 될 것이라 보고 출마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두 가지 길이 있다. 지금 통합당을 나와서 친유신당(친노신당이 아니라)을 만든다면 대구출마는 당선여부를 떠나.. 길게 보고 가장 크게 판을 짜기 위한 장기적인 포석이 되어야 한다. 승산이 있다.

당선하면 노무현 그늘을 벗어나 유시민 정치를 펼칠 수 있으니 좋고.. 낙선해도 의미있는 선전이 되어 중요한 포석이 된다고 본다. 대구바닥을 한 번 흔들어 놓기를 기대한다. 대구에도 인간이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바란다.

지역당으로 전락한 통합당 간판으로 대구에 출마한다면 당연히 낙선하겠지만 역시 길게 보고 크게 판을 짜기 위한 희생이 되어야 한다. 이 경우 낙선 후 언론운동을 하기 위한 포석이 되기를 기대한다. 슬기로운 치고 빠지기가 될 수 있다.

총선전이냐 총선후냐 타이밍의 문제일 뿐.. 지역당으로 전락한 통합당과는 확실히 관계를 끊고 변방에서 새로 돌파구를 열기 위한 포석이어야 한다. 유시민은 유시민다워야 유시민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시민광장 (http://usimin.co.kr/)에 기고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E를 비롯하여 정치적으로 적대적인 사이트에는 펌이나 링크를 허용하지 않습니다. drkim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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