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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2650 vote 0 2017.08.09 (18:17:42)

     

    세상은 마이너스다


    세상의 작동은 얽힌 구조가 풀리는 과정이며 세상은 언제나 마이너스 방향으로만 풀리게 되어 있다. 스포츠 경기의 승부조작은 점수를 잃어주는 방법으로만 가능하다. 의도적인 실점은 가능하나 의도적인 득점은 불가능하다. 세상의 근본은 에너지이며 에너지의 방향은 하나 뿐이다.


    에너지는 다만 확산에서 수렴으로 진행할 뿐 다른 방향은 없다. 동서남북상하좌우는 인간의 관념이고 자연에는 동서남북이 없다. 우리는 가운데 있고 플러스와 마이너스 두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고 믿지만 착각이다. 플러스는 마이너스를 반대편에서 바라본 것이니 착시현상이다.


    세상은 ↑와 ↓의 두 방향이 있는게 아니라 언제나 ↓만 존재하며 ↑는 이층에서의 ↓를 일층에서 보고 헷갈린 것이다. 모래시계의 모래는 언제나 아래로 내려올 뿐 위로 올라가는 일이 없다. 그러나 1층에 사는 1차원 개미는 2층의 존재를 모르므로 모래가 위로 솟아오르는 걸로 오해한다.


    분수의 물은 위로 솟구치지만 이는 부분을 바라본 오류이고 전체를 살펴보면 로마의 트레비 분수라고 해도 알프스산의 물이 수도교를 타고 아래로 내려오는 것이다. 여기서 관점의 문제가 제기된다. 우리는 강자와 약자, 빈자와 부자, 선행과 악행, 진보와 보수의 두 방향으로 설명한다.


    그러나 자연은 오직 한 방향이 있을 뿐이니 진보만 있고 보수는 없다. 보수는 진보의 꼬리부분을 본 것이니 뱀은 언제나 머리쪽으로 나아가지 꼬리쪽으로 가지 않는다. 선두와 후미 사이에 간격이 벌어져 선두반보가 되면 머리는 정지하고 꼬리만 활발하니 꼬리로 가는 것처럼 착각한다.


    진보와 진보의 속도조절이 있을 뿐 보수는 없다. 이를 진보와 보수로 분별함은 인간의 편의가 되나 자연의 사실과 정합되지는 않는다. 진지한 논의에서는 자연법칙을 따라야 한다. 진보와 진보의 실패가 있으며 진보의 실패가 부각되면 그 반동을 보수라고 부르지만 역사는 진보만 한다.


    세상을 어떻게 볼 것인가? 우리가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궁극적인 근거는 무엇인가? 선과 악이라는 두 방향의 논리로 보지 말고 통제가능성이라는 한 방향의 논리로 보아야 한다. 전구의 스위치를 켜면 밝고 끄면 어둡다. 밝음과 어둠으로 둘이 존재하지만 사실 동력원은 전기 하나 뿐이다.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 용어를 쓰므로 우리는 밝음전기와 어둠전기로 두 가지 전원이 있는 것처럼 착각한다. 인간의 삶에 선의 근원과 악의 근원으로 두 가지 근본이 있겠는가? 선을 대표하는 하느님과 악을 대표하는 사탄이 있다? 오직 하나가 있으며 그 하나가 진행하거나 혹은 멈춰진다. 


    구조론은 일원론이다. 사건의 원인측을 볼 것이냐 아니면 결과측을 볼 것이냐다. 원인측을 봐야 한다. 원인측만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는 선과 악 둘이 있지만 원인은 에너지 하나다. 세상을 이분법으로 보는 선악개념은 사회적 동물인 인간의 사회성이 개입하여 왜곡한 것이다. 


    인간의 사회적 행위가 집단의 진보하는 방향과 일치할 때 선이다. 그 반대는 악이다. 중요한 것은 언제라도 인간은 타인을 통제하려 하며 선은 통제되는 것이고 악은 통제되지 않음이며 그 통제하려는 의도에 권력의지가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선악논리는 철저한 권력논리이다.


    선악개념에는 인간의 심리가 녹아들어 있고 그 심리의 기저에는 일상의 경험칙이 작동하고 있다. 그 경험칙에는 사회로부터 받는 스트레스가 무의식의 형태로 개입하고 있다. 윤리와 도덕의 근거는 선악을 판별하는 무의식이며 이는 주관적 신념이니 과학의 영역에 들어올 수는 없다.


    동물을 죽이는 행동은 악인가? 그렇다면 우리는 모두 채식주의자가 되어야 하는가? 식물은 죽여도 무방한가? 이런 논쟁은 끝이 없다. 왜? 권력의지 때문이다. 인간은 그것이 옳거나 그르기에 그것을 주장하는게 아니라 그것으로 타자를 통제할 목적으로 그것을 수단으로 이용할 뿐이다.


    채식주의자는 육식자에 대해 심리적 우위에 서는 것이며 권력자의 오르가즘을 느끼고 승자가 되어 의기양양해 한다. 권력의 쾌감이 목적이다. 근래의 메갈리아 소동이든 정치적 올바름 소동이든 권력의지가 작동하고 있다. 권력에 복종하는 것을 선이라고 하고 불복종을 악으로 친다.


    과학의 영역에서는 이러한 권력의 개입을 적극 차단해야 한다. 인간의 주관적 신념을 배제하고, 동물의 무의식적인 본능을 배제하고, 양방향으로 진행하는 선악판단을 배제하고, 집단 안에서의 권력의지를 배제하고 보면 선은 에너지를 가진 집단의 통제가능성이며 이것만이 진실하다.


    세상은 통제되어야 한다. 왜? 교란되기 때문이다. 왜? 불안정성의 원리 때문이다. 존재는 근원적으로 불안정하다. 왜? 존재는 곧 사건이며 사건을 지배하는 것은 에너지고, 사건의 기승전결 전개에서 그 마디마디가 끊어져 있기 때문이다. 존재의 근원적 불안정성을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는 어떤 것이 망부석처럼 그냥 우두커니 존재한다고 믿지만 사실은 곳곳에 균열이 가 있다. 끊어져 있다.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는 견고한가? 그렇지 않다. 열 다섯살만 되면 부모의 말을 잘 안 듣는다. 죽어보자고 말을 안 듣는게 인간이다. 국가와 국민의 관계는 견고한가? 천만에.


    견고하면 독재다. 국가가 강력할수록 개인이 희생된다. 법은 견고하지않으며, 부부간은 견고하지 않으며, 친구간도 견고하지 않으며, 사랑도 견고하지 않다. 아슬아슬한 동적균형에 올라타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가 세상을 견고한 존재로 착각하는 것은 에너지가 태워져 있기 때문이다.


    물레방아는 돌아가는 동안 견고하다. 자동차는 달리는 동안 견고하다. 지구가 돌고 있기 때문에 견고하다. 해가 비치고 있기 때문에 생태계가 견고하게 유지된다. 미리부터 에너지가 태워져 있어야 하며 우리는 그 사건의 진행과정에서 조금씩 삭감해 가는 방법으로 계를 통제할 수 있다.


    달리는 자동차에다 무언가를 덧붙일 수 없다. 추가할 수 없다. 달리는 자동차에 실린 화물을 내릴 수는 있어도 더 실을 수는 없다. 실으려면 차를 멈춰세워야 한다. 생명을 멈추면 죽는다. 우주는 한시라도 멈출 수 없다. 그러므로 세상은 오직 마이너스 한 방향으로만 통제할 수가 있다.


    물론 플러스가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플러스를 하려면 미리 자원을 비축해두어야하며 그 사전준비작업은 역시 마이너스다. 그러므로 닫힌계로 보면 언제나 마이너스만 있다. 단 그 마이너스 과정이 상부구조에서 일어나므로 관점의 오류에 의해 잘 관측되지 않을 뿐이다.


    우주를 경영하는 근본은 산꼭대기에서 바위를 굴리되 중간에 멈춰세우지 않고 최대한 멀리까지 굴러가게 하는 것이다. 어떻든 정상에서 얻은 위치에너지를 조금이라도 손실할 뿐이다. 무언가를 제거하는 방법으로만 통제가능하다. 구조는 중첩되어 있으며 거기서 하나씩 뺄 수는 있다.


    우리는 월급을 플러스 하지만 노동을 마이너스 한 대가다. 전체로 보면 마이너스다. 무조건 손해본다. 우리는 태양으로부터 에너지를 플러스 하지만 태양계 전체로 보면 역시 마이너스다. 태양의 에너지 손실이 지구에 플러스 되었다. 모든 플러스는 과거의 마이너스를 빼 쓰는 것이다.


    결정적으로 마이너스는 통제가능하나 플러스는 통제되지 않는다. 미리 에너지를 비축해두었을때 일시적으로는 플러스가 통제되기도 하지만 곧 바닥을 드러낸다. 모든 옳지 않은 것은 무리한 플러스이며 일시적인 성공을 얻으나 곧 지속가능성의 문제를 들키게 된다. 고지서 날아온다.


    인간은 플러스에 현혹된다. 왜? 플러스를 위한 사전 마이너스는 상부구조에서 일어난다. 윗선에서 일어나므로 그 문제는 엄마가 할 일이고, 혹은 사장님이 할 일이고 혹은 대통령이 할 일이고, 혹은 대장이 할 일이므로 졸개는 그저 윗선에 일을 떠넘기는 것이 전체적으로 봐서 유리하다.


    인간은 대개 멍청하다. 원숭이에서 그다지 멀리 떠나오지 않았다. 그런데도 제법 사람행세를 하는 것은 가장 뛰어난 대표자 한 명의 행동을 복제하기 때문이다. 한 명이 잘 하면 나머지는 그냥 묻어간다. 그러므로 보통사람들은 되도록 판단을 우수한 리더 한 사람에게 떠넘겨야만 한다.


    신도는 목사에게 판단을 떠넘겨야 한다. 하인은 주인에게 떠넘기고, 소년은 부모에게 떠넘기고 병사는 대장에게 떠넘겨야 한다. 하인이 독단적으로 판단하고 소년이 독단적으로 판단하고 병사가 독단적으로 판단하면 망한다. 이렇게 독재자 한 명에게 판단을 떠넘기다가 망하는 것이다.


    무엇인가? 원시 부족민이라면 당연히 리더에게 판단을 떠넘겨야 하지만 21세기 첨단시대에는 모두가 리더의 자격을 갖추어야 한다. 국민이 어리광을 부리고 리더에게 판단을 떠넘기면 망한다. 공산주의가 망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모든 국민이 서기장 한 명에게 일을 떠넘긴 거다.


    왜? 서기장 스탈린은 보나마나 천재인데 천재가 판단하는게 낫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근데 알고보니 김정은이 천재는 아니었다. 망한다. 스탈린도 모택동도 레닌도 마르크스도 천재인 척 연기를 했을 뿐 천재는 아니었다는데 사회주의 시스템의 비극이 있다. 그럴 리가 없지 않은가?


    개인이 함부로 판단하면 집단이 위기에 빠진다. 그럴 때 상부구조가 개입한다. 윗선이 개입한다. 어떻게든 윗선을 개입시키려는 말단의 행동이 인간의 비합리적인 행동을 낳는다. 우쭐대고 과시하고 그러다가 잘못을 저지르는게 인간이다. 그럴때마다 상부구조가 개입해 바로잡는다.


    즉 인간은 어떻게든 사건에 집단을 개입시키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짐짓 악을 행하여 집단의 어그로를 끌고 꾸지람을 듣고 반성문을 쓰고는 재미를 내서 그런 짓을 한 번 더 한다. 죽을때까지 범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집단을 끌어들이는 과정에 강렬한 쾌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런데 21세기 현대문명은 고도로 발달해 있다. 모두가 운전사가 되어있다. 원시 부족민처럼 나쁜 짓을 해서 윗선을 개입시키면 망한다. 함부로 어그로를 끌면 안 된다. 21세기에는 모든 인류가 대표자 마음을 가져야만 한다. 이제는 동물의 본능을 버리고 합리적인 행동을 해야만 한다.


    마이너스 원리를 배워야 한다. 개인의 이익을 플러스 하기보다 집단의 리스크를 마이너스 해야 한다. 그런 시대가 된 것이다. 이재용 행동은 작은 개인의 이익을 플러스 하다가 집단에 큰 리스크를 떠넘긴 것이니 마이너스를 통제해야 한다는 구조론의 원칙을 어긴 대표적인 예가 된다.


    밑에서 이익을 추구할수록 상부구조에 리스크가 증대한다는 것이 마이너스 원리다. 문제는 시간차다. 리스크는 시간이 흐른 다음 나중에 청구서를 들이민다. 소기업은 이익을 탐하다 망해도 무방하나 대기업이 망하면 위험하다. 재벌이 치킨집 망하듯이 수시로 망하면 안 되는 것이다.


    마이너스를 구사하여 리스크를 감소시키면 자연히 이익은 따라오는 것이다. 떨어져 있는 것은 붙일 수 있다. 플러스다. 연결되어 있는 것은 차단할 수 있다. 마이너스다. 전기회로는 전부 연결되어 있다. 무언가를 차단하는 방법으로만 통제가 가능하다. 우주는 죄다 연결되어 있다.


    깨달아야 한다. 청구서가 뒤늦게 날아오므로 알아채지 못할 뿐 리스크는 지속적으로 누적되고 있다. 이명박근혜의 감옥갈 확률은 9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높아져 갔다. 세상은 NO와 그 NO에 대한 NO, 곧 NONO로만 통제가 가능하다. 죄다 연결시켜놓고 뺄 것을 빼나가야 통제가 된다.


    그래야 에너지를 절약하여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 선과 악으로 혹은 진보와 보수로 혹은 부자와 빈자로 대칭시켜놓고 두 방향을 통제하려고 하면 망한다. 머리와 꼬리는 둘이지만 몸은 하나이니 그 하나의 몸을 통제해야 한다. 진행방향은 언제라도 하나이니 일원론으로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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