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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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0583 vote 0 2014.02.16 (22:10:53)

    안현수의 쾌거에도 불구하고, 빙상연맹을 까기 바쁜 애국자들의 분풀이에 입맛이 씁쓸하다. 하수들이 애국타령을 하는 이유는 아는게 없기 때문이다. 축구를 전혀 모르는 사람도 한일전이 벌어지면 TV 앞에 앉는다. 일본이라는 나라 이름은 어디서 들어봤기 때문이다. 이름을 모르는 나라와 시합하면? 안 본다.


    누구든 자기가 아는 수준에서 놀기 마련이다. 진짜는 무엇인가? 그것은 ‘이야기’다. 이야기의 완전성이다. 기승전결로 아귀가 맞아떨어질 때의 짜릿함이다. 안현수의 복수극은 사실이지 한 편의 드라마와 같다. 이건 정말 신이 있고 정의가 살아있다는 증거로 느껴질 정도의 기분이다. 이야기의 완결성 말이다.


    무엇인가? 사람들이 이야기를 즐기지 않는다는 거다. 비판하여야 할 대칭행동이다. 빙엿연맹을 까는 것도 좋지만, 우선은 이야기를 즐겨야 한다. 축구를 아는 팬들이라면 설사 한국이 졌더라도, 제대로 된 시합을 했으면 거기서 충분한 쾌감을 얻는다. 그럴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축구를 전혀 모른다면?


    오직 승부에만 집착하게 된다. 승부만이 그에게 흥미를 주기 때문이다. 애국타령이 슬픈 것은 그게 집단 안에서 가장 멍청한 넘이 먹는 판이기 때문이다. ‘나는 벌써 독도로 본적을 옮겨놨는데.’ 하고 설레발이 치는 사이비들이 먹는 판이다. 하사 출신으로 독일을 거저먹은 히틀러 말이다. 그는 사실 애국자다.


    할 줄 아는게 애국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애국자는 정말 하기 쉬운 역할이다. 그냥 누군가를 미워하기만 해도 대접받는 게임이다. 그 집단에서 가장 총명한 사람이 먹는 판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그 집단에 희망이 있다. 그러나 구조론의 질, 입자, 힘, 운동, 량으로 전개하여 갈수록 아닌 애들이 먹는다.


    인터넷도 처음에는 김어준급 총명한 사람이 먹는 판이었다. 지금은 심지어 변희재도 언성을 높이는 지경이다. 닫힌계 안에서 갈수록 판은 망가지는 것이다. 현재 일본은 14위, 한국은 17위다. 이게 한국의 적절한 평가다. 불만이 있을 리 없다. 우리가 언제부터 스포츠에 목숨 거는 개발도상국이었는가 말이다.


    순위를 다투는 독일, 노르웨이, 스위스, 캐나다는 원래 추운 나라이고 러시아는 개최국이다. 미국은 자본이 제공하는 광고시장의 파이가 크다. 폴란드와 벨라루스가 순위권인 것은 의외다. 프랑스가 금 2개, 영국 1개, 이탈리아 0개다. 우리는 적어도 영국, 프랑스, 일본, 이탈리아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한국의 현재 스코어는 한국이 정상화 되고 있다는 증거다. 변변한 아이스링크 하나 없는 주제에 쇼트트랙 금메달을 싹쓸이하는게 더 이상하다. 엘리트 체육으로 메달 쓸어담는게 더 창피하다. 남들은 즐기는데 우리는 악으로 깡으로 덤비는 것 같아서 아름답지가 않다. 애국놀음으로 스포츠를 오염시켰던 거다.


    과거 어려울 때 한국인은 열등감에 빠져 있었다.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증거를 보기 원했다. 그때는 정말이지 애국주의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그때 그시절은 ‘메이저리그는 참으로 대단한 곳이야. 미쳤어? 선동렬의 메이저리그 진출이라니. 그건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것이야.’ 하는 주장이 먹히던 시절이었다.


    지금 한국인들의 생각은 다르다. 설문조사를 해보면 선동렬이 메이저리그에 성공적으로 입성할 수 있었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을 것이다. 열등감을 극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직도 애국타령 하는 사람은 여전히 열등감을 극복하지 못한 것이다. 한때는 많은 젊은이들이 권투를 했다. 한국은 권투강국이었다.


    지금은 한국이 권투 세계 챔피언 없어도 상관없다. 권투 아니라도 할 것이 많다. 이것저것 다 잘할 수는 없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다. 피파랭킹 61위라는 현실을 이제는 받아들여야 한다. 이야기의 완전성을 찾아 그것을 즐겨야 한다. 한국의 메달이 아니라 인류의 가능성에서 기쁨을 포착해야 한다.


    나는 빙엿연맹이 개과천선해서 박근혜에게 잘못을 빌고, 다음 올림픽대회에서 금메달 10개 따는 것보다, 한국인들이 이제 그만 오노를 잊어버리고 순수하게 경기를 즐기게 되기 바란다. 왜 애국타령을 할까? 경기볼 줄 모르기 때문이다. 컬링의 룰을 알기나 하나? 알파인 스키 타본 사람이 몇이나 되나?


    아는게 없으니 보이지 않고, 보이지 않으니 엉뚱한 시비를 붙는다. 어떻게든 자기와 연결시켜야 발언권을 얻기 때문이다. patriotism이라는게 어원으로 보면 아버지라는 뜻이다. 아버지가 같다는 말이다. 그러니까 촌수로 사돈의 팔촌하고 연결된다는 뜻이다. 얼마나 같다붙일게 없으면 아버지를 같다붙이냐고.


    안현수의 쾌거를 통해서 우리도 마음을 열어야 한다. 브라질 선수를 귀화시켜 축구대표팀을 외인부대로 만들면 어떨까? 기성용 선수의 반응을 보면 어림도 없는 일이다. 그런 식의 새로운 시도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월드컵 성적은 중요하지 않다. 우리가 세계로 나가는 열린 마음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려면 푸틴이 안현수를 받아들였듯이 우리도 외국선수를 받아들여야 한다. 창조경제 타령만 하지 말고 창의적인 다양한 시도를 해봐야 한다.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내야 한다. 인정하자. 그럴듯한 이야기를 만들고 싶어서 빙상연맹을 까는 것이다. 명분이 있으면 깔 수도 있다. 그래도 폼은 잡고 까자.


    시장바닥에서 머리채 잡고 아귀다툼하던 60년대 폼이면 예쁘지가 않다. 그런 모습 요즘은 베트남 하고도 오지마을에나 가야 볼 수 있다. 솔직히 안현수 사태는 좁은 바닥에 너무 많은 희망자가 몰려서 생긴 것이다. 60년대 한국의 가발수출 같다. 그땐 한국의 인기 수출상품이 오직 가발 하나 밖에 없었다.


    64년 가발수출 1만4천 달러>66년 1062만 달러>70년 9357만 달러. 가발 하나 가지고 같은 동포끼리 박터지게 싸우다가 가발업계 다 망했다. 유태인들이 몇 십년간 조용하게 해먹던걸 한국인들이 몰려와서 몇해만에 시장 말아먹었다는 말이 나돌곤 했다. 양궁이든 쇼트트랙이든 된다 싶으면 우르르 몰려간다.


    돗떼기 시장판 되면(돗따는 일제패망후 부산에서 일본으로 귀국하는 일본인의 짐을 강탈하여 경매로 팔던 시절의 일본식 경매용어.) 합리주의는 실종하고 정치논리가 지배하기 마련이다. 그렇게 뒤로 정치한 결과가 짬짜미다. 아니라고 말할 자 누구인가? 이것이 우리의 추한 모습. 까놓고 솔직히 말하자.


    애초에 병역혜택 자체가 스포츠 정신에 어긋난다. 하여간 이런 돗따판의 극단적인 경우는 TV 프로 서프라이즈에 방영된 샌프란시스코 땅주인 이야기다. 골드러시에 남의 땅에 불법적으로 정착한 사람들이 법원에서 판결을 받아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려는 땅주인과 그 세 아들을 모조리 때려죽인 사건이다.


    안현수 덕에 폭로된 후진한국의 치부. 사람들은 까놓고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 만만한 희생양을 찾아 덤태기 씌운다. 빙상연맹을 옹호할 이유는 없다. 다만 이것이 양궁이나 가발이나 합판이나 건설이나 조기유학붐이나 마찬가지로 한국인 특유의 우르르 몰려가서 판 말아먹기로 생기는 정치문제라는 거. 


    이런 정치문제는 제갈량 할배가 와도 해결 못한다. 쇼트트랙 파벌문제는 4년 후에도 해결되지 않을 확률이 높다. 그거 해결할 역량 있으면 지역주의도 벌써 해결됐다. 정치라는게 그렇다. 스포츠라면 해결되는데 정치니깐. 만약 이거 해결하는 천재 있으면 뉴타운 해결도 맡겨야 한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P.S.

    만약 빙상연맹이 안현수 선수를 특별관리해서 대표로 출전시켰다면 다른 선수 부모들이 특정선수 편애라며 일제히 들고 일어나서 폭동을 일으키거나 하지 않았을까? 푸틴은 안현수 귀화과정에서 초법적인 특혜를 주었다. 한국인들은 그런 특혜를 절대 용납 못한다. 그래서 이것이 정치문제라는 거다. 


    또 추가

    한국에서 양궁, 태권도를 비롯한 일부 종목은 이미 산업이다. 선수들은 은퇴 후 외국에 코치로 나가서 돈벌이를 한다. 돈의 법칙이 들어가면 반드시 정치논리가 개입한다. 안현수는 은퇴 시켜서 공장장 시키고, 선수들은 금메달 하나씩 들려서 해외에 수출하려 한 것. 전명규의 쇼트트랙 코치공장 성업중.  

   


프로필 이미지 [레벨:6]삼백

2014.02.17 (02:57:47)

승리의 희열을 같이 느껴보려고  대~한!민!국! 하면서 경기를 보죠 근데 왠지 어색하죠

 평소 스포츠에 관심없고 나랏일에도 관심없기 때문이죠 그래서  어색함을 달래는 꼼수가

모여서 돈을 거는 방법이 있지요  돈을 걸어서 스스로에게 명분을 만드는 거죠

역시 어색할땐 돈이 최고!!  

[레벨:11]큰바위

2014.02.17 (05:49:40)

Scapegoat에게 죄를 덮어씌워 광야로 내몰았더니, 

그게 살아서 더 많은 새끼들을 몰고왔네요. 


죄수 하나를 나무에 매달아 놓고 끝인줄 알았는데,

더 많은 사람들이 떼거지로 여기저기서 툭툭 튀어나오네요.


인생의 묘미는 그런데 있지요. ㅎㅎㅎ


빙엿연맹~ ㅋㅋㅋ

프로필 이미지 [레벨:11]탈춤

2014.02.17 (10:08:16)

안현수의 고난과 극복

하나의 모델이 나왔네요

 

좁은 한국의 대칭구조에서 비롯된 사건이

세계를 향하는  비대칭으로  완결을 본  아름다운 스토리

빙엿연맹도 하나의 배역을 맡은거 (비록 악역이지만)

 

세상의 오해를 두려워하지않고

끝까지 밀어붙인 안현수 선수에게 박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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