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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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5260 vote 0 2018.10.01 (10:42:33)

      
    미스터 선샤인의 불편함


    필자는 역사왜곡이나 고증오류에 민감해서 엉터리 사극을 보면 많은 불편을 느낀다. 속이 뒤틀린다. 복장도 가짜고 무기도 가짜고 죄다 스테레오 타입으로 왜곡되어 있기가 다반사다. 일본인 고증오덕들이 특히 비웃는다고. 일본군 복장은 시대에 따라 계속 변해왔는데 한국드라마에 나오는 일본군은 왜 복장이 늘 똑같냐고.


    미스터 선샤인을 보지는 않았지만 봤다는 사람에게 일부 내용을 전해들었다. 도대체 7만의 대군이 왜 일본과 싸우는지 그 목적이 무엇이고 그 이유가 무엇인지 끝까지 나오지 않는 허무주의 드라마였다고. 나라가 너한테 해준게 뭔데? 너는 왜 나라를 위해 싸우지? 천민 백정 주제에 너를 억압하는 양반을 위해 싸우는 거냐? 


    이런 식이다. 한때는 서울진공작전을 펼쳐 서울을 포위하기도 했다. 항구에 정박한 일본군 군함 7척을 때려부숴 가라앉힌 맹장 신돌석이 평민출신이라는 이유로 합동작전에서 제외되는 바람에 내분으로 서울탈환을 실패한 것이 양반이 주도하는 의병운동의 한계다. 그런데 7만 명의 병사에게 왜 싸우냐고 묻는게 가당한가?


    한두 명이면 몰라도 7만 명인데. 광주항쟁도 그렇다. 5월에 왜 그랬지? 한두 명이라면 몰라도 광주시민이 죄다 나왔는데 그걸 묻는다는게 말이나 되나? 돌았냐? 그 7만 의병들 때문에 일본 정치권 내부에 충돌이 일어나고 의병토벌에 따른 초토화작전 여파로 만주로 이동한 의병을 쫓아 일본군이 만주로 쳐들어가게 된 것이다. 


    그 때문에 중일전쟁과 태평양전쟁이 일어나고 그 7만 의병들 때문에 일본이 원자탄 두들겨 맞았다는 본질은 왜 끝끝내 말하지 않는가? 아마 작가가 친일파였기 때문이리라. 구조론은 엮임에 대한 이론이다. 긴밀하게 맞물려 돌아간다. 이것이 일어나면 저것이 일어나고 이것이 쓰러지면 저것이 쓰러진다. 석가의 연기법이다. 


    7만 의병의 항쟁과 일본이 두들겨 맞은 원자탄은 아무 관계가 없는게 아니다. 구조로 엮여 있다. 나라가 내게 해준 것이 없는데 왜 나라를 위하여 목숨을 바치나? 여기서 눈에 밟히는건 위하여다. 고증오류에 민감하듯이 필자는 언어오류에도 민감하다. 위하여는 모두 언어오류다. 가시처럼 딱 걸린다. 말을 왜 그따위로 하는가? 


    초등학교에서 뭘 배웠나? 나라를 위하여, 뭐를 위하여, 위하여를 앞세우므로 할 말이 없게 된다. 허무주의로 빠지는 것이다. 언제라도 의하여가 정답이다. 나라를 위하여 싸운게 아니고 나라를 세워 왕 먹으려고 싸운 것이다. 북한은 의병의 후손들이 대접받고 있다고 한다. 평양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독립투사들의 후손이라고. 


    왕조를 일으키는 공을 세워 귀족이 되고 양반이 되고 평양 가고 한양 가서 출세하려고 싸운 것이다. 아니다. 밑바닥에 에너지가 있으므로 싸운 것이다. 에너지는 낙차를 따라 흐른다. 만만한 것을 보면 피가 끓어오른다. 수준이하 스테레오 타입 선악논리에 빠져 있으므로 우리는 허무주의를 피하지 못한다. 왜 허무한 것일까? 


    왜 떳떳하게 이유를 말하지 못할까? 거짓말이기 때문에 앞뒤가 안맞고, 앞뒤가 안맞기 때문에 설명이 안 되고, 설명이 안 되므로 허무한 것이다. 의병항쟁은 나라를 위하여 한 몸을 바치는 충신의 드라마가 아니다. 유비, 관우, 장비 삼형제가 나라를 위해 일어선게 아니다. 황건적이 만만해 보여서 흠씬 때려주려고 일어선 거다. 


    봉건시대는 국가개념보다 가문개념이 앞선다. 태평천국의 난에 죽은 사람이 일차대전에서 죽은 사람보다 따따블로 많다고 한다. 그들은 왜 싸웠을까? 만족 청조를 타도하기 위하여? 멸만흥한의 기치를 높이 들고? 홍수전을 하느님으로 착각해서? 아니다. 그들은 원래 가문전쟁을 하고 있었다. 이전부터 줄창 싸워대고 있었다. 


    가문들끼리 대를 물려가며 복수전을 거듭하고 있었다. 복건성 일대에 많다는 객가족의 거대한 토루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들은 원래 내전중이었는데 홍수전의 선동으로 전쟁의 규모가 커진 것이다. 마찬가지로 구한말은 혼란했다. 일본군이 들어오기 전에 이미 3정의 문란으로 혼란해져 있었고 동학농민항쟁이 혼란을 더했다. 


    봉건시대는 그랬다. 이쪽에서 순사가 일어서면 저쪽에서 독립군이 일어선다. 이쪽이 김일성에 붙으면 저쪽은 이승만에 붙는다. 이웃마을 박씨가 일어섰다면 질세라 김씨가 맞대응하여 일어선다. 우후죽순으로 여기저기서 일어난다. 지도자는 양반이었지만 병력은 하층민이다. 일단 일어서서 이곳저곳을 찔러대며 반응을 본다. 


    착한 농부들이 가만있는데 갑자기 일본인들이 몰려와서 횡포를 부리니까 분노하여 일어선다는 유치찬란 선악구도 이분법은 이제 졸업할 때가 되지 않았나? 아직도 그 수준에서 노는가? 일본군이 오기도 전에 동학농민군이 한바탕 해봤다. 얻어맞고 난 다음에 반격하는 을의 포지션은 언제나 비참한 것이다. 먼저 때려야 한다. 


    먼저 일어나야 한다. 먼저 공격 들어가야 한다. 왜 7만 의병은 도처에서 일어났을까? 건너마을 점촌 신가놈들이 일어서기 전에 우리 예천 황씨가문이 먼저 선제대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권력의지 때문이다. 공자에게 배웠기 때문이다. 광주항쟁도 마찬가지였다. 가만있는 광주시민을 전두환이 뜬금없이 두들겨 팬 것이 아니다. 


    그 전에 이미 서울역에 10만이 모였다. 서울 애들이 먼저 일어났다는데? 우리가 질 수 있나? 우리 광주가 의리를 지켜야지. 그렇다. 전두환이 때려서 광주가 일어난게 아니고 전부터 전국적으로 다 일어났는데 다른 지역이 죄다 배신한 거다. 주변을 둘러보니 어 이게뭐야? 광주만 남아 있다. 더러운 대구놈 부산놈이 배신했다.


    심재철이 배신한 거다. 광주가 특별히 일어난게 아니고 당시 전국적으로 일어나는 것이 맞는데 다른 지역이 배신한 거다. 의리를 못 지킨 우리는 미안한 것이고 광주에 빚지고 있다. 서울에서 먼저 이름을 불렀거든 당연히 호응하여 전국에서 일어나야 한다. 의병에게 묻지 말고 배신자들에게 배신의 이유를 캐물어봐야 한다. 


   왜 의리를 지킨 의병에게 이유를 묻나? 배신자들에게 배신의 이유를 물어야지? 뭔가 거꾸로 된 것이다. 이 나라는. 시청률은 될지 몰라도 뭔가 근본이 틀려먹었다. 구조론은 말한다. 대답하는 자가 되지 말고 먼저 와서 불러주는 사람이 되라고. 자신의 욕망을 달성하려고 하지 말고 다른 사람의 욕망에 불붙여 끌어내라고. 


    타인으로 하여금 욕망하게 하라고. 이를 실천한 사람이 공자다. 공자는 벼슬을 못 했지만 맹자로 하여금 벼슬을 하게 만들었다. 타인의 욕망에 불을 질렀다. 잠든 세상을 격동시켜 크게 일깨웠다. 민중의 권력의지를 끌어냈다. 그게 진짜다. 민중의 권력의지는 자연스러운 것이며 친일 배신자들에게 배신의 이유를 캐물어야 한다. 

   

    공자의 정명사상을 생각하자. 무릇 언어를 바로 세우지 않으면 안 된다. 의리를 저버린 개새끼들에게 너는 왜 개가 되었느냐고 따져야지 의리를 지킨 사람에게 너는 왜 사람이냐고 물으면 안 된다. 원래부터 사람이었다. 변한 것의 변한 이유를 물어야지 한결같은 사람에게 한결같은 이유를 묻는다면 그것이 언어도단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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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이미지 [레벨:11]오맹달

2018.10.01 (15:13:23)

"만만한 것을 보면 피가 끓어오른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3]알타(ㅡ)

2018.10.01 (15:38:48)

의병 활동이 만주로 이동해서 중국과 러시아로 확대 되었다!

[레벨:30]스마일

2018.10.01 (21:22:47)

홍범도가 의병장에서 독립군이 된 케이스이고
일본은 끝까지 한국의 독립을 미국에 반대했는데
독립군의 극렬한 저항때문에 미국이 일본의 말을
듣지않고 한국을 독립시켰다고
국방tv의 토크멘터전생사에 나옵니다.

세상에 단 하나의 학문이 존재해야한다면 그것은
역사일 것입니다.
역사는 특히 세계사는 감상이 말장난의 철학이 아니라
물리의 힘으로 움직였다는 것을 초등학교때부터 가르켜너
강한군인과 함께 강한국민을 만들어야 합니다.
[레벨:30]스마일

2018.10.01 (22:14:40)

미스터선샤인은 일본과 협력해서 일본자본이 들어갔고
전세계에 배급하는데 아마 미국쪽 배급사가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화면만 예쁘고 내용은 없고 친일파아빠를 딸이 증오하여 양비론은로 빠질 위험있는 드라마입니다.
이완용을 보면 아주 아주 자손대대로 친일파였습니다.
한미일 삼국의 자본이 들어간셈인데 제대로 된 역사드라마가 될 수 없습니다.
전에 공유가 나왔던 밀정같은 드라마입니다.
밀정도 미국배급사가 들어가니까 제대로 된 역사영화를
만들 수 없었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21]이상우

2018.10.01 (23:28:09)

왕정시대에 왜 다른나라에서는 없는 의병이 우리나라에서 일어났는지 궁금합니다. 민중의 권력의지가 어떻게 대한민국에서 나왔는지... 왜 임진왜란에서 무기를 든 의병들이 임란후 진도나가지 못하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는지.. 무식이 탄로 남에도 무식을 깨우치고자 다시 여쭙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8.10.01 (23:44:11)

다른 나라는 용병 아니면 사병전쟁이므로 의병이 있을 수 없지요. 

농노가 무장하면 그 자체로 반역행위 즉 민란입니다. 


유럽은 봉건시대가 근대까지 이어져서 

귀족 중심의 전쟁을 했으므로 의병이 없습니다.


구한말 의병은 사실상 민란의 성격을 겸한 것이며

엄밀하게 의병의 성공사례는 임진왜란 때 한 번입니다.


일본인들은 의병의 존재를 상상 못하고 

조선왕을 사로잡아 중국을 치고 


천자를 사로잡아 인도를 정벌하려고 한 거.

이건 봉건시대 전쟁형태입니다. 


안시성 싸움도 주필산 싸움에서 패배한 고연수 등을 생포하여 

고구려군으로 고구려를 치는데 원래 이렇게 합니다.


민란은 원래 자기네들끼리 치고받고 싸우는데

의병은 양반이 주도하므로 그런 혼란이 없습니다.


동학군도 자기네들끼리 치고받고 싸운 일이 있습니다.

그게 반은 민란의 성격이었다는 거지요.


의병은 양반계급의 지도력이 살아있다는 의미가 되고

동시에 양반계급의 위신과 평판이 떨어진 만큼 한계가 뚜렷했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20]아란도

2018.10.02 (00:05:10)

'1907년 대한제국 정부는 국가의사를 결정할 능력을 이미 상실했으므로 당시의 국가 및 국민의 의사는 의병이 대신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므로 의병전쟁이라는 용어가 성립하는 것이다. 의병전쟁은 1910년 8월 29일 대한제국이 일본제국주의에 의해 멸망당할 때까지 일제의 침략에 대항하여 싸운 무력항쟁을 말하고, 대한제국이 멸망한 후에 일제와 싸운 것은 독립전쟁으로 구분하는 것이 원칙이다.'


출처 : http://100.daum.net/encyclopedia/view/b17a2685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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