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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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6472 vote 0 2017.11.06 (20:45:04)

     

    트럼프 환영도 반대도 필요 없다


    인간의 모든 행동은 이면에 권력적 동기가 숨어 있다. 진보든 보수든 따지고 보면 권력욕이다. 구조론으로 보면 권력은 언제라도 통제되어야 한다. 사설권력 인정 못 한다. 조폭의 패거리권력도, 아버지들 가부장권력도, 동문들 끼리끼리권력도, 시골영감 텃세권력도, 군부집단의 특권권력도, 종교집단의 성역권력도 예외없이 문민통제를 받아야 한다.


    재벌도 학벌도 조중동도 한경오도 마찬가지다. 모든 권력은 감시되고 견제되어야 한다. 뒤로 작당해서 해 먹지 말라는 말이다. 주로 보수가 권력을 행사하고 진보는 그 권력에 대든다. 보수는 이미 권력이 있는 기득권이고 진보는 아직 잡은 권력이 없는 형편이다. 구조론은 마이너스다. 무슨 말인가? ‘트럼프 이 쌍놈아.’ 하고 욕하다가 화해할 수는 있다.


    반대로 얼싸안고 등을 토닥이다가 얼굴에 침 뱉지 못한다. 먼저 마이너스를 쓰고 나중 플러스 반전은 가능하나 먼저 플러스했다가 나중 마이너스로 못 간다. 그러므로 매도 먼저 맞는 게 낫고 음식을 먹어도 맛있는 부분은 나중에 먹는 게 낫다. 나쁜 소식은 먼저 오고 좋은 소식은 나중 오는 게 세상의 법칙이다. 젊은이의 트럼프 비판행동은 이해된다.


    트럼프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까 견제구를 던져둔다. 그러나 노인네의 굴복행동은 백해무익이다. 그런 짓 해봤자 우습게 보일 뿐이다. 아베가 트럼프에게 칙사대접을 했지만 비웃음만 당했다. 그럴수록 상대를 만만하게 본다. 숙이면 밟아버리는 게 인간의 본능이다. 흔히 개들끼리 물고 그러면 지들끼리 서열싸움을 한다고 방치하는데 위험하다.


    한 번 무는 개는 계속 문다. 야생에서 물리는 개는 무리를 떠난다. 죽을 때까지 물어서 결국 무리에서 추방하는 게 개들의 방법이다. 새끼 늑대의 절반은 서열싸움으로 죽는다. 개도 그렇고 고양이도 그렇고 그냥 놔두면 최악으로 치닫는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부족민은 서로 죽인다. 얻어맞는 걸로 역할이 설정된 부족민은 죽을 때까지 엊어맞고 죽는다.


    그게 인간의 적나라한 모습이다. 트럼프는 유교를 배운 사람이 아니다. 예의를 아는 사람이 아니다. 스스로 악동 캐릭터를 정한 트럼프에게는 선비문화의 엄숙함을 보여줘야 한다. 원래 악동이 유약한 도련님은 잘 골탕먹이는데 엄격한 선비한테는 깨갱한다. 카리스마 대 카리스마의 대결이어야 한다. 트럼프는 카리스마를 찾아서 헤매는 인간이다.


    그런 자가 진짜 카리스마 있는 사람에게는 알아서 긴다. 부시와는 다르다. 부시는 바보이기 때문에 콤플렉스가 있다. 자신의 바보를 들킬까 봐 김대중 대통령의 지성에 매우 반발한다. 흥! 내가 바본 줄 아나? 요런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근데 바보 맞거덩. 그게 더 치명적이다. 앙심을 품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도 그렇고 박근혜도 그렇고 앙심이 있다.


    이것들이 나를 공구리 삽질하는 노가다판 이 씨 아저씨로 보겠지. 속으로는 나를 경멸하겠지. 본때를 보여줘야지. 이명박이다. 이것들이 나를 시장통 순댓집 아줌마로 보겠지. 겉으로는 웃지만 속으로는 나를 비웃고 있겠지. 두고 봐! 씹어버리겠어. 이런 마음이다. 트럼프는 아니다. 이 자는 즐기는 자 모드다. 콤플렉스라는 게 없고 해맑은 사람이다.


    콤플렉스 때문에 정치를 하는 게 아니라 허세 때문에 정치를 한다. 오바마도 절치부심하는 게 있는데 트럼프는 없다. 징기스칸이나 나폴레옹이 노무현처럼 와신상담에 절치부심의 정치를 하는 영웅이라면 트럼프는 알렉산더나 곽거병처럼 즐기는 자의 캐릭터다. 허세는 맞춰주면 된다. 콤플렉스 부시는 고슴도치처럼 가시를 세웠다가 기어코 찌른다.


    허세덩어리 트럼프는 분위기 맞춰주면 희희낙락해서 김정은과 어깨동무하고 햄버거 먹으려 든다. 이름부터 트럼프 아닌가? 자기 집을 황금으로 장식해놓고 고층빌딩에서 내려다보며 낄낄대는 자다. 아베처럼 빌빌거리면 동물의 본능이 발동해서 대놓고 밟아버리는 그런 인간이다. 반대로 자기 광나는 일이라면 얼마든지 고개 숙일 수 있는 인간이다.


    왜냐하면 자기 카리스마에 플러스가 된다고 믿으므로. 카리스마를 세울 수 있다면 푸틴이든 김정은이든 이용한다. 그러므로 트럼프가 보는 것은 상대방에게 과연 자신과 배짱이 맞는 카리스마가 있느냐다. 비굴하게 고개 숙이며 뒤로 흥정할 요량으로 카드 꺼내는 자는 경멸한다. 통 크게 뱃심 대 뱃심의 승부를 펼쳐야 한다.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자.


    뭐든 애매하고 흐리멍텅하게 가려고 하면 안 된다. 비열하면 안 된다. 쫄면 안 된다. 허세로 맞서도 안 된다. 세련된 매너로 이끌어야 한다. 강형욱 훈련사라면 트럼프 비글 정도는 쉽게 교정한다. 비글이 잘 물어뜯지만 한편으로는 고통을 잘 참는 개라서 의료용 실험견으로 많이 쓰인다고. 콤플렉스는 다루기가 어렵지만 허세는 사실이지 다루기 쉽다.


    정리하자. 진보든 보수든 권력이다. 보수는 현재 있는 권력을 사용하므로 당장 통제되어야 하고 진보는 장차 없는 권력을 획득하려 하므로 놔두면 뒷맛이 있다. 진보의 오버는 사석작전에 사용된다. 진보가 오버해도 조만간 버리는 카드가 되므로 상관없다. 이용가치가 있는 거다. 싸우다가 나중 화해할 수는 있어도 화해하다가 나중 싸울 수는 없다.


    그러므로 아베가 비굴하게 굴다가 나중 트럼프 뒤통수 칠 수는 없고 반대로 문재인이 처음 긴장타다가 나중 흥겨워질 수는 있다. 수순이 중요하다. 나쁜 것을 먼저 하고 좋은 것은 나중 하자. 트럼프는 미국 역대 대통령들 중에서 가장 약한 패다. 으뜸패가 아니라 최악패다. 한반도가 가장 첨예하게 대결이 이루어지는 역사의 현장임을 보여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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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는 비글입니다. 초보자는 다루기가 어렵지만 고수는 쉽게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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