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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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1475 vote 0 2013.08.06 (20:06:57)

    개인적으로 좀비 캐릭터를 좋아하지 않지만. 설국열차의 교실칸을 보자. 세뇌교육을 받는 아이들은 뇌가 제거된 듯이 보인다. 그렇다. 그들은 좀비로 키워지고 있었던 거다. 영화는 한 마디로 좀비다.


    ‘힘들이지 말고 공짜먹자’는 슬로건을 내걸은 구조론의 관점으로 보면, 가장 구조론적인 캐릭터는 좀비다. 저예산으로 거저먹을 수 있다. 좀비는 남들이 다 해먹었고 우리는 변형 좀비로 밀어보자.


    구조론의 관점으로 본다는 것은, 8000원 내고 본전 뽑으려는 관객의 입장이 아니라, 자신이 감독이라면 어떤 영화를 만들겠느냐는 관점으로 보자는 거다. 좀비는 엑스트라들이 연기를 못해도 된다.


    예전에 많이 했던 이야기다. 스필버그의 초기작 대결(Duel)을 보자. 사막에서 트럭이 계속 쫓아온다. 트럭운전자는 보이지도 않는다. 괴물트럭은 좀비와 같다. 뇌 없는 괴물이 계속 쫓아오고 있다.


    트럭 좀비의 변형인 상어 좀비 죠스도 마찬가지. 역시 큰 입을 벌리고 사람을 쫒아온다. 무엇인가? 선택지가 제거된다. 갈림길이 있으면 A나 B 중에서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그러다가 영화 망한다.


    주인공이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는 상황에서 둘 중 하나를 선택하면 이미 망했다. 다른 모든 가능성을 차단함하여 필연의 구조를 조직해내는 것이 필자가 노상 강조하는 ‘선 굵은 그림’이다.


    영화 보다가 맥 빠지는 장면은, 찌질한 주인공이 악당에게 실컷 두들겨 맞다가 쓸데없이 악당이 말을 길게 하는 바람에, 주인공이 찬스잡아 반격하는 장면이다. 질 수도 있었으면 이미 진 게임이다.


    그 지점에서 이미 흐름이 끊어졌다. 선이 끊어졌다. 굵은 선이 아니라 가느다란 선이다. 대결(Duel)의 사막은 사방 어디로도 도망갈 곳이 없다. 살이 빠지고 뼈만 남으면 그것이 바로 필연의 구조다.


    모든 명작들은 이 구조를 쓴다.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라면 그 바다에서 피할 곳은 없다. 생텍쥐뻬리의 어린왕자! 그 사막에서 피할 곳이 없다. 사방을 막아놓고 있다. 이 구조는 무수히 복제된다.


    베껴먹자는 거다. 빨대꽂고 빨아먹는게 최고다. 베끼려면 곁가지를 쳐내고 본질을 포착하는 눈을 얻어야 한다. 스필버그의 걸작들은 죠스, 쥬라기공원, ET와 같이 사람이 아닌 것이 주인공일 때다.


    사람에 집중한 '칼라 퍼플'이나 '라이언 일병 구하기'는 사실 영화제 수상을 노리고 만든 가짜배기다. 졸작이다. 라이언일병 구하기에 대한 나의 점수는 0점이다. 그 지점에서 그는 나치가 되었다.


    진정한 스필버그 영화는 사람이 주인공이 아니어야 하며, 인디애나 존스 시리즈도 동굴이나 암벽이나 폭포 같은 지형지물을 잘 이용한다. 스필버그는 죽어있는 지형지물을 살아 움직이게 만든다.


    픽사 애니메이션은 사람이 아닌 것을 주인공으로 삼기로 유명하다. 토이스토리나 니모를 찾아서, 라따뚜이, 몬스터 주식회사, 월-E 따위가 그렇다. 반면 디즈니는 사람으로 밀어보다가 망하곤 했다.


    디즈니가 간간이 흥행한 것도 '라이언 킹'과 같이 사람이 아닌 것이 주인공일때였다. 올해는 드림웍스에서 달팽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나본데 역시 사람이 아니다. 좀비는 사람이 아니라서 진짜다.


    왜 사람이 아니어야 하는가? 평면에 그림을 그릴 때는 세 개의 소실점이 있다. 그러나 자연은 동영상이다. 실제로는 다섯 개의 소실점이 있다. 평면의 3+인간의 눈, 그리고 관성계의 중력점이 있다.


    디즈니의 그림체는 몸을 뒤튼다. 미키 마우스부터 톰과 제리까지 관습적인 디즈니의 그림체가 있다. 예컨대 앞으로 갈 때는 엉덩이를 뒤로 뺐다가 화살을 퉁기듯이 뛰쳐나가는 과장된 액션을 쓴다.


    이는 질량을 느끼게 하는 방법이다. 질량의 존재를 보여줌으로써 평면그림에 입체의 생명성을 불어넣는 것이다. 디즈니 특유의 활기있는 그림체가 된다. 다만 이 하나의 수법에만 의존하다 망했다.


    거기에 관성계 소실점이 있다. 3D영화를 제작한다고 치자. 인물의 무게중심을 하나의 점으로 나타내고, 그 점의 이동에 따라 팔다리의 움직임이 쫓아가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 관성계 소실점이다.


    물고기라면 물고기 몸통의 한 가운데를 찍으면 되지만, 꼬리지느러미는 빼야 한다. 해파리라면 촉수는 빼야 한다. 연날리기라면 가오리연 꼬리는 안 쳐준다. 오징어나 문어라도 다리는 빼야 한다.


    가치라면 객차는 소용없고 엔진칸에 그 소실점이 있다. 사람이라면 단전을 찍으면 된다. 정확하게는 회음부다. 관성계 소실점을 잘 나타내는 것이 바로 좀비다. 인물이 뒤뚱댈 때 소실점이 포착된다.


    김연아의 점프를 연속사진으로 보면 포물선을 그리면서 무지개꼴의 선 하나가 허공중에 그려진다. 그 선을 포착했는가다. 그걸 포착하지 못했다면, 김연아의 연기를 보았다고 말할 자격이 없는 거다.


    우사인 볼트가 초중반에 가속하는 지점을 보았는가다. 그걸 못보았다면 우사인볼트의 경주를 보았다고 말할 수없다. 70미터를 통과하면 공기저항과의 평형이 이루어져 더 이상 가속되지는 않는다.


    초반 30미터도 밸런스 잡는 과정이라서 눈에 띄게 가속되지는 않는다. 우사인 볼트는 딱 중간 40여미터만 ‘부웅!’하고 치고나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 뒤뚱대는 장면을 나타내야 선 굵은 그림이다.


    내러티브는 소설의 것이고 영화는 이미지다. 이미지는 소실점이고 동영상은 제 5의 소실점이 있다. 그 지점을 찾으려면 뒤뚱액션을 해줘야 한다. 파도 치는 배 위에서 두 사람이 액션으로 대결한다면?


    자동으로 취권이 된다. 취권 역시 그 소실점을 나타냈기에 흥행한 것이다. 이소룡 영화들도 마찬가지다. 매트릭스의 총알피하기를 예로 들 수 있다. 옆으로 피하면 쉬운데 하필 뒤로 자빠져서 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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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뒤로 자빠지면 어느 지점에서 허리가 꺾여야 하는가? 바로 그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나머지 모든 내용들은 그 하나의 지점에 연동되어 결정된다. 흥행영화들은 대개 공중에 띄우기 수법을 쓴다.


    기차는 매우 좀비스럽다. 좀비는 비틀비틀 걷는다. 기차는 엔진칸에 동력이 있고 나머지 칸들은 동력없는 좀비칸이라서 피쉬테일 현상이 일어난다. 꼬리칸은 불안정하고 머리칸은 안정된다.


    머리가 1 움직일 때, 몸통은 10 움직이고, 꼬리는 100 움직인다. 그래서 좀비가 비틀비틀 하게 된다. 디즈니의 그림체가 그것을 보여준다. 픽사의 인간 아닌 주인공들이 그것을 극대화 한다.


    어떤 하나에 전체를 연동시킨 다음, 나머지 전부를 잘라내고 최후의 하나만 남긴다. 그럴 때 무엇이 드러나는가? 아와 피아의 경계선이다. 기차 안의 전투가, 기차와 자연의 전투로 승화된다.


    기차 안의 모든 소동은 신과 인간의 대결 하나에 연동된다. 칼더의 모빌처럼. 기차를 걷어차고 신과 정면으로 대결할 때 진정한 구원은 얻어진다. 그 위태로운 한 지점을 포착할 수 있는가이다. 

 

    ◎ 동영상은 소실점이 다섯 개다.
    ◎ 다섯 번째 소실점을 드러내면 영화는 대박난다.
    ◎ 어떤 한 지점에 전체가 연동되어 결정됨을 드러낸다.
    ◎ 가장 쉬운 방법은 사람을 허공에 띄우는 거다.
    ◎ 지형지물을 흔들어도 그 효과가 난다.


    내러티브는 에피소드들을 촘촘하게 박아넣어 주제에 연동시키는 것인데 그딴거 필요없고 그냥 미션 임파서블법을 쓰면 된다. 뻔뻔스럽게도 눈에 뻔히 보이는 피아노줄을 노골적으로 타주는 거다.


    여주인공은 다리가 길어야 소실점이 관찰된다. 안젤리나 졸리는 비쥬얼이 그 자체로 인간 소실점이다. 전체를 관통하는 단 하나의 시공간적 지점이 있다. 그것을 창안하면 창조경제는 자동이다.


[레벨:10]다원이

2013.08.06 (23:05:49)

빨대..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3.08.06 (23:30:56)

다원이님은 이해못했을거라는데 5천원을 겁니다.

빨대만 눈에 띄고.

[레벨:6]sus4

2013.08.07 (02:40:09)

제 생각에 설국열차가 뒤뚱대는 이유가 또 있는데 

객차가 여러개이고 모두 문으로 막혀있어서 

다음에 무슨 상황을 맞닥뜨릴지 예측불가라는 점입니다.


보통은 일방향으로 뻗어있는 플롯이 몇개의 변수를 마주치면서 

조금씩 관객이 원하는 방향으로 모양이 잡혀가고

최대한 자연스럽고 막히는 것 없이 영화를 진행시키려고 하는데 

이 열차는 문 하나 열릴때마다 생소하고 인상적인 장면을 들이밉니다.

앞칸과 뒷칸의 온도 자체가 아예 다른 겁니다.


이야기의 개연성을 메우기 위해 상황들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혼란스러운 상황을 연출해보기 위해 이야기를 진행시킵니다.

물론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게 아니었겠지만.


반란군은 열차의 처음부터 끝까지 끌려다닐 수 밖에 없고

주변 환경과 동화되지 못하고 지속적인 화학 작용을 일으킵니다.

반란군이 진지할수록 희극적인 분위기가 고조됩니다.

그런데 반란군은 진지해야 한다는 게 포인트.


객차와 객차의 접속부위는 에너지가 방출되는 출구인 동시에

반전가 위기가 교차하는 변연부위입니다.

또 언젠가의 칼럼을 참조한다면, 이야기가 덜커덕, 하고 걸리는 지점입니다.

엔진을 소실점으로 하는 

단속적이고 불연속적인 리듬감이 형성된 것입니다.

열차가 레일위를 지나며 덜커덕 소리를 내는 것처럼

장면 장면들은 울퉁불퉁한 접합부위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 영화에는 분명 그런 매듭이 만져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나저나 취향이라는 것은 있으니

실망하는 관객들은 짜임새 있는 시나리오를 원했던 것 같고

뭔가 새로운 장면을 포착하고 싶었던 관객은 두번 세번도 보러 가는 것 같습니다.

무엇 때문인지, 제작비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설국열차의 생태에 대해 더 자세히 묘사해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은 남습니다.

[레벨:3]코페르니

2013.08.07 (08:45:35)

전 초기 전투씬이 꽤 인상적이었는데, 살육의 리추얼로서 생선을 가르는 행위를 하는 부분이 마치 몇년만에 한번씩 치르는 축제같은 분위기였고, 반란군의 입장에서는 생사를 건 전투씬으로서 올드보이의 망치전투에 버금가는 명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영어제목 Snowpiercer 처럼 얼음을 송곳으로 깨부수는 장면도 압권이었는데, 그런 흔들림과 빙하기의 종말로 녹아드는 얼음덩어리에 의해 Snowpiercer가 탈선하고 시스템이 망가지는 부분도 이 영화의 주된 이미지라 생각합니다. 

완벽해 보이는 CW(Capital World)의 Ford 시스템도 사실은 허구에 불과한 것이고, 그 종말을 창시자인 포드 혹은 자본, 신도 알고 있었을 거라는 것.  진정한 변화와 진보는 변화의 조짐을 발견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자들에게만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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