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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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9636 vote 0 2014.04.02 (12:07:36)

 


    유방이 유생 역이기에게 항우의 전략에 대처할 계책을 물었다.


    “옛날 은나라 탕왕은 하를 정벌하고 그 후대를 기杞에 봉하였고, 주나라 무왕은 은을 멸하고 그 후대를 송宋에 봉하였습니다. 이는 멸망한 귀족을 위로하고 천하에 인의를 과시하기 위한 것입니다. 대왕께서 망해버린 육국의 후대를 찾아 왕호를 회복시켜 주면 그들은 대왕의 덕을 칭송하고 한漢에 귀부할 것이며, 대왕의 인덕은 천하에 널리 퍼져서 초패왕 항우도 대왕께 머리를 숙일 것입니다.”


    유방이 역이기의 계책을 듣고 만족하였다.


    “그대는 육국의 도장을 새겨가지고, 육국의 후대를 찾아 나의 명의로 그들을 왕에 봉하도록 하라.”


    장량이 이 소식을 듣고 함 걸음에 달려와서 역이기의 계책을 따르면 안 되는 여덟가지 이유를 설명했다.


    “당장 그만 두십시오. 대왕께서 그동안 이루어놓은 사업이 하루 아침에 물거품이 됩니다. 천하의 명사가 대왕의 곁에 머무르고 있는 것은 조금이라도 공을 세워 한 뼘의 땅이라도 봉지로 받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대왕께서 육국 제후의 후대에게 왕위를 내려준다면, 대왕께서 신하들에게 내려줄 봉지가 없으므로 그들은 자신의 조국을 찾아 떠날 것입니다. 그렇다면 누가 대왕을 따르겠습니까?”


    유방은 장량의 말에 탁자에 있는 음식을 바닥에 내던지며 역이기를 욕하였다.


    “무식한 유생 놈 하나 때문에 천하의 대사를 그르칠 뻔하다니. 당장에 역이기에 내린 육국의 인수를 거두어오라.”


    훗날 한기漢紀를 쓴 순열筍悅은 역이기의 계책에 대해 이렇게 평하였다.


    “처음 진승이 멸망한 육국을 회복하고자 하였을 때는 자기들의 동맹군을 튼튼하게 하고 강대한 진나라에 많은 적군을 만들어주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진승은 당시에 천하를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이 없었다. 그러므로 육국을 세웠으나 그 결과는 자신의 세력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이것을 두고 허명을 쫒아 실리를 놓쳤다고 하는 것이다. 한왕도 진승과 다를 바 없다. 이는 자신의 세력을 떼주고 적에게 도움만 주는 어리석은 계책이다.”


    ###


    하여간 사람은 역사공부를 해야 한다. 헛된 명성을 탐하여 자신을 해롭게 하고 남을 이롭게 하는 바보짓은 동서고금에 흔하다. 가깝게는 노무현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이 적을 이롭게 하는 계책이었다.


    자신의 권력을 깎아 상대방에게 떼어 준 것이다. 노무현을 쳐다보며 한 국자의 궁물이라도 떨어지기 바라던 궁물세력을 벙찌게 만들었다.


    안철수가 갑자기 노무현 흉내를 낸다. 자기를 희생하여 만인에게 이득을 주겠다는 거다. 노무현의 부산출마가 그렇다. 자기 한 사람이 손해를 보고 민주당에 큰 이득을 주었다.


    그러나 지금 안철수 짓은 무엇인가? 민주당을 희생시켜 자기 대권을 튼튼히 하자는 꼼수가 아닌가? 진정성 없는 거짓쇼에 불과하다.


    언제나 그렇듯이 대통령 선거는 권력을 세우는 자가 먹는다. 대통령의 권력이 강해야 한 표의 가치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권력을 깎아 대통령을 유명무실한 존재로 만들면 유권자의 표값이 깎이는데 누가 좋아하겠는가?


    민주세력의 딜레마다. 민주주의는 권력을 나누는 것이다. 권력은 나누면 사라진다. 민주주의는 권력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사라진 권력을 어떻게 국민에게 되돌려줄 것인가?


    참으로 얼빠진 생각이 아닐 수 없다. 국민에게 권력을 되돌려 주려면 자신이 권력을 붙잡고 있어야 한다.


    진짜 민주주의는 재벌과 조중동과 강남의 부당한 권력을 빼앗아 국민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그러려면 대통령은 재벌과 조중동과 강남을 압도할 힘을 가져야 한다.


    힘 없는 대통령, 권력없는 대통령, 6국의 재벌들에게 권력을 나눠줘버린 바보대통령을 누가 좋아하겠는가?


    선거하면 언제나 보수가 이기게 되어 있다. 기울어진 축구장에서 시합하기 때문이다. 민주화 세력이 민주화를 통하여 국민과 권력을 나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자신에게 불리한 축구장을 만드는 것이다. 민주주의 자체가 함정이다.


    진보가 이를 바로잡는 방법은 개혁이다. 진보의 강력한 개혁은 개혁과정에서 일시적으로 강력한 권력을 창출한다. 그러므로 모든 개혁에는 얼마간 독재의 요소가 있다.


    전광석화같은 개혁으로 굵고 짧게 독재를 끝내는게 민주주의다. 푸틴처럼 길게 가므로 독재가 나쁜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보수는 대통령의 강력한 권력을 팔아 정권을 창출하고, 진보는 재벌의 부당한 권력을 빼앗아 국민에게 돌려줌으로써 정권을 창출한다.


    어떻든 권력이 존재해야 한다. 그 권력은 공천권이기도 하고 인사권이기도 하고 투표권이기도 하다. 그것이 있어야 한다.


    안철수와 김한길이 제정신이 있다면 재벌, 조중동, 강남, 기득권의 가진 권력을 빼앗을 강력한 대통령, 힘있는 대통령, 힘있는 정당, 강력한 정당으로 거듭나겠다고 공약해야 한다.


    힘없는 대통령, 약한 대통령, 힘없는 정당으로 기득권 내려놓겠다는 미친 짓을 하는 역이기를 축출해야 한다. 송호창 역이기, 김한길 역이기, 시골의사 역이기 기타등등 정치에 정자도 모르는 유생들이 쫙 깔렸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6]노매드

2014.04.02 (12:34:31)

안철수-김한길의 야합(?)으로 역이기들을 일망타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민주당의 희생이 크지만. 큰 일을 하려면 희생을 안하고는 할 수가 없지요.

안철수는 그 희생으로 자신의 대권 기반을 다지려는 건지 그냥 또라이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자신이 제거될 것이라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프로필 이미지 [레벨:11]오맹달

2014.04.02 (13:00:44)

감사히 읽었습니다. 언제나 대연정(보다는 선거구제 개편이라고 쓰고싶습니다.)의 선의를 두둔해 왔었습니다만 이를 역이기의 전략에 대어보니 엄청난 전략적 실수임을 알겠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4.04.02 (13:04:06)

노무현 대통령은 대통령 위치에서 나라를 위해 결단한 것이고

안철수는 대통령도 아닌 주제에 송양지인의 흉내를 내니 한심한 거죠.

[레벨:3]호롱

2014.04.02 (13:32:34)

안철수의 문제가 그것이었군요.......


p.s. 내 얼굴로 피는 몰리고


(쉬어가는 타임이니까)


프로필 이미지 [레벨:16]노매드

2014.04.02 (13:49:03)

금태섭 역이기 추가요.

한상진, 조경태는 역이기도 아니고 이건 뭐 세작들.

또 누구 없나?

[레벨:6]빛의아들

2014.04.02 (20:40:25)

맞다니까요!!  맞습니다.   내가 대통령되면  싹 죽었어!! 라고 말할수 있어야 한다니까요!!!

국민을 괴롭히고  국민을 못살게 구는 놈들은 싹 죽었어 하고 강하게 나갈수 있어야!!!

국민이 지지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물론 과격하다는 소리 듣지만  저는  만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제벌들에게 세금 팍팍 걷고  기름값 절반으로 팍 낮춰주고!!! 

 

독립유공자들에게  국가에서 일할수 있는 권한을 주고 친일파 놈들에게는 삼대를 거쳐

공직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법을 개정하고!!!

 

친일을 한놈들은 전부 국립묘지에서 파헤치고  국민을 탄압하고 죽인 자들은 그 시효를 없애서

단죄를 하고!!!  그래야 국가가 기틀을 잡고 민주주의를 바로 세울수 있다고!!!

 

이렇게 열변을  주위사람들에게 토하면!!! 전부 수긍하고  박수친다니까요!!!!

주변에서 니가 정치해라!! 라고 말합니다.   하다못해  세누리당  신광식 기초의원앞에서도

세누리당은 정신 차려야한다고 말합니다.  신광식씨가  너가 정치해라!! 라고 말할정도입니다.

 

나약한 모습으로 무슨 정치를 하겠다고!!!  박그네에게 구걸하기 전에  치고 나가야지요!!!

 

프로필 이미지 [레벨:20]냥모

2014.04.02 (21:29:03)

안철수의 안쓰러운 정치

프로필 이미지 [레벨:12]wisemo

2014.04.02 (21:48:28)

자칭? 캐스팅 보트연 하다가 호랭이 굴에 들어왔으니,

이제 캐스팅 보트의 제맛을 볼 것이구만요...

한조 ㄸㄹ마니들이 '1유로' 서민을 우습게 뭉게면 게임은 더 재밌어질거구...



[레벨:5]msc

2014.04.03 (09:24:29)

우유부단한 지도자 보다는 강력한 지도자가 있어야 한다는 말씀,,,,,,,감사,,,,,철수는 철수 정도이다,,,,명제가 되나여,,,,?

프로필 이미지 [레벨:7]風骨

2014.04.03 (14:49:53)

 이 글을 읽고 또 읽으며

곰곰히 생각해 보니

2012년 대통령 선거 후보 토론회에서

박**가 "제가 대통령 됬으면 다 했어요!"

라고 했던 상식이하의 발언이

방황하던 유권자

(기껏해야 2~3%였겠지만 )의 표심을 잡았던

실질적인 결정타가 아니었단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집중된 권력을 분산시켜야

민주주의가 확립되지만

권력을 분산시키기 위해서는

강한 권력을 가져야

한다는 딜레마는 분명 존재한다는 사실을

자각하는 사람만이

개혁을 성공시키는 정치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4.04.03 (15:31:07)

권력의 생성과 분산

그 과정에서의 팽팽한 사회적 긴장의 유지.


이것이 역사이래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문명의 본질이며

그냥 한 번 권력을 잘 분산해놓고 끝.. 


이건 절대 아니라는 구조론적인 인식이 있어야 합니다.

세상은 시스템이나 그 시스템은 


고착된 시스템이 아니라 살아서 숨 쉬는 시스템입니다. 

긴장이 있는 곳에 정답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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