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503 vote 0 2020.07.21 (10:25:57)


    퇴계병을 극복하라


    전두환 노태우의 암흑기에 운동권 일각에서는 각자생존을 도모하면서 초야로 숨어들어 다양한 서식지를 발굴해내는 일이 있었다. 진정성타령, 성찰타령, 생태타령이 진보진영을 공습하면서 점차 꼴이 우스워졌다. 거짓말하기 시합과 같다. 무조건 나중에 말하는 사람이 이긴다. 앞사람의 거짓말에 곱하기 2를 하는 스킬이다.


    초딩 반사놀이다. 누가 비난을 가하면 재빨리 반사초식을 시전한다. 이때 새로운 기술을 배운 형이 울트라 반사를 전개하면 깨갱하는게 보통이다. 그러나 총명한 아이들은 무지개 반사, 무한반사, 블랙홀 반사, 크리스탈 반사, 우주반사로 반격하곤 했다. 지나치게 고각을 조준하여 '네 엄마'를 시전하다가 코피터지는 경우도 있고.


    각도조절 잘해야 한다. 문제는 끝이 없다는 거다. 이 승부 밤새도록 끝나지 않는다. 진정성이든 성찰이든 생태든 아무리 노력해도 부족하다. 어떤 사람이 귀농 사이트에서 말했다. ‘귀농의 필살기는 절약이지. 나는 한 달에 30만 원으로 생활한다네.’ 그러자 바로 반격이 들어왔다. ‘이런 사치한 무개념 철부지 도시놈을 봤나.' 


    '귀농이 만만해? 귀농이 장난이야? 귀농인이 우습게 보여? 월 3만 원 아래로 꺾어봐.’ 이러는 것이었다. 장내는 숙연해졌다. '사부님 마실 나오셨습니까?' 하는 분위기다. 월 3만 원으로 생활하면서 인터넷은 어떻게 접속했는지 모르지만. 이런 식이다. 점점 이상해진다. 괴력난신의 득세다. 김성근 감독 노력타령과 비슷하다. 


    누가 최숙현을 죽였는가? 장윤정이다. 장윤정은 죽음 문턱까지 가본 위인이다. 인공호흡 덕에 살아났다. 비유하자면 한 달에 3만 원으로 버티는 장윤정이 보기에 월 30만 원 소비 개념으로 귀농하겠다는 최숙현은 좀 맞아봐야 정신을 차릴 거다. 이렇게 된다. 월남전에서 사람을 다수 죽여본 자가 광주에서 학살을 자행하는 법이다. 


    육이오 때 38선을 넘어 월남하면서 죽음 문턱까지 가본 사람들이 꼰대질을 하는 것이다. 멈춰야 한다. 답은 바깥에 있다. 내부를 쥐어짜는 등신짓으로는 전 국민이 고달프게 된다. 대한민국의 모든 고등학생이 두 배로 공부한다고 해서 전원이 서울대를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진정성, 성찰, 유기농, 천연, 생태타령은 재앙이다. 


    1만 번 반복하면 뭐가 된다는 식의 저급한 처세술이다. 극단을 찾는 퇴계행동이다. 꼬리칸에서 머리칸으로 가는 방향은 자기가 머리가 되고 싶은 소인배의 욕망을 들키는 짓이다. 머리칸에서 꼬리칸으로 가야 한다. 머리는 끝이 없어 언제나 더 큰 머리가 있기 때문이다. 울트라 머리 나오고 크리스탈 머리, 블랙홀 머리 나온다. 


    무한머리 출두해 주신다. 이 승부 밤새 끝나지 않는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는 역주행이다. 평천하로 출발해서 마지막에 개인 하나라도 건지는게 정답이다. 퇴계행동은 결국 남 탓하게 되고 영웅주의로 갈 수밖에 없다. 김성근 감독은 결국 자기 훈련을 따라오지 못한 선수 탓을 할 수밖에 없다. 여러 사람의 팀플레이가 정답이다.


    지극한 지고지선이라는 것은 원래 없다. 각자 캐릭터가 있을 뿐이다. 위대한 영웅이 되려고 하지 말고 각자 캐릭터를 살리되 팀플레이로 가야 한다. 배신의 달인 유비와 미녀 밝힘이 관우, 술주정뱅이 장비는 장단점이 있다. 언제나 동료를 먼저 구하므로 탁월한 것이다. 첨단이나 극단에 서려고 하지 말고 동료와 호흡을 맞춰야 한다.


    퇴계는 부인의 무덤을 지키며 1년 동안 암자에서 살았다. 누가 퇴계를 본받아 부인상을 1년씩이나 치르겠는가? 퇴계의 사랑은 아름답지만 본보기를 타인에게 강요한다면 곤란하다. 이원론은 반드시 남 탓을 하게 된다. 진정성타령, 생태타령, 성찰타령은 세련되게 포장된 소인배의 남 탓이다. 패스도 못 하면서 성찰하면 뭐해?


    전국시대의 도쿠가와 이에야스와 다케다 신겐과 토요토미 히데요시와 오다 노부나가는 각자 캐릭터가 다르다. 선악은 없다. 이 중에 도덕군자는 없다. 오다 노부나가는 똑똑하고 젊고 진보적이지만 오만하고 폭주한다. 역사에 이런 캐릭터 많다. 나폴레옹처럼 직진하다가 죽는다. 알렉산더처럼 폭주한다. 재주가 인격을 넘었다. 


    다케다 신겐은 전략과 전술과 도덕과 지혜를 다 갖추어 존경할 만하지만 한물간 옛날 사람이다. 그냥 군웅이다. 풍신수길은 장사꾼 출신으로 전쟁을 사업으로 전환시켜 수지맞는 장사를 했다. 재벌식의 문어발로 업종을 늘리다가 망했다. 전쟁의 포드시스템을 개발한 셈이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바둑으로 치면 이창호다. 


    신중하고 굼뜨지만 오래 살아남아 모든 것을 거머쥐었다. 바둑으로 치면 조훈현, 이창호, 유창혁, 이세돌의 기풍에 이들이 있다. 이들은 서로 싸웠지만 결과적으로 팀플레이를 한 셈으로 되어 역사를 이끌어온 것이다. 큰 시야로 보면 적군도 한 팀이다. 트럼프도 인류팀에 속한다. 그런 자원들을 적절히 이용할 수가 있어야 한다. 


    유비와 조조와 손권은 서로 싸웠지만 중국인이라는 하나의 인격을 만들어왔다. 13억 중국인이 한 사람의 인격체라면? 그 사람 안에 유비도 있고, 조조도 있고, 손권도 있다. 우리는 세상을 일원론의 관점으로 이해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유비가 관우에게 조조를 죽이지 말라고 당부한 이유다. 남 탓하지 말고 경쟁하며 함께 큰다. 


    캐릭터가 살았느냐 죽었느냐 중요할 뿐 지고지선한 진정성과 성찰과 고매한 인격은 필요 없다. 캐릭터가 살면 무언의 신호가 되어 적과도 손발이 맞는다. 홍준표도 캐릭터가 있으니 이용할 수 있고, 안철수도 나름 바보 역할은 해내고, 김종인도 얼떨리우스 캐릭터가 있고, 오세훈도 침묵늬우스가 되었지만, 놀려먹는 재미가 있다. 


    받쳐주는 연기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보케와 츳코미의 역할분담이다. 진정성, 생태, 성찰 운운하는게 엘리트의 우월주의이자 차별주의임을 꿰뚫어 보아야 한다. 진정성의 달인, 성찰의 달인, 생태의 달인 박원순이 왜 문제를 일으켰을까? 극단을 추구하므로 자신도 모르게 오만해진다. 동료와 손발을 맞춰가는 김어준이 낫다. 


    동료들이 관우, 장비만큼 맞춰주지 못하지만 말이다. 정봉주가 자신을 유비로 놓고 김어준을 부려 먹으려는게 실패지만 말이다. 그리고 숫자가 늘어야 한다. 도덕은 숫자에서 나온다. 지자체를 장악하면 숫자가 늘고 의사결정 참여자의 절대 숫자가 늘면 도덕적으로 되고 이후로는 탄탄해진다. 큰 배가 대양을 건너듯이 말이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20.07.21 (13:22:34)

"첨단이나 극단에 서려고 하지 말고 동료와 호흡을 맞춰야 한다."

- http://gujoron.com/xe/1221072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6746 구조론 동영상 1 김동렬 2010-03-22 196447
6745 LK99 과학 사기단 image 김동렬 2023-08-07 70980
6744 진보와 보수 2 김동렬 2013-07-18 58185
6743 진화에서 진보로 3 김동렬 2013-12-03 58077
6742 '돈오'와 구조론 image 2 김동렬 2013-01-17 55983
6741 소통의 이유 image 4 김동렬 2012-01-19 55385
6740 신은 쿨한 스타일이다 image 13 김동렬 2013-08-15 54924
6739 관계를 창의하라 image 1 김동렬 2012-10-29 48565
6738 답 - 이태리가구와 북유럽가구 image 8 김동렬 2013-01-04 45435
6737 독자 제위께 - 사람이 다르다. image 17 김동렬 2012-03-28 44583
6736 청포도가 길쭉한 이유 image 3 김동렬 2012-02-21 42029
6735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image 3 김동렬 2012-11-27 41960
6734 구조론교과서를 펴내며 image 3 김동렬 2017-01-08 41811
6733 아줌마패션의 문제 image 12 김동렬 2009-06-10 41590
6732 포지션의 겹침 image 김동렬 2011-07-08 41079
6731 정의와 평등 image 김동렬 2013-08-22 40781
6730 비대칭의 제어 김동렬 2013-07-17 38803
6729 구조론의 이해 image 6 김동렬 2012-05-03 38713
6728 비판적 긍정주의 image 6 김동렬 2013-05-16 37865
6727 세상은 철학과 비철학의 투쟁이다. 7 김동렬 2014-03-18 374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