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8491 vote 0 2009.02.18 (09:51:37)

 

신과 인간

신(神)은 사(私)가 아니라 공(公)의 존재다. 인간이 세포들의 그룹으로 이루어져 있다면, 신은 신의 세포들의 그룹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인간은 잘해야 그 신의 작은 세포 하나가 될 수 있을 뿐이다.

신은 국가나 민족, 네티즌처럼 하나의 그룹 개념이다. 시공간 안에서 특정하여 따로 분리해낼 수 있는 '그놈'이 아니다. 어떤 경우에도 신과 인간은 ‘너와 나’로 대등한 일대일 관계가 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인간이 신을 상대함은 어떤 동아리, 범주, 그룹을 상대할 때와 같아야 한다. 신이 방송국이라면 인간은 라디오와 같다. 신과 인간의 관계는 라디오 대 라디오의 수평적 관계가 아니다.

그러니 그대 밤새 기도해봤자 아무런 의미가 없다. 라디오와 라디오는 소통하지 못한다. 자연에서 수평적 소통은 없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이 자연에서 소통은 언제라도 아래로 내려갈 뿐이다.

그러므로 의지는 신에게서 인간에게로 흐를 뿐 인간에게서 신으로 역류하지 않는다. 방송국과 라디오는 소통하지만 일방적이다. 방송국은 라디오에 전파를 송출하지만 라디오는 방송국에 송신하지 못한다.

신은 인간을 이용하지만 인간은 신을 이용하지 못한다. 방법은 인간이 스스로 방송국이 되는 수 밖에 없다. 그것이 깨달음이다. 라디오인 그대가 또다른 라디오들을 거느리고 방송국의 포지션으로 올라서야 한다.

세상 앞에서 자기 자신의 독립적인 채널을 개설하고 낳음의 존재, 창조적인 존재로 거듭나야 한다. 비로소 완전해진다. 신의 일부인 인간이 신의 세포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세포가 된다. 신의 일원이 된다.

KBS나 MBC는 방송국이고 네티즌들은 라디오로 그 방송을 듣는다. 방송국의 의지는 라디오를 통하여 네티즌에 전달되지만 네티즌의 의지는 방송국에 전달되지 않는다. 가끔 시청자 엽서를 받아준다지만 현혹되지 말라.

네티즌이 아프리카에 방송을 개설하고 전파를 송출하면 그 네티즌의 목소리는 KBS나 MBC에 전달될 뿐 아니라 스스로 그 방송집단의 일원이 되는 것이다. 인간이 신과 소통하는 방식은 그 뿐. 신의 역할을 나눠가지기.

국가로부터 무언가를 얻어내려 할 것이 아니라 국가의 일원인 당신이 그 국가를 위하여 무언가 기여해야 한다. 신에게서 무언가를 얻어내려 할 것이 아니라 신의 일원인 당신이 신을 위하여 기여해야 한다.

인간은 신에게 기여한 만큼 발언권을 가지게 된다. 그대가 개설한 독립적인 채널의 크기만큼, 낳음의 크기만큼 신은 응답한다. 신은 실로 당신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있는 것이 아니라 행동을 주시하고 있다.

http://gujoron.com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6806 구조론 동영상 1 김동렬 2010-03-22 196620
6805 LK99 과학 사기단 image 김동렬 2023-08-07 71155
6804 진보와 보수 2 김동렬 2013-07-18 58326
6803 진화에서 진보로 3 김동렬 2013-12-03 58230
6802 '돈오'와 구조론 image 2 김동렬 2013-01-17 56143
6801 소통의 이유 image 4 김동렬 2012-01-19 55504
6800 신은 쿨한 스타일이다 image 13 김동렬 2013-08-15 55091
6799 관계를 창의하라 image 1 김동렬 2012-10-29 48720
6798 답 - 이태리가구와 북유럽가구 image 8 김동렬 2013-01-04 45570
6797 독자 제위께 - 사람이 다르다. image 17 김동렬 2012-03-28 44750
6796 청포도가 길쭉한 이유 image 3 김동렬 2012-02-21 42186
6795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image 3 김동렬 2012-11-27 42112
6794 구조론교과서를 펴내며 image 3 김동렬 2017-01-08 41976
6793 아줌마패션의 문제 image 12 김동렬 2009-06-10 41771
6792 포지션의 겹침 image 김동렬 2011-07-08 41233
6791 정의와 평등 image 김동렬 2013-08-22 40906
6790 비대칭의 제어 김동렬 2013-07-17 38943
6789 구조론의 이해 image 6 김동렬 2012-05-03 38857
6788 비판적 긍정주의 image 6 김동렬 2013-05-16 38000
6787 세상은 철학과 비철학의 투쟁이다. 7 김동렬 2014-03-18 37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