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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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5526 vote 0 2019.08.04 (16:53:05)


    문재인, 영웅의 탄생


    미국이 일본을 점령하자 일본인들은 단번에 태도를 바꾸었다. 미국인들이 어리둥절해졌음은 물론이다. 니들 결사항전 한대매? 카미카제 어디 갔지? 1억 총 옥쇄 아녔어? 사실이지 그들은 과거의 막부시대로 되돌아간 것이다. 단 쇼군의 이름이 바뀌었다. 도쿠가와 쇼군에서 맥아더 쇼군으로. 달라진 것은 없다.


    이럴 거면 전쟁은 왜 했어? 간단하다. 일본은 미국의 힘을 빌려 일본 내부를 정리한 것이다. 쇼군이 없으니 민중이 폭주한다. 자체적으로 쇼군을 내지 못하니 맥아더 쇼군을 모셔오자. 이런 거였다. 그들이 보기에는 지금 한국이 쇼군이 없어 폭주하는 걸로 보인다. 아베가 한국의 쇼군 노릇 해주랴? 뭐 이런 거다.


    일본이 영국과 전쟁을 벌인 일이 있다. 그런데 일영전쟁이 아니라 사영전쟁薩英戦争이다. 지방 번이 막부의 허락도 없이 함부로 외국과 전쟁을 벌인 것이다. 이런 짓을 하는 괘씸한 놈은 중앙에서 꾸지람을 해줘야 한다. 아베가 한국에 대해 저지르는 행동은 마치 막부가 사쯔마번을 꾸짖는 행동의 느낌이다.


    즉 그들은 한일관계를 봉건적 주종관계로 보는 것이다. 왜냐하면 지들이 미국과 일본의 관계를 상하관계로 규정했으니까. 그들은 평등한 관계로 세상을 바라보는 훈련을 받지 못했다. 우리는 흔히 의도나 목적이나 야심이나 동기나 보상으로 설명하곤 한다. 거짓이다. 그때 일본은 왜 군국주의로 치달았을까? 


    정확히 말하면 일본은 군국주의를 추구한 것이 아니고 군국주의로 가는 군부와 민중의 에너지 흐름을 막아내지 못한 것이다. 왜? 젊은 군인들이 쿠데타를 일으켜 총리와 대신을 암살해대니까. 일본은 왜 뜬금없이 중국을 공격했을까? 우리는 탐욕이나 야심 이런 것으로 설명하려고 한다. 그런 게 있을 리 없다.


    노몬한 사건은 젊은 군인들이 수작을 부린 것인데 러일전쟁에 참전한 늙은 장군들이 그런 식의 내부항명을 막지 못했다. 원래 봉건 가신제도가 그렇다. 왕은 대신의 말을 따르고 군주는 가신들의 말을 따르게 되어 있다. 왕은 내심 전쟁을 반대했지만 그것을 국민 앞에 말할 힘이 없고 결정적으로 계획이 없다. 


    생각이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계획이 서야 말할 수 있다. 히로히또는 아무 계획이 없었기 때문에 그냥 도조 히데키가 시키는 대로 한 것이다. 일본은 그런 나라다. 일본군은 젊은 소대장들이 휘젓는 개판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들은 승진하기 위해서 전쟁을 벌였고 할배장군들은 수염만 쓰다듬고 있었다.


    잘못 나섰다간 창피를 당하게 되니까. 그들은 아무 생각없이 그냥 일을 벌인 것이며 그것을 막을 힘이 없었다. 군국주의로 나간 것이 아니라 군국주의로 가는 자연스러운 퇴행을 막아낼 이념도 없고 시스템도 없었다. 그들은 민주국가도 아니고 봉건왕조도 아닌 무책임 상태였던 것이다. 자기 관성에 무너졌다.


    봉건왕조는 왕이 결정하고 민주국가는 국민이 결정하는데 군국주의 시절에 탐욕에 가득찬 젊은 장교들을 말릴 세력은 어디에도 없었다. 젊은 장교들은 무슨 생각으로 그런 짓을 저질렀을까? 그들은 아무 생각이 없었다. 왜? 그런 것은 왕이나 장군이나 총리대신이 판단하지 젊은 장교가 뭘 알어? 몰라! 모른다구.


    개판이었던 것이다. 미국은 왜 건드렸을까? 미국을 치면 미국이 어떻게든 반응할 것이고 거기서 힌트를 얻으면 되기 때문이다. 문재인을 치면 문재인이 어떻게든 반응할 것이고 그때 받아치면 된다는 안철수의 생각과 같다. 지금 아베도 마찬가지로 한국과 미국과 북한을 집적거려보고 뭔가 수를 내려는 것이다.


    그들은 아무 계획이 없다. 그들의 유일한 계획은 한국이 어떻게든 대응하면 맞받아치는 것이다. 이 경우 보통은 계획이 없는 쪽이 진다. 내부구조가 붕괴된 쪽이 진다. 상대의 반응을 떠본다는 것은 이미 선수가 아니라 후수이기 때문이다. 계획이 없는 쪽은 계획을 가진 쪽에 지게 되어 있다. 에너지가 없으니까.


    에너지는 사건의 다음 단계에 대한 계획에서 나온다. 한국은 그 계획이 있다. 그것은 일본을 추월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어떻게든 이 지점에서 한국은 한 번 크게 뭉쳐서 에너지를 끌어모아야 한다. 2차대전에 참전한 나라는 추축국이든 연합국이든 다 성공했다. 에너지를 끌어냈기 때문이다. 에너지가 중요하다. 


    한국은 육이오와 419와 광주와 6월항쟁과 촛불을 거치며 의사결정구조를 만들었다. 에너지를 끌어내면 질의 균일화를 얻는다. 그런 내부과정을 통해 국가는 탄생하는 법이며 집단의 의사결정구조의 갖춤이 일어나는 것이다. 물론 일본이라고 전혀 계획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본의 진짜 꿍꿍이는 다른 데 있다.


    일본은 한국의 선제적 지소미아 파기>이에 대한 맞대응으로 전쟁이 가능한 국가로 개헌>군국주의화로 방향을 잡은 것이다. 그렇다면 그렇게 가는 수밖에 없다. 일본의 재무장이 우리에게 불리하다고 판단할 이유가 없다. 안보비용을 아껴서 성장한 일본이 안보비용 부담으로 망하는 거다. 이미 늙은 국가인데.


    중요한 것은 이게 일본의 내부문제라는 점이다. 과거 일본은 민주국가도 아니고 봉건국가도 아닌 애매한 상태에 머물렀다가 망했다. 사실은 내부구조의 모순을 해결하려고 젊은 군인을 숙청해야 하는데 자체해결을 못하고 맥아더의 힘을 빌려 자국의 군인을 죽인 것이다. 군인이 다 죽을 때까지 시간을 끌었던 거다.


    한국을 이기려는 것이 아니고 그들의 개헌에 한국을 이용하자는 것이다. 그러므로 일본은 그들의 목적인 개헌을 할 수 있으나 한국을 이기지는 못한다. 안 그래도 일본경제 가뜩이나 어려운데 올림픽 특수로 도쿄 시내에 공사판 벌여 여기까지 왔지만 조만간 왕창 망한다. 영국도 브렉시트로 망한다는 사실 안다.


    다 알면서 저러는 것이다. 외부로 진출하는 것보다 내부를 통제하는데 흥미가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아시아를 이끄는 지도자가 되기보다 일본 내부를 쥐어짜는데 흥미가 있다. 외부로 진출해서? 다음 단계의 계획이 없다. 중국을 어떻게 해볼 수는 없다. 아세안에 퍼붓지만 돌아오는 소식이 없다. 할 것이 없다.


    트럼프가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에 대해서는 상관하지 않겠다고 아베에 통보했다는데. 요거 묘미가 있다. 정은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는 정확히 아베를 때린 것이다. 한국은 우리가 갖고 있는 미사일로 대응하면 되지만 공격용 무기가 없는 아베는 대응불가다. 일본은 원점타격이 불가능하다는 게 핵심 딜레마다. 


        한국 - 남쪽으로 미사일을 쏘면 평양을 지도에서 지운다.

        일본 - 도쿄로 미사일이 날아오면 공중에서 요격하여 떨어뜨린다.


     일본이 한국을 치는 이유는 한국의 반응을 통해 자기네의 계획을 조달하려는 의도 때문이다. 그때 그 시절 일본은 미국의 힘을 빌어 군부의 항명사태를 해결했다. 지금은 한국의 힘을 빌어 정상국가로 발돋움하고자 한다. 할 수 있다. 미국의 힘을 빌린 대가는 미국에의 굴종이고 한국의 힘을 빌린 대가도 같다.


    지금은 영웅이 탄생할 만한 시점이다. 엘리트들은 본능적으로 영웅을 죽이려고 한다. 왜? 자기네들은 계획이 없기 때문이다. 영웅이 죽으면 일단 일은 벌어졌다. 어떻게든 될 거다. 그때 대응하면 된다. 일단 죽이고 보자. 그래서? 일단 영웅을 죽이면 자기들 내부를 추스를 수 있다. 국민이 들고일어나기 때문이다.


     그 외력을 이용하여 엘리트그룹 내부를 다진다. 그게 쓰레기들의 목적이다. 스스로의 힘으로 외부로 뻗어갈 계획은 없다. 영웅은 국민 속에 잠재한 에너지를 끌어내서 국민으로 하여금 외부를 바라보게 하는 사람이다. 무대는 갖추어졌고 상호작용을 하다 보면 길은 저절로 확연해진다. 일본은 재무장을 원한다.


    한국은 일본을 제치길 원한다. 각자의 원하는 바가 있으므로 그렇게 된다. 각자 원하는 것을 얻는다. 일본은 재무장을 얻은 대신 이류국가로 낮아진다. 시민혁명을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국가의 한계다. 한국은 민주국가의 모델을 완성한다. 국민을 동원하여 잠재한 에너지를 극한까지 뽑아내는 것이 민주주의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19.08.10 (15:14:07)

"일본은 재무장을 얻은 대신 이류국가로 낮아진다. 시민혁명을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국가의 한계다. 한국은 민주국가의 모델을 완성한다"

http://gujoron.com/xe/111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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