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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0191 vote 0 2015.06.08 (14:10:20)

     

    오래된 떡밥, 왕권과 신권의 대결


    한국사 논쟁에 흔히 등장하는 떡밥이 이른바 ‘왕권과 신권의 대결’이다. 과연 근거가 있을까? 없다. 그럴 리가 없잖아. 권력이란 부자간에도 나누지 못하는 것인데 그런게 어딨어? 장난하나? 초딩이냐? 바보냐? 근데 이게 재미는 있다.


    사람들은 뭐든 이원론으로 대칭을 만들어줘야 좋아한다. 그래서 떡밥이 된다. 개수작에 홀리지 말자. 글자 배운 사람은 뭐가 달라도 달라야 한다. 자존심이 있지 그런 유치한 수작에 넘어간대서야 말이나 돼? 권력은 왕이 독식하는 거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조선의 역대 군주들은 민중들의 인기에 신경썼다는 거다. 인기가 떨어지면 연산군이나 광해군처럼 짤리는 수가 있다.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포인트는 백성들은 당연히 선비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조선시대라고 일베충이 없었겠냐고. 베충이들이 ‘씹선비’를 좋아하겠냐고. 근대화 시기에 지식인 중심의 계몽주의가 퍼져서 백성들은 당연히 선비를 숭상하지 않겠나 하지만 환상이다. 고려시대의 귀족이 하나면 조선의 선비는 열이다.


    뜯겨도 한 명에게 뜯기는게 낫지 열명에게 당하는게 낫겠냐고? 백성에게는 백성의 권세가 있다. 백성들은 불교, 도교, 무속, 유교, 왕실신앙이 사이좋게 공존하는 그림을 원한다. 이 중에 어느 하나가 득세하면 백성의 삶은 피곤해진다.


    왕실도 종교적 숭배대상이다. 왕권이 하늘에서 나오고, 왕이 어질지 못하면 천재지변이 일어나고, 전염병이 돌기 때문이다. 현종은 소빙하기 때의 경신대기근 때문에 후궁을 한 명도 들이지 못했다고 하는데 지금 박근혜 신세와 같다.


    왕실숭배가 약해지고 유교신앙, 불교신앙이 득세하면 왕권은 약해진다. 역대 군주들은 대중이 왕실을 사랑하는지에 관심이 지대했다. 신하란 왕실의 인기관리에 소용되는 소모품에 지나지 않는 거다. 신권이란 만화가들이 꾸며낸 거다.


    다만 선비들이 모여 상소를 올리며 평판공격을 하는 정도의 신권은 있었다. 영조가 적통이 아니고 찬탈자라는 소문이 돌자 남인과 소론이 격렬하게 왕을 비난했다. 왕의 인기가 몰락하자 이인좌와 정희량이 병사를 일으키는 식이다.


    왕이 선비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 위태로워진다. 도처에 격문이 붙고 반역의 기운이 돌면 왕은 전전긍긍한다. 이걸 신권이라고 포장해서 드라마의 소재로 삼을 수는 있겠으나 역사의 본질과는 거리가 멀다. 이게 다 식민사관 때문이다.


    한국사를 실패한 역사로 규정하고, 패배의 원인을 찾으려고 하므로 황당한 소설이 등장하는 것이다. 역사는 긴 호흡으로 보아야 한다. 고려와 조선과 대한민국은 한 줄에 다 연결되어 있다. 조선이 실패한 나라이면 대한민국도 실패다.


    과연 그러한가? 대한민국은 실패한 나라인가? 세계 200개국 중에 제대로 돌아가는 나라는 한국, 미국, 일본, 독일, 중국 정도이고 나머지는 다들 묻어가는 편이다. 신통한걸 보인게 없다. 한국은 세계 5대 경제강국이다. 관점을 바꾸자.


    한국사를 성공한 역사로 규정하고 성공의 원인을 찾는 관점으로 바꿔야 한다. 한국사를 이해하는 키워드는 왕실의 인기다. 왕실신앙은 일종의 종교와 같은 것이며 왕실은 경기도와 황해도 일대에 막대한 왕실토지를 소유하고 있었다.


    왕실토지에서 얻은 이익으로 내탕금을 풀어 이미지관리를 했다. 왕이 혼자 인기를 먹는게 아니라 왕비와 왕자에 부마까지 왕실전체의 인기라는 점이 중요하다. 신하라는건 부자인 왕실의 집안살림 관리해주는 청지기에 불과한 거다.


    신권이란 환상이며 굳이 말하면 왕이 인기관리 수법이다. 신라는 성골이라 해서 뼈가 다르므로 숭배할 만 했다. 징기스칸도 흰뼈라고 해서 자신을 신이라 주장한 것이 먹혔다. 원래 신을 쳐주지 인간은 제법 잘 생겨도 안 쳐준다.


    이뻐도 신이 이쁘지 인간이 뭐가 이쁘겠는가? 고려는 용의 자식이라 해서 겨드랑이에 용비늘이 있다고 주장했는데 제법 먹혔다. 무신의 란 이후 왕의 인기는 급락하여 무신 최영과 이성계가 잇달아 집권했다. 무신정치의 계승이다.


    일본의 막부정치 비슷한 느낌이다. 이성계는 무신이라서 종교적 숭배대상이 아니므로 인기가 없었다. 사람들은 자신을 다스릴 왕을 원하는게 아니라 숭배할 신을 원하기 때문이다. 임금이 정치를 잘 하면 백성들이 칭송한다고? 천만에.


    김대중, 노무현이 정치를 잘했지만 이명박근혜 찍은게 한국인이다. 왜? 박근혜는 자신을 숭배하게 했지만 김대중, 노무현은 그렇게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간은 뼛속깊이 숭배본능이 있다. ‘나를 숭배하라.’ 해야 다들 좋아하는 거다.


    이성계는 곤란해졌다. 불교를 꺾고 유교를 띄워서 돌파했다. 선비들은 특권을 챙겨서 이성계를 지지했고, 백성들도 그 틈에 자기들도 완장 하나씩 챙길줄 알고 지지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런 꼼수는 길게 가야 10년정도 반짝이다.


    왕비족 중심으로 불교세가 거듭 돌아온 것은 궁중여인들이 불교를 좋아해서가 아니라 선비의 오만방자한 행동을 보다못한 백성들이 분노했기 때문이다. 원래 무지한 백성은 자기들 머리 위에 군림하며 잘난척 하는 선비를 싫어한다.


    많은 사화는 임금의 변덕 때문이 아니라 백성의 요구 때문에 일어났다. 선비들이 사찰을 때려엎고, 도교제사를 못지내게 하고, 무당 굿판을 엎어버리는데 누가 좋아하겠는가? 인간은 숭배하고자 하고 왕은 여러 숭배대상들 중 하나다.


    본질은 권세다. 종교는 권세를 준다. 왕도 권세를 준다. 왕이 주는 권세가 내게도 몫이 돌아올 듯 하면 왕을 지지한다. 그러나 그런 붐은 금방 끝나고 백성은 돌아선다. 어차피 내 몫은 없다는거 눈치깐다. 권세는 사또와 이방까지다.


    조선의 역대 왕들은 유교와 불교, 도교, 무속, 전염병, 기근, 각종 역모사건, 적장자 계승논쟁, 왕비와 왕자의 인기, 뛰어난 학자의 출현 등에서 적절히 균형을 취하여 인기관리를 했다. 인기가 떨어지면 신하들이 복지부동 들어간다.


    율곡이나 퇴계 같은 대학자가 출현하면 왕의 인기가 오르지만 조금 후에 역전된다. 학자의 인기가 왕보다 높아지면 학자를 죽여야 한다. 왕자의 인기가 왕보다 높아져도 곤란하다. 왕비의 인기도 치솟아도 초반에 좋으나 역전된다.


    왕실신앙이 큰형님이면 유교신앙은 중간보스다. 왕의 관리대상이 많아도 피곤하므로 중간보스인 유교에 힘을 싫어서 피라미드식으로 관리하게 한다. 유교를 밀어 불교를 탄압한다. 그러다 유교 힘이 너무 세지면 불사를 일으킨다.


    사화를 일으켜 선비를 죽이면 백성들이 박수치고 좋아한다. 권력은 눈에 보여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도 죽지 않으면 백성은 도리어 불안해 한다. 권력의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으니까. 김정은이 괜히 죽이는 것도 이유가 있다.


    결정적으로는 외교와 전쟁이다. 왕의 존재의미는 결국 전쟁에 있다. 전쟁이 가장 존재감 느껴지는 살인이니까. 전쟁을 회피하면 왕은 끝이다. 효종과 숙종 이후 일본과 통신사 연결이 끊기고 청나라에 예속되면서 왕실은 끝난 거다.


    조선은 정조 때 망했다. 독립적인 의사결정단위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 말하자면 중국의 한 지방으로 격하된 셈. 더이상 아무도 왕을 숭배하지 않았다. 전쟁하지 않는 왕은 왕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배경에 조선을 망친 실학이 있다.


    실학이란 한 마디로 ‘한국? 그런게 어딨어. 중국군 요동면 한국리 아냐?’ 이런 거다. 오랑캐에게 고개를 숙이는 순간 민중의 숭배대상은 왕실이 아니라 황실이 되는 것이다. ‘황제가 왕보다 세다고? 그럼 난 동묘에 가서 황제숭배 할래.’


    우리가 알고 있는 교과서 중심의 한국사는 한 마디로 똥이다. 거의 쓰레기급으로 써놨다. 실제 역사를 이끌고 가는 본질은 따로 있다. 조선초기를 보자. 신라와 고려의 왕은 확실히 종교적 숭배대상이었다. 그런데 조선은? 이런 장면이다.


    백성.. “너는 신이냐?”
    성계.. “아니 난 왕인뎅.”
    백성.. “꺼져.”


    임금이 정치를 잘 하면 백성들이 칭송한다는건 환상이다. 임금은 신이라도 되는척 해야 칭송받는다. 백성은 일인자에게 관심이 있을 뿐 2인자에게는 관심이 없다. 1인자는 신이다. 조선은 건국하면서 명에 비토당해 인기가 떨어졌다.


    정도전의 요동정벌로 인기를 살리려 했다. 결국 전쟁이 답이다. 전쟁하면 흥하고 전쟁을 회피하면 망한다. 이후 이방원이 외교를 잘해서 체면을 살렸다. 전쟁을 못하면 외교라도 해야 한다. ‘중국황제가 날 좋아하더라구.’ 이거 먹힌다.


    김영삼 왈 ‘클린턴이 날 넘 좋아해서 밤중에 전화를 다 하더라구.’ 미쳤지. 영삼이를 무시해서 밤중에 전화한 거다. 영변폭격으로 전쟁 터뜨려서 영삼이 박살내려고. 이명박 왈 ‘부시가 날 넘 좋아해서 카트운전을 시키더라구.’ 착각이다.


    방원은 최종보스 명황제 밑에 중간보스라도 되는척 해서 위기를 돌파했다. 세종은 전쟁을 해서 인기를 올렸고 세조는 쿠데타로 인기가 떨어졌다. 연산군과 명종 때는 왕이 개 취급을 받을 정도가 되어 각지에서 도적이 일어났다.


    홍길동과 임꺽정의 등장이 다 이유가 있다. 탐관오리나 부정부패 때문이 아니다. 왕이 엿같으니까 도적이 일어나는 것이다. 민중의 삶이 힘들어지면 일어선다는건 상당부분 환상이다. 신의 권력이 없으면 민중이 일어선다. 왕은 신이다.


    민중의 삶이 피폐해도 사는게 힘들다는 이유로 일어서는게 아니라 그게 아마 왕이 신이 아니라는 증거가 아닌가 해서 일어서는 거다. 신이 신답지 않으니 반역한다. 연산군을 친 중종은 자신의 인기를 위해 선비세력을 크게 일으켰다.


    그러다 무신의 란이 일어날 조짐을 보이자 조광조를 쳤다. 무신의 난이 고려에서 끝난다는건 착각이고, 백성 입장으로는 조선초도 무신정권의 연장이다. 이성계 겨드랑이에 용비늘이 상당히 궁금하다. 백성이 선비를 좋아할 리가 없다.


    선비가 특권을 챙기니까 혹시나 자기들에게도 몫이 떨어질까 해서 기대감을 가지고 지켜보는 거다. 고려귀족보다는 혜택받는 숫자가 늘었다. 그러나 지배자가 많으면 피지배자는 피곤한 법, 차라리 고려귀족이 낫다는 말이 유포된다.


    불교와 무속을 믿는 백성들은 보통 선비를 악귀로 본다. 단 초창기에는 전쟁이 그치고 평화가 오자 뭔가 신통력이 있나 하고 기대를 해 본 것이다. 일시적으로 선비의 인기가 치솟자 그 인기에 편승할 목적으로 조광조를 등용한 것이다.


    민중이 선비를 벌레처럼 혐오하자 왕의 인기가 떨어졌고 그래서 조광조를 팽한 것이다. 그래서 불교로 돌아갔더니 더 개판이 되었다. 서자 출신에다 셋째아들로 이상하게 집권한 선조는 당연히 인기가 없었다. 인기를 위해 선비를 길렀다.


    퇴계와 율곡 덕분에 선조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그러나 이는 위태로운 곡예다. 정여립의 출현이 그렇다. 선비를 밀어주면 선비집단 중에서 인기인이 출현하는 거다. 정여립은 가장 인기있는 선비였다. 인기가 임금을 넘으니 곤란하다.


    왜란으로 선조의 인기는 추락했지만 명나라군대가 들어와서 다시 회복했다. 중요한건 정치를 잘했느냐가 아니라 신이냐 아니냐다. 당시의 관점으로는 세계대전이다. 천하대란이 일어나면 천명이 작동한게 아닌가 싶어서 공연히 흥분한다.


    국가위기에는 당연히 임금의 인기가 올라간다. 세월호 침몰하자 박근혜 지지율 올라가는 것과 같다. 메르스 유행도 박근혜가 인기올릴 절호의 타이밍이었는데 박원순이 가로챘다. 조선사람 선조가 황제 오른팔이 된줄로 알고 으쓱해졌다.


    사실 이건 있어보이는 그림이다. 백성은 죽어나가도 왕이 대국의 왕과 가까우면 마치 이승만이 외교를 잘해서 미국과 친해진줄 알고 좋아하는 그런거 있다. 사실은 미국이 이승만을 싫어해서 제거했지만. 이승만 인기는 미국인기다.


    옳으냐 그르냐는 부차적이고 본질은 신이냐 아니냐다. 미국의 파워에 관심이 있는 거다. 어떻게든 미국과 연결되기만 하면 좋아한다. 사실은 미국이 이승만을 벌레처럼 싫어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민중은 180도로 태도를 바꾸었다.


    하긴 전두환도 90퍼센트 지지를 받았을 정도이니. 민중의 여론도 가짜라는 말이다. 광해군은 백성이 싫어하는 건축공사를 대규모로 벌인데다가 생뚱맞게 요리에 취미를 붙여서 국수정승 잡채정승으로 놀아나니 백성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이후 귀신이 무섭다는둥 개소리를 해서 정신병자 취급을 당하였다. 결정적으로 한 줌도 안 되는 오랑캐들에게 항복하여 장차 명나라까지 망하게 되는 원인을 제공했다. 이걸로 광해아웃. 정치를 잘해도 전쟁을 피하면 당연히 똥이 된다.


    인조는 정통성이 없어서 당연히 개취급. 현종 때는 경신대기근으로 폭망. 효종과 숙종 때 북벌+송시열+통신사 왕래로 인기를 올렸으나 정조 이후 일본과 통신사 연결이 끊어지고 청에 대한 외교종속으로 왕의 인기는 추락. 조선 망했다.


    민중이 왕을 숭배하지 않으니 대타로 기독교가 유행하게 되었다. 영조는 연이은 반란으로 개망신. 정조이후 왕의 존재감은 사라졌다. 기근과 전염병, 이양선 출현으로 신통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왕은 더 이상 왕이 아니게 된 것이다.


    한국, 중국, 일본이 별개의 국가라는 개념은 근래에 생긴 것이다. 국가란 큰 가문이며 왕실은 국가라는 이름의 가문연합에서 조합장 비슷한 존재다. 보기에 따라서 조선왕은 천하라는 큰 판도 안에서 작은 귀퉁이 지방영주에 불과하다.


    서구도 마찬가지라 국가개념은 나폴레옹이 퍼뜨린 것이고 그 이전에는 기독교문화권 안에서 그냥 지방 실력자에 불과한 존재였다. 국가 자체가 민중의 안중의 없었던 것이다. 민중은 어떤 국가의 소속이 아니라 기독교 세계 소속이다.


    땅은 넓은데 그냥 왕이란 자들이 산적떼처럼 이리저리 뛰어다닌 것이다. 민중은 ‘쟤네들 천둥벌거숭이마냥 왜 저러지?’ 하고 고개를 갸우뚱하며 지켜볼 뿐이다. 존재감 없다. 아랍도 마찬가지. 오스만투르크 제국이라는 건 그냥 명목이다.


    세금도 제대로 받아가지 않았으며 실제로는 지방자치제였으며 그들 지방실력자의 자치정도는 중국에 대한 조선의 자치와 별 차이가 없었다. 그냥 오스만제국 술탄의 명성이 높은 것이다. 국가의 기능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독립국이라는 개념은 근대의 것이다. 기독교세계와 무슬림세계 그리고 유교세계가 각각 있는 것이며, 일본은 자기들끼리 별도로 하나의 천하를 주장했지만 그런건 안 쳐주는 거다. 그 시대로 돌아가서 그 시대의 눈으로 역사를 봐야 한다.


    권력은 신하와 나누는게 아니다. 백퍼센트 왕이 먹고, 벼슬은 나누는게 아니라 백프로 집권세력이 먹는다. 정확하게는 성균관 나온 서울선비가 독식한다. 지방은 그냥 형식적으로 시늉만 하는 것. 과거제도란 왕의 인기 올리는 장치다.


    생원과 진사를 남발하여 지방의 여론전파집단에게 특권을 준다. 탕평이란 환상이다. 여당과 야당이 한 공간에서 공존해? 이게 무슨 공산당 집단이냐고. 어림없는 일이다. 왕이 권력을 유지하려 별 등신짓을 다 한거다. 탕평하면 망한다.


    노무현이 영의정인데 이명박이 좌의정이면 나라꼴이 어떻게 될지 생각해보라. 사생결단 나는 거다. 노무현과 이명박이 대화하고 타협해? 순진한 생각이다. 이명박은 인간이 아니라 악귀다. 조선왕조 당시에도 상대당파는 악귀로 보았다.


    얼마전 정조어찰 공개로 왕권과 신권의 대립이 전부 허상이었음이 낱낱이 폭로되었다. 임금은 편지와 독대, 밀정의 파견 등 여러 수단으로 신하를 감시하고 배후조종했다. 권력은 백퍼센트 왕에게 있었고 신하는 꼭두각시였던 것이다.


    신권이라는 환상은 이조전랑이라는 특수한 인사권 때문인데 정조이후 이조전랑의 무력화로 끝났다. 이조전랑의 인사권이 사라졌을 때 조선의 시스템은 완전 망한 것이다. 대칭으로 보는 이원론을 버려야 한다. 재미는 있는데 거짓이다.


    조선의 붕괴는 내부대립이 아니라 외교실패가 본질이다. 모든 에너지는 밖에서 들어온다. 조선이 중국의 한 변방이냐 아니면 독립적인 의사결정단위냐가 중요하다. 즉 왕이 신이냐 아니냐, 왕의 제사가 먹히느냐 안 먹히느냐가 중요하다.


    조선은 일본과 통신사로 계속 교류하고 중국과는 전쟁직전의 팽팽한 긴장관계를 유지하고 이양선에 대해서는 독립적으로 대응했어야 했다. 그쪽에서 우리로 배타고 왔으면 우리도 그쪽으로 갔어야 했다. 일본은 했는데 조선은 안했다.


    왜? 중국 눈치보느라. 효종때만 해도 중국 몰래 서양의 대포를 제조하여 해보려고 했는데 강희제 이후 중국이 잘 나가자 중국과의 대결자세를 버린 것이다. 그때 망했다. 더 이상 임금은 신이 아니었다. 황제 인기가 왕보다 더 높다.


    ###


    환빠들의 역사우월주의는 역사열등주의다. 더러운 역사인종주의라 하겠다. 이들은 중국은 우월하고 한국은 열등한데 사실은 한국이 중국이므로 한국이 우월한게 아니냐는 기괴한 한국열등설을 퍼뜨리고 있다. 애초에 잘못된 전제를 깐다.


    ◎ 전제 - 중국이 우월하고 한국은 열등하다.
    ◎ 진술 - 그런데 알고보니 한국이 중국이었더라.
    ◎ 결론 - 그러므로 사실은 한국이 우월하다.


    바보가 들으면 그럴듯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이게 잘못된 전제를 깔고 들어가는 인종차별주의임을 알 수 있다. 먼저 중국문명에 대한 환상을 깨야 한다. 근래 유물발굴로 알려졌지만 황하-장강문명은 존재가 없다. 실체가 없다.


    중국은 비슷한 시기에 수십 개 문화가 공존하고 있었고, 황하문명이 특별히 우월하다는 근거는 없다. 시안에 흙으로 쌓은 금자탑이 있지만 별거 아니다. 피라밋도 내게 맡겨주면 금방 쌓는다. 수십만 동원설은 환상이라고 다 밝혀졌다.


    문명이 중심에서 주변으로 서서히 전파된다는건 다윈의 잘못된 생존경쟁론에 의거한 인종주의적 관점이다. 문명의 본질은 이동기술이며 근대이전 인류는 말에 등자를 달았을 때와 원양항해술의 발전으로 단 두 번 진보했을 뿐이다.


    나머지는 허당이다. 그리고 근래에 자동차와 인터넷으로 진보한 것이다. 문명은 결코 서서히 발전하지 않으며 계단식으로 도약한다. 그러므로 어느 나라가 우월하고 열등하고는 애초에 없는 것이다. 어리석은 변방의식을 버려야 한다.


    단 하나 미학은 있다. 중국인이 청나라 오랑캐옷 입고 돼지꼬리 변발하면 욕 먹는다. “쟤들은 좀 띨하지 않아? 복장이 멍청해 보이잖아.” 이건 속일 수 없다. 중국인이 한국에 와서 화장품을 사고 옷을 사가는 한 한국이 우월한 거다.


    문명의 수직우열은 없으며 미학적 수평차별은 있다. 조선은 중국과 대결한 후 갓과 도포와 한복으로 차별화를 했다. 의도적으로 중국인과 다른 옷을 입은 것이다. 일본인이 당나라때의 중국옷을 아직도 입고 있는 것과는 다른 것이다.


    미학적으로 차별화 했느냐가 중요할 뿐 수직적으로 어느 나라가 우월하고 열등하고는 없다. 의사결정속도가 빠르냐 느리냐 또는 의사결정을 해내느냐 못하느냐의 차이는 있다. 야당도 뭔가 결정을 못해서 욕먹는 거다. 박근혜처럼 말이다.


    박원순, 이재명, 안희정은 이번에 의사결정능력의 존재를 보여줬다. 이런거 해야 임금도 인기 올라간다. 문재인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빠르게 결정하고 전파해야 한다. 우물쭈물 하고 있으면 안 된다. 오직 미학만이 진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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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을 일원론으로 보는 훈련을 해야합니다. 소설쓰기에는 이원론이 먹히지만 가짜입니다. 역사는 오직 변방에서 중심을 치는 하나의 형태가 있을 뿐이며, 그 외에 역사를 추동하는 에너지는 없습니다. 중심을 치지 못하는 왕은 존재가 없습니다. 천하의 중심으로 치고나가지 않는 정치는 무조건 실패입니다. 미국을 치고, 중국을 치고, 유럽을 치지 못하는 진보주의는 필요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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