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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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1056 vote 1 2013.12.17 (14:26:53)



    시장경쟁 반은 사기다


    시장에서 경쟁하면 가격이 내려가야 한다. 물론 그럴 때도 있다. 그러나 경쟁을 시켰더니 가격이 오르는 경우도 많다. 인간은 합리적인 선택을 하지 않는 존재다. 과연 인간은 합리적인 동물일까?


    구조적으로 비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경우가 있으며, 그러므로 무턱대고 경쟁시키면 안 된다. 신혼부부가 여행 중에 호텔을 고르는데 한 쪽은 가격이 10만원이고 다른 쪽은 100만원이다.


    어느 쪽을 선택할까? 서비스 품질이 같다면 당연히 10만원을 선택한다. 그랬다가 그 부부가 이혼하면 누구 책임일까? ‘나를 십만원 짜리로 봤다 이거지?’ 그렇게 되는 부분이 있다. 교육과 의료다.


    미국식 의료보험으로 가면, 환자들이 병원을 선택하는데, 폭리를 취하는 나쁜 병원을 선택한다. 생명이 걸린 문제니까. 죽음을 앞둔 환자라면 전 재산을 팔아서라도 최고의 병원을 찾아보는게 맞다.


    정부에서 의료수가를 정해서 환자의 선택권을 없애야 한다. 선택한다는 사실 자체가 큰 부담이다. 사람들이 콩나물값 50원은 잘 깎지만, 캐나다 구스다운은 가격선택을 못한다. 그걸 입어봤어야 알지.


    걸핏하면 현기차 비싸다고 난리치지만, 막상 매장에 가면 죽어보자고 풀옵션을 고른다. 쓰지도 않는 기능을 전부 선택한다. 자기 한 사람이면 모를 일이지만 가족의 목숨까지 신경써야 하기 때문이다.


    가족이 함께 쓰는 TV나 냉장고는 최고급으로 사들이면서도, 주부가 혼자 쓰는 세탁기는 사지 않으려는 심리가 있다. 빨래는 주부의 역할인데 그 역할을 세탁기에게 뺏기기 싫다. 이렇듯 꼬여 있다.


    중요한 것은 의사결정 스트레스다. 무언가를 선택하고 결정해야 한다는 부담 자체가 굉장한 압박이 된다.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인간은 선택하지 않는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다. 결과는 나쁘다.


    그런 나쁜 경험을 한 사람이 오히려 성공한다. 산전수전 다 겪어봐야 큰 인물 된다. 그러므로 좋은 선택을 권할 수는 없다. 초반에는 더러 시행착오도 겪어봐야 한다. 때로 나쁜 선택도 해봐야 한다.


    ◎ 인간은 비합리적인 선택을 한다. ≫ 비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이 출세한다. ≫ 전국민이 비합리적인 선택으로 달음박질치면 나라 망한다.


    그러므로 합리적 선택을 하자고 캠페인을 할 것이 아니라, 사회의 일정영역에는 선택지 자체를 막아야 한다. 일부는 선택을 막아놓고, 일부는 열어놓되 비합리적인 선택을 해보라고 권장해야 한다.


    인간은 시행착오를 통해 성장하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나쁜 선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육과 의료, 국가기간산업은 나쁜 선택을 하면 안 된다. 그 부분은 자유로운 선택권을 막아놔야 한다.


    자식이 바이얼린 하겠다면서, 최고의 악기를 사달라고 하면 부모는 ‘싸구려 악기로도 연주할 수 있단다.’ 하고 꾸짖는게 옳을까? 아니면 집 팔아서 비싼 악기 사주는게 맞을까? 이건 예민한 문제다.


    나쁜 선택이 오히려 좋은 선택으로 되는 경우는 많다. 그래서 전 국민이 파가니니를 사들이면? 나라 망한다. 일부는 제한을 걸고, 일부는 자유롭게 경쟁하되 나쁜 선택도 말리지 않는게 정답이다.


    박정희는 근검절약 한다며 국민들에게 흑백TV를 강요했다. 북한도 보는 컬러 TV를 못보게 막았다. 합리적인 선택이다. 그 결과 경제가 망했다. 나쁜 선택이 경제를 발전시킨다. 비싼 옷 사 입어라.


    말은 이렇게 하고, 값싼 싸구려 옷 입는 현명함을 발휘한다. 나쁜 선택은 타인에게 권하는 거다. 미쳤지. 내가 왜 나쁜 선택을 하냐고? ‘여러분은 나쁜 선택해서 애국하세요. 나는 얌체니까 안해요.’


    국민이 근검절약하면 디자인 수준이 낙후해져서 먹고 살 길이 없다. 나쁜 선택이 좋은 선택이며, 좋은 선택은 오히려 나쁜 선택이다. 그러므로 시장에 맡겨야 한다. 그랬다가 폭주하면 나라 망한다.


    과외를 금지시켜야 한다. 각자 알아서 하라고 하면 과외가 필요하지 않은 사람까지 과외를 한다. 어쩔 수 없다. 폭주하는 거다. 반드시 제한을 걸어야 한다. 닫기와 열기는 동시에 가야 한다.


    상부구조가 있다. 선택지 안에서 선택하는게 아니라 선택할까 말까를 먼저 선택한다. 백화점에서 가격표를 들춰보고 샀다는 사실 자체를 참을 수 없는 모욕으로 치는 사람도 있다. 좋은 거다.


    이런 분이 애국자다. 물건값 깎을 사람이면 시장에서 사는게 맞다. 백화점에 왜 가냐고? 백화점에는 물건사러 가는게 아니라, 디자인에 대한 집단지능에 참여하여 인류발전에 기여하기 위함이다. 


    모르는 사람도 있는데 가격표 있으면 명품 아니다. <- 이건 오바된 표현인가? 


    시장의 환상을 깨야 한다. 인간은 합리적으로 선택하는 존재가 아니다. 단지 그럴 때도 있을 뿐이다. 상부구조를 봐야 한다. 상부구조는 합리적이냐 비합리적이냐가 아니라 의사결정구조 그 자체다.


    인간은 유리한, 혹은 불리한 선택을 하는게 아니라 일관되게 선택할 수 있는 결정구조의 건설에 치중한다. ‘죽어도 싸구려 옷은 안 입겠어’ 하고 결심한 사람이 옷값 벌려고 열심히 일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통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시장경쟁도 통제방법 중의 하나다. 국가가 통제하는게 더 낫다. 택시기사들이 시장경쟁해서 서비스가 좋아졌나? 버스가 준공영제로 가서 서비스 좋아졌다.


    경쟁하지 않을 때 오히려 서비스가 좋아지는 수도 많다. 철도 초창기에는 경쟁을 통해 우수한 기술을 가진 업체를 밀어줄 필요가 있었다. 기술개발을 하지 않는 업체가 더 많은 이익을 내니까.


    ◎ 기술개발하는 좋은 업체 – 요금만 비싸고 서비스 나쁘다. 

    ◎ 남의기술 훔치는 악덕업체 – 요금도 싸고 서비스도 좋다.


    기술개발 하는 애플보다 보고 베끼는 삼성이 더 많은 스마트폰을 파는 것만 봐도 그렇다. 훔치는게 더 의사결정 스트레스가 적다. 인간은 스트레스가 적은 쪽으로 움직이는 존재다. 결국 나빠진다.


    대칭원리를 보는 눈을 얻어야 한다. 세상에는 언제나 효과와 역효과가 있다. 좋은 점이 있으면 나쁜 점도 있다. 좋은게 결코 좋은게 아니다. 좋을 때 잠시 좋을 뿐이다. 좋은 기업이 나쁜 기업이다.


    철도를 민영화 해서 약간의 효율이 생길지 모르나, 국민 전체에 부담되는 의사결정 스트레스가 더 크다. 인간은 비합리적 결정을 한다. 인간은 결코 값 싸고 품질좋은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다.


    장례식을 겪어보고 느낀건데 많이쳐봤자 일천만원 짜리 서비스를 3500만원 받더라. 효자소리 듣고 싶은 상주라면 5천만원도 아깝지 않다. 문제는 소비자가 의도적으로 비싼 것만 고른다는 점이다.


    업자의 횡포도 있지만 소비자의 잘못도 크다. 그러나 잘못된 선택을 한 소비자를 나무랄 수 있을까? 장례식장에서 업자와 멱살잡고 싸울 일 있나? 그러므로 이건 국가에서 법으로 제한걸어야 한다.


    장례비용, 결혼비용은 합리적인 가격이 되도록 법으로 막아야 한다. KTX 비싸다고 말 많지만 사람들이 무궁화호 타지 않는다. 무궁화호는 일요일 오후 하고도 3시에서 8시 사이에 승객이 있다.


    한 시간에 한 번 운행하고 어떤 역은 하루 6번 선다. 민영화 하면 백퍼센트 요금 올라간다. 왜? 사람들이 비싼 차 타기 때문이다. 당신이라면 여자친구에게 무궁화호의 낭만을 권유할 수 있겠나?


    사람들은 최고의 서비스를 받기 원한다. 이것이 최고의 서비스다 하고 제한을 걸어놔야 한다. 자유롭게 선택하게 하면 최악의 선택을 한다. 무언가 선택하게 하는 사실 자체가 사실 고약한 거다.


    민영화 이익보다 국가적인 논쟁이 벌어져서 갈등유발 되는게 더 손해다. 흔히 손해 볼짓 왜 하냐고 말하지만 인간은 태연하게 손해보는 선택을 한다. 인간은 그런 동물이다. 그래야만 발전한다.


    정치인들은 ‘내가 미쳤냐? 손해볼짓 하게.’ 하고 눈알 부라리지만 태연하게 100조 날려먹은 사람이 이명박이다. 감옥간다. 손해볼짓 했다. 그런 이명박을 찍은 국민도 뻔히 알면서 손해볼짓 했다.


    옆에서 공범노릇 한 박근혜 책임은 반띵해도 50조다. 박근혜는 50조 물어내야 청와대 화장실 1회 이용권을 얻는다. 이명박의 미친 짓 뻔히 보고도 말리지 않은 사람이 미친 짓을 안하겠느냐고?


    분명히 말한다. 한국만 특별히 비싼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한국인은 가격이 싸면 사지 않기 때문이다. 소비자 탓할 일이 아니다. 한국의 의사결정구조가 문제다. 가족의 눈치를 봐야 한다.


    개인주의가 발달한 나라는 남의 눈치를 안 보므로 싼 것을 산다. 가족주의가 발달한 한국은 무조건 비싼 물건을 산다. 한국에서는 비싸야만 팔린다. 자본주의 배반이다. 시장원리의 배반이다.


    교육, 의료, 전기, 교통, 수도와 같은 것은 국가에서 제한을 걸어야 한다. 아리수가 건강에 이롭다고 해도 가격이 싸기 때문에 절대로 안 팔린다. 비싸도 에비앙이다. 아기가 먹을 분유가 그렇다.


    당신이라면 가격표 보고 분유를 고르겠는가? 중국제 분유를 잘못 골랐다가 병 나면 어쩌려고? 혹시나 아기가 병 날지 모른다는 걱정 때문에 아기가 아닌 당신에게 먼저 병이 나는 수 있다.


    시장원리? 먹힐 때 먹힌다. 더하고 빼면 본전이다. 왜 일 벌이나? 옳은 결정보다 옳은 결정구조를 세팅하는게 중요하다. 비합리와 비효율이 긍정적인 장면이 너무나 많다. 아는 사람만 방향 안다.


    모든 좋은 것은 단기적으로 좋은 것이며, 장기적으로 나쁜 것이다. 모든 나쁜 것은 단기적으로 나쁜 것이며, 장기적으로 좋은 것이다. 이 구조는 선진국이냐 후진국이냐에 따라 다르게 적용된다.


    또 시장 초창기냐 시장 완숙기냐에 따라 다르게 적용된다. 나쁜 것은 그냥 나쁜 것이고, 좋은 것은 당연히 좋은 것일 때도 있다. 그러므로 아는 사람이 큰 바다를 건너는 배의 키를 잡아야 한다.


   역설, 그리고 역설의 역설.. 이렇게 말하면 헷갈리는 사람도 있을 것. 벤처를 하겠다는데 성공확률 50퍼센트다? 밀어줘야 한다. 멀쩡한 기업을 건드려서 망칠 확률이 50퍼센트다? 막아야 한다.


     P.S. 

    인간은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며, 합리적인 것이 반드시 좋은 것도 아니다. 개인의 비합리성이 모여 집단의 합리성을 이룬다. 대중은 균형감각을 가져야 하며, 지도자는 대중의 그러한 속성을 감안하여 상황에 맞는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국가는 합리의 영역과 비합리의 영역을 별도로 나누어 두어야 한다. 


[레벨:11]큰바위

2013.12.17 (18:47:21)

눈이 보배입니다.

볼 수 있는 눈이 보배입니다. 


그런데 어떤 것은 보이고 어떤 것은 보이지 않는다고 하죠.


어떤 것은 당장에 유익인 것 같으나, 나중에는 망하는 길로 가고

어떤 것은 당장에 손해나는 것 같으나, 나중에 흥하는 길로 가는게 있지요.  

[레벨:5]SD40

2013.12.17 (20:08:06)

이 나라에 그런 장기적인 안목을 가진 사람이 있던 적도 있었죠
몇 년전 얘기인데 누가 보면 몇 세대 전 얘기 같습니다
[레벨:11]큰바위

2013.12.18 (03:19:11)

그러게요. 오늘은 변호인 보러가야겠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9]무득

2013.12.18 (09:46:20)

균형감각!!

 

이를 유지하려면 직관력과 통찰력이 필요하고

그럴려면 공부를 해야 되고... ㅠ

 

역시 세상은 공짜가 없습니다.

[레벨:14]해안

2013.12.18 (14:11:45)

올 한해 동안 ,

동렬님의 좋은 글[너무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물론 오래된 독자입니다만--]


감사드리구요. 

읽고, 감탄만 하고- 원고료[?]도 못 드립니다.


2013년도 끝나가는 절기에

즐거움이 넘치시기를 바랍니다.


미국에서

해안 드림!

[레벨:4]누노

2013.12.19 (19:33:34)

민영화 문제를 소비자선택의 합리성과 연결시켜 생각해 보지 못 했는데, 덕분에 또 혜안을 얻었습니다. 요즘은 동렬 님 글들을 경제,한국사, 생물학 등으로 분류해서 모아가며 과목별 구조론 교과서를 만들고 있습니다. 늘 감사드립니다. 이번 주말엔 런던에서 '안녕하십니까' 집회가 열린다고 합니다.  p.s. 참으로 희한하게도 제 전공분야에서만 구조론적용이 잘 안 됩니다. 답답합니다. 이유를 생각해 보니 전문가들이 항상 오판하는 원리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다루는 정보가 너무 많은데 제가 개입이 되어 있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영국에서... 

[레벨:16]id: momomomo

2013.12.20 (00:30:34)

와~ 과목별 구조론 교과서 넘 좋네요.^^

 

[레벨:4]작은 세상

2013.12.20 (03:25:21)

철도 노동자 총파업에 무한 지지를 보내며 !!



구조론 연구소는 저와 아내가 세상 보는 창으로 삼는 곳입니다.


이민자로 살아가면서도 늘 조국의 현실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데

동열님을 비롯한 많은 분들의 생각과 뜻, 바른 시각은

우리로 하여 늘 깨어있게 합니다.


올 한해 좋은 글로 인도해주신 동열님과 구조론 회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늘 눈팅만 했는데 한 번은 감사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캐나다에서 작은 세상과 비꽃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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