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칼럼

“노무현 유령과 싸우는 이명박”
‘우리는 또라이 CEO를 만났는가? 그렇다.’

또라이 제로 조직(The No Asshole Rule)’의 저자 로버트 서튼 교수의 인터뷰를 참고할 수 있다.  

“또라이(Asshole)와 창의성은 본질이 다르다. 또라이가 미화되는 경우가 많은데 또라이가 있는 조직보다는 없는 조직이 훨씬 낫다. 경영자들은 또라이가 아닌 조직원들의 말을 경청하는 기술을 익혀야 한다. 권위주의적 리더십에 의존해서는 결코 구성원들의 창의성을 이끌어낼 수 없다. ‘또라이’는 단순한 기업의 문제아가 아니라 상당한 손실을 입히는 위협적 존재다. ‘또라이’ 한 사람으로 인한 조직 내 손실이 연평균 16만 달러에 이른다. ‘또라이’임에도 불구하고 성공한 CEO로는 애플의 스티브 잡스를 꼽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잡스와 일하라는 제안을 받는다면 거절할 것이다. 잡스가 성공한 것은 또라이라서가 아니라 그가 독보적인 미적 감각을 가졌기 때문이다.” [동아일보 발췌편집]

우리는 또라이 CEO를 만났는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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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라이란 큰 거 한 방을 노리는 사람이다. 조직과 시스템과 정밀한 로드맵으로 승부보는 것이 아니라 기막힌 아이디어 하나로 승부보려 한다. 기업세계에서는 이 방법이 통할 수도 있다.

한보그룹을 부도낸 정태수의 예를 들 수 있다. 그의 첫번째 한 방은 은마아파트 분양이었다. 가마니에 만원짜리 쓸어담았다. 그 다음이 문제였다. 계속 아파트나 짓고 있을 수는 없다. 그의 두번째 한 방은 제철소였다. 실패했다. 그는 기업을 말아먹었을 뿐 아니라 김우중과 손잡고 한국을 IMF 위기에 빠뜨렸다.

문제는 그가 전혀 반성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반성할 이유가 없다. 그의 선택은 그의 관점에서 볼때 옳기 때문이다. 한보가 부도나지 않았다면 작금의 철강호경기를 맞아 한보제철소는 대성공을 거두었을 것이다. 그는 아직도 정부와 은행이 자신을 밀어주지 않아서 한보가 망했다고 믿고 있을 것이다. 남들이 당연히 자신을 도와주어야 한다고 믿는 그 순진함이 부잣집 도련님의 어리광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말이다.

정태수의 한 방이 스티브 잡스의 한 방과 다르지 않다. 스티브 잡스 역시 치밀한 관리가 아니라 기발한 한 방으로 뜬 사람이다. 정태수와 스티브 잡스는 개인의 능력치가 다를 뿐 스타일이 닮았다. 실패한 또라이와 성공한 또라이의 차이다.

문제는 정치라는 세계가 원래 한 방이 통하지 않는 세계라는데 있다. 정치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구성원 전원에게 고루 기회를 부여하면서 정밀하게 조율을 해야 한다. 조직과 시스템에 의존하는 정밀항해여야 한다. 자기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고 다하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 개개인의 숨은 잠재력을 끌어내는 것이어야 한다. 바닷가에 제철소 하나만 튼튼하게 잘 지어놓고, 요지에 백화점 하나만 잘 올려놓으면 등 따숩게 지낼 수 있는 기업가 세계와 다르다.

특히 민주주의 시스템에 대한 이해수준이 문제다. 정태수와 김우중이 그 어리광으로 당연히 정부는 기업을 밀어주어야 한다고 순진하게 믿듯이, 기업인 출신들은 야당이나 학계, 시민단체가 당연히 견제들어간다는 사실을 모른다.

사실이지 권위주의 시대에는 발목잡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니 전두환이 그 아이큐로도 대통령 노릇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민주주의다. 만인이 만인을 감시하고 견제한다. 누군가가 특별한 능력이나 아이디어를 가졌다 하더라도 원칙을 어기면 당연히 제재 들어간다. 우리는 민주주의 룰로 옮겨와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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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인수위가 보여주고 있는 행동은 한 마디로 한 방에 대한 과신이라 하겠다. 이명박은 청계천 한 방으로 떴다. 한반도대운하 한 방을 시도하다가 여의치 않으니까 영어몰입 한 방으로 해결보려 한다.

한 방의 논리는 단순명쾌하다. 이걸로 유권자들 속여먹기는 쉽지만 복지부동하는 백만 공무원들 일 시키고, 반칙 일삼는 기업가들 제어하고, 형편 어려운 노동자 보살피는데는 적절하지 않다.

문제는 한 방으로 뜨려다가 야당 한 방에 발목 잡힌다는 거다. 큰 거 한 방을 노릴수록 큰 거 한 방에 KO된다. 여당이 위험한 한건정치로 노선을 가져가면 야당도 발목잡기 한 방으로 여당을 조질 수 있다.

정상적인 정치코스를 밟지 않고 외부에서 끼어든 아웃사이더 출신 정치인들의 특징은 민주주의 시스템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야당이나 시민단체의 견제를 부도덕한 행동으로 보고 권위주의 수법으로 제거하려 한다는 것이다.

지율스님식 드러눕기 나오면 이를 민주사회의 당연한 검증과정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물리력을 동원하여 제거해야 할 방해자로 여긴다. 결국 권위주의수법 나오고 그 결과는 민주주의의 후퇴로 나타난다. 화염병과 최루탄이 난무하던 그때 그시절로의 퇴보다. 벌써 지하철노조가 움직이고 있다. 취임도 하기 전에 말이다. 이명박들의 특징은 노조의 행동을 반칙으로 보고 권위주의로 제거해도 된다고 믿는 것이다. 이미 재앙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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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의 불행은 모든 것이 노무현과 비교된다는데 있다. 노무현은 집권 초부터 무수한 경제위기와 맞닥드렸다. 카드대란을 비롯하여 3월위기설, 4월위기설, 5월위기설 하며 온갖 위기설이 닥쳐왔다. 다 극복했다. 이명박 역시 집권초부터 위기를 맞고 있다. 주가 떨어졌고 부동산 들썩인다. 부시정권 골로가고 민주당정권 탄생하면 정반대의 이유로 한미관계 악화된다. 어쩔 것인가?

이명박은 무조건 노무현과 달라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나야 한다. 노무현이 그러했듯이 간섭안해도 일선공무원들이 알아서 일하게 하는, 저절로 돌아가는 시스템을 만들어 놓고, 책임총리에게 맡겨놓고 본인은 손떼는게 최고의 정치다.

공무원을 질타하는 이명박의 지금 행동은 공무원들을 왕년의 복지부동으로 몰아가는 것이다. 긁어부스럼을 만드는 것이고 공연히 평지풍파를 일으키는 것이다. 부잣집 도련님의 떼쓰기가 더이상 안 통할 때 권위주의 아닌 무엇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는가? 결국 권위주의고 최루탄이고 화염병이다.

작년에 5프로 성장을 했다. 이명박은 올해 6프로 성장을 해도 본전이다. 기업가출신이 판사출신보다 경제를 못할 수는 없지 않은가? 당연히 오버페이스 하게 되어 있다. 기업은 오버페이스 해도 되지만 국가가 오버페이스 하면 안 된다. 이쪽으로 가야할 고급인력을 저쪽으로 돌려버리면 다시 되물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IT로 가야할 인재들을 토건으로 내몰아서 그 인재들의 장래를 망치게 된다.  

또라이 CEO란 한 마디로 ‘이산이 아닌게벼’를 남발하는 사람이다. 우리는 그 사람이 대통령에 취임하기도 전에 이미 하루에 한 건씩 ‘이산이 아닌게벼.’를 발표하고 있는 현실을 목도하고 있다. 얼마나 더 뺑뺑이를 시킬 것인가?

처음 한 두번은 웃고 넘어가겠지만, 백번 넘게 같은 짓을 반복할 때는 당연히 응징 들어간다. 이번 총선은 어떨지 몰라도 4년 후에 한나라당 간판이 남아있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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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과 이명박은 둘 다 국민 고생시킨다는 점이 닮았다. 사실이지 지난 5년간 우리 국민들 고생했다. 깐깐한 원칙가 대통령 만나서 스트레스 겪었다. 심판이 계속 호각을 불어서 시합진행이 원만하지 않은 격이다. 대신 시합의 수준을 한 차원 올려놓기는 했지만.

원칙가 대통령의 깐깐함에 대한 반작용으로 국민을 괴롭히지 않는 편한 인물을 선택한다는게 암만 봐도 어수룩해 보이는 이명박이었다. 아뿔싸! 멧돼지 피하려다가 호랑이 만났다. 그는 아예 심판없는 시합을 주선하려 하고 있다. 개판났다.

노무현이 설계전문이라면 이명박은 시공전문이다. 설계는 치밀해야 좋고 시공은 공기를 단축해야 좋다. 문제는 시공이 설계를 부인한다는데 있다. 설계와 시공은 손발이 척척 맞아야 한다. 그런데 서로 한 편이 아니고 적이라면? 설계도를 믿지 않는 사람이 시공을 맡는다면? 설계도 없이 시공하려 든다면? 재앙이다.

깐깐한 운전사 만나서 스트레스 받았던 한국인 승객들, 원칙 안따지는 맘씨좋은 운전사 고르다가 음주운전에 과속운전을 일삼는 또라이 운전사에게 걸렸다. 다 한국인들의 자업자득이다. 하여간 나는 더 지켜볼란다.

데일리 서프라이즈에 기고합니다. drkim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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