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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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1258 vote 0 2015.08.25 (11:53:20)

     

    북한은 사과하지 않았다


    개가 사람을 물었다. 항의하자 개주인이 말한다. ‘거 참 안 됐구만. 우리집 개는 건드리지만 않으면 안 무는데.’ 북한은 사과한게 아니다. 북한의 유감표명은 위에서 김정은이 직접 지시한건 아니고, 현장 책임자가 흥분해서 벌인 일인데, 먼저 신경을 긁은 니들도 책임이 있으니, 내가 한 번 말려보기는 하겠지만, 내 힘으로 안 되는 일이 있으니, 니들도 알아서 잘 해봐라는 말이다.


    정치의 고수는 눈높이를 국민의 평균수준에 맞춘다. 진짜 고수는 거기서 반 걸음 앞서 나간다. 수준을 낮추면 친근감을 얻지만 대신 국민이 얕잡아 본다. 수준을 높이면 우러러 보지만 대신 거리감을 느낀다. 정답은 미래를 예측하고 사전에 판을 설계하는 것이다. 두어 걸음을 앞서가면서도 거리감을 주지 않고 국민과 함께 간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 단 예측이 맞아떨어져야 한다.


    국제정치에서 국제법 같은건 없다. 관행이 굳어져서 법이 된다. NLL도 원래는 관행이었는데 지금은 법적인 구속력이 있다. DMZ에 무장하고 들어가면 안 되는데 지금은 다들 무장하고 들어가 있다. 법이 만들어졌다. 남북한 양측은 끊임없이 새로운 법 만들기 게임을 벌여왔다. 관행을 누적시켜 왔다. 그런데 북한이 더 유리한 구조다. 일단 평양이 휴전선과의 거리가 더 멀다.


    그러므로 북한은 일선 지휘관에게 재량권이 있고 자기는 모른다는 기믹을 쓴다. 전선 바깥에 또다른 전선을 두는 이중전선 게임이다. 도발했다가 남측에서 항의하면 ‘아 그건 일선에서 일어난 충돌이야. 우린 모르는 거라구. 그쪽에 가서 알아봐. 니들이 먼저 신경을 긁었겠지.’ 이런 식으로 나온다. 그래서 노무현 대통령이 행정수도를 세종시로 옮기려 했다. 유리한 포지션을 잡는다.


    일본도 이러한 이중구조 수법을 쓴다. 결정은 막부가 하지만 일은 지방의 번국에서 벌인다. 덴노의 조정까지 합해서 3중구조로 되어 있다. 이 수법이 편한게 지방의 번국이 오키나와를 탈취해오면, 막부는 주변국이 어떻게 나오는지 가만이 지켜보다가 별다른 항의가 없으면 중앙에서 추인하는 수법을 쓸 수 있다. 울릉도와 독도를 탈취하려다 안용복에게 들킨 때도 이 수법을 썼다.


    조선 조정에서 항의하지 않으면 울릉도가 일본땅이 되어버리는 수가 있다. 일본이 오키나와와 홋카이도를 삼킬 때 청나라와 조선이 항의했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건 우리의 잘못이다. 이러한 이중구조 두고 딴청부리며 발뺌하기 수법은 자본주의 체제가 유리한 게임의 법칙이다. 공산주의는 정권의 계속성 때문에 교묘한 치고빠지기가 불가능하다. 자본주의가 이중구조다. 


    부시의 비열한 약속위반, 이명박의 못된 뒤집기가 그러하다. 이전 정권의 합의는 모두 무효화 시킨다. 일본이 지방 번국의 주변국 침략을 모르쇠 하듯이, 자본주의 국가는 정권교체가 될 때마다 모르쇠를 투척한다. 북한은 정권이 교체되지 않으니 투척할 모르쇠가 없다. 사실 남북한이 모두 이중행동의 꼼수를 쓴다. 북한은 지방의 현장 지휘관 신경을 긁지마라는 모르쇠로 나온다.


    ◎ 명박 .. 그건 이전 정권의 일이라 난 모름. 시치미.
    ◎ 정은 .. 그건 일선에서 일어난 충돌이라 난 모름. 시치미.


    예컨대 남북한 직항로가 개설되지 않는 이유는 김정은이 쏘지 말라고 해도 휴전선의 지휘관들이 착오로 민항기를 쏴버릴지 모른다는 논리 때문이다. 물론 거짓말이다. 그럴 리가 있나? 위에서 쏘라고 하니까 쏘는 거다. 그렇지만 이중구조의 논리를 잃으면 안 되기 때문에 혹시 써먹을 찬스가 있을까 해서 나쁜 논리를 유지한다. 천안함은 북한이 쏜게 맞다. 북한은 사과를 안했다.


    누가 천안함의 항로를 북한에 알려줬는지가 미지수일 뿐 쏜 주체는 북한이다. 북한은 남측에서 위협기동으로 신경을 긁으면, 현장 지휘관이 알아서 쏴버린다는 논리를 유지하기 위해 사과하지 않는다. 천안함이 고속기동을 해서 백령도 바위절벽 뒤쪽 북한 레이더 사각지대로 들어간 것을, 먼저 북한의 신경을 긁은 남측 도발행위로 간주한다는 논리를 유지하는게 진짜 목적이다.


    북한은 왜 지뢰를 설치했을까? DMZ가 묘한 구조로 되어 있다. 양쪽 다 규칙을 위반하고 있다. 관행이 묵으면 규정이 된다. DMZ는 네 개의 철조망으로 되어 있다. 철조망 안에 또다른 철조망이 둘 있고 그 사이에 휴전선이 있다. 문제는 휴전선에서 추진철책까지 넘어오는 북한인이 무장했느냐 비무장이냐다. 탈북자일 수도 있고 귀순용사일 수도 있다. 함부로 총을 쏠 수 없다.


    이를 이용하여 담력훈련 한다며 추진철책 앞에 똥 싸놓고 가는 인간들이 있다. 관행이 만들어져 있다. 무장하고 접근하면 쏴야 한다. 지뢰를 품 속에 감추고 온다면? 귀순용사인척 한다면? 민간인 탈북자라면? 헷갈리는 거다. 추진철책 앞은 수목을 제거해서 무장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추진철책 북쪽은 애매한 공간이다. 북한은 이 허점을 이용해 관행을 만들어보려 한 것이다.


    이번에 북한의 포격소리를 현지 주민이 듣지 못했다면 북한이 공포탄을 쏘았을 수 있다. 이런 걸로 새롭게 애매한 부분을 창출해서 남측의 신경을 긁어보겠다는 거다. 이를 위한 논리로는 남측의 군사훈련이 먼저 북한의 신경을 긁은 행위라는 선언이다. 너희들이 먼저 우리의 신경을 긁었으니 우리도 맞긁는다는 논리다. 그러나 다 거짓말이다. 의도적으로 일을 벌이는 것이다. 


     우리는 정권이 교체될때마다 북한을 엿 먹인다. 북한은 권력의 이중구조 수법으로 남한을 엿먹인다. 다 쓸데없는 짓이고 본질은 금강산 관광 재개다. 금강산에 관광와 달라는 정은의 말을 근혜가 접수하지 않으니까 논리를 만들어낸다. 남북한의 교류단절은 북한 주민을 두렵게 해서 김정은의 인기를 떨어뜨린다. 북한도 대중의 인기에 민감하다. 지지율 관리는 근혜만 하나?


    하여간 뒤로 치사한 짓 하지 말고 지도자와 지도자가 만나야 한다. 정상 대 정상으로 풀고 그래도 안 되는 문제는 외교 대 외교로 풀어야 한다. 그런데 최근 외교싸움에서 북한이 졌다. 중국이 내부 권력투쟁 문제로 북한과 서먹해졌다. 상해방과 태자당의 내전이 지속되고 있다. 텐진이 통째 폭발로 날아가도 리커창과 시진핑이 이번에는 발빠르게 움직이지 않은게 수상하다.


    박근혜가 중국을 방문하기로 한 것은 잘한 일이다. 김정은과 아베와 푸틴에 시진핑이 오자회담을 했어야 했는데 오바마가 졸장부 짓을 해서 그림이 깨졌다. 아베는 미국 눈치보느라 못 간 것이다. 김정은도 쉽게 움직이지 못한다. 김정은이 비행기를 타면 군부가 쏴버릴지도 모르고, 기차를 타고 가면 다른 지도자와 격식이 안 맞다. 정은도 비행기를 타는 용기를 보여야 한다.



   DSC01488.JPG


    그냥 말로 하면 될 것을, 꼭 이렇게 생쇼를 해서 국민에게 고통을 주고, 주가폭락에 관광객 추방으로 경제를 뒤집어 엎어놓는 이유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어야 먹힌다는 저급한 정치기술을 구사하기 위함입니다. 왜 정치가들이 이토록 저급하게 굴까요?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미래를 예측해서 새로운 것을 미리 익숙하게 해두어야만, 국민이 지도자와 함께 간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박근혜가 장관을 만나지 않는 이유는 무식함을 들킬까봐서랍니다. 박근혜가 생쇼를 하는 이유는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이 떨어지므로 새로운 것을 미리 익숙하게 해 두는 사전정지작업 능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나흘간 회담했다고 하는데 그런걸 믿으면 바보죠. 결론은 만나기 전에 이미 나와 있었던 거고, 양측이 나흘간 회담장에서 한 것은 교류를 위한 인맥만들기였을 겁니다. 특히 북한과 같은 봉건통치배 집단은 사적인 꽌시채널을 만들어놓지 않으면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게 되어 있습니다. 갑을게임인데 채널이 아쉬운 쪽이 을이 되죠. 북한과 중국도 장성택 사망으로 채널이 깨져서 어색해진 거죠. 김정은이 숙여야 채널이 재건되는데 중국은 이걸 즐기죠. '아쉬워? 그럼 니들이 먼저 줄을 넣어봐. 내가 지켜볼께.' 봉건 통치배 집단은 보통 이런 짓을 합니다. 


    확성기 콘텐츠가 먹힌다는 논리는 환상입니다. 북한도 남한사정 다 압니다. 본질은 이중구조 논리가 깨져 북한이 일종의 인계철선을 잃기 때문입니다. 남한은 주한미군을 자동개입시키는 인계철선을 쓰는데, 북한은 있지도 않은 현장 지휘관의 재량권을 인계철선으로 쓰는 거죠. 남측이 확성기로 신경을 긁으면, 현장 지휘관이 홧김에 쏴버리는데, 지휘관의 재량권이 있으므로 말릴 수 없다는게 북한 논리죠. 확성기로 신경을 긁었는데도 북한이 쏘지 않으면? 쏘지 않는 관행이 규칙이 되고 법이 됩니다. 현장 지휘관의 재량권이 없다는 사실이 뽀록나서 북한은 인계철선을 잃는 거.


[레벨:5]거침없이

2015.08.25 (13:33:02)

와 대단한 글입니다.

[레벨:11]큰바위

2015.08.26 (10:14:57)

그네가 살 길은,

현 정부가 해야할 일은
아주 간단하다.

말로만 하는 통일 대박이 아니라, 
통이 큰 일을 하는 게 통일이라는 생각 아래, 
DMZ에 평화 공원 조성하고, 
금강산 관광 재개하고,
개성공단 다시 문 열고,
중단했던 모든 민간교류 활성화하고,
철원의 끊어진 철로 다시 잇고,
탈북자 등쳐먹는 놈들 모조리 잡아 들이고, 
28,000명 탈북자가 대한민국에 제대로 정착할 수 있도록 제도 마련하고, 
전시 행정 때려치고, 제대로 된 행정 구현하면 된다.

그리고 올해 안되면 내년에 북한 함 방문하고, 
아니면 김정은도 한번 남한에 초청하도록.......

사실 별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 대서특필하는 게 정치인들의 생리라 하지만, 
별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 질질 늘어지지 마라.

70년이면 족한 줄 알고, 진짜 통일 대박 이뤄라. 
말로만 말고.
진짜루......

* 이번 준 전시 상황 어쩌고 저쩌고 연출을 했으면, 이정도의 각본은 있어야 하지 않은가? 각본을 제대로 쓰지 못했다면, 상황을 보고 제대로 된 각본을 쓰란 말.

* 북한은 남한 하기 나름이다. (대화는 내가 하고 싶은 말만 하는 게 아니라, 함께 서로를 세워주기 위해 하는거다. 많은 사람들이 하고 싶은 말을 다하면서 듣는 사람 힘들게 하는 경우를 많이 목격하는데, 대화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하는 소행이다.)

* 통일은 생각보다 쉽다. 사람들이 어렵다고 하니까 어려워지는 거. 아니 남북한 관계를 놓고 몇 몇 이득을 챙기는 정치인들 (미,일,중,소 다 포함)이 어렵다고 하니까 어려운거다. 그런 놈들이야말로 정말로 나쁜 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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