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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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4438 vote 1 2019.06.25 (14:33:03)


    중국인의 전족


    당혹스러운 일이다. TV에서 연예인을 아프리카나 중앙아시아 오지에 보낸다. 소똥을 연료로 쓰는 현지인의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는다. 세상에나 세상에나. 똥을 손으로 만지다니 럴수럴수 이럴 수가. 마치 자신은 평생 똥을 한 번도 만진 적이 없다는 표정으로 말이다. 얼마 전까지 우리도 쇠똥을 연료로 썼잖아. 한국인 맞아?


    어릴 때 쇠똥 주우러 들판을 쏘다니지 않았어? 도대체 내가 어느 나라에 와 있는 거지? 한국인들이 번데기 먹는 모습을 보고 충격받을 외국인 입장은 생각을 해 본 거야? 심지어 개도 잡아먹는 것들이. 개고기도 먹고 번데기도 주워 먹는 엽기 한국인들이 마치 고고한 천사라도 되는 표정으로 쇠똥을 보고 인상까지 쓰다니. 어휴!


    십 년쯤 지난 일이겠다만 무한도전을 보고 충격을 받은 일이 있었다. 3미터쯤 되는 높이에 코코넛이 열려 있는데 날고 긴다는 무한도전 멤버 중에 나무 위로 올라가서 코코넛을 따오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바본가? 어릴 때 다람쥐처럼 나무 위를 오르내리고 그러지들 않았던가? 도대체 이 인간들 뭐지? 어느 나라에서 왔어?


    불행한 것은 그 멤버 중에 촌놈은 하나도 없었다는 거다. 비극이다. 도대체 나무에도 못 오르는 바보들이 무슨 도전을 한다고 난리야. 기저귀는 뗐니? 걸음마는 그래도 용케 하더라. 젓가락질도 제법 하더라. 어휴! 도무지 대화가 안 된다. 구조론연구소는 적어도 진지한 이야기를 하는 곳이다. 학문할 자세를 갖추고 와야 한다.


    전족 이야기 나오면 당혹스럽다. 천년의 눈물, 잔인한 풍속 이러고 선을 딱 그어버리면 의미있는 대화는 불가능하다. 열린 자세를 가져야 한다. 계몽하려는 권력적 의도를 가지면 학문은 죽는 거다. 정치는 빼고 권력도 빼고 쿨하게 가야 한다. 학문은 객관의 영역이다. 자기소개 안 된다. 사적인 감정은 빼고 가자. 겸허해지자.


    다들 문명중독에 걸려있다. 놀라지 마라. 몰랐나? 인간은 원래 야만스런 동물이다. 세상에 동족을 죽이는 미개한 동물은 인간밖에 없다. 잔인한 풍속이라는 것은 현대인의 관점이다. 적나라한 인간의 모습을 냉정하게 바라보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워낙 '포시랍게' 자라서 자신이 처음부터 문명인으로 태어난 줄 착각한다.


    포시랍다는 말은 사투리지만 달리 적절한 표현이 없다.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고 공주님에 왕자님으로 자라서 그런지 젊은이들이 나무에도 못 올라간다. 소똥도 만져보지 않았다는 사람과 무슨 의미있는 대화를 하겠는가? 용감한 베어그릴스에게 배워야 한다. 미식가가 되려면 똥이라도 맛을 볼 자세를 가져야 하는 것이다.


    고양이똥으로 만든 루왁커피는 잘도 마시면서 말이다. 중국인의 전족을 탓하기 전에 한국인의 야만성부터 직시해야 한다. 전족만큼 끔찍한 게 할례다. 한국인 중에도 많다. 포경수술 한 사람 있잖아. 그 짓을 왜 하지? 한국인도 고대에는 더 끔찍한 순장풍속 있었고 두개골 변형 편두풍속도 있었다. 아기 머리를 돌로 누른다.


    남자나 여자나 문신은 당연히 했다. 미개한 한국인들이 주제에 중국인의 전족에 대해 잔인하니 어떠니 이러면 의미있는 대화는 불가능이다. 가오리방쯔라고 한다. 한국인은 왜 여자를 때릴까? 이게 더 미개한 거다. 1920년대는 미국인도 대단히 미개해서 여자를 때렸기로 금주법소동이 생긴 것이다. 제 눈에 들보부터 보자.


    중국은 원래 여자들만의 공동체문화가 발달해 있어서 여자들끼리 의자매를 맺어 결혼 후에도 연락하고 왕래하거나 여자들만 배우게 되어 있는 글자를 사용하거나 등등 남자들은 감히 침범할 수 없는 금남의 규칙이 발달해 있었다. 이런 식으로 외부에서 건드리지 못하게 하면 고립된 공간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마는 거다.


    전족만큼 이상한 풍속은 세계에 많다. 대부분 없어졌다. 왜 중국인이 전족을 하는지를 묻지 말고 왜 그런 습속이 근래까지 사라지지 않았는지를 탐구해야 한다. 대부분 다른 부족과 차별화를 꾀하는 방법으로 집단 내부에 특별한 권력구조를 작동시키려는 의도를 가진다. 권력시스템이 존재하므로 잘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타 부족과의 경쟁에서 낡은 권력구조는 도태된다. 즉 야만적인 습속을 가진 부족은 경쟁에 져서 사라지는 것이다. 그런데 왜 중국은 전족이라는 여성집단 내부의 권력구조가 근래까지 끈질기게 유지되었을까? 중국을 위협하는 외부의 민족이 없었기 때문이다. 전족이 중국 외의 타민족에는 전파되지 않은 사실로 알 수 있다.


    전족을 한 지역은 중국이고 그렇지 않은 집단은 문화의 측면에서 중국이 아니다. 베트남이나 위구르나 티벳이나 몽골은 전족을 하지 않으므로 중국이 아니다. 그러므로 부족습속은 타민족과 차별화를 통해 집단 내부의 특별한 권력구조를 작동시키려는 의도로 존재하며 내밀하게 돌아가는 권력구조가 깨져야 사라지는 것이다.


    무르시족의 입술접시
    일본인의 검은 치아
    피그미족의 치아변형
    카렌족의 목 늘이기
    힘바족의 붉은 진흙 칠하기
    조에족의 뽀뚜루
    아파타니족의 코마개
    유태인과 일부 아프리카인의 할례
    거의 대부분의 종족이 하는 문신
    아프리카의 칼로 상처를 내는 문신
    아랍의 명예살인
    유럽의 코르셋, 하이힐.
    유럽의 마녀사냥
    한국과 중국의 순장
    인도네시아와 남미와 남태평양의 식인


    이상한 습속이 없는 집단을 찾기가 더 어렵다. 신체변형과 문신은 부족의 상징이며 다른 부족과 교류하면서 사라진다. 중국을 제압할 부족이 없어서 습속이 유지된 것이다. 중요한 것은 내부에 권력구조가 작동한다는 점이다. 일부 남아공 소녀들은 성폭행에 응해야 한다. 만약 어떤 소녀가 성폭행을 거부하면 왕따로 몰린다. 


    흥, 너는 순결해서 잘났다 이거지. 우리는 불결하다는 거야? 이렇게 되는 것이다. 소녀들의 그룹에서 축출된다. 북아프리카라면 할례를 하지 않으면 어린이 취급을 하고 소녀그룹에서 배척한다. 남자에게 매를 맞아야 하는 부족도 있다. 축제 때 남자가 매질을 하는데 여자는 노래를 부르며 매질을 견뎌낸다. 하마르족이라 한다.


    피투성이가 되지만 눈물을 보이면 안 된다. 나는 남자에게 복종하는 훌륭한 여자야. 매질을 해도 견디지. 이런 식이다. 등에는 무수히 많은 상처자국이 있다. 그 상처자국을 자랑하고 경쟁한다. 같은 남자들끼리도 몽둥이로 때리는데 정수리를 때리는 야노야미족이 유명하다. 40세를 넘는 남자는 다들 대가리를 맞아 죽고 없다.


    백인이 방문해 오면 자기 머리의 무수한 상처를 보여준다. 상처의 숫자는 영광의 기록이다. 이런 습속을 합리적으로 이해하려고 하면 안 된다. 인간이라는 동물이 원래 그런 끔찍한 동물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우리는 상당히 교육되었기 때문에 그게 잘못이라는 사실을 겨우 아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내밀한 권력관계다.


    모두가 하는 것을 하지 않으면 왕따가 된다. 전족을 하는 이유는 전족할머니들이 기술을 발전시켰기 때문이다. 원래는 일부 상류층이 천으로 발을 졸라매는 정도였다. 전족할머니가 신기술을 보급하는 바람에 5살 꼬마의 발을 부러뜨려서 열에 하나는 죽는 지경까지 폭주해버린 것이다. 문제는 이를 제지할 수단이 없는 거다.


    여자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남자는 일단 발언권이 없다. 청나라가 전족을 금지하려고 하자 청나라에 굴복하여 변발을 한 남자와 비교하여 여자들의 결전태세는 더 강고해졌다. 전족은 더욱 확산되었다. 왜 전족을 할까? 중국은 남자가 집안일을 한다. 몽둥이로 여자를 때리는 가오리방쯔의 야만함과 비교하면 문명국가이다. 


    전족으로 여권을 쟁취한 것이다. 이런 점은 히잡 페미니즘과 비슷하다. 여권향상을 위해 히잡을 써야 한다는 거다. 원래 히잡은 혼자 외출이 허용된 귀족부인의 특권이었다. 히잡은 신분의 상징인 것이다.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안 된다. 중국은 수시로 전족미인 선발대회를 열어 누구 전족이 탐스러운지 경쟁을 했다고 한다.


    얼굴이나 옷이나 장신구를 보지 않으므로 평등한 경쟁이 된다. 전족을 발 외에 다른 부분을 논하지 않으므로 사회의 결속 유지에 유리하다. 얼굴화장으로 겨루는 풍토가 되면 모든 여자가 손해를 보는 것이다. 요란하게 화장하고 야한 복장을 한 여직원이 등장하면 분위기가 뒤숭숭해진다. 시기, 질투로 불화의 공기가 감돈다.


    전족으로 경쟁한다는 것은 그런 면에서 상당히 합리적이다. 전족을 왜 하느냐 하면 좋아서 하는 것이다. 잔인하다는 것은 현대인의 관점이다. 먼 훗날 인류가 박물관에서 하이힐과 코르셋과 정조대를 발견하고 정조대를 왜 했지? 하이힐을 왜 신었지? 코르셋을 왜 했지? 하고 물으면 무어라고 대답하겠는가? 좋아서 한 것이다. 


    그런데 왜 좋지? 거기에는 은밀하게 작동하는 권력관계가 존재한다. 사회의 질서가 그 방향으로 맞춰져 버린 것이다. 유럽인들은 수십만 명을 마녀로 몰아 태연하게 불태워 죽였다. 천국 가서 심판받을 때 하느님께 불벼락 물벼락 똥벼락 3단 콤보로 맞느니 지상에서 불태워지는 게 훨 낫다는 식이다. 억울하게 마녀로 몰리면? 


    어휴! 그 경우는 하느님이 어련히 알아서 구제해 주겠냐고. 천국에서 따따블로 보상받겠지. 지상의 인간들이 신앙으로 한 일인데 오판이 몇 있었다고 하느님이 설마 이맛살을 찌푸리겠냐고. 다 찬송가 부르면서 한 일인데. 마녀의 화형을 구경하는 수만 군중 중에 이런 야만한 짓을 왜 하느냐 하고 의심을 품는 사람은 없다. 


    심지어 신대륙 미국에서까지 마녀사냥은 있었다. 인간이 그렇다. 전족의 본질은 남녀경쟁인데 중국은 외부에 경쟁자가 없다 보니 내부에서 경쟁이 붙은 것이다. 유럽에서 마녀사냥이 사라진 것은 유럽바깥에 대한 정보가 쏟아져 들어왔기 때문이다. 외부세계를 의식하면 쪽 팔려서 안 한다. 사실 전족도 순식간에 없어졌다. 


    중국인들은 천 년 동안 꿈쩍도 안 하다가 갑자기 바뀌었다. 청나라의 탄압에도 버티다가 갑자기 바꿨다. 왜? 쪽팔려서. 지금 한국도 비슷하게 남녀경쟁의 멸망으로 가고 있다. 여중에 여고에 여대에 남자만 가는 군대까지 있으면 망쪼가 든 것이다. 야만한 폭주를 멈추려면 남녀분리학교 없애고 군대도 여군이 있어야 한다. 


    모든 미개한 습속의 배후에는 권력시스템의 작동이 있다. 먼저 행한 사람이 선배로 대접받는다. 하지 않으면 왕따시킨다. 한국의 존댓말 시스템도 어떻게 보면 전 국민이 고통받는 미개한 문화다. 이 짓을 왜 하지? 문장이 길어서 종이낭비다. 자기는 태연하게 미개한 존댓말 습속을 지키면서 전족을 왜 하지? 히잡을 왜 쓰지? 


    터번을 왜 쓰지? 더러운 쇠똥을 왜 주워 모으지? 더럽게 번데기는 왜 먹지? 이러면 안 된다. 개고기 먹고 번데기 먹는 게 더 충격적이다. 이런 점에서 솔직하지 않으면 진지한 대화를 할 수 없다. 인류의 야만습속 중에 절정은 전쟁이다. 전쟁을 왜 하지? 전족은 양반이고 전쟁이 더 이상하다. 안해도 되는 전쟁을 왜 하느냐고. 


    전족을 왜 하는지 물으면서 더 미개한 전쟁을 왜 하는지는 묻지 않는 그게 더 이상하다. 정면으로 질문을 던져야 한다. 전쟁을 왜 하지? 미개해서 그런 것이다. 쪽 팔린 줄을 모르기 때문이다. 먼 훗날 교과서에 쓰일 것이다. 인류가 미개했을 때는 식견도 하고 식인도 하고 전쟁도 하고 그랬다고. 과거 인류는 꽤 멍청했다고.


    다들 전족을 했는데 전족을 하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물당번은 그 사람이다. 여기에 권력구조가 작동한다. 병원에서는 비교적 사지가 멀쩡한 사람이 식사당번을 해야 한다. 다들 전족을 하고 있다면 요리는 남자가 해야하는데 만약 대족이 한 사람 있어서 내가 요리를 하겠다고 나서면 모든 여성이 한명 때문에 피해를 본다.


    그 한 명은 배신자다. 처단해야 한다. 이런 권력의 논리 때문에 악습이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모두 화장을 하지 않는데 한 명이 화장을 했다면? 한 명이 하이힐을 신었다면? 한 명이 코르셋을 했다면? 응징 들어가지 않을 수 없다. 남자도 마찬가지다. 여자 눈치를 보고 화장을 하는 남자가 있다. 아이돌이다. 배신자라 하겠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19.06.26 (03:23:34)

"모든 미개한 습속의 배후에는 권력시스템의 작동이 있다. ~ 야만적인 습속을 가진 부족은 경쟁에 져서 사라지는 것이다."

http://gujoron.com/xe/110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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