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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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4378 vote 0 2013.01.11 (19:40:13)

  

    http://media.daum.net/society/people/newsview?newsid=20130109031224383

 

    “미쳤었다니까. (갑자기 호통을 치며) 한번 말하면 왜 못 알아들어. 정신병이었다고 정신병! 나는 미쳤었어. 10년 동안 정신병원을 열두 번이나 들어갔어. 지금은 약을 안 먹지만 항우울제 안정제 수면제로 폐인이 됐다고. 그것 때문에 온 가족이 우울했어. 아내는 정보부와 빨갱이들 사이에서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 세 번이나 살해될 뻔했어.”[동아일보 김지하 인터뷰]

 

    미친거 맞다. 친구가 없고 제자가 없으면 이렇게 된다. 미친 소리를 하면 친구가 떠나고 제자가 없어지고 독자가 떠난다.

 

    침팬지 연구가의 보고를 참고하자. 흔히 그렇듯이 정글은 늙은 대장 수컷과 젊은 도전자 수컷의 갈등으로 팽팡하게 긴장되어 있다. 그러나 실제 승부는 암컷들에 의해 민주적으로 결정된다.

 

    지켜보던 암컷들이 늙은 수컷 편을 들면 그것으로 승부는 끝난다. 이때 왕따를 당한 젊은 수컷의 방법은? 늙은 수컷의 감시를 피하며 암컷 침팬지를 한 마리씩 괴롭히는 것이다. 이 작업은 꾸준히 계속된다.

 

    그리고 결정적인 시기가 왔을 때 젊은 수컷은 늙은 수컷에게 도전장을 내민다. 그동안 괴롭힘을 당하며(늙은 수컷은 지켜주지 못했다.) 젊은 수컷의 힘을 파악한 암컷들은 일제히 태도를 바꾼다. 젊은 수컷 편을 드는 것이다. 이때 늙은 수컷의 대응은?

 

    갑자기 어린이로 퇴행한다. 땅바닥에 데굴데굴 구르며 악을 쓴다. 최악의 추태를 부린다. 그 모습은 비참하기 짝이 없다. 대장 침팬지의 체면은 집어던져 버린다. 딱 김지하 짓이다.

 

    그 결과는? 암컷들의 동정을 끌어내기는커녕 도리어 비웃음을 싼다. 정권은 교체된다. 늙은 수컷은 배신자 암컷들을 원망하며 쓸쓸히 물러난다.

 

    중요한 점은 늙은 수컷의 퇴행적인 떼쓰기가 동정심유발 효과를 내기는 커녕 반대로 되었다는 점이다. 그런데 그렇게 한다. 이는 유전자의 명령이다. 무모하기 짝이 없는 최후의 도박을 감행한다.

 

    암컷 한 두 마리가 동정심에 끌려 잠시 곁을 지켜주지만 그걸로 끝이다. 정권교체기가 되면 무의식적으로 공동체를 위해 자기를 파괴한다. 김지하가 그렇게 하고 있다. 악을 쓰며 데굴데굴 하고 있다.

 

    의미가 있다. 늙은 수컷의 떼쓰기가 일대소동이 되어 정권교체 사실을 정글의 침팬지 무리 모두에게 알리는 효과가 있다. 최후의 도박은 역설적으로 젊은 수컷의 왕좌를 튼튼하게 만들어준다.

 

    하긴 침팬지 세계에 언론이 없으니 정권교체 사실을 어떻게 알리겠는가?.

 

    ###

 

    김지하는 독방에서 고생하다가 미쳤다. 미치면 미친 짓을 한다. (그의 미친 짓에 대해서는 돌아다니는 이야기가 있다.) 미친 짓을 하면 친구와 제자와 독자들이 떠난다. 혼자 고립되어 부인에게 의지한다.

 

    부인이 박근혜 지지하라고 시켜서 했다고. 지금도 간첩이 올까바 공포에 빠져 사는 듯. 어쩌다가 미친 자가 대통령을 결정하는 나라가 되어버렸다.

 

    스톡홀름 신드롬이다. 스톡홀름 신드롬에 대해서는 많은 부분이 잘못 해석되고 있다. 중요한 점은 그들이 나름대로 합리적인 판단을 한다는 점이다. 문제는 그 합리성(?)이 인간 사회의 상식과 상관없는 구조론적 의사결정원리를 따른다는 점이다. 내적인 정합성이 있다.

 

    도박꾼의 심리와 비슷하다. 도박꾼은 징크스를 믿는다. 문제는 심지어 김성근 감독도 징크스를 따진다는 거다. 왜 뛰어난 야구감독이 비합리적인 행동을 할까? 프로야구 감독은 짧은 시간에 많은 결정을 해야 한다. 스트레스를 받는다. 스트레스를 덜 받으려면 징크스를 만들어야 한다. 나름대로 합리성이 있다.

 

    전체적으로는 비합리적이나 제한된 범위 안에서는 합리성이 있다. 그것이 결이다. 대개 결대로 간다. 그러다가 침팬지로 간다.

 

    스톡홀름 신드롬도 마찬가지다. 인질은 테러범에 억류되어 매우 큰 손실을 입게 되었다. 그 손실을 보전받으려면? 금전적 보상? 이건 아니다.

 

    고생한 인질은 때려죽일 놈의 테러범들을 짓밟아주고 싶다. 그러나 아뿔싸! 아나운서가 먼저 ‘그 때려죽일 놈의 테러범들 때문에 고생했죠?’ 하고 질문해 버린다. 이건 뭐 사건 터진거다. 때려죽일 권리는 인질에게 있는데 왜 아나운서가 가로채느냐 말이다. 분노폭발! 참을 수 없다. 어깃장을 놓는다.

 

    “아뇨! 인질범은 친절하게도 나에게 담요를 줬소. 그는 착한 사람이었소.”

 

    김지하가 박독재를 두둔하는 것은, 박독재를 때려죽일 권리가 오직 김지하 자신에게만 있는데 진보가 그것을 가로챘기 때문이다. 김지하 입장에서는 졸라리 억울하다.

 

    “박독재를 용서할(징벌할) 권리는 오직 내게만 있다.” - 김지하 선언

 

    기자가 묻는다. ‘김지하씨 당신은 박독재를 용서할 것이오?’ ‘용서할 수 없다.’ 라고는 대답할 수 없다. 왜? 당연한 대답에 기자는 떠나버리기 때문이다.

 

    끽다거(喫茶去) .. 그 차를 마시지 말라. 용서한다고 대답해야 기자가 감탄사를 날리며 그 배경을 질문한다. ‘왜 용서를 하죠?’ 그 상황에서 기자를 조금 더 붙잡아놓으려면 당연히 김지하는 오직 자기만이 쓸수 있는 ‘용서카드’를 사용해야 한다. 결국 쓸 카드를 쓰고 만다.

 

    박정희를 용서할 수 있는 권한은 자기에게만 있다는 것을 인정받으려면? 용서해야 한다. 김지하 딜레마다. 용서하지 않으면? 용서하지 않는 사람은 매우 많다. 그 많은 군중들 사이에 묻혀버린다. 자신의 권리는 사라져 버린다.

 

    인질이 테러범을 두둔하는 것은 테러범에 심리적으로 동화되어서가 아니라 자기 권리에 집착하기 때문이다. 그 경우 비합리적인 판단을 한다. 남편에게 얻어맞는 여자가 ‘나만이 개망나니 남편을 제대로 사람 만들 권리와 능력이 있다.’는 것을 인정받기 위해 계속 남편에게 매를 맞는 것과 같다. 실패한다.

 

    폭력남편을 법정에 고발하면? 그 권리를 사회에 뺏긴다. 이혼하고 폭력남편에게 벗어나면? 그동안 두들겨 맞은 것을 보전받을 방법이 없다. 그래서? 계속 맞는다. 이것이 인간의 어리석음이다. 이것이 김지하의 병이다.

 

    왜 늙은 침팬지는 악을 쓰며 데굴데굴 구를까? 왜 어린이로 퇴행할까? 배신감 때문이다. 암컷들이 젊은 수컷 편에 섰기 때문이다. 배신당했다는 것은? 자기의 패배가 자신의 완력 때문이 아니라, 암컷들의 의사결정에 원인이 있다는 거다. 결정권을 상대방에게 떠넘기는 거다.

 

    힘으로는 젊은 수컷에 안 되니까, 암컷들의 결정권으로 어떻게 마지막 기회를 살려보자는 의도다. 그러나 대개 반대로 된다. 결정권을 넘기는 순간 모든 것은 넘어가 버린다. 최후의 순간까지 자신이 결정해야 보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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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이 언어 번역기로 고양이의 의도를 알아챌 수 있다. 김지하어 번역기로 김지하의 본심을 알 수 있다. 그것은 보스 김지하가 진보에 왕좌 자리를 빼앗길 때 수수방관한 국민의 배신에 분노하여 떼쓰기를 하는 것이다.

 

    “너희들이 도와주면 나는 빼앗긴 왕좌를 되찾을 수 있어. 결정은 너희가 하는 거야.”

 

    이런 거다. 비합리적인 행동이나 내부에 메커니즘이 있다. 내부적인 합리성이 있다. 결이 있다. 그가 진보로 오면? 왕좌를 빼앗긴 사실을 인정하는 셈이 된다. 그는 왕좌를 되찾을 0.1퍼센트의 확률을 남겨둔 것이다. 그러나 그 덕분에 그를 반대하는 쪽의 입지는 더 강화된다.

 

    까뮈의 이방인 혹은 부코스키의 소설 혹은 김기덕과 홍상수의 영화와 같은 인생의 부조리, 비합리성.. 그 적나라한 인간의 맨얼굴을 대면할 때 우리는 도리어 거기서 어떤 희망을 발견하게 된다.

 

    우리는 박근혜 또라이들의 비합리적인 행동에 분노하지만 그들이 침팬지다운 ‘게임의 법칙’을 알아챌 때 도리어 비전을 얻는다. 걔네들은 걍 ‘김정은 개새끼’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것은 그들이 상처받은 존재임을 의미한다. 나의 상처를 핥아줘. 대신 결정권을 줄게. 이런 거다.

 

    그것은 비합리적인 모습이지만 우리는 그 본모습을 포착하고 ‘저 새끼들도 별수 없구만’ 하고 알아챈다. 그리고 대응전략을 세울 수 있게 된다.

 

    인간대 인간으로 말이 안 통하면, 의사 대 환자로 말이 통할 것이고, 그래도 말이 안 통하면 주인 대 개로 말이 통할 것이다. 이게 아니면 저거다. 김지하들은 이것을 부인했으므로 저것이 되었다. 우리의 대응은 명확해졌다.

 

    각각 걸맞게 대접해주는 수 밖에 없다. 환자의 처지가 불쌍하긴 해도 의사의 메스는 멈추지 않는다. 젊은 수컷은 늙은 수컷에게 열 번을 깨져도 절대 퇴행행동을 하지 않는다. 그게 중요하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0]mrchang

2013.01.11 (21:18:15)

고작 어리광이었다네... 우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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