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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2560 vote 0 2017.08.05 (13:25:06)

     

    동적균형


    우리는 균형과 조화를 추구한다. 균형은 눈으로 보고 맞출 수 있다. 그러나 조화는 조금 더 생각을 해봐야 한다. 균형은 정확히 50 대 50으로 맞아떨어지는 것이고, 조화Harmony는 약간의 시차를 두고 밀당을 나누는 것이다. 피아노와 바이얼린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호흡을 맞추어야 앙상블을 이룬다.


    대칭과 호응이다. 우리가 균형을 찾는 것은 천칭저울의 좌우대칭이 완벽한 균형을 이룰 때 미세한 힘으로 계 전체를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비 한 마리의 작은 날개짓만으로도 천칭저울을 기울게 할 수 있다. 그러나 기계적인 균형만 찾는다면 답답하게 된다. 작은 힘으로도 방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교착을 타개하고 활로를 열어야 한다. 기계적인 균형을 넘어서는 그 무엇이 필요하다. 진보와 보수든, 부자와 빈자든, 동양과 서양이든, 여성과 남성이든 우리는 일단 전방위적인 대칭을 추구해야 한다. 반드시 맞대응을 해야 한다. 상대가 옳든 옳지 않든 간에 집단이 의사결정을 하면 권력이 작동하게 된다.


    그다음부터는 권력의 생리가 개입해서 궤도에서 이탈하게 된다. 삼성이 일을 잘한다고 해서 놔두면 폭주해서 권력행동을 저지른다. 아무도 통제할 수 없는 괴물로 자란다. 잘한 일은 칭찬하고 그걸로 은근슬쩍 묻어가려는 권력의 방자함은 제지해야 한다. 문제는 이러한 맞대응은 마이너스로만 가능한 거다.


    우리는 좋은 쪽으로 삼성을 격려할 수 있다. 오로지 삼성을 방해하는 방법만으로 대응할 수 있다. 채찍은 쓸 수 있으나 당근을 줄 수 없다. 북한에 줄 수 있는 당근이 없다. 햇볕? 햇볕은 민주화와 통한다. 김정은 입장에서 햇볕은 재앙이다. 그렇다고 김정은의 독재를 보장해줄 수도 없고 말이다. 원래 그렇다.


    엔트로피에 따라 세상은 한 방향으로만 작동한다. 당근과 채찍의 양면전술 구사는 우리가 상대를 완전히 장악한 상태에서나 가능하고 외부에서는 오로지 채찍만 가능하다. 부모가 자식을 가르칠 때는 당근과 채찍을 쓸 수 있다. IS를 토벌할 때는 오직 채찍만 가능하다. 그들에게 줄 수 있는 당근이라곤 없다.


    그러므로 시간을 써야 한다. 대칭만으로는 불완전하고 호응을 써야 한다. 호응은 시간의 대칭이니 대칭의 일종이다. 단, 동적이다. 대칭은 정적이고 호응은 동적이니 대칭은 기계적인 균형이고 호응은 약간의 시차를 두고 밀당을 하는 것이다. 패스를 주고받으며 호흡을 맞추는 것이다. 그러려면 움직여야 한다.


    그런데 움직이는 것은 그 균형점이 약간 앞에 있다. 달리는 차의 무게중심은 약간 앞에 있어야 한다. 무게중심이 뒤로 가면 삼륜차가 그러하듯이 전복될 위험이 있다. 정치 역시 중도를 하려면 약간 진보에 있어야 한다. 의사결정은 축을 트는 것이며 그러려면 비워둔 공간이 필요하다. 배후지가 있어야 한다.


    예비자원이 있어야 한다. 백수가 창업해서 나라를 구한다. 백수가 예비로 뒤를 받쳐줘야 한다. 모든 인원이 투입되면 안 되고 조금 남겨둬야 한다. 미래를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심은 현재의 중심이 아니라 미래의 중심이어야 한다. 현재에 손을 대는 순간 이미 과거가 되어 있으니 중심이 안 맞는 것이다.


    동적균형은 축을 이동시키는 것이며 축을 이동시킬 공간을 미리 확보해놔야 한다. 우리는 안정을 추구하지만 안정된 자세는 태권도의 주춤서기가 아니라 권투선수가 스탭을 밟으며 풀쩍풀쩍 뛰고 있는 상태다. 태껸과 같다. 계속 품밟기를 하고 활갯짓을 해야 한다. 정지하면 위태롭다. 외부환경의 변화 때문이다.


    정지한 자세는 지구중력에 의존한 자세이며 무게중심을 빼앗긴 자세이며 힘을 쓸 수 없는 자세이다. 갑자기 타격이 들어오면 피할 수 없다. 그러므로 자신을 동적인 상태에 두어야 하며 동적인 상태에서는 완벽한 균형이 없다. 김연아의 피겨스케이팅과 같다. 양팔을 벌리고 크게 원을 그리며 돌아야 한다.


    각운동량을 조직하는 방법이다. 그 상태에서 점프를 할 수 있고 뭐든 할 수 있다. 김연아가 점프하기 직전의 상태에 자신을 두는 것이 동적균형이다. 그것은 균형이되 움직이는 균형이며 외부에서 보면 불균형처럼 보인다. 민주주의는 어수선해서 균형이 아닌 듯 보이지만 사실은 그게 절묘한 균형상태이다.


    625 때 중공군은 계곡으로 가는 미군과 달리 위험한 능선으로만 다녔다. 능선은 적에게 관측되기 쉬운 위험하고 험한 길이다. 대신 적의 사격이 시작되면 반대쪽으로 재빨리 도망칠 수 있다. 자신을 아슬아슬한 상태에 두는 것이 동적균형이다. 권투라도 완벽한 카버링보다는 상대에게 약간 헛점을 보이는 게 좋다.


    메이웨더의 숄더롤이다. 한쪽 어깨를 대주는데 상대방의 펀치가 어깨에 맞지만, 어깨가 둥글어서 타격이 약하다. 맞아주되 정타가 없이 빗맞게 하는 것이다. 이는 제구력 되는 투수가 느린 공을 던져 맞춰 잡는 것과 같다. 구속은 유희관처럼 느리지만 대신 회전이 많으므로 맞아도 빗맞아서 땅볼이나 플라이볼이 된다.


    동적균형은 일단 움직여야 하고 축이 되는 한 점이 전체를 대표해야 하며, 그 축을 움직일 수 있도록 배후지를 확보하고 그 공간을 비워두어야 하며, 축은 진행방향으로 약간 앞에 있어야 하며, 상대가 맞대응하여 교착될 때는 시간적 호응으로 타개해야 한다. 우선순위를 정하여 먼저 양보하고 나중 이득 본다.


    외부에 적을 두어야 하며 대치해야 한다. 적이 없으면 가상적을 만들어서라도 외부의 무언가와 대치상태를 연출해야 한다. 그래야만 계에 긴장이 걸려 전체의 에너지가 한 점에 수렴된다. 중도를 지향하지만 중간을 피해야 하며 약간 진보이되 장기전을 추구하고 단기적으로는 보수의 수단을 쓸 여지를 두어야 한다.


    항상 미래를 내다보고 있어야 한다. 몇 수 앞을 내다보고 두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이 아니라 미래에 필요한 것을 조달해야 한다. 생장점을 확보해야 하고 생장점은 외부환경과 맞닿는 접점에 두어야 하며 계에 강한 긴장을 걸어 방향성을 도출해야 한다. 나무는 모든 가지가 태양 하나를 바라보고 자란다.


    전체를 한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 짝짓기 놀이를 생각할 수 있다. 가운데 있으면 좌우를 두리번거리다가 타이밍을 놓쳐 짝짓지 못한다. 진보든 보수든 귀퉁이에 서 있으면 무조건 옆 사람을 붙잡으면 된다. 치우쳐 있어야 짝짓기에 성공할 확률이 높다. 그러므로 중간을 피하고 체중을 6 대 4로 나누어야 한다.


    왼발과 오른발에 균등하게 50 대 50으로 체중을 분배하면 자빠진다. 조삼모사를 구사하여 의도적인 불균일을 연출해야 한다. 중간은 끼어 죽기 좋다. 살길은 벽을 등져서 배후의 안전을 확보한 후 한 방향을 바라보고 전진하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 사이 딱 중간은 안 좋다. 약간 친미에서 약간 친중으로 밀당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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