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칼럼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4252 vote 1 2019.08.05 (19:15:41)

      

    일본은 왜 패망속으로 뛰어들었나?


    https://news.v.daum.net/v/20190805143203015


    일본은 미국과 싸워 패전한 것이 아니라 압도적인 미국의 힘을 빌려 골치 아픈 내부의 군부세력을 정리했다는 것이 필자의 견해다. 김일성이 한국전쟁을 통해 모택동의 대륙석권 후 귀국한 연안파 4만여 명을 성공적으로 제거했듯이 말이다. 물론 의도적으로 판을 그렇게 설계한 것은 아니다. 에너지 흐름을 따라간 거다.


    내심 그렇게 되기를 바랬고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었다. 그렇게 되기를 바라면 그렇게 된다. 지금 일본은 아시아의 민주주의를 선도하는 리더가 되려는 야심을 버리고 뒷전으로 물러나 전쟁할 수 있는 보통국가로 되어 적당히 체면이나 차리고 조용하게 살기를 바란다. 아마 그렇게 될 것이다. 에너지의 방향성은 정해졌다.


    한국이 지소미아를 파기할 때까지 괴롭힌다. > 한국이 지소미아를 파기하면 그것을 구실로 헌법을 고친다. > 전쟁할 수 있는 국가로 되어 많은 국방비를 쓰며 경제대국에서 후퇴하여 조용한 2류국가로 주저앉는다. 브렉시트 영국도 이렇게 가고 있고 북유럽은 이미 오래전에 조용한 나라가 되었다. 뒷방 늙은이가 되었다.


    대세가 그렇다면 막을 수 없다. 그때 그 시절 왜 일본은 무모한 전쟁을 벌였을까? 개화기 일본은 어느 분야든 전문가 숫자가 절대 부족했다. 러일전쟁을 수행한 할배그룹과 젊은 장교그룹 사이에 완충역할을 할 중간 허리가 없었다. 왕을 불러오는 대정봉환을 주도했던 조슈와 사츠마의 지사들은 대가리 숫자가 부족했다.


    워낙 일할 사람이 없어서 한동네 친구들끼리 모여서 내각을 꾸리는 형편이었다. 거대한 세력이 아니라 한 줌의 패거리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얼마 안 되는 글자 아는 사람 중에서 영어가 되는 사람은 무조건 그 분야의 태두가 되고 스승이 되어 무한대로 존경을 받는 시절이었다. 외국 원서를 번역하기만 하면 된다.


    여기서 딜레마는 철학을 가지고 방향을 제시하는 CEO와 현장을 아는 실무자들 사이에 중간허리 역할을 할 간부가 없다는 점이다. 예컨대 어느 분야의 최고 전문가는 25살 먹은 대학을 막 졸업한 영어 되는 젊은이다. 철학을 가지고 사상을 전파하는 지사들은 늙었는 데다 영어가 안 된다. 이렇게 되면 나이가 거꾸로 간다. 


    최고 전문가는 25살, 중간 전문가는 30살, 하급 전문가는 40살이다. 50살이면 공장에서 청소하는 사람이고 60살이면 글자도 못 읽는 노인이다. 이렇게 되면 하극상이 만연해진다. 일본의 근대화는 몇몇 선각자가 주도했는데 갈수록 세분화되고 전문화된다. 선각자는 철학자라서 초반에 외국인을 데려다 놓고 물러난다.


    초기에는 추상적이고 관념적이고 철학적인 말만 늘어놓는 선각자가 뜨지만 곧 현장을 아는 실무자가 죄다 장악해버린다. 예컨대 한국이라면 김구 선생이 선각자지만 서당을 다니고 한학을 했지 영어를 안 배웠다. 실무를 모른다. 외국인이 차지하는 자리를 빠르게 젊은 실무자가 메꾸면서 할배들은 뒷전으로 밀려버린다. 


    문제는 나이가 어릴수록 일을 잘한다는 점이다. 상식적으로는 50살 먹은 선장 밑에 40살 먹은 갑판장이 있어야 하는데 당시 일본은 60살 먹은 선장 밑에 30살 먹은 갑판장이 있었다. 비유하자면 그렇다. 실무권력을 쥔 자는 30살 먹은 갑판장이고 40대, 50대는 공백이고 60살 먹은 선장은 실무를 몰라 갑판장 눈치만 본다.


    할배들은 공허하게 이념을 논하고 철학을 논하면서 정신적인 지주 역할로 만족한다. 젊은이의 의견을 수렴할 뿐 자기 의견은 절대로 안 낸다. 의견을 내면 무식을 들키니깐. 젊은이가 주장하면 아는 게 없으니까 '오냐오냐' 한 거다. 어리광만 늘어서 개판이 된다. 이런 식으로 보스가 점잔 빼는 전통은 근래까지 이어졌다.


    일본은 민주국가도 아니고 봉건국가도 아니고 시스템이 구조적으로 붕괴한 거다. 젊은 장교들이 쿠데타를 벌여 치고 나오니까 노인네들이 당황했다. 과도기에 흔히 있는 일이다. 그들은 그래그래 하며 젊은이들을 다독이며 비위나 맞춰주며 방치한 것이며 일본호는 사실상 선장 없이 바다를 떠도는 유령선이 되어버렸다. 


    젊은이들은 실무일을 알지만 대세를 모를 뿐 아니라 관심도 없다. 책임자가 아니니까. 게다가 일본은 원래 역할분담을 한다. 봉건영주와 가신과 사무라이와 농노가 서로 건드리지 않는다. 당시 일본은 자기 체면만 차리는 가신과 갑자기 벼락출세로 떠서 오만하게 구는 농노들만 있고 중간허리가 될 사무라이가 없었다. 


    비유하자면 그런 거다. 근대화 과정에 엘리트가 부담할 지식의 총량이 너무 급속하게 증가했다. 구조적으로 붕괴되어 있어서 과감한 의사결정을 할 핵심그룹이 없는 지도력의 공백상태였다. 노인네들이 사태를 무마하고 얼버무리는 결정만 했다. 이는 시간을 끌며 기회를 찾다 보면 어떻게 되겠지 하고 눈치싸움 한 거다. 


    상대의 반응을 보고 대응하려 한 거다. 이런 식의 지도력 공백상태는 박정희 쿠데타 시절 한국도 비슷한데 친일파를 빼고 실무일을 할 전문가가 아주 없는 상태가 되었는데 그 이유 중의 하나는 북한지역이 먼저 공업화되면서 지식인들이 고향 찾아 북한으로 죄다 넘어가 버려서 엘리트의 절대부족 사태가 연출된 것이다.


    이승만도 북한출신인데, 국방을 책임질 채병덕도 북한출신이다. 남한의 실권자가 죄다 북한출신인데 이들은 워낙 손잡고 일할 사람이 없으니까 친일파와 손을 잡고 나라를 말아먹게 된 것이다. 북한출신이 월남해서 돌아다녀 보니 남한에는 어떻게 된 건지 글자 아는 사람이 너무 없어서 당황했다는 식의 이야기는 흔하다.


    박정희 시절도 대학진학률이 낮아 국가의 중추가 될 제대로 된 지식세력이 없었다. 5퍼센트 정도가 대학을 나왔다. 갑자기 386이 치고 나오면서 촛불을 주도하게 된다. 결론적으로 일본은 조슈와 사츠마의 극소수 선각자가 뿌린 씨앗이 발아하면서 추상적 관념적 상징적 사상가와 젊은 실무진 사이에 인력공백이 발생했다.


    젊은 실무진이 빠르게 치고 올라와서 노인네들을 허수아비로 만들어놓았고 이들은 원래가 농노출신이라 철학이 없고 나이도 어리고 책임의식이 없어 구심점의 공백상태가 되었는데 러일전쟁 노인네들이 의사결정을 못 하고 꾸물대는 판에 중심 잡고 일하려는 사람은 암살되었다. 혹은 쿠데타에 놀라서 침묵하게 되었다.


    보통은 제국주의라든가 침략야욕이라든가 의지니 뭐니 하면서 정신적 요소를 들먹이는데 그런 개소리들은 답을 모르니까 아무 말이나 주워섬기는 거다. 답은 구조문제에 있으며 급속한 근대화 과정에서 지식세력의 절대적인 엷음에 의해 구조의 연결고리가 끊어진바 구조공백사태를 일으킨 것이 일본 패망의 본질이다.


    원래 봉건체제는 극소수의 가신과 봉건영주가 사랑방에 10여 명이 모여앉아 의사결정한다. 민주주의는 언론과 공론으로 결정하는 것이고. 일본은 겉으로는 민주화했지만 속으로는 21세기 현재까지도 봉건주의 방식으로 밀실에서 결정한다. 일본 만화 시마과장에 나오듯이. 도쿠가와 막부시절에 하던 방식으로 하고 있다.


    스스로 국민을 이끌어가지 못하고 한국을 때려서 돌아오는 반사파의 힘으로 내부를 추스르는 것이다. 일본이 그렇게 하는 이유는 다른 선택지가 없기 때문이다. 첫째는 섬으로 고립되었기 때문이고 둘째는 시민혁명 경험이 없어 봉건잔재를 청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구심점 역할을 할 중간허리가 강해야 나라가 산다.


    한국인들도 생각해봐야 한다. 나라야 어떻게 되든 내 목청만 높이겠다는 농노의 심보인지 아니면 현장을 모르면서 공허하고 관념적인 주장만 늘어놓는 뒷방 늙은이인지 아니면 중간허리가 되어 책임감을 가지고 각자 자기 위치를 사수하는 역량있는 파워 엘리트인지. 자기 역할에만 안주하지 않는 천하인이 되어야 한다.




[레벨:30]스마일

2019.08.05 (20:02:46)

  한국인들도 생각해봐야 한다. 나라야 어떻게 되든 내 목청만 높이겠다는 농노의 심보인지 아니면 현장을 모르면서 공허하고 관념적인 주장만 늘어놓는 뒷방 늙은이인지 아니면 중간허리가 되어 책임감을 가지고 각자 자기 위치를 사수하는 역량있는 파워 엘리트인지. 자기 역할에만 안주하지 않는 천하인이 되어야 한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1112 일본과 영국의 퇴행행동 2 김동렬 2019-08-31 3867
1111 조조와 원소의 대결 1 김동렬 2019-08-27 4362
1110 일본인의 심리 1 김동렬 2019-08-26 3955
1109 조국 그리고 일본 1 김동렬 2019-08-21 5853
1108 영원히 한국의 호구가 된 일본 1 김동렬 2019-08-18 4344
1107 일본의 몰락징후 1 김동렬 2019-08-16 4470
1106 한국과 일본의 전쟁 1 김동렬 2019-08-12 4453
1105 조국의 전쟁 1 김동렬 2019-08-12 3990
1104 일본인의 착각 2 김동렬 2019-08-07 5020
» 일본은 왜 패망속으로 뛰어들었나? 1 김동렬 2019-08-05 4252
1102 문재인, 영웅의 탄생 1 김동렬 2019-08-04 5532
1101 일본은 한국이 필요없다 2 김동렬 2019-07-29 5300
1100 아베 졌다. 쫄지 말자. 1 김동렬 2019-07-22 5539
1099 장기전이면 한국이 이긴다 3 김동렬 2019-07-11 5602
1098 반성없는 이진주와 패거리들 1 김동렬 2019-07-10 3770
1097 중국인의 전족풍습 1 김동렬 2019-06-25 4438
1096 탁현민 행정관의 경우 1 김동렬 2019-06-22 4210
1095 홍콩인의 고함과 중국인의 침묵 1 김동렬 2019-06-17 4293
1094 홍상수와 행복추구권 1 김동렬 2019-06-16 3802
1093 기생충 천만은 무리인가? 6 김동렬 2019-06-14 50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