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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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8561 vote 0 2017.05.14 (23:13:22)

     

    노무현의 길과 문재인의 길


    쿠데타로 집권한 송태조 조광윤은 자신을 황제로 옹립한 공신들을 불러모아 술을 먹여놓고 일제히 무장해제 시켰다. 5대 10국의 지긋지긋한 혼란이 그것으로 끝이 났다. 끝이 안 보이던 의사결정의 난맥상이 단칼에 정리된 것이다. 장군들이 술김에 송태조 앞에서 맹세를 했던 것이다. 당말 이후 비대해진 절도사의 병권을 깎고 중앙집권을 실현시켰다.


    구조론이 항상 강조하는 것은 물리적 해결이다. 태종 이방원은 세종을 위해 공신과 처가를 학살했다. 부인 원경왕후 민씨의 네 형제를 모두 죽이고 세종의 장인어른 심온과 그 아우 심정까지 죽였다. 역시 물리적으로 해결한 거다. 세종이 정치를 잘할 수 있었던 것은 방해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는 태종이 명태조 주원장의 방법을 따라배운 거다.


    주원장이 대신들을 무수히 죽이자 보다 못한 태자 주표가 간하고 나섰다. 그러자 주원장이 가시나무를 꺾어 바닥에 던졌다. ‘그 가시를 이리 가져와라.’ 태자가 가시 때문에 망설이자 ‘네가 이 가시를 줍지 못하겠다면 내가 너를 위해 가시를 모조리 제거해 주겠노라.’ 자신의 학살행각을 변명하고 있다. 태자의 치세를 열어주기 위해 공신을 죽였다는 논리.


    노무현이 문재인을 위해 특별히 안배한 것은 아니겠지만 최병렬, 홍사덕, 이회창부터 난다긴다 하던 인물들이 모두 제거되었다. 박지원, 김한길, 손학규 등 바보트리오는 자발적 분리수거지만 반노를 기치로 내걸었던 점에서 역시 노무현이 남긴 리트머스 시험지 덕을 본 것이다. 왜 한나라당의 아웃사이더였던 이명박근혜가 연이어서 대통령을 먹었을까?


    노무현이 한나라당의 핵심인물을 모조리 제거해버렸기 때문에 이명박근혜가 마지막으로 남은 것이다. 그리고 이제 남은 인물은 없다. 홍준표? 웃자! 어쨌든 지금 문재인을 위협할 인물은? 없다. 유일한 불안요소는 안철수인데 의미없다. 박근혜가 사면받아 서문시장 골목에서 울고다니면? 사면하지 않으면 된다. 결과적으로 이해찬이 양녕대군이 되었다.


    왜 노무현은 당선되자마자 개고생을 했는가? 김대중의 존재 때문이다. 이게 가장 컸다. 영조와 사도세자의 관계다. 영조가 왕위를 물려주려 하나 잘 안 된다. 신하들이 상왕파와 세자파로 갈라져 내분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이를 수습하기 위해 다시 친정을 하고 이 패턴을 반복하다가 결국 사도세자를 죽이기에 이르렀다. 그거 원래 임금 뜻대로 안 된다.


    임금이 사랑하는 아들에게 왕위를 물려주려 해도 쉽지 않다. 의도하지 않게 김대중 대통령이 노무현을 개고생 시킨 셈으로 되었다. 권력의 생리다. 필연적으로 이런 일이 일어난다. 대북송금특검은 핑계고 그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필연적으로 내분이 일어난다. 지금이라면 패권세력이 중심을 잡고 교통정리를 하면 되는데 당시에는 역량이 부족했다.


    진보진영이 전체적으로 미숙했던 거다. 역사공부를 안해서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감을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 했다. 마찬가지로 이명박은 집권하자마자 지지율이 10퍼센트대로 곤두박질했다. 이유는? 광우병 쇠고기? 그건 딱걸린 구실이고 본질은 역시 노무현의 존재다. 노무현이 봉하에 가만 앉아서 헛기침만 해도 이명박은 궁지에 몰렸다.


    그래서 이명박이 노무현을 죽인 것이다. 노무현은 이명박을 괴롭힐 의도가 없었다. 그런데 필연적으로 일이 그렇게 흘러간다. 결이 그쪽으로 나 있으니 결 따라가는 것이다. 이후 이명박근혜는 별로 하는 일도 없었는데 지지율이 50퍼센트를 구가했다. 업적이 마이너스인데 비하면 비정상적으로 높은 지지율이다. 왜 한국인은 이명박근혜를 지지했나?


    김대중 노무현이 없었기 때문이다. 인간심리가 원래 그렇다. 대채제가 있으면 왠지 얄밉다. 가만 있어도 이유없이 밉다. 그때 그 시절 모두 노무현이 미웠다. 미워서 미워한 것이다. 그게 보통 소인배 마음이다. 김대중이 있고, 김영삼이 있고, 김종필이 있으니 왠지 노무현이 밉다. 특별히 지성인으로 훈련받지 못하면 누구나 그렇다. 그게 대체재의 존재다.


    봉건 가부장제 사회라 치자. 집안에 가장이 없으면 의붓아버지가 들어앉아 자녀를 학대해도 이상하게 따르게 된다. 자신을 학대해도 왠지 의붓아버지가 마음에 든든하게 여겨진다. 그런데 다른 곳 어딘가에 친아버지가 있다면? 마음이 180도로 틀어진다. 이거 해결 안 된다. 노무현은 개고생 했지만 문재인의 길은 탄탄대로다. 방해자는 제거되었다.


    이쪽에서 의도하지 않았는데 안철수, 손학규, 김한길, 박지원들이 스스로 자신을 제거해 버렸다. 아마 노무현에게 크게 데어서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격으로 문재인 보고 놀라 나자빠져 죽은 것일 게다. 인간은 결대로 가는 존재다. 방해자가 있으면 그쪽으로 결이 난다. 옥은 깨진다. 깨질 가능성이 있는 모퉁이는 미리 깨놔야 한다.


    장차 떨어져나갈 국민의당은 미리 떼내야 한다. 자발적으로 나가주니 매우 좋다. 이러한 난맥상을 막는 것이 패권세력의 존재다. 그때 그 시절 진보진영은 전체적으로 하는 짓이 안철수 같았다. 어설픈 아마추어였다. 아직도 천지분간을 못하고 그 수준으로 헤매는 사람 몇 보인다. 정신 차리고 중심 잡자. 본능적인 심리를 따르지는 말고 이성을 회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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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이 반드시 악의에 의해 일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므로 악당은 자신이 악당이라는 사실을 모릅니다. 누구든 지렛대와 받침점을 발견하면 그 지렛대를 움직이려고 합니다. 그 후과는 생각하지 않고 말입니다. 김대중 대통령의 존재가 심리적인 지렛대 역할을 한 것이며 김대중을 지렛대 삼아 노무현을 흔들려고 한 것이며 누구나 그러한 심리에 빠져듭니다. 훈련된 지성인만 극복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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