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칼럼
read 19126 vote 0 2007.12.18 (17:48:44)

너에게 떵박을 내린다

[대선일까지 펌과 링크를 거부합니다.]

나는 투표 안 합니다. 투표한 사람은 결과에 승복해야 되겠지요. 나는 투표하지도 않고, 승복하지도 않으며, (고장난) 한국의 민주주의 시스템을 인정하지도 않습니다. 웃기지 말라고 전해주세요.

정치가 전부도 아니고 국가가 전부도 아닙니다. 선거가 전부는 더욱 아니지요. 지난 10년간 나는 드라마를 얻었고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지난 10년의 결과에 만족합니다. 아쉬움도 미련도 없습니다.

지금까지 두 번 대선에 투표했고 두 사람을 당선시켰습니다. 어쩌면 그 두 번이 전부가 될 수 있습니다. 5년 전의 투표가 내 인생의 마지막 대선투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도 나는 만족할 수 있습니다.

내가 원하는 것을 얻었으니까. 진정 내가 원하는 것은 드라마였으니까. 이러 저리 몰려다니기 잘하는 군중들이 만드는 정치나 제도나 시스템 따위에는 본래 관심이 없었으니까. 그것들은 진짜가 아니니까.

제도나 시스템을 믿으십니까? 웃기지 마세요. 어리광은 버려야 합니다. 내가 잘못해도 제도가 받쳐줄 거라는 안이한 생각, 시스템을 따라가고 대세를 따라가면 어떻게든 된다는 안이한 생각 버려야 합니다.

인간이 중요합니다. 그 인간의 신뢰가 중요하지요. 제도와 시스템이 인간을 파괴합니다. 표피의 신뢰를 위한 장치가 근원의 신뢰를 파괴하지요. 민주주의? 웃기지 마세요. 그것이 얼마나 허약한 것인지 아셔야 합니다.

중요한건 진리입니다. 진리는 남산처럼 그저 존재할 뿐입니다. 그냥 그 자리에 있는 거지요. 아는 사람이 그 진리를 이용할 뿐입니다. 사람이 싫다고 하는데 진리가 달려와서 거부하는 사람을 억지로 도와주는 것은 아닙니다.

나는 그저 있을 뿐입니다.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나를 이용할 뿐입니다. 나를 잘 아는 사람이 나를 잘 이용하여 더 많은 이익을 가져갈 뿐입니다, 나 싫다는데, 필요하지 않다는데, 모르겠다는데 억지로 달려가서 소매 잡아끌고 길 인도하고 그런거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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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선거의 의미는 김대중, 노무현이라는 두 천재에 의해 과도하게 평가 되었던 한국인 본래의 수준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데 있습니다. 거품 걷어내고 그 적나라한 진실을 모두가 알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그들 다수는 떵박을 찍을 것이고 그 결과로 떵박을 갖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행복하냐고 나는 묻고 싶습니다. 떵박을 가져서 행복합니까? 내가 버린 저 덩쿨의 신포도 맛있냐고 물어보고 싶을 뿐입니다.

김대중과 노무현이라는 온실 안에서 편안하게 자란 한국의 진보가, 한국의 지식이 김대중과 노무현의 영향력이 사라진 지금, 문국현 똥통에 빠져서 허우적 대는 꼬라지 보라지요. 그들은 분수를 알아야 할 것입니다.

먹구름 밀려오면 거센바람 불 것이고 시련이 있을 것이고 강한 종자가 살아남을 것입니다. 옥과 석을 구분하는 눈을 얻게 될 것입니다. 문국현 똥통에 빠져서 헤매던 한국의 지식도 정신차리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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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호남의 연대는 끝났습니다. 15프로의 개혁세력이 대한민국호를 끌고가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솔직히 힘이 부칩니다. 지난 10년간 이 정도 해왔으면 많이 한 것입니다. 그들은 역사 앞에서 맡겨진 임무를 해냈습니다.

당분간 정치판은 이쪽 저쪽의 지역주의 집단이 세를 잡을 것이고 소수의 개혁세력은 용병을 뛸 것입니다. 그들은 되도록 약자의 편에 설 것입니다. 그러나 개혁세력과 중도파가 손을 잡는 것은 가능해도 거기에 수구세력까지 더하여 함께가기는 불가능합니다.

호남에도 있고 영남에도 있고 충청에도 있는 30프로의 수구세력은 빼고 갑니다. 당분간 우리는 고립된 소수로 갑니다. 성급하게 몸집을 불리다가 망했으니 몸집을 줄이고 갑니다. 버릴건 버리고 갑니다.

어느 한쪽이 다먹는 일방적인 게임이 되면 우리의 존재의미는 퇴색될 것이고 반대로 팽팽한 대결이 되면 캐스팅보터가 될 것입니다. 시대가 우리를 불러주면 역할을 할 것이고 불러주지 않으면 잠수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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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와 시스템에 대한 의존심과 그에 따른 어리광이 한국인을 나약하게 만든다고 봅니다. 제도는 기능할 때 기능하고 돌아갈 때 돌아갑니다. 때로 민주주의는 신기루와 같은 것입니다. 작동할 때 작동하는 것입니다.

무조건 투표한다는 것은 제도에 대한 의존심이며, 어떻든 대세를 따라가면 살수 있다는 막연하고 나약한 생각입니다. 아닌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급하면 지역주의자와도 손잡고, 급하면 탄핵범과도 손잡고 임기응변 얼렁뚱땅 속에서 썩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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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떵박을 내린다.

그들은 원하던 떵박을 가졌다.
거짓말장이에 범죄혐의자다.
한국인들이여!
떵박을 가져서 행복하냐?
거짓말장이의 졸개가 되어서 행복한가?
사기꾼을 대표로 선출해서 만족하냐?
그래서 행복하다면 말리지 않는다.
어차피 드라마는 끝났으니까.
그 신포도는 내가 버렸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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