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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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6496 vote 0 2018.03.13 (20:06:07)

    미투운동의 본질에 대하여


    엘리트 여성의 사회적 포지션이 없다는게 사태의 본질이다. 노예해방선언은 1863년에 일어났고 흑인 민권운동은 100년 후에 일어났다. 그 100년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흑인 엘리트 계급이 등장한 것이다. 항상 그러하다. 논의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평행선을 내달리는 것은 표면의 사실과 이면의 진실에 숨은 간극을 모르기 때문이다.


    무뇌좌파들은 뭐든 몰라서 그렇고 정확한 사실을 가르치면 된다고 여기고 팩트에 집착하는데 착각이다. 에너지가 없으면 안 된다. 팩트 좋아하다가 진중권이 변희재에게 털린다. 팩트 좋아하다가 광우병 촛불처럼 결말이 이상하게 된다. 언제라도 세상을 움직여가는 근본은 따로 있는 법이다. 깨달을 일이다. 세상을 바꾸는 에너지는 어디서 오는가?


    위안부 문제만 해도 그렇다. 일본은 팩트에 집착한다. 세계적인 여성인권 강조의 에너지 흐름을 보지 않고 서류철을 뒤져 자기네에게 유리한 증거를 제출하고 반대쪽 증거는 무시한다. 팩트싸움에만 이기면 된다고 믿는다. 어리버리 박유하는 이런 일본의 술책에 잘도 속아넘어간다. 팩트는 이중적이고 해석하기 나름이다. 중요한건 역사의 큰 조류다.


    역사의 물결이 밀물인지 썰물인지를 판단하고 그 에너지 흐름에 올라타야 한다. 쉽게 말하면 일본인들이 한국물건을 사지 않는게 문제의 본질인 것이다. 피아구분이다. 일본은 한국을 남으로 본다. 여기서 틀어졌다. 흑인을 차별하던 백인도 자기 가게에 흑인 고객들이 몰려오면 함부로 못한다. 일본 만화가들은 한국인을 차별하는 만화를 안 그린다. 


    한국 독자들이 일본만화를 보니까. 한국 만화가들은 일본인을 비난하는 만화를 태연하게 그린다. 어차피 일본 독자들은 한국만화 안 보니까. 중국인을 짱깨라고 부르다가 회사에 중국인 동료직원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 조심한다. 그게 인간이다. 무의식이 도사리고 있다. 모든 차별심리의 배후에는 대상화, 타자화가 존재한다. 못배워서가 아닌 거다.


     이는 무의식이며 생존본능이다. 분위기 파악 못하면 회사에서 짤린다.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려면 일본인의 무의식이 바뀌어야 한다. 한국인을 타자로 여기는 한 해결되지 않는다. 왜 일부 한국 남자는 여성을 타자로 여기고 대상화하는가? 간단하다. 그게 자기 엄마에게는 안 하는 행동이다. 무의식 영역에서 생존본능이 그렇게 명령하고 있는 거다.


    왜? 엘리트 여성의 지배를 받아본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 자라나는 청소년들은 다를 것이라고 본다. 왜? 여선생님 밑에서 공부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교사는 여교사가 많으니까. 성문제를 단순히 성에 국한시켜 보면 안 된다. 상대방을 타자로 보고 심리적으로 제압하려드는게 본질이다. 여성을 만만하게 본다. 제압하려는 공격본능 충족시킨다.


    여성 중에도 특히 약해보이는 사람을 노린다. 그러므로 여성들도 남자를 제압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늘 말하듯이 지하철에 추락한 사람을 구하려고 판단하면 늦었다. 본능적으로 달려들어야 하며 미리 훈련되어 있어야 한다. 대통령 경호원은 아무 생각없이 육탄으로 막는다. 막을까 말까 판단하지 않는다. 여성은 남자제압 훈련이 되어있어야 한다.


    그 전에 자신이 엘리트라는 자각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엘리트라는 티를 내야 한다. 엘리트의 눈빛을 가지고 문제 남자를 쏘아봐야 한다. 위축되면 안 된다. 이걸 초등학교 때부터 가르쳐야 한다. 고은의 퇴행행동은 말하자면 한량이 주막에서 주모랑 욕지꺼리 하며 농담하던 수준으로 노는 것이다. 고은 시가 그렇다. 여자는 다 주모로 보이는 거다.


    남자들끼리 있어도 어른들 앞에서는 조심한다. 여자 앞에서는 긴장 풀린다. 주모로 보기 때문이다. 무의식 깊은 곳에 또아리를 틀고 있으므로 쉽게 바뀌지 않는다. 길거리에서 지나가는 행인을 향해 시비를 거는 정신병자도 조폭이 째려보면 제정신으로 돌아온다. 정신병이 3초 안에 치료되는 기적이 일어난다. 고은은 그런 임자를 못 만난 것이었다.


    남자들의 문제행동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여자가 아닌 다른 남자들에게 위세를 부리는 수컷 침팬지 특유의 과시행동이다. 이 경우 자신의 행동이 잘못임을 깨닫지 못하는 이유는 그 행동이 사실은 다른 남자에 대한 행동이기 때문이다. 여자와 수작하면서 사실 남자를 의식한다. 다른 남자에게 질 수 없다는 경쟁의식을 가지고 있다.


     문제를 깨닫지 못할 뿐만 아니라 설득도 안 된다. 두 번째는 여성의 모성본능에 의지하며 여자를 엄마로 여기고 보살핌을 받으려는 유아틱한 퇴행행동이다. 정치적 위기에 몰린 독재자나 감옥수감을 앞둔 범죄자나 군부대 입영을 앞둔 청년이나 파산위기에 빠진 회사의 보스나 암살위협을 받고 있는 왕국의 군주가 이런 식의 퇴행행동을 하는 것이다.


    안희정의 퇴행행동도 이 경우다. 자신을 약자로 여기고 어리광을 부리면서 여자는 당연히 자신을 용서해야 한다고 여긴다. 둘 다 무의식 깊은 곳에서 물결쳐오는 생존본능의 명령을 받고 있으므로 죄의식을 느끼지 못한다. 그러므로 교육을 한다고 해서 해결되는게 아니다. 그렇다면 정답은? 서열정리를 다시 해야 한다. 원시 모계사회는 그렇지 않다.


    인간의 원래 모습은 모계사회에서의 생활양식이고 이 경우 여성 중심으로 서열정리가 된다. 부계사회로 바뀌며 서열구조가 틀어져서 다들 정신병자가 되어 있다. 여성이 남성을 선택하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여자가 변해야 한다. 원래 동물은 대부분 암컷이 수컷을 선택한다. 일단 발정기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인간이 원래 모계사회임을 받아들이고 여성중심 서열구조를 정착시켜야 하며 여성 엘리트가 활약해야 하고 여성이 남성을 선택하는 문화를 정착시키는게 정답이다. 그러려면 산업구조 자체가 변해야 한다. 지금처럼 굴뚝산업 위주로는 남자가 권력을 쥘 수밖에 없다. 엘리트 여성이 활약할 공간이 없다. 패션산업, 문화사업, 서비스업을 일구어야 한다.


    본질은 사회적 동물인 인간의 집단 안에서의 서열정리 혹은 서열재조정 문제이기 때문에 산업의 발전과 함께 가는 거다. 여성 창업자와 CEO가 늘어나야 하고 산업이 변해야 한다. 흑인노예 해방은 1863년에 일어났다. 민권운동은 백 년 후에 일어났다. 그새 사회가 변한 것이며 거기서 에너지가 나오는 것이다. 무의식은 부단히 변화를 읽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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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이미지 [레벨:20]수원나그네

2018.03.13 (21:27:36)

하지만 맨입으로 엘리트 대접을 받기는 어렵소.
만만한 아니정이나 봉도사가 아니라
장자연에 엮인 자들 끝장내보여야 인정~
[레벨:5]김미욱

2018.03.14 (00:10:51)

남편과 아들이라는 각각의 두 남성에 대해 한국여성들이 갖는 타자성의 간극이 얼마나 큰지를 알면 양성평등은 여전히 요원한 일입니다. 여성우호적인 산업구조도 필요조건이지만 남녀차이를 전제로 한 솔직담백한 성교육이나 성담론이 충분조건이 되어야 미투운동이 제대로 가닥을 잡을 듯 합니다.

자식의 혈연을 의심하는 부계사회보다 몸소 낳은 자식만이 확실히 한 가족임을 확신하던 모계사회 여성들의 본능적 믿음이 오히려 남녀간의 신뢰를 회복시키기에 더 나을 수 있다는 재밌는 역설이 성립되네요. 동렬님의 모계사회지향 견해를 지지합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20]수원나그네

2018.03.14 (08:00:55)

혈연의 '의심'과 '믿음'을 대칭으로 한 뛰어난 통찰이오~


하지만 그 '의심'이야말로 약한 '고리'이고,

그 고리를 보호할 수 있어야 집단의 생존이 가능한 세월을 오랫동안 지내왔다는..

그런 역설도 성립하겠네요~


[레벨:11]큰바위

2018.03.14 (08:56:55)

동렬님 글은 읽을 때마다 늘 시적인 느낌이 듭니다. 

잘 정제되고, 운율도 맞고, 말하는 것마다 시적인 깨달음으로 뒷통수를 후려 맞는 느낌이 듭니다. 


팩트 체크를 굳이 구조론적 설명으로 하면 "입자"에 해당하는 거라고 보입니다.

팩트를 사건으로 연결시키는 눈이 없으면 힘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자멸하지요. 


실제로 패미니즘을 이야기할 때도 '명예남성'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여성으로서 남성이 행사하는 권력을 얻기 위해 취하는 방식이지요. 


여성이 가부장적 사회라고 부르는 남성위주의 사회에서 엘리트로 가기 위한 현상 중 하나이고, 

궁극적으로는 사회 구조 및 질서의 재편이지요. 

결국  미투 운동은 짓밟혔던 여성의 존엄을 회복하기 위해 지난 5천년 쌓아놓은 가부장적 사회 질서의 재편을 요구하는 겁니다. 이런 맥락에서 자기 살자고 정봉주처럼 찌질하게 개인 이야기 너무 많이하면 그 순간 '나는 끝이여'하고 선언하는 겁니다. 


최근 글마다 다섯 줄 글에 맨 끝줄이 6-8자로 끝내는 모습은 예술이기까지 합니다. 

보통 쓰지 않는 말이지만, awesome이라고 해야 하겠네요. 

[레벨:3]약속

2018.03.14 (17:51:21)

큰바위님 댓글에 동감합니다.

동렬님 글은 논리적인 시군요...\

가끔 등골이 서늘하게 공감하고,

가슴이 열립니다.

항상 좋은 글 감사합니다.

[레벨:4]고다르

2018.03.14 (22:51:16)

이 사태를 비관적으로 보는지 모르겠지만 승자는 단 한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손석희. 그는 한국인들이 어디서 폭발하는지 아주 잘 알고 있어요. 그는 미투운동의 본질에 대해서 이해하고 있지 못하고 관심도 없는 듯 합니다. 그냥 자신이 잘 하는 일을 할 뿐입니다. 앞으로도 그러겠지요. 손석희랑 인터뷰해봐야 손석희 위신만 올라가는 걸 미투운동 하는 사람은 모르나 봅니다.

그리고 안희정이 "고소한 분께는 정말 죄송하지만 제 아내가 더 힘들지 않겠습니까", "이후 어떤 일을 당하든 아내와 가족들 곁에 조금 더 있어 주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고 욕을 많이 먹고 있던데요. 저는 오히려 이 발언을 보고 안희정이 완전한 쓰레기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손석희는 이러한 발언에 사람들이 분노한다는 것을 매우 잘 아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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