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칼럼
read 18261 vote 0 2008.02.13 (15:45:46)

유홍준 대 이명박
'매를 벌어 저축하는 사나이'

화재가 누구 때문이냐 혹은 누가 책임져야 하느냐를 따질 필요는 없다. 매뉴얼대로 가는 거다. 시합에 진 것이 선수 잘못이라 해도 짤리는건 대표팀 감독이다. 매뉴얼에 그렇게 되어 있다. 논리가 필요한가?

선수를 짜를 수 없기 때문에 감독을 짜르는 것이다. 승객을 짜를 수 없기 때문에 운전기사를 짜르는 것이다. 우리 국민 모두의 잘못이지만, 국민을 교체할 수는 없기 때문에 정치인을 교체하는 것이다. 원래 그렇다.

왜 감독이 독박을 써야 하는가? 이동국도 잘못했고 박주영도 골은 못 넣었다. 그러나 짤리는건 코엘류고 본프레레다. 아드보카트에 베어백 하며 줄줄이 짤리는 이유는 그가 월급을 받아 이득을 취했기 때문이다.

숭례문 개방으로 정치적 이득을 얻고도 국민 앞에 사과를 하지 않고 버티는 자가 누구인가? 그 자를 짜르는 것이 맞다.

유홍준이 잘못이 없어도 당장 국민의 분노를 받아줄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동안 월급타먹고, 방송타먹고, 인기타먹고, 온갖 유세하고 다닌 유홍준이 물러나는게 맞다. 그러라고 그 자리에 임명한 거다.

지금은 군말없이 국민의 분노를 받아주는 것이 유홍준의 임무다. 그는 사표를 내는 방법으로 자신의 임무를 다하고 있다. 마녀사냥이라 해도 다 받아주는 것이 맞다. 감투라는 것은 원래 그 목적이다. 국민들 분 풀어주는 임무다.

마찬가지다. 월급타먹고, 방송타먹고, 정치적 이득을 먹은 이명박과 오세훈을 짤라야 한다. 그들이 감투썼고 위세부렸고 숭례문 문루에 올라가서 꼴값을 떨었다. 그들이 유무형의 이득을 보았기 때문에 먹은 만큼 게워내야 한다.

왜? 국민의 한 사람인 내가 분노했기 때문이다. 유홍준 얼굴이 TV에 나오면 얼빵한 조중동 독자들은 숭례문 화재 연상하고 열받는다. 분통 터뜨린다. 그것이 물리적 현실이다.

마찬가지로 이명박, 오세훈 얼굴이 TV에 나오면 숭례문 화재 연상하고 열받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다. 그들의 분노 역시 물리적 현실이다. 그 물리현상에 어떻게든 대응하지 않으면 안 된다. 어쩔래?

숭례문 문루에 기어올라가서 깝치는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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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 이 말이 함의하는 것은? 개혁과 호남 사이를 갈라놓는 전술이다. 그들은 성공했다.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이다. 신당이 탄핵범과 야합한 지금 개혁과 호남은 돌이킬수 없게 되었다.

마찬가지로 이명박과 유권자 사이를 갈라놓아야 한다. ‘이게 다 이명박 때문이다’ 이 말은 이명박의 실용노선-실제로는 무개념에 덤벙대고 사고치기 반문화적 노선-과 다른 이회창, 박근혜들과는 일단휴전이라는 암시가 있다.

지금 수구진영 감독은 이명박이다. 이회창, 박근혜는 선수다. 지금은 감독 한 사람에 집중하는 것이 맞다. 선수를 질타해봤자 달라지는 것은 없으니까. 감독을 교체하면 어쨌든 달라지는 것은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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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의 성금모금 주장은 재벌에게 돈 뜯던 독재정권의 준조세 관행을 되살리는 것이다. 국민의 정부 이후 준조세가 없어졌다. 현대 얼마, 삼성 얼마 하고 액수가 TV를 타는 모습을 볼 수 없게 되었다.

이명박에 의해 재연된다. 독재가 달리 독재랴? 바로 그것이 독재다. 국민들 줄세워서 선착순 놓고 뺑뺑이 돌리는 것. 한 줄에 세워서 서로 비교시키기. 우열반 가르고 나머지반 만들어 친구와 성적비교하게 만들기.

유격훈련장 조교들이 어리버리한 이등병들을 통제하는 데는 선착순이 최고. 독재자가 어리석은 국민들 통제하는 데는 뺑뺑이가 최고. 준조세 국민성금 반강제 모금이 최고. 영어몰입교육이 최고. 약발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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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일본군은 소대와 소대를 경쟁시켰다. 1소대와 2소대가 서로를 가상적으로 삼고 경쟁하되 축구시합이든 족구시합이든 이기는 쪽은 포상외박, 지는 쪽은 알통구보다. 소대끼리 서로 증오하게 만들었다.

일본군에만 있다는 풍습이다. 이것이 한국군에 흘러들었다. 내부경쟁 시켜서 통제하는 술책이다. 가만 놔두면 ‘우리의 주적은 간부다’ 이러는 병사가 있어서 통제가 안 되므로 서로를 가상적으로 여기게 만드는 거다.

그 정점에 선착순이 있다. 친구가 한걸음 앞서가면 내가 손해를 본다. 친구가 공부를 잘하면 내 석차가 떨어진다. 이것이 선착순이다. 동료를 적으로 만들기. 무엇인가? 이명박의 영어몰입교육이다.

내부경쟁을 심화시켜 놓으면 고분고분해진다. 말 잘 듣는다. ‘우리의 주적은 간부다’ 이러는 병사 없고, ‘우리의 주적은 담탱이다’ 이러는 학생 없다. 이명박의 영어몰입교육이 독재자의 그 더러운 수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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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가치의 싸움이다. 우리 사회의 가치전도 현상이 본질이다. 모든게 노무현 때문이라는 말은 노무현의 원칙과 상식 때문이라는 말이다. 노무현의 가치관이 우리 사회를 빡빡하게 했다는 말이다.

그 말이 맞다. 노무현 가치가 지배할 때 비리 목사들 떨었고, 비리 교장들 자살했고, 비리 재벌은 한강 다리에서 뛰어내렸다. 대통령이 작은 일에 대충 넘어가지 않고 빡빡하게 굴어서 많은 사람 피곤했다.

그러한 노무현의 ‘긴장시키기’가 더 많은 안전을 끌어냈다는 사실을 국민들은 모른다. 안전불감증에 걸린 한국인들은 모른다. 선진국에서는 원래 그렇게 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더 엄격한 원칙과, 더 많은 공무원과, 더 나은 대국민 서비스가 사회를 안전하게 한다는 사실을 모른다. 교통사고 사망자만 해도 확실히 줄어들었다. 그 안전의 값어치를 얼마로 쳐줄 것인가? 바로 가치관이다.

지금은 입을 모아 숭례문의 관리부실을 질타하지만 만약 거기에 야간경비원이 상주하고 있었다면 ‘저 공무원 놀면서 돈받네. 국민 혈세가 아깝다’ 하고 질타한다. 지금 정부를 비판하고 있는 바로 당신 말이다.

바로 당신이 공무원들 놀면서 월급 받는다고 질타한 그 사람 아닌가? 부인할 자 누구인가? 거기에 그 공무원이 그냥 가만이 서 있었기 때문에, 우리 사회가 더 안전해졌다는 사실을 모르고 말이다.

경찰이 부지런히 뛰어다니고 있다면 범죄가 일어났다는 증거다. 방범에 실패했다는 증거다. 그냥 가만이 서 있어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국민이 안심하고 열심히 뛰어다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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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이민가서 흑인동네에 구멍가게라도 해서 돈 번 한국인들은 왜 자신이 고생해서 번 돈을 지역사회에 기부해야 하는지 모른다. 돈을 벌수록 안전비용이 증가한다는 사실을 모른다.

장사가 잘 안될 때에는 아무런 일이 없었는데, 장사가 좀 된다 싶으니 웬 땡초스님이 문전에서 목탁을 치고 있고, 웬 지신밟기 팀이 시끄럽게 꽹까리를 치고 있다. 사방에서 푼돈 뜯으려 든다. 왜 그러는지 모른다.

마을에 부자가 생기면, 가난한 이웃이 부자 때문에 피해입는다는 사실을 모른다. 내가 내돈 벌어서 내 쓰는데 왜 저 사람들이 화를 내지? 나는 피해준게 없는데 말이다. 천만에! 피해를 줬다.

단순한 시기, 질투가 아니다. 사촌이 논 사니까 배 아픈게 아니다. 조용한 마을에 부자가 들어서면 일단 시끄러워진다. 자동차가 지나가며 매연을 내뿜는다. 교통사고 일어난다. 시끄러워서 염소가 새끼낳다 유산한다.

부자가 세탁기 돌리느라고 물을 많이 쓰면 간이상수도 물이 끊긴다. 부자가 물건을 많이 사면 상인은 많이 팔아서 좋은게 아니고, 물가가 올라서 가난한 사람은 명절에 제사도 못 지낸다. 실제로 피해를 주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지금 딱 그러한 위치에 와 있다. 부자가 베풀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의 초입에 와 있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더 많은 세금, 더 많은 공무원, 더 많은 복지 서비스가 있어야 한다. 이 단계를 받아들여야 선진국이다.

미국 부자가 새로 자동차를 구입하면 전 세계 옥수수값이 올라서 중국 농민이 돼지를 못 친다. 어떤 미국 부자의 자동차 구입과 어떤 중국 농민의 굶어죽은 사건이 명백히 연관이 있는 것이다.

미국 부자 자동차 구입≫석유값 상승≫사료용 곡물 알콜연료 전용≫옥수수 가격 폭등≫중국 농민 자살. 이건 작년에 실제로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돈 벌어서 내가 쓰는데 다른 사람이 피해를 입는다.

우리 사회의 발전단계가 지금 이 단계에 와 있기 때문에 갈등이 첨예해졌다. 그렇다면 그러한 갈등을 정밀하게 제어할 능력이 있는 사람이 정치를 책임져야 한다. 그런데 왜 도리어 갈등을 부추길 것이 뻔한 이명박이지?

갈림길이다. 이길 아니면 저 길인데, 이 길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고 가야 저 길을 편안하게 갈 수 있다. 인간 심리가 원래 그렇다. 역사이래 인간들은 늘 그래왔다. 시행착오 없이 거저먹은 일은 역사에 단 한 건도 없다.  

이 길이 옳지만.. 혹시 저 길이 옳을지도 모르는 불안감 때문에, 자꾸만 뒤돌아보게 되어서 이 길에서는 속도를 낼 수 없다. 어차피 속도 낼 수 없다면 저 길이 아님을 먼저 확인하고, 다시 돌아와서 제대로 속도내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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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가 진화한 것은 그 길이 옳기 때문이 아니다. 사자는 사슴을 먹고 사슴은 풀을 먹는 그 모습이 아름다워서 일제히 그리로 달려간 것이 아니다. 그렇지 않은 것이 모두 도태되고 그것만 남은 것이다.

마찬가지다. 역사이래 인류가 옳은 길을 알아서 간 예는 없다. 인류가 자본주의의 길이 옳다고 판단해서 그리로 간 것이 아니다. 사회주의로 달려갔는데 구소련이 망해버렸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자본주의만 남은 것이다.  

경쟁의 와중에 아닌 것들이 탈락하고 남은 것이 옳은 것이다. 지금 이명박의 길이 시험대에 들었다. 검증이 끝나면 이명박의 길은 폐쇄된다. 남은 길은 노무현의 길 뿐이다. 그 길 밖에 없기 때문에 그 길로 돌아가게 된다.

이 길이든 저 길이든 국민은 확실한 길을 원한다. 신나게 속도 낼 수 있는 길을 원한다. 그런데 아직은 우리사회가 선진국 진입의 초기단계이기 때문에 어느 길이 옳은 길인지 국민이 실감할 정도로 확실하지 않다.

그래서 혼돈이다. 그 혼돈은 조만간 정리된다. 이명박그룹의 거듭된 삽질에 의해서. 우리가 악의 근원인 조중동을 두들겨 패서 제거할 수는 없다. 옳지 않은 것들이 스스로 자멸할 때 까지 기다릴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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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진정 충격을 받아야 할 사실은 숭례문이 사라졌다는 사실 그 자체가 아니다. 그 사건에 대해서 국민이 화가 났다는 사실이다. 많은 국민들은 몰랐다. 국민이 이토록 크게 화를 낼 것이라는 사실을 몰랐다.

입으로는 욕하면서도 투표장에서는 이명박 찍으니까 몰랐다. ‘경제가 급한데 숭례문이 대수야’ 하고 다들 안이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 인간들 지금 입다물고 있다. 그들은 놀라야 한다. 충격받아야 한다.

운하삽질은 숭례문 백개 태워먹는 이상의 패악질이다. 어쩌자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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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은 드러나고 있다. 이명박 좋아서 찍은 것이 아니라 우리 앞에 놓인 길이 ‘노무현의 길’과 ‘이명박의 길’로 둘 밖에 길이 없으니.. 울며 겨자먹기로 이명박 찍었다는 사실이.

노무현의 길은 신물나게 겪어봤고.. 이명박의 길은 아직 모르겠고. 그래서 이명박 찍은 것이다. 아닌줄 알면서 요행수 바라며 혹시나 하고 찍어본 것이다. 아니면 아닌대로 확실히 확인이라도 하고 가려고.

그리고 이제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확인했기 때문에 5년 후 다시 노무현의 길로 돌아선다. 그 길 밖에는 길이 없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 살아남는 자가 승리자다. 다 죽고 노무현의 길만 악착같이 살아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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