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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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6381 vote 0 2018.05.25 (08:53:03)

    북한은 준비되지 않았다


     북미회담은 사실상 북한의 항복조인식이다. 보통 이런 경우 항복문서에 사인한 사람은 죽는다. 사인을 해보지도 못하고 죽는다. 그래서 일본은 2차대전 때 항복을 머뭇거리다가 자국민 수백만을 더 죽인 것이다. 일본군 내부에 사인할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결국 원자탄 맞고 덴노가 항복을 선언하는 신세가 되었다.


    항복문서에 사인한 사람도 죽지만 그 사람을 죽인 사람도 죽는다. 항복한 사람을 죽인 사람을 죽인 사람이 권력을 잡고 다시 항복한다. 역사에 반복되는 패턴이다. 김정은이 죽거나 혹은 누군가 대타로 죽고 그 누군가를 죽인 사람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새로 권력을 잡은 누군가가 총대를 메고 항복문서에 사인한다.


    닉슨은 금본위제를 폐지하여 위기의 자본주의를 구한 위대한 인물이다. 중국과 수교하여 결과적으로 냉전을 종식하게 될 단초를 제공한 사람이다. 그러나 미국인들은 닉슨을 죽였다. 왜? 항복문서에 도장을 찍었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도장을 찍으려 했는데 그 사실을 비밀에 부쳤다가 들켜서 쪽을 팔았기 때문이다.


    도청소동은 핑계고 본질은 엘리트들이 일제히 이반한 것이다. 닉슨은 중국을 꼬셔서 안전하게 철수하려는 출구전략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를 공표할 수는 없었다. 호전파들은 절대 패배를 인정할 수 없다며 등 뒤에서 칼을 들이댔고 반전파들은 연일 시위를 해서 닉슨을 난도질했다. 닉슨은 양쪽에서 협공당했다.


    양쪽의 적들에 둘러싸여 비밀주의로 갈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는 재앙이었다. 늘 말하듯이 광해군의 비밀주의가 재앙의 원인이다. 정치를 음모로 하면 반드시 다친다. 닉슨이 다쳤다. 닉슨은 솔직하게 모든 정보를 공개했어야 했다. 미국이 졌다는 사실을 인정했어야 했다. 그래도 공화당에게 욕먹겠지만 말이다. 


    노무현도 반미꾼들에게 상상의 적인 미국에 항복했다는 이유로 등 뒤에 칼을 맞은 것이며 닉슨도 공화당에게 칼을 맞은 것이다. 이런 내막을 알고 있는 트럼프는 트위터로 열심히 소통하고 있다. 비밀주의는 위태롭기 때문이다. 그러나 뒤로는 몰래 특사를 보내고 있다. 비밀을 공개해도 위태롭기는 매한가지다. 


    지금 70대 노인 김영철이 나서고 있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젊은 60대 관료들이 반대하고 있다는 의미다. 물론 김정은 정책을 대놓고 반대할 수는 없다. 복지부동 들어갈 뿐이다. 시키면 하지 않고 핑계를 댄다. 남한기자가 와서 마구 사진을 찍어댈 텐데 어떻게 하지? 책임을 회피한다. 남한기자들에게 협조하면?


    남한기자들이 이상한 사진을 찍어서 북한을 모욕한다. 일이 터졌다. 어떻게 하지? 책임지면 되는데 책임지지 않는다. 책임지려면 남한과 같이 정당제도가 있어야 하는데 북한에는 그게 없다. 공무원이라 책임질 수 없다. 정치인과 공무원의 차이가 거기에 있다. 경험 많은 관료를 장관자리 앉히면 나라가 망한다.


    노무현 때 기용했던 관료출신 장관 중에 배반하지 않은 자가 몇이던가? 정치인은 동료와의 의리로 엮여 있으므로 책임을 져도 구원해줄 배경이 있지만 관료는 그것이 없다. 관료는 자신을 보호할 수단이 없으므로 반드시 협잡을 한다. 관료는 의리가 없을 뿐 아니라 의리를 엮어볼 기회도 없다. 그러므로 배반한다.


    차라리 아무것도 모르는 즉 전문성이라고는 전혀 없는 정치인 출신이 일을 잘할 때가 많다. 그 사람들은 대통령이 될 꿈이 있기 때문에 당장 욕을 먹더라도 5년 후나 10년 후를 생각해서 결단을 내리고 책임을 진다. 북한 공무원들의 대처는? 그냥 남한기자들이 사진을 못 찍게 막아버린다. 왜 막느냐고 따지면? 


    남한기자들이 먼저 규칙을 어겨서 그랬다고 둘러대면 된다. 공무원 특유의 보신주의다. 만약 김정은 수령의 정책에 호응해 남한기자들 편의를 봐줬다고 말하면 반드시 다친다. 이게 수령님을 팔아? 내부에서 이걸로 해치고 승진하려는 자가 반드시 있다. 그들은 의리가 없다. 한 넘이 틀어도 다 틀어지고 만다.


    원래 쉽지가 않다. 남녀 간의 결혼이라도 그렇다. 신랑은 몸만 오면 된다고 말하지만 몸만 오면 된다는 말은 몸만 와서 노예로 봉사하라는 강요와 같다. 몸만 가면 당한다. 한 재산 들고 가야 대우받는다. 남자 쪽은 몸만 오면 된다는 말이 상대방에 대한 배려라고 주장하지만 여자 쪽은 그게 공갈이라고 본다. 


    북한이 대책 없이 무장해제하면? 문재인은 도와준다. 조중동은 아니다. 인간의 잔혹한 본능은 통제되지 않고 표출된다. 게다가 중국이 옆구리를 찌르고 있다. 뭣하러 핵을 미국에 줘? 중국에 넘겨. 미국의 제재? 핵 폐기하면 기름은 내가 줄게. 중국은 북한을 엉덩이 밑에 깔고 앉아서 말려 죽이려 하고 있다. 


    겨우 숨만 쉴 수 있을 정도로 주면서 북한이 날뛰지 못하게 족쇄를 채우려 한다. 그런데 보통 그렇게 많이 당한다. 지금 북한도 위태롭고 미국도 위태롭고 한국만 편안하다. 그래도 한국이 있으므로 협상은 계속되어야 한다. 간단하다. 북한이 아직 혼수준비가 안 된 것이다. 몸만 오면 된다는게 한국 입장이다.


    그건 북한에 대한 배려가 아니라 무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쉬운 해결은 돈을 주는 것이다. 북한에 돈을 주면 북한 공무원들이 협조적으로 나와서 해결된다. 그런데 돈을 준다고 하면 공화당이 틀고 조중동이 틀어서 안 된다. 왜 북한은 돈이 문제가 될까? 북한은 예산이 없기 때문이다. 조선왕조와 같다. 


    호랑이가 나타나면 군대가 출동하는데 비용은 현지에서 징발한다. 현지에 필요한 비용이 100이라면 농민들에게 1000을 뜯어서 아전들이 가로채고 반은 이곳저곳에 뇌물로 들어간다. 이런 식이니 일이 될 리가 없는 것이다. 북한은 인민군들도 국가예산으로 먹고사는게 아니라 자체적으로 채마밭을 가꾼다.


    뭔가 해보려고 하면 중앙의 예산지원이 없을 뿐 아니라 공무원들이 뜯어먹으려고 달려들어서 일이 안 되는 구조다. 우리가 북한의 이런 약점을 납득하고 차분하게 준비해야 한다. 돈을 줘야 해결되는데 지금 돈줄을 막아놨으니 결국 중국만이 미소를 짓고 있다. 중국만이 편안하게 북한을 돈으로 조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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