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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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7696 vote 0 2016.12.10 (17:37:54)

     

    박근혜들의 악마성


    일전에 중국인들의 채팅을 지켜본 적이 있다. 무슨 이야기들을 하고 있는가 싶어 구글번역기를 돌려봤더니 서로를 아Q라고 비난하고 있더라. 루신의 아큐정전 말이다. 혁명이다. 그러나 아무도 불쌍한 아Q를 부르러 오지 않았다. ‘아큐야! 가자. 혁명이라구!’ 이런 반가운 목소리는 어디에서도 들려오지 않았다.


    별 수 없이 혼자 혁명해야만 했다. 반동세력인 비구니 스님의 볼을 꼬집어 주었다. 그러다가 얼떨결에 사형대에 올랐다. 사형장에 몰려든 군중들이 일제히 외쳤다. ‘뭐하고 있어. 아Q! 사형수의 노래를 불러줘야지! 한 곡조 뽑아봐!’ 그제서야 아Q의 진가를 알아주는 사람이 나타난 거다. 어찌 호응이 없겠는가?


    아Q는 사형수의 노래를 목청껏 부르면서 군중의 환호에 답했다! 그런 식이다. 인간의 비참이 그 가운데 있다. 어디 박근혜 뿐이겠는가? 누구든 무대에 올려세워주면 불쌍한 아Q처럼 제대로 연기하고야 마는 것이었다. 결정적 순간에 나름 존재감을 살린 최경환처럼 잘 해내고 허무개그 김병준처럼 막 해내더라.


    선역이든 악역이든 가리지 않고 해내더라. 대통령 역할을 멋지게 연기하는 것이 소망이었다. 아뿔싸! 그러다가 끌려내려졌다. 허걱! 더 잘 연기할 수 있었는데 하는 진한 아쉬움이 발목을 잡는다. 그래서 박근혜 개긴다. 박근혜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적군의 침략! 마지막 순간 옥좌를 지키는 망국의 군주 캐릭터!


    그래! 다른건 못해도 앉아서 버티는 역할만큼은 해낼 수 있어. 이런건 내 체질이지. 관저에 짱박혀 있으면 되잖아. 300만 명이 촛불을 들어도 난 꼼짝도 안할거야. 나름 존재감 살잖아. 안철수, 손학규들도 같다. 자신이 리더라는 생각이 없고 단순히 기술자라고 여긴다. 대통령 후보 연기쯤은 나도 해낼 수 있어.


    안철수! 연단에 오르라면 올라버리고 연설하라면 연설해버려야지. TV토론도 해낼 수 있어. 그날이 오면 밤샘연습도 불사할 거야. 그래도 프롬프트는 챙겨야겠지. 빨간 가방도 잊지 말고. 박근혜! 순실아 도와줘! 대통령 일할 생각은 없지만 대통령 연기할 생각은 있다. 외국정상과의 회담도 막 해낼 수 있다구.


    오바마 미워. 망신주다니. 푸어 프레지던트가 다 뭐람. 메르켈 미워. 악수 때문에 가방을 빼앗기다니. 흥! 그래도 여왕의 마차는 그림이 괜찮았어. 이 정도면 잘 해낸거라고. 왜 나만 미워해! 그런 식이다. 이런 때 내가 감초처럼 나서줘야지. 손학규! 만덕산아 잘 있거라. 나 이제 내려가리라. 나 이제 개헌하리라.


    앗싸! 카메라발 좋고! 천하에 후레자슥은 이준석이다. 세상에 나쁜 놈이 많다지만 그 중에 으뜸은 전여옥이라. 그 독초 전여옥이 두 손 두 발 다 들고 항복했다면 이준석이라. 새누리당 회의석상에서 전여옥을 향해 배신자라고 소리 높여 외쳤다가도 저녁때 따로 찾아와서 ‘존경합니다. 의원님! 싸랑해요. 알죠. 


    찡긋! ♡여옥♡준석.’ 이러는 거였다. 그렇다. 사실 이준석은 전여옥에게 아무런 유감이 없었다. 동료이자 대선배 정치인이 아닌가. 그는 단지 미친 새누리를 연기할 뿐이다. 미친 새누리를 연기하려면 이 정도는 곱게 미쳐줘야지. ‘내맘 알잖아요. 이거 다 연기라는 거. 전여옥 선배님 하는 짓도 다 연기일테고.


    저도 의원님만큼 연기를 해낼 수 있다구요.’ 요즘은 괜찮은 젊은 보수 캐릭터를 미는 중이다. 원칙과 상식의 양심적인 젊은 보수! 먹힌다. 전원책 캐릭터갈이 솜씨 봐라. 능구렁이가 열 마리. 최민식 울고 송강호 운다. 이정현 그 뻔뻔스러운 충성충성충성충성을 날려대는 것도 이게 다 연기라는 생각 때문이다.


    손가락에 장도 좀 지져주고. 뭐 애드립 살잖아! 패러디가 흥했어. 실시간 1위 찍어주고. 이 바닥이 원래 그런거 아니겠어. 박지원의 받아넘기는 솜씨 또한 마찬가지. 진정성이라곤 눈꼽만큼도 없다. 아니다. 진정성이 있다. 정치인의 진정성은 없어도 연기는 진정으로 한다. 뭐 그게 그들의 밥 먹는 직업인 것이다. 


    김병준이 뻘쭘하지만 그게 원래 뻘뿜한 배역이다. 생긴 것도 뻘쭘하고 받아든 대본도 뻘쭘하고. 그래서 더 비참하다. 사형대에 올라서야 제대로 배역을 찾은 그대 말이다. 죽는 순간 만큼은 대본이 없어도 연기해낼 수 있는 당신 말이다. 죽는 순간에만 주연배우가 되는 그대 말이다. 인간이라는 존재가 원래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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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은 언제라도 집단의 의지를 따라갈 뿐입니다. 문제는 그 소속된 집단이 대한민국이 아니라는 거죠. 그들만의 패거리라는 거죠. 인간은 언제라도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죽습니다. 언젠가는 대한민국 국민이 박근혜를 알아주겠죠. 죽는 순간 만큼은 대본없이도 제대로 연기했다는 사실을. 박정희도 죽을 때는 군말없이 꽥 죽었습니다. 아! 인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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