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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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4228 vote 0 2013.07.22 (01:49:09)

 


    일본이 몰락한 이유는 디지털 시대의 적응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디지털이 아니면 아날로그다. 아날로그 정신은 장인정신이다. 장인정신은 완벽주의다. 완벽주의는 내용중심적 사고다.


    ◎ 디지털의 보편주의(대강주의) - 형식우선

    ◎ 아날로그 완벽주의(장인정신) - 내용우선


    구조론은 형식중심이다. 형식은 디지털이다. 아날로그가 완벽주의면 디지털은 대강주의다. 대강大綱은 그물의 굵은 기둥줄이다. 대강의 반대로 세목細目이 있다. 목目은 그물눈이다.


    대강은 큰 그물의 벼리가 되고 세목은 작은 그물눈 하나다. 일본이 완벽주의면 한국은 대강주의다. 세목에 강한 일본의 특징은 이어령의 ‘축소지향의 일본인’이라는 책에 설명되어 있다.


    대강과 세목이 대결하면 대강이 이긴다. 물론 ‘대강’ 한다면서 ‘대충’ 하는게 한국인의 단점이긴 하다. 한일양국은 분명히 국민성이 다르다. 사고방식의 차이가 문화의 차이로 굳어졌다.


    러시아가 한 동안 잘나갔던 배경에 사회주의 특유의 대강주의가 있다. 러시아의 AK47은 대강 만든 총이고 미국의 M16은 꼼꼼하게 만든 총이다. 어느 쪽이 인기인지는 불문가지다.


    신형 AK소총은 지금 미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총이라고 한다. 독일 전차는 꼼꼼하게 용접해서 만들었다. 러시아 전차는 대강 주물로 찍어서 만든 전차다. 성능은 독일 전차가 뛰어나다.


    전차 한 대를 비교하면 분명 독일이 낫지만 전차생산공장을 하나의 전술 단위로 보면 러시아가 낫다. 독일전차가 명중률 높은 소총이면 러시아 전차는 기관총이다. 사고방식이 다르다.


    독일 전차는 타겟을 때리지만 러시아 전체는 공간을 지배한다. 독일의 V2 로켓은 정확도가 높지만 실전에서는 러시아의 카츄사 로켓이 압도했다. 역시 공간의 지배가 정답이다.


    타겟을 때리면 상대주의고 공간의 지배가 절대주의다. 상대주의는 상대가 있기 때문에 상대주의다. 절대주의는 상대의 존재를 무시한다. 이쪽 의지대로 판을 끌고가는게 공간의 지배다.


    이쯤되면 러시아가 소 발에 쥐잡기로 우연히 승리한 것이 아니라 철학에서 앞서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철학만으로 이길 수는 없지만 당시 전쟁철학에서는 러시아가 앞섰다.


    미국이 M1소총의 정확성을 자랑할 때 러시아의 따발총은 드럼탄창으로 71발을 갈겼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아파트도 소비에트식 집단주택이다. 러시아는 농업도 이 방법을 쓴다.


    한국 농부가 노동집약적으로 정성을 기울일 때 러시아는 들판을 트랙터로 덮어버렸다. 한국 농부가 벼나 감자를 키울 때 러시아 농부는 공간을 지배했다. 물론 공간이 넓어서지만.


    러시아는 모든 분야에서 이 철학을 적용했다. 적어도 2차대전 당시 기준으로는 러시아 철학의 보편주의가 독일 장인의 완벽주의를 이긴 것이다. 미국도 여러 면에서 보편주의를 쓴다.


    2차대전 당시 미군의 군복이나 기관단총은 디자인부터 성능까지 날림으로 대강 만들었다. 군복만 따지면 확실히 독일군복이 밀리터리 마니아들의 탄성을 자아내는 완벽한 것이었다.


    포드시스템이야말로 근대의 보편주의 철학이 반영된 것이다. 포드는 나중 너무 보편에 집착하다가 GM의 완벽주의에 밀렸다. 러시아도 너무 보편에 집착하다가 망가진 측면이 있다.


    70년대는 파종된 감자의 절반이 수확되지 않고 밭에 버려졌다. 모스크바 시민들이 주말마다 기차타고 시골에 감자 주우러 다녔다고 한다. 대강을 추구하다가 대충으로 빠져버렸다.


    북한경제가 70년대까지 잘나간 이유는 러시아의 보편주의를 수입했기 때문이다. 트랙터를 도입하고 대규모 간척사업을 했는데 그때는 김일성의 트랙터가 박정희의 경운기를 이겼다.


    이쯤 되면 미국, 러시아, 한국의 디지털적 보편주의와 독일, 일본의 아날로그적 완벽주의가 역사적으로 대결해 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실제로는 둘 다 필요하지만 문화가 문제다.


    일본의 화식요리는 요리사가 옆에서 무릎꿇고 일일이 챙겨준다. 음식을 접시에 덜어주거나 불을 조절하거나 한다. 이른바 밀착서브를 하는 것이다. 문화가 이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구조론으로는 보편주의가 이긴다. 카츄사 로켓은 개념이 다르다. 다연장 로켓인데 고정된 타겟을 겨냥하는게 아니라 운동하는 공간을 지배한다. 애초에 문제에 대한 접근방식이 다르다.


    사건이냐 사물이냐다. 사물은 고정되어 있다. 사건은 움직인다는 전제를 깔고 들어간다. 독일의 V2 로켓은 고정된 타겟을 겨냥하고 카츄사 로켓은 움직이는 적의 운동공간을 제한한다.


    ◎ 보편의 절대주의 – 움직이는 타겟의 움직이지 않는 공간을 제압한다.

    ◎ 완벽의 상대주의 – 움직이는 타겟의 움직임을 따라붙는다.


    축구로 해도 이론적으로는 디지털적 토탈싸커가 아날로그적 패스축구를 이긴다. 패스축구는 상대방의 움직임을 따라잡는다. 잘 움직이려면 메시급 패스의 장인들이 있어야 한다.


    토털싸커는 길목을 지킨다. 대인방어가 아니라 지역방어에 지역공격이다. 장인은 대량생산되지 않으므로 포드시스템과 안 맞다. 아날로그는 소규모로는 되는데 대규모로는 안 된다.


    키가 작은 사람과 키가 큰 사람이 있다. 작으면 작은데로 크면 큰대로 맞춤전략을 쓰는게 아날로그의 상대성이다. 키 큰 사람만 모아서 농구팀을 만드는게 디지털의 절대성이다.


    아날로그는 전축의 바늘과 같은 뾰족한 접점이 있다. 포크트릭에서 바늘과 바늘이 맞물리는 뾰족한 지점과 같다. 아날로그는 그 소실점이 겉으로 드러나고 디지털은 안으로 숨는다.


    who와 what가 만나는 지점이다. 그 지점에는 상대성이 성립한다. 카츄사는 공간을 때린다. when에서 where를 때린다. 여기에는 절대성이 성립한다. 싸우면 절대성이 이기게 되어 있다.


    한국인이 최근 일부 지점에서 일본을 따라잡은 것은 일본의 아날로그적 장인정신이 한국에 없기 때문이다. 독일과 일본은 장인정신으로 컸지만 한계가 있다. 형식이 내용을 이긴다.


    독일과 일본을 비교하면 독일이 낫다. 독일은 합리주의 철학의 전통이 있어서 체계화에 열심이다. 일본의 장인들은 혼자만 알고 있다. 가업을 계승하며 자식에게만 비결을 알려준다.


    구조론은 보편주의와 완벽주의 중에서 하나를 취하고 하나를 배척하는 것이 아니다. 둘을 동시에 취한다. 보편주의도 장점이 있고 완벽주의도 장점이 있다. 그런데 보편이 먼저다.


    먼저 대강을 잘해야 한다. 물론 대충으로 빠지면 곤란하다. 대강 다음에 완벽의 장인정신이 필요하다. 일본의 문제는 소비자의 기호가 지나치게 장인정신에 물들어 있다는 점이다.


    일본 소비자들은 횟감을 골라도 장인정신으로 꼼꼼하게 고른다. 소비자의 마인드가 기업의 창의를 제한한다. 꼼꼼한 일본 소비자들이 대강 만든 기업의 제품을 소비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대강이 부각되는 디지털시대의 흐름을 못따라간다. 앞으로 엔진없는 자동차시대가 등장한다. 전기차시대다. 자동차가 전부 디지털화 되면 일본이 불리해질 것은 명백하다.


    스티브 잡스는 누구나 쉽게 조작할 수 있는 직관적인 제품을 만들었다. 이는 전형적인 디지털적 보편주의다. 그러나 지나치게 미니멀리즘에 매몰된 점은 일본식 장인정신의 폐해다.


    일본숭배자인 스티브 잡스가 일본의 장인정신에 영향받은 것이다. 러시아의 야크기는 누구나 쉽게 운전할 수 있다. 일본의 제로센은 성능이 뛰어나지만 숙련된 조종사가 필요하다.


    일본의 제로센 한 대가 미국의 버팔로 수십 대를 격추시킨 이야기는 즐비하다. 문제는 제로센을 조종사가 없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조종사가 많았는데 갑자기 조종사가 증발해 버린다.


    처음 일을 시작할 때는 우수한 인재들만 모여든다. 인터넷을 처음 시작할 때는 김어준급 인재들만 있었기에 일베충은 상상할 수 없었다. 인재들이 모두 전사하고 둔재들만 지원한다.


    과학계의 뇌과학 실험이 있었다. 손가락을 왼손이든 오른손이든 자유롭게 두들기게 한 뒤에 뇌파측정을 통해 손가락을 움직이게 하는 명령이 어디서 떨어지는지 조사한 것이다.


    우리의 상식은 뇌가 손가락을 지배한다는 거다. 실제로는 달랐다. 근육이 먼저 움직였다. 뇌는 근육의 잘못된 움직임을 제어할 뿐이다. 뇌가 근육에 지시하는게 아니라는 말이다.


    먼저 근육이 움직이고 뇌가 뒤에서 제어한다. 그러므로 뇌의 명령에는 NO 밖에 없다. 근육이 움직이면 NO와 NONO로 바로잡을 뿐이다. 뇌와 근육의 관계가 상호작용 구조다.


    상대주의는 NO만 할 수 있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지금과 같은 과도기 상황에서는 과감한 YES가 필요하다. 절대주의가 답이다.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이론이라는 말을 싫어했다고 한다.


    relativity라는 말은 광속의 절대성을 주장한 아인슈타인의 관점을 왜곡했다. 스승이 일원론을 발표해도 제자는 재빠르게 이원론으로 왜곡한다. 상대성이란 말은 이원론의 언어다.


    인간은 자연의 일부다. 자연에서 인간을 분리할 수 없다. 분리해서 상대성을 세운게 인간이라는 개념이다. 뇌와 신체는 분리할 수 없다. 분리해서 상대성을 세운게 뇌라는 개념이다.


    절대주의는 공간의 지배다. 자연에서 인간을 분리하지 않고, 신체에서 뇌를 분리하지 않는다. 다만 자연의 결을 따른다. 상대하지 않고 내 길을 간다. 상대주의는 인간을 상대한다.


    보편주의와 완벽주의 둘 다 필요하지만 보편이 먼저다. 일본이 당장 망한다는 말이 아니다. 근본원리와 방향성이 있으며 거기에 따른 국민성의 차이, 문화적 차이가 있다는 말이다.


    지금은 꼼꼼한 뒷마무리보다 통큰 비전제시가 필요하다.

 

 

    ###

 

    팟캐스트 3회가 나왔습니다. 녹음상태가 좋지 못하다네요. 4회는 잘 되었을듯.

 

    http://gujoron.com/xe/gujo_podcast/371573


[레벨:11]큰바위

2013.07.22 (04:38:43)

구조론은 통이 크다. 

구조론은 흐름이 있다. 

구조론은 그릇을 제공한다. 


이걸 말하면 저걸 가리키고, 저걸 말하면 또 다른 차원이 존재함을 알려준다. 


그렇게 세계를 엮는다. 

얽어 놓는다. 

모든게 연결되어있고, 관련되어 있고, 얽혀 있음을 보여준다. 


그게 구조론이 재밌는 이유다. 



[레벨:30]솔숲길

2013.07.22 (11:42:58)

징검 일 하는 집 밭은 풀이 없는데 꼼꼼 일 하는 집 밭은 풀이 한가득이라지요. 

프로필 이미지 [레벨:7]호야

2013.07.22 (14:04:55)

어떤일을 시작할때나 기획할때, 그 취지나 큰 틀 이런거 설명할라치면, 꼭 그런거 필요없고, 본론 들어가라고 재촉하는 사람있다. 내용이 중요하다며....
사실은 그 큰 것이 중요한건데.
[레벨:2]River

2013.07.23 (16:52:58)

중국 하얼빈 인근에 다칭이라는 최대 유전지대가 있소. 그외에 광물도 풍부한 지역이요. 북한과 인접한 길린성은 농업지대로 유명한 곳이요. 그야말로 만주벌판이요. 근데 어찌 아직도 경의선 빨대를 만주벌판에 꽂지않는지 이해할수 없소. 석유를 멀리 중동에서 배로 실어나르지 않아도 되오(일부). 극동 시베리아 지역과 사할린지역도 눈여겨 볼필요가 있겠소.
[레벨:3]코페르니

2013.07.30 (13:39:14)

그러니까 우리 조상들이 주름잡던, 만주, 시베리아 지방이 앞으로 인류자원의 보고가 될 것.

만주, 시베리아는 지난 수백년간 러시아, 중국, 일본이 기를 쓰고 선점하려던 곳. 

일본의 방사능오염과 지진으로 대륙진출에 대한 열망과 미국의 대중국전략으로 동북아는 말 그대로 자원전쟁이 될 공산이 크다.

중국의 경제력 확장에 '따른 민주화욕구는 중국의 분열을 가져올 것이고, 일본은 침몰해가는 항공모함이 될 것이므로 대외확장정책을 고집하려 할 것이다. 현재까지는 강고한 대륙세력과 막강한 해양세력이 양 날개를 이루어 국운이 순항하는 듯하였으나, 앞으로 중국의 분열과 일본의 몰락으로 양 날개가 무너지고 있을 경우, 우리의 선택은 어느 누구도 아닌 우리 스스로일 뿐이다. 자부자강, 각자도생의 길 뿐이다. 앞으로 5년안에, 늦어도 2020년 안에 동북아 격변이 일어날 것으로 예언하는 바, 나름 실력을 키우고 각자도생의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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