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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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723 vote 0 2019.06.03 (14:00:40)


    일베사학의 문제


    정치적인 프레임 걸기가 문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은 '수탈 프레임'이다. 일본이 조선을 수탈할 목적으로 침략을 자행했다는 거다. 즉 '위하여'다. 언제나 그렇듯이 위하여 들어가면 거짓말이다. 일본은 왜 조선을 침략했을까? 조선에 빼앗아 갈 그무엇이 있길래? 없다. 조선에는 빼앗아갈 만한 변변한 물산이 없었다. 


    우리가 수탈 프레임을 미는 이유는 일본을 가해자로 놓고 한국은 피해자로 놓아서 배상을 받아내겠다는 의도다. 피해자 코스프레로 비칠 소지가 다분하다.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올라가는 데 맞추어 프레임을 갈아타야 한다. 침략의 본질은 인종주의다. 문제는 식민사관을 표절한 민족사관이라는 또 다른 인종주의다. 


    인종주의로 인종주의를 받아치면 비긴다. 비기면 손해다. 비기면 손해가 아니라고 믿는 사람은 콤플렉스가 있는 거다. 5G기술로 세계가 연결된 시대에 생각함이 있어야 한다. 시대착오적인 민족타령으로 BTS가 뜨겠냐고? 실증사학의 가면을 쓴 식민사관 만큼이나 일본의 제국주의를 복제한 식민사관의 해악이 크다. 


    70억 인류를 설득할 수 있는 새로운 논리를 개발해야 한다. 그렇다면 일본은 왜? 그 진실은 불편할 수도 있다. 극복해야 한다. 거짓에 의존하다가는 식민지 근대화 운운하는 일베 사학자들에게 밀린다. 그들은 구체적인 통계자료로 무장한다. 일본에서 조선으로 들어온 액수와 일본으로 빼간 액수를 비교해 보자는 식이다. 


    대차대조표를 검토해 보면 당연히 일본의 적자로 나온다. 조선에는 털어먹을 그 무엇도 없었기 때문이다. 일본은 손해보는 짓을 왜 했지? 언제나 그렇듯이 답은 의하여다. 의하여는 마이너스 통제다. 일본은 무언가 획득할 목적으로 침략한 것이 아니라 무엇을 잃지 않으려고 침략한 것이다. 개판친 나라가 일본 뿐이랴? 


    영국이 먼저 개판쳤고 뒤이어 독일과 이탈리아가 개판쳤다. 러시아도 만만치 않다. 일본은 빌어먹을 영국의 수법을 복제한 것이다. 대륙은 문제가 생겨도 그다지 악화되지 않는다. 이웃나라와 비비다 보면 어떻게든 물타기가 될 것이다. 그러나 섬이라면 곤란하다. 아일랜드처럼 꼼짝없이 앉아서 죽는 수가 있는 것이다. 


    불을 지핀 것은 인구론의 맬서스다.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는데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그래서? 다 죽을 판이다. 증거는? 아일랜드 대기근이다. 한때 900만이었던 아일랜드 인구는 400만으로 줄었다. 오죽하면 걸리버 여행기의 아일랜드 출신 작가 조너선 스위프트가 이런 극단적인 말을 했겠는가?


    “이럴 바에 다 죽을 테니 소수를 희생시켜 다수를 살리자. 아일랜드에서 수출품은 감자뿐이고 감자도 흉작이니, 갓 낳은 아기를 잉글랜드에 수출하는게 어떻겠냐. 진미 좋아하는 영국 귀족들에겐 이만한 고기가 없을 테고, 아기 하나 가지고 최소한 3인분의 고기가 나올 테니 만찬으론 그만이다. 내가 알기로는 겨울에 아기의 몸을 갈라 소금에 절여 눈 속에 식히고, 후추를 좀 뿌리면 최고의 진미가 된다고 하더라. 이렇게만 하면 아일랜드 빈민들의 식량문제가 해결되고 그와 동시에 아일랜드 놈들을 죽이고 싶어하는 영국의 문제도 해결된다.”[조너선 스위프트]


    대기근이 오기 100년 전에 쓴 수필이라고. 원래부터 문제가 심각했다. 아일랜드가 섬이 아니라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영국이 앞에서 막고 있으니 더하다. 그걸 지켜본 정도가 아니라 올리버 크롬웰 이후 조직적으로 아일랜드인을 학살한 영국인이 보기에는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켕기는 게 있다. 살길을 찾았다.


    영국의 세계지배 계획은 섬에 고립된 자의 공포였던 것이다. 결정적으로 당시만 해도 맬서스의 인구론이 옳았다. 지금은 지구 온난화가 죽음으로 가는 열차로 되어 있지만 당시에는 인구문제가 죽음으로 가는 직행열차였다. 그래서 영국은 빈민법을 제정해서 빈민을 악랄하게 탄압했던 것이다. 소녀는 하녀로 보내졌다.


    소년은 공장으로 보내졌다. 마르크스가 고발한 대로 홍차에 설탕만으로 버티는 노동자계급의 참상은 맬서스가 뿌린 씨앗의 결실이다. 그 인구론에 영향을 받은 사람이 다윈이다. ‘후손들은 제한된 양의 식량을 두고 투쟁할 것이다’라는 맬서스의 이론이 다윈의 자연선택설로 연결된 것이다. 인종주의가 대두한 것이다.


    논리가 제공되고 방아쇠가 당겨졌다. 재앙이 일어난 것이다. 강희제 시절 중국을 방문한 서양인들은 중국에 높은 점수를 줬다. 중국은 잘 발달된 관료제도 아래 고도의 시스템에 의해 돌아가는 선진국이었다. 세계 부의 절반은 중국 GDP였다. 충격받은 볼테르가 공자따라배우기 운동을 퍼뜨린 것이 계몽주의 사상이다. 


    100년 후 중국을 방문한 서양인들은 반대로 보고했다. 중국인은 인간이 아니라 짐승이나 마찬가지다 하는 표현이 난무했다. 심지어 아인슈타인도. 왜 평가가 바뀌었을까? 태평천국의 난으로 중국이 거덜난 때문이지만 인종주의와 황화론이 중국을 무의식적인 사냥대상으로 지목한 것이다. 죽지 않으려면 죽여야 한다.


    일본이 조선을 침략한 것은 말하자면 레벤스라움을 만들려는 거였다. 대동아공영권이라고도 한다. 일본은 세 번 국체를 바꾸었다. 첫째는 백제가 망했을 때고 두 번째는 몽골의 침략을 받았을 때고 세 번째는 흑선이 동경만에 출현했을 때다. 일본은 섬이고 섬은 도망갈 곳이 없다. 아일랜드 꼴 나지 않으란 법이 없다.


    독일은 30년 전쟁의 피해자다. 인구의 반이 죽었다. 어떤 지역으로 좁히면 거의 백퍼센트 죽은 것이다. 그런 혹독한 꼴을 겪으면 유전자에 새겨지는 것이 있다. 아일랜드의 반을 죽인 영국과 인구의 반을 잃은 독일과 흑선의 출현에 놀란 일본이 겁을 집어먹은 것은 당연하다. 여기서 의하여다. 의하여는 마이너스 통제다.


    영국의 브렉시트가 먹히는 것이나 트럼프의 선동이 먹히는 것도 그게 마이너스 책동이기 때문이다. 플러스는 잘 먹히지 않는다. 에너지를 통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그들 말대로는 귀축미영 곧 영국과 미국의 침략에 당하지 않으려면 살길을 찾아야 한다는 논리다. 그 상황에서 조선인들은? 중국만 쳐다봤다.


    망해도 중국이 먼저 망하겠지. 중국이 망하면 청나라 간섭 안 받고 좋잖아. 일단은 지켜보자고. 중국은? 한족과 만족이 서로 쳐다봤다. 한족은 만족을 쳐다보며 니들 이지경인데 어떻게 수습할래? 이러고 만족은 한족을 쳐다보며 우리가 수습 못 하면 다치는건 니들인데? 태평천국의 난에 죽은건 한족이잖아. 이랬다. 


    집단의 의사결정구조가 망한 것이다. 일본은 조선에 없는 식량을 수탈하러 온 게 아니라 맬서스 트랩의 공포에 빠져서 인종주의 때문에 침략한 것이다. 원래 고립된 섬지역 사람이 이런 것에 예민하다. 이스터섬의 욕설은 '아침에 먹은 네 엄마 살코기가 어금니에 끼어 있어.'다. 사람이 사람을 잡아먹는 절망의 섬이다.


    일본은 '마비키'라는 영아살해 풍습이 근래까지 있었다. 영화 나라야마부시코에 나온다. 갓난아이를 엄마가 목 졸라 죽인다. 남자는 하나만 키우고 둘째는 보통 죽인다. 봄이 되면 열여섯쯤 되는 소녀의 시체가 강물에 둥둥 떠내려온다. 남자는 수영을 할 줄 알기 때문에 주로 여자애를 죽인다. 먹는 입을 줄이려는 것이다. 


    데와出羽와 오슈奥州에서 매년 1만 6, 7천 명, 가즈사上総에서는 갓난아기 3, 4만 명이 매년 마비키되고 있다.는 기록이 있다. 당시 일본에서 마비키가 성행한 이유는 과도한 징세로 가난한 일본 백성들에게 있어 일용할 양식을 축내는 새 식구가 부담스러웠기 때문이었다.[나무위키]


    언제나 사람을 죽여왔던 야만한 일본인들에게 있어 제국주의와 인종주의는 충분히 침략의 동기가 된다. 결정적으로 영국이 힌트를 줬다. 맬서스와 다윈과 스펜서가 논리를 제공했다. 맬서스 트랩을 깬 사람은 질소를 인공으로 합성한 프리츠 하버다. 그 결과 16억이던 인구가 100년 만에 70억을 돌파할 지경에 이르렀다.


    “가난한 이들에게 위생을 강조하는 것 대신 우리는 오히려 그와 반대되는 습관을 장려해야 하며, 마을의 도로는 더욱 좁게 만들고 집 한 채에 더 많은 사람이 바글거리며 살게 만들어야 하며, 전염병이 돌아오도록 노력해야 한다. 정착지 건설은 건강을 해치기 딱 좋은 늪지대와 같은 곳을 장려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는 창궐하고 있는 질병에 대한 맞춤형 치료약을 배척해야 한다.”[맬서스 인구론]


    이쯤 되면 일본인들이 그런 마음을 먹은 게 전혀 이상하지 않다. 그들은 아기를 목 졸라 죽이고 소녀를 강물에 던지다가 다른 방도를 찾은 것이다. 조선을 거쳐 만주를 먹고 중국을 약탈하자. 살길은 그곳에 있다. 그들은 절박했다. 박정희가 마지막 일본의 제자가 된다. 맬서스 충격에 넋이 빠져서 산아제한을 한 것이다.


    러일전쟁 때 일본병사 3만 명이 각기병에 걸려 죽었다. 왜인가? 일본인들은 원래 반찬을 먹지 않는다. 장교들은 그래도 부식을 먹는데 가난한 병사들은 맨밥만 먹고 부식비는 돈으로 받아서 집에 부치거나 그 돈으로 술을 사먹고 각기병에 걸려서 죽었다. 당시 평균적 일본인의 영양상태는 조선인에 비해서 훨씬 나빴다.


    박정희가 각기병 쇼크에 빠진 나머지 보리밥을 먹으라고 강제했음은 물론이다. 한국인들은 된장을 먹기 때문에 각기병에 걸리지 않는데도. 일본은 원래 잔인한 나라였다. 수확의 1/3을 토요토미가 먹고 1/3을 봉건영주가 가져간다. 농노신세인 농민들은 거의 먹지 못했다. 고기도 먹지 않으니 키가 크지 못한 것이다.


    조선은 쥐와 참새가 축낸 양을 메꾼다는 둥, 전임 수령의 송덕비를 세운다는 둥, 호랑이를 잡는다는 둥 구실을 대며 법에 없는 세금을 매겨서 민란이 일어났지만 일본은 원래 세금이 과중했다. 언제나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는 절망적인 상태에서 외국으로 나갈 수 있는 문이 열려버린 것이다. 수탈의 논리는 옹색한 거다.


    일본이 침략한 이유는 원래 문명의 수준이 야만했던 데다 결정적으로 추악한 인종주의 때문이었다. 그들은 자기네가 야만하므로 남들도 야만할 것이라 믿었고 야만한 귀축미영이 일본을 침략하기 전에 선제대응해서 살 방도를 찾아야 한다고 믿었다. 그리고 영국은 확실히 야만한 나라 맞다. 아일랜드인의 반을 죽였다.


    때마침 질소비료가 합성되지 않았다면? 맬서스의 예언이 맞아떨어졌을 것이다. 사람이 사람을 잡아먹는 아수라장이 벌어졌을 것이다. 갑자기 소행성이 지구에 떨어지면 공룡처럼 인류는 멸종할 것이다. 전염병을 비롯하여 그런 식의 아슬아슬한 위기가 여러 차례 있었다. 가까스로 인류는 회피기동에 성공했던 것이다.  


    그런 위기는 다시 찾아오고 있다. 온난화를 막고, 토카막을 성공시키고, 수소경제로 가지 않으면 인류는 죽는다. 안 그래도 인공지능 때문에 다수는 실업자 신세가 된다. 인류의 도전과 응전은 계속된다. 인간을 흉악하게 만드는 것은 공포다. 나이가 들수록 도전할 에너지가 고갈되므로 겁이 많아져서 보수주의가 된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9]kilian

2019.06.04 (02:26:34)

"침략의 본질은 인종주의다. 문제는 식민사관을 표절한 민족사관이라는 또다른 인종주의다. ~ 인간을 흉악하게 만드는 것은 공포다. 나이가 들수록 도전할 에너지가 고갈되므로 겁이 많아져서 보수주의가 된다."

http://gujoron.com/xe/1094512

[레벨:2]제리

2019.06.04 (09:31:53)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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