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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790 vote 0 2017.11.14 (13:5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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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에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마음속의 신념도 아니고 방금 전 들은 이야기도 아니고 상황이었다."


상당히 구조론적인 분석입니다. 

의사결정구조가 의사결정내용을 지배한다는게 구조론입니다.

구조론은 형식이 내용에 앞선다는 말 한마디로 압축될 수 있습니다.


형식은 의사결정환경이고 내용은 마음속 신념과 같은 본질입니다.

어떤 사람이 어떤 결정을 하는 이유는 의지나 신념과 같은 심리적 요인이 아니라

첫째 무의식적으로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혹은 무의식적으로 에너지가 업되어 들떴기 때문에


둘째 그것을 자신이 가장 잘 하는 자신에게 익숙한 것이기 때문에 혹은 익숙하지 않고 어색하기 때문에

즉 그것을 안해봤기 때문에 혹은 명박이처럼 그것을 해봤기 때문에 그렇게 행동하는 겁니다.

아무리 착한 사람이라도 누가 단호하게 지시하지 않으면 선뜻 남을 돕지 못하며


아무리 배운 사람이라도 누가 단호하게 세월호를 탈출하라고 명령하지 않으면 꾸물대는 것이며

이런건 신념이나 의지나 지식이나 도덕이나 이런 정신적인 것이 아니라 오로지 훈련이 필요합니다.

오합지졸이 패배하는 이유는 사기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밥을 안줘서입니다.


병사들간에 혹은 중대들 간에 혹은 사병과 장교간에 손발이 안 맞고 약속이 일치하지 않아서입니다.

그 이유는 손발을 안맞춰봐서, 사투리 때문에 못 알아들어서, 연락을 못 받아서 등등입니다.

구조론적으로는 질의 균일성에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에 약한 고리가 노출된 것입니다.


지식인들이 흔히 오판하는 이유는 이런 환경의 문제들은 현장에 가보지 않고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 병사들이 용감한데 왜 후퇴를 거듭하는 거지? 정신력이 부족한가? 밥을 안 주니까 후퇴하는 거지요.

병사들에게 밥을 주는지 안 주는지는 현장에 가봐야 알지 책상머리에서 절대 알 수 없습니다.


인간이 나쁜 일을 하는 이유는 나쁜 일은 결정하기 쉽고 올바른 일은 결정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나쁜 일은 주로 무언가를 파괴하는건데 이건 구조론의 마이너스 원리에 의해 결정하기가 쉽습니다.

가위로 자르는 것은 쉽지요. 그러나 옳은 일은 주로 무언가를 연결하는 건데 물리적으로 어렵습니다.


옳은 일을 하려면 먼저 상부구조를 건설한 다음 거기서 마이너스를 해야 하는데 그 과정이 어렵죠.

혼자 길을 갈 때는 신호등을 잘 지키지만 다섯 명이 길을 갈 때는 신호등을 지키기를 합의하기 어렵지요.

다섯 명 중에 한 명이라도 신호등을 지키지 않을 생각이 있으면 아무도 안 지키게 됩니다.


옳은 일은 연결이며 연결은 양쪽을 장악해야 가능하고 나쁜 일은 단절이며 단절은 하나만 끊어도 됩니다.

건전지를 연결해도 연결은 양쪽을 손에 쥐어야 가능하고 반대로 끊는건 그냥 하나만 끊어도 됩니다.

지식인들은 옳고 그름의 판단에 매몰되어 이러한 의사결정과정을 전혀 탐색하지 않습니다.


부족민이 가난한 이유는 무엇이 옳은지 몰라서 오판하기 때문이 아니라 

사실은 지도자가 없기 때문에 올바른 일을 실행으로 옮기는 과정의 매뉴얼이 없어서 못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아프리카에 물통이나 펌프나 이런거 설치해줘도 그다지 도움이 안 됩니다. 


아프리카에 필요한건 지도자인데 지도자를 밀어주면 독재로 치달아 버리는 거죠.

아프리카엔 물통이 필요한게 아니라 강한 리더십과 권력이 필요한 것입니다.

권력은 총칼로 되는게 아니라 교육으로 되는 건데 쉽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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