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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367 vote 0 2020.10.29 (16:59:22)


    의사결정이 존재다.


    모든 것은 존재로부터 시작된다. 존재란 무엇일까? 아무도 이 질문에 명확하게 대답하지 못한다. 원자 개념은 존재를 명확하게 규정하기 위한 아이디어로 제안되었다. 그런데 꼼수다. 자연에 애매한 것이 많으므로 확실한 것으로 논하자는 거다.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단계까지 가면 확실하다.


    보통은 그렇다. 포장지를 벗겨야 진실이 드러난다. 과대포장 때문이다. 껍질을 벗겨야 벌레 먹은 밤을 가려낼 수 있다. 입시를 치르는 시험장에 가족이 따라 들어가면 안 된다. 하나씩 떼어놔야 한다. 그래야 판단이 가능하다. 그러나 그것은 경험칙에 의지한 인간의 희망사항에 불과한 것이다.


    양자역학으로 들어가면 더 애매해진다. 쪼갠다는 개념은 막연한 표현이고 정확히는 연결과 분리의 단위다. 존재는 의사결정 단위다. 그 지점에서 어떤 의사결정이 일어나면 거기에 무엇이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다. 간단히 외력의 작용에 반작용한다면 거기에 무엇이 존재한다고 인정된다.


    문제는 사건의 존재다. 물질은 실험실에서 알아낼 수 있다. 사건은 실험하기 어렵다. 사랑이 존재하는 것일까? 희망이 존재하는 것일까? 어떤 대상이 자체의 질서를 가지고 있다면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동일한 상황에서 동일한 결과가 얻어지면 거기에 무엇이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어떤 것이 존재한다는 것은 거기서 어떤 의사결정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동일한 조건에서 동일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구슬의 존재는 만져보고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불은? 불은 쉽게 꺼져버린다. 그런데 꺼진 불도 부채질을 하면 다시 살아난다. 불은 과연 거기에 존재하는가? 


    어떤 액션이 있다면 그 액션의 주체가 있는 것이다. 그것이 존재다. 액션은 의사결정이다. 존재는 의사결정의 주체다. 단 동일한 조건에서 재현될 수 있어야 한다. 재현되지 않는다면 독립적인 존재가 아니라 다른 것에 딸린 것이다. 그림자와 같다. 그림자는 빛의 현상이지 존재가 아니다.


    빛이 그림자를 결정할 뿐 그림자 자신은 스스로 결정할 수 없다. 원자는 쪼갤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그 쪼개는 주체는 누구인가? 원자는 쪼개려는 자에 의해 상대적으로 규정되므로 실패다. 능동적인 존재라야 한다. 절대적 존재라야 한다. 독립적으로 스스로 의사결정하는 것이 존재다. 


    그 존재를 어떻게 파악하는가다. 인간이 관측해보고 판단한다면 한계가 있다. 그것은 인간의 자극에 따른 반응이지 존재 자체의 능동적인 의사결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간을 배제하고 존재 스스로 관측해야 한다. 인간이 고양이를 관측하는게 아니라 고양이의 왼발이 오른발을 관측한다.


    존재에 대해서 명확한 개념을 정립하는 방법으로 인간의 인식은 수준을 높일 수 있다. 그것은 대상에 내재하는 존재 자체에 내재한 질서를 추적하는 것이다. 사건을 파악하는 것이다. 대칭과 축을 파악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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