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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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9551 vote 0 2009.03.08 (19:59:55)

대한민국은 지금 자살 중”
젊은 희망의 전문가가 필요하다’

오늘도 어김없이 자살소식이 뉴스사이트 대문을 차지한다. 연예인도 죽고, 애엄마도 죽고. 고통스럽다. 좀 살자. 제발 좀 살콰주구라!

불경기 때문만은 아니다. IMF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그때는 정말이지 살다살다 살지 못해서 자살한 예가 많았고.. 지금은 이유가 다양하다. 더구나 불경기는 이제 시작일 뿐이 아닌가?

최진실, 안재환 때문도 아니다. 모방자살이 있으나 그것이 본질은 아니다. 자살하는 이유는 자살로 내몰리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큰 이유는 '누구도 거기서 꺼내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누구도 한국인을 자살로 몰아가는 이 질식할 것만 같은 우울한 공기에서 구해주지 못하고 있다. 남대문이 불타고부터 한국에서는 ‘희망’과 ‘용기’, 그리고 ‘사랑’이라는 단어가 사라져 버렸던 거다.

정치가 희망을 잃어버렸다. 우리가 아시아의 민주주의를 선도한다는 꿈, 변방의 이름없던 작은 나라가 새로운 성공모델을 일구어 세계사의 본류로 멋지게 데뷔한다는 꿈을 우리는 잃어버렸다.

경제도 꿈을 잃어버렸다. 인터넷 중심 신경제를 선도하여 IT강국 대한민국의 브랜드를 내걸고 세계를 주도잡겠다는 동북아 중심국가의 꿈을 잃어버렸다. 대신 삽들고 바람찬 한강변을 서성거리게 되었다.

문화도 꿈을 잃어버렸다. 한류를 일구어 아시아를 휩쓸겠다는 꿈, 한국영화로 헐리우드에 맞서겠다는 꿈은 이제 흘러간 옛이야기. 워낭소리는 비극. 나는 이 영화를 보지 않는다.(IMF 때의 ‘아버지’를 연상.)

월드컵, 올림픽, 노벨상이래야 흘러간 레파토리일 뿐 더 이상 한국인의 관심사가 되지 못한다. 한국인에게는 새로운 꿈이 필요하다. 경제동물 일본과 다르고 인해전술 중국과 다른 한국인만의 고유한 가치.

백범이 갈파했듯이 세계 어느 나라에 가더라도 최고의 손님으로 대접을 받는 것. 품격있는 문화강국 한국의 비전, 우리가 남들과 다르게 특별히 잘하는 것이 그것이고 거기에 우리의 자부심이 있었다.

지금 우리는 천박해졌고 그 꿈의 원천을 잃었다. 이제 종교도, 정치도, 문화도, 경제도, 스포츠도 한국인을 구원하지 못한다. 종교는 권위를 잃었다. 정치에 개입하여 망쳐놓았기 때문이다.

80년대 성철과 김수환은 권위가 있었다. 지금은 떠나고 없다. 90년대 서태지에게 있던 위엄이 지금 신해철에게는 없다. 한국인은 기세를 잃었고 방향감각을 상실했다. 민주화의 자부심을 잃으면서 모든 것을 잃었다.

계속되는 자살릴레이를 이제는 끝내야 한다. 새로운 희망이 필요하다. 높은 희망이 필요하다. 누가 참된 희망을 줄 수 있는가? 희망의 전문가가 필요하다. 아무나 삽들고 희망을 말해봤자 공허할 뿐.

육체의 병은 의사가 전문가다. 절망의 병은 누가 전문가인가? 희망은 근본 문화력의 자부심에서 나온다. 그 나라 문화부장관의 수준이 그 나라 희망의 수준. 유인촌이 한국의 모든 절망을 대표하고 있다.

내부는 교착되어 있다. 활로는 밖에서 열어야 한다. 10년 전에 그랬고 또 5년 전에 그랬듯이. 새로운 생산력으로 무장한 젊고 힘있는 사람들이 바깥으로 나아가 인터넷 신천지를 개척하였듯이.

그들은 전문가였다. 2007년에 그들은 비토되었다. 김대중-노무현 정권 때 그들은 영화에서, 음악에서, 드라마에서, 경제분야에서 다양하게 목소리를 높였다. 그들은 386 정치인과 함께 퇴장했다.

빈 자리에 워낭할아버지 남았다.

희망도 전문가가 낳아야 한다. 삽들고 설치며 희망을 말하면 안 된다. 비전문가가 나서면 안 된다. 올림픽, 월드컵, 성장률, 4만불 이런 걸로 희망을 말하면 안 된다. 그건 너무 유치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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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네디 시대에 미국은 평화봉사단을 세계 곳곳에 보내며 자부심을 가졌다. 먼로주의로 변방에 고립되어 있던 미국이 그동안의 쇄국을 청산하고 넓은 세계의 품 속으로 뛰어든 것이다.

그들은 뒤늦게 막차를 탔다. 마침내 인종차별을 청산한 것이다.(남아공이 더 늦었다.-미국보다 더 유럽으로부터 고립된 남아공. 그리고 섬으로의 고립을 추구하는 우리나라 수구꼴통들과의 기묘한 일치를 보라.)

비록 늦었지만 세계사의 조류를 인정하고 그 흐름을 탔다. 그때 그들은 겸손했다. 그러나 곧 오만해졌다. 우주선을 달에 보내면서 기고만장해졌다. 레이건 시대 미국인은 냉전에서 승리한 뒤 도취되어 있었고, 클린턴 시대 미국은 인터넷 신경제로 들떠 있었다. 그들의 꿈은 점점 비루해졌다. 부시는 막장이었다.

한국은 어땠는가? 70년대까지는 먹고 사느라 정신이 없었고, 80년대는 민주화로 방향을 틀면서 조마조마 했고, 노태우의 반동때 무수히 자살했다. 수십여명의 분신항거가 이어졌다. 정말 암울했다. 왜?

민주화투쟁의 결과가 삼당야합이란 말인가? 영삼에게 배신당한 후 극도의 허무감. 지금과도 다르지 않다. 민주정권 10년의 결과가 조중동과 강남기득권, 경상도구락부의 반상회놀음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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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는 육체의 병을 고칠 뿐, 마음의 병은 누가 고치는가? 종교인이 고치지 못하고 정치인이 고치지 못한다. 문화인이 고치지 못하고 경제인이 고치지 못한다. 전문가가 아니면 안 된다.

한국인이 희망을 잃어버린 이유는 ‘미션’ 개념이 없기 때문이다. ‘왜 사는가’ 하는 질문에 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바보들은 그것을 적(敵)에게서 찾는다? 그들은 ‘왜 사는가?’하는 물음에 대답할 필요가 없다.

적의 존재가 그들을 긴장시켜서 오늘 하루를 살아가게 하는 힘을 주기 때문이다. 그런 자들이 있다. 온통 타인과의 비교로만 사는 자들. 어떻게 해야 하지? 답은 나와 있다. 미워하는 사람과 반대로만 하면 된다.

김영삼을 살게 하는 힘은 김대중에게서. 그의 좌우명은 ‘오직 김대중 반대로. 뭐든지 다 반대로.’ 이런 자는 쉽게 죽지 않는다. 복수심으로 사는 자들이 있다. 조갑제와 지만원, 전여옥과 이문열의 무리들.

그들은 잘 산다. 엉터리 미션이 있기 때문. 소인배의 미션은 비교우위. 꼴통들의 미션은 복수. 그들은 자기보다 약한 자들 위에 군림하는 쾌감으로 살고, 적을 미워하는 데서 얻어지는 긴장감으로 산다.

그들은 오늘도 떠나고 없는 노무현을 씹어대고 있다. 프레시안과 오마이뉴스 일부 필진들도 그렇다. 뭐가 그리 한이 맺혔는지. 참으로 불쌍한 자들이다. 남들은 다 사랑으로 사는데 오직 증오로만 사는 자들 있다.

노예근성에 오염된 자들도 굽실대며 잘 산다. KBS기자들 잘 살고, 조중동 종업원들 잘 산다. 굽실굽실 잘 살고, 삽질삽질 잘 산다. 그들은 백살까지 너끈히 산다. 강남 부자들도 콧방귀 뀌어대며 잘산다.

지금 한국은 죽어가고 있다. 강물이 오염되면 쉬리가 먼저 죽는다. 모질고 독한 짐승들 사는데, 착하고 순수한 식물이 죽는다. 독약같은 증오로 사는 자들은 잘 사는데 이슬같은 사랑으로 사는 이들이 죽는다.

한국인은 미션 개념이 없다. 전혀 없지는 않다. 유교주의에도 ‘천하의 의리’ 개념이 있었다. 공분을 앞세우고 공론을 존중하는 문화가 있었다. 그러나 서구에 비해서는 약하다. 그래서 ‘왜 사느냐’는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

많은 사람들이 자살로 내몰리고 있다. 누구도 구해주지 못한다. 미션 개념을 얻어야 살 수 있다. 먼저 개념을 잡아야 미션을 얻을 수 있다. 먼저 원리를 알아야 제대로 개념을 잡을 수 있다. 포지션을 찾고 방향성을 얻어서 살 수 있다.

신의 완전성과, 그 신의 진리와, 그 진리가 나투어 역사와, 그 역사의 진보와, 그 진보의 결과인 문명, 그리고 그 문명과 소통하는 지점에서 나의 자아와, 그 나와 문명의 연결고리인 양식. 그렇게 이어지는 맥락을 이해하기.

그 양식의 총합인 문화의 자부심이라야 인간은 비로소 호흡할 수 있다. 숨은 제대로 수고 살 수 있다. 신의 완전성이 진리와 역사와 진보와 문명으로 전개되는 맥락을 이해하고 흐름을 타야 순항할 수 있다.

고도성장기에는 그렇지 않다. 그때는 모든 사람들이 일제히 한 방향으로 달려가고 있으므로 아무데나 뒤에 가서 줄 서면 된다. 지금은 다르다. 노태우의 반동 때 좌절했듯이 지금 혼미하다. 방향성을 잃었다.

방향을 일러주는 스승이 없다. 종교인도 없고 정치인도 없고 예술가도 없고 대중스타도 없다. 작가가 쓰지 않고, 화가가 그리지 않고, 음악가가 연주하지 않고, 영화인이 찍지 않으니 구슬픈 곡소리만 사방에 가득하다.

알아야 한다. 세상 모든 것은 정밀하게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정치는 안 되지만 경제는 된다거나, 혹은 경제는 안 되어도 문화는 잘 된다거나, 혹은 문화는 잘 안 되어도 노벨상은 된다거나 하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전라도는 안 되어도 경상도는 된다거나, 지방은 안 되어도 수도권은 된다거나, 강남만 따로 잘살면 되고, 기득권만 오붓하게 끼리끼리 잘살면 된다거나 하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패러다임과 시스템은 원래 하나가 안 되면 다 안 되는 구조다.

어쩌겠는가? 구조가 그런데.

지금 다 안되고 있다. 정치가 안 되니 경제도, 문화도, 한류도, 스포츠도 다 안 된다. 다 안 되는 패러다임을 다 잘 되는 패러다임으로 확 바꾸려면 희망의 전문가가 나서야 한다. 소리쳐 불러내야 한다. 저 광장으로. 새 희망을.

새로운 생산력으로 무장한 똑똑한 젊은이들 앞세우고 세상을 확 바꾸는 거대기획을 내놓아야 한다.

http://gujoron.com


프로필 이미지 [레벨:2]가혹한너

2009.03.10 (03:00:42)

2009-03-09 03;28;09.jpg

"그들은 잘 산다. 엉터리 미션이 있기 때문. 소인배의 미션은 비교우위. 꼴통들의 미션은 복수. 그들은 자기보다 약한 자들 위에 군림하는 쾌감으로 살고, 적을 미워하는 데서 얻어지는 긴장감으로 산다."

좋은 글이네염

맥점

긴장감을 끊내고

한방 "찌름"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서늘한 칼로써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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