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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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2942 vote 0 2013.09.17 (23:34:48)

 

    모략정치의 말로


    진보와 보수의 차이는 일을 하느냐, 일하지 않느냐에 달려있다. 클린턴과 부시를 비교해보면 알 수 있다. 진보가 일해서 돈벌때, 보수는 편하게 남의 것을 뺏는다. 내것을 늘리나 상대것을 줄이나 결과는 같으니까.


    박근혜의 모략정치는 진작에 예견되었다. 예전에 칼럼에 썼지만 강희제는 하루 4시간을 자며 하루 최대 500건의 문서를 처리하기도 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하루에 30개의 보고서를 읽었다. 박근혜는? 많아야 0개다.


    “짐은 40년 동안 나라를 다스렸는데 오직 오삼계의 반란이 일어났을 때에만 하루에 500건의 업무를 처리하느라 자정을 넘어서야 겨우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다른 군사작전 때는 하루 400건에 달하는 상주문을 처리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평상시에는 하루에 50건 정도의 상주문을 처리하는데 이 정도면 읽기에도 수월하고, 상주문의 잘못된 부분을 고쳐 주는 것도 힘들지 않다.”(강희자전)


    그런 강정제도 옹정제를 당하지 못한다. 일중독자였던 옹정제는 하루에 강희제 일주일치 일을 해치웠다고 한다.


    필자가 사람들과 대화하다가 의아하게 생각한 일 중에 하나는,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느냐는 질문을 받는 것이었다. 어떤 책을 읽는게 아니라, 모든 책을 읽고 난 다음에 이야기 들어가야 한다.


    필자도 책을 많이 읽은 편은 아니나, 애초에 태도가 틀려먹었다. 필자는 책을 읽다가 중간에 놓은 책은 두 번 다시 잡지 않았고, 읽을 책은 서점에 서서 다 읽은 다음에야 매대에 놓았다. 그러다가 허리가 안좋아졌다.


    글은 읽어본 사람이 읽는 것이다. 박근혜나 김영삼이나 부시나 이명박에게 그것은 불가능하다. 대통령의 일은 보고서 읽기다. 박근혜나 김영삼이나 부시나 이명박에게는 무리다. 모략은 가능하겠으나.


    필자가 사람들과 대화해 보고 알아챈 것은 많은 사람들이 하루에 책을 서른페이지나 쉰 페이지를 읽더라는 거다. 나라면 궁금해서라도 그렇게는 못한다.


    필자가 미드를 보지 않는 이유는, 한국드라마도 마찬가지지만, 미드를 보기 시작하면 당일에 끝까지 다봐야 직성이 풀리기 때문이다. 하루에 한 편씩 본다? 상상하기 어렵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책 한 권을 일주일씩 읽는다. 보수와 진보의 차이는 책을 다 읽고 놓느냐 아니면 며칠씩 읽느냐가 아닐까 싶다.


    전두환 시절 이야기다. 비행기를 타고 외국방문을 하는데 기자가 보니까 무슨 읽다가 놓아둔 책이 있었는데 그것이 목민심서였던가 뭐였던가 하더라는 말이다. 피식 웃을 밖에.


    “이보게 책을 읽다가 놓아두면, 그것은 책읽는 것이 아니라네. 책갈피 쓰는 사람은 책읽는 사람이 아니라네.” 하긴 필자도 젊었을 때나 좀 읽었지 요즘은 아니다. 그러나 읽다가 덮은 책은 기분 나빠서 다시 못 본다.


    지난번 칼럼에 썼던 루이 14세의 시스템 정치를 다른 왕들은 왜 따라하지 않을까? 그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루이 14세는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서 옷입는 일조차 대단한 행사였다.


    귀족들이 줄지어 도열한 채로 각자 양말과 조끼와 셔츠 따위를 들고 대기하다가 ‘영광이로소이다’를 외치며, 임금 옷입는 행사와, 임금 기도하는 행사와, 임금 밥먹는 행사에 참여했던 것이다. 그건 매우 피곤한 일이다.


    심지어 의자가 화장실 변기를 겸하는 구조로 되어서, 똥 싸면서 집무를 보았다. 루이 14세는 엉터리 의사에게 속아서 치아를 다 뽑아버렸는데다, 의사의 권고로 설사약을 먹어서 하루종일 설사를 했기 때문에 그랬다는 이야기도 있다..


    편하게 지내려면 진시황처럼 담장을 높이 쌓고, 자신의 위치를 감추고, 업무를 재상에게 대리하게 하고, 궁녀나 찾아다니면 된다. 그렇게 하면? 불안해진다. 신하들이 무슨 역적모의를 꾸미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조선의 역대 왕들 중에서 훌륭한 왕들은 모두 정력적으로 일했다. 끊임없이 신하들과 대화를 했다. 그 이유 중의 하나는 신하들을 감시하기 위한 것이다. 예컨대 임금이 명재상에게 업무를 맡긴다든가 하는 일은 없었다. 황희정승은 세종만큼 일하지 않았고, 체재공보다 정조가 더 많이 일했다.


    임금이 일하지 않으면 신하를 만나지 않게 된다. 임금이 신하를 부르지 않으면 신하는 불안해져서 역모를 꾸민다. 임금 역시 불안해져서 역모사건을 일으킨다. 모략정치로 가는 것이다.


    일하기 싫은 왕들은 자신이 살기 위해서 모략을 꾸밀 수 밖에 없다. 왕조실록에서 역모사건이 일어난 빈도를 조사해서 그 임금이 일을 했는지 아니면 놀았는지 알 수 있다. 임금이 노는 정도에 비례하여 역모가 일어난다. 임금이 일하지 않고 놀았는데도 역모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보나마나 그 임금은 독살당했다.


    젊었을 때 정력적으로 일하다가도, 말년이 되면 모략에 몰입하는 경우가 많다. 나이가 드니까 편해지고 싶은 것이다. 임금이 문득 세자에게 왕위를 물려준다고 선언한다. 신하가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세자에게 보고서를 올리는 즉시 목이 달아난다. 이건 태종 이방원의 수법이다.


    상대의 속마음을 떠보기 위해 계속 테스트를 하고, 스트레스를 가하고 긴장을 유지한다. 이때는 신하들도 살기 위하여 모략으로 대응한다. 결국 모두가 거짓말을 하게 된다.


    대부분의 역모사건은 고문을 해서 자백을 받아내는 것이 아니라, 이미 위에서 다 결정되어 있다며, 가족의 목숨을 가지고 흥정을 하는 것이다. 너의 죽음은 결정되었고, 임금이 원하는 답변을 해주면 가족은 살려준다는 식의 협상이다.


    임금이 죽이고자 하는 신하의 연루를 발설하라는 거다. 이런 짓을 계속해야 국가가 유지된다. 외적이 쳐들어오지 않으니 내적을 발명한다. 만약 석달동안 간첩이 잡히지 않거나, 6개월동안 역모사건이 없으면 안팎이 두루 불안해진다.


    상호작용을 늘려야 한다. 방법은 역모사건의 연출이다. 이석기의 전쟁위기 조장이나, 박근혜의 내란음모 조작이나 같다. 목적은 일하지 않는 왕의 존재감 연출이다. 요즘 공무원들은 위에서 공문이 내려오지 않아 한가해졌다고 한다. 청와대가 모략에 빠져 있으니까 공무원들은 할 일이 없다.


    바른 정치는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것은 부단한 상호작용을 통하여 집단지능을 형성해가는 것이다. 대개 위기는 바깥에서 온다. 새로운 상품이 쏟아지거나, 새로운 문화가 전파되거나, 외적이 침략하거나다. 위기에 대한 대응을 통해 집단은 긴장을 유지하고 상호작용을 늘려간다. 국가는 창의적으로 변한다. 나쁜 정치는 모략으로 그러한 상호작용을 대신한다. 제 환공의 말로가 된다.


    우리는 무엇을 목도하고 있는가? 이석기의 모략을 폭로하는 국정원의 모략이다. 국정원의 모략을 파헤치는 검찰을 탄압하는 박근혜의 모략이다. 눈에 보이는 모략은 보이지 않는 '일하지 않음'의 증거다. 대통령 일은 보고서 읽기다. 하루에 30개의 보고서를 읽을 능력이 안 되는 자가 위정자가 되어 있으면 이런 사태가 난다.

 

    왕이 일하지 않은 증거는 역모사건의 숫자를 헤아려서 알 수 있고, 대통령이 일하지 않는 증거는 모략사건의 숫자로 짚어낼 수 있다.

 


[레벨:15]오세

2013.09.17 (23:57:35)

헉 저랑 비슷하네요. 저도 무뭐 하나 붙잡으면 끝을 봐야지 직성이 풀리는데. ㅎㅎ

아무튼 이제 조금씩 박근혜식 정치의 말로가 보입니다. 예상보다 파탄을 일찍 드러내고 있어요. 

프로필 이미지 [레벨:20]아란도

2013.09.18 (00:04:46)

현재 박그네의 일 ...
피부관리와 사진발과 화면발에만 신경 씀. 그리고 되도 않은 옷놀이...
다른것을 잘하면서 겸하면 효과적이나 다른것이 잘 안되는 쪽으로 세팅이 되어서 역효과만 넘쳐남... 그리고 한번씩 나와서 쌍심지 켜고 똘마니들 혼내는 모습 보여줌...그것은 국민 보라고 그러는 것...일하고 있다고...ㅋㅋㅋ... 국민한테 삿대질 하는 행위란걸 모름.
[레벨:3]코페르니

2013.09.23 (09:00:48)

설국열차에서 윌포드는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 길리엄과 짜고 주기적인 폭동을 일으켜 체제내의 긴장을 유지하고, 내부결속을 다지는데, 그게 대부분 독재사회의 체제유지방법.

어제 본 "관상"에서는 문약한 문종이 반란세력을 색출하기 위해 관상쟁이를 사헌부에 불러 들여, 세력가들의 관상으로 역모상을 찾게 했는데, 수양대군은 방비책으로 피해나가고, 결국 역모에 성공하게 된다.

김종서라는 훈구세력과 수양의 종친세력의 다툼으로 볼 수도 있고.

김종서의 명분세력과 수양의 실리세력의 다툼으로 볼 수도 있다.

강한 왕권의 세종기 뒤에 허약한 문종, 단종기를 맞아  왕권과 신권의 충돌이 피의 충돌을 불렀고, 수많은 사람이 재역모와 재재역모로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200년 간의 피비린내나는 사화끝에 영정조의 탕평책으로 어느 정도 왕권과 신권, 야당과 여당의 정권교체가 가능해지고, 정상정치가 완성되어가는 찰나, 신권이 왕권을 짓누르는 안동김씨왕조가 1800년대가 아니었던가.

조선조는 이씨왕조와 김씨세도가가 세력을 양분하는 분립구조로 되어있다고 볼 수 있다.

"관상" 에서 수양이 단종에게 "이 나라가 이씨왕조인가요, 김씨왕조인가요?"라고 묻는 장면이 나온다.

조선왕조는 왕권과 신권이 대립하고, 신권에서도 사색당파가 피의 숙청끝에 정당으로 자리잡아가는 과정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 끝이 좋지 않아, 건전한 민주국가로 성장하지 못해서 그렇지, 역사의 큰 줄기는 자유와 평등이 넓어지는 쪽으로 나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9]텡그리

2013.09.23 (23:40:35)

자유와 평등이 넓어지는 쪽으로 나아가고 있었다는 건 어떤 건가요? 예를 들자면?

[레벨:3]코페르니

2013.09.24 (08:23:55)

결론적으로 보자면 갑오경장이후 신분제 폐지로 민권이 넓어진다는 것이었고,

조선후기의 엄격한 신분제와 사대부 양반과 중인의 착취구조로 상인과 노비들의 고통은 극심하였고, 그로 인해 1800년대에는 농민반란사건이 끊이지 아니하였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70년간의 프랑스혁명이라는 간난의 세월을 겪은 다음에야 민권이 뒤늦게 찾아 온 것처럼, 조선조도 왕권강화의 방향과 신권강화의 방향에서 권력분점현상이 생겼고, 사회와 산업의 발달과 인구의 증가로 상인과 노비의 수가 늘어났고, 중인, 서얼들의 반란사건 등이 서로 뒤엉키면서 발전과 후퇴를 거듭하면서 결국에는 민권과 자유가 늘어났다는 걸 말하는 것입니다.

단순히 신권이 늘어나면서 민권과 자유가 확대되었다는 단순화는 곤란하고, 왕중심 독재체제에서 과점, 분권과정을 거쳐 민주화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간략하게 설명하다 보니 오해가 생긴 것 같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3.09.24 (23:14:01)

신분제니 양반이나 착취니 고통이니 이런건 허황된 관념입니다.

식민사관에 따라 패배한 역사를 설명하기 위해 작위적으로 말을 만들어낸 거지요.


당시의 핵심모순은 생산력 저조입니다. 

농업생산력과 이에 따른 인구숫자에 비해 상공업 생산력이 낮은 것입니다.


이 부분은 신분제나 착취나 이런 것과 무관합니다.

조선은 청과 대결하고 정조이후 일본과 교류가 끊어져 고립국가로 퇴행합니다. 


무역을 하지 않으니 상공업이 소멸하여 산업생산력이 낮아진 것입니다.

하멜의 표류기나 오페르트 여행기를 보면 조선의 인구에 놀라는 장면이 많습니다.


이 나라는 사람이 굉장히 많다. 방방곳곳에 사람이 있다. 이런 거지요. 

착취하면 제일 먼저 인구가 감소합니다. 인구통계로 착취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명나라 인구와 청나라 인구를 비교해보면 착취정도가 파악됩니다.

조선은 착취를 안 해서 국가세입이 없었고 그것이 조선몰락의 한 이유입니다.


일단 조선 말기에 인구의 1/3은 양반이라며 세금을 안 냈고 착취에서 예외.

일단 인구의 1/3이 세금없는 낙원에서 살았으니 조선은 지상천국이라.


또 황해도나 경기도 등은 군인전이니 왕실소유 땅이니 해서 세금포탈.

이런 저런 명목으로 교묘하게 세금을 안 냈습니다.


왕실 소유 땅을 경작하면 세금이 1/10인데 농민이 이런저런 명목으로 빼돌리므로

탈세가 광범위해서 실제 세금은 5퍼센트도 안 냅니다. 흉년이라고 버티면 됩니다.


왕실은 왕실소유 땅을 늘리기 위해 

일부러 농민을 꼬셔서 국가땅을 왕실땅으로 둔갑시킵니다. 


임오군란 때 얼마 안 되는 군인들 월급줄 세입도 없었습니다.

국가 예산이 거지였습니다. 국민이 세금없는 낙원에서 살았으니까.


농민반란이 신분제나 착취 때문에 일어났다는건 착각입니다. 

농민반란이 제대로 일어나지 않은게 문제였습니다. 


동학혁명군조차도 왕을 타도할 생각을 하지 않았으니.

왕권이니 신권이니 역사학자들의 개소리입니다. 진짜 그런게 있었을까요?


웃기고 있네. 조선은 오랑캐인 청나라와 대결한다는 명분으로 

유교를 종교화하여 종교국가를 건설했는데 그 중심에 사제 역할의 사대부가 있었습니다.


영정조 이후 청나라가 강해져서 오랑캐와 대결한다는 목표가 사라지자

왕조의 이데올로기가 사라진 것이며, 사대부의 충성대상이 소멸한 것이고


교회는 있는데 사제가 없으니, 종교국가로서의 유교주의 조선은 몰락.

왕실은 청나라를 사대하여 위신이 추락. 이미 백성은 왕을 개로 보는 풍조 만연.


이양선이 수시로 출몰하는데도 왕실은 대책이 전무. 대책만 없는게 아니라

왕이 아주 없어지는 사태. 사실상 세도정치 이후는 여인천하가 되어 


90살 먹은 할매들이 지배하고 강화도령은 그냥 가케뮤샤. 왕실권위 추락으로 조선멸망.

조선은 오랑캐와 대결한다는 이념이 사라진 때 이미 망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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