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762 vote 1 2019.07.29 (15:17:41)

            

    솔로의 비애


    세상은 2로 되어 있지만 2라고 읽으면 안 된다. 여러분은 길을 가다가 어떤 2를 보거든 ‘1아. 안녕?’ 하고 인사해야 한다. 2를 2라고 부르다간 조낸 처맞는 수가 있는 거다. 2는 말하자면 부부다. 한 식구다. 즉 2지만 외부에 대해서는 1인 것이다. 주소를 하나로 쓴다.


    정확히 말하자면 2는 □□이고 1은 □와 □의 사이다. 즉 우주에 홀로 □가 있다면 외부와 상호작용하지 않아 존재를 성립시킬 수 없고 □□로 짝지어야 비로소 하나의 어엿한 존재가 된다. □와 □를 잇는 라인이 1이다. 그 라인을 보고 우리는 존재라고 말하는 거다. 


    왜인가? 그 라인에 연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하나의 존재는 하나의 연결이다. 그러므로 모든 존재는 적절히 겹쳐져 있다. 완전히 독립된 개별적 존재는 없으며 모든 존재는 부름과 응답의 구조를 이룬다. 대칭짓고 호응한다. 짝을 짓는다. 연결고리를 이루었다.


    ←→는 확산이니 2다. →←는 수렴이니 1이다. 확산은 존재가 아니며 수렴이 존재다. 어떤 둘을 하나 안에 욱여넣을 때 에너지가 성립된다. 욱여넣었으므로 도로 뛰쳐나가려고 한다. 눌린 용수철은 펴지려고 한다. 원래 상태로 되돌아가려는 성질이 에너지가 된다.


    우리는 그 지점에 스위치를 달아 조절하는 방법으로 에너지를 이용할 수 있다. 에너지는 언제나 수렴된다. 2에서 1로 졸아들지만 그 1에서 다시 1/2로 졸아들고 1/4로 졸아든다. 졸아들지만 그 에너지는 확산의 힘에서 나왔다. 확산하려 하지만 확산하면 안 된다.


    적절히 방향을 틀어주는 방법으로 밖으로 향하는 에너지를 내부로 향하게 한다. 모든 힘은 미는 힘이지만 방향을 틀면 내부결집이 된다. 서로 미워하는 힘들이 방향을 틀어주면 강력한 에너지가 된다.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가 서로를 미워하다가 세계를 삼키듯이.


    활을 당긴다면 실제로는 오른손으로 활시위를 잡고 왼손으로 활몸을 미는 것이다. 엔진이 폭발하는 힘은 미는 힘이다. 미는 힘이지만 그대로 밀고 나가면 안 되고 플라이휘일의 회전력으로 모아서 바퀴로 전달해야 한다. 미는 힘을 닫힌계에 가둬두면 강력해진다. 


    물레방아도 물의 미는 힘이지만 바퀴로 틀어서 절굿공이로 모은다. 대칭은 미는 힘을 축에 가두는 방법이다. 1은 밀 수 없다. 우주에 혼자 있다면 밀 수 없다. 2는 밀 수 있다. 그러나 미는 동작은 →이다. 즉 1이다. 2인데 1인 것이 에너지다. 대칭은 2고 축은 1이다. 


    외력에 대해서는 1로 행세한다. 그러므로 1이 남는다. 그 남는 부분이 에너지다. 우리는 그것을 쓸 수 있다. 우주는 커플만 존재로 친다. 만약 솔로가 있다면 방문자는 문을 열어보고 '아무도 없군.' 하고 그냥 간다. 무시하는 거다. 솔로는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 


    연결되지 않고 상호작용하지 않는다. 그것은 존재가 아니라 부재다. 그렇다고 좌절할 이유는 없다. 누구나 커플이다. 자신이 소속된 바를 모를 뿐 이미 소속되어 있고 연결되어 있다. 위를 쳐다보면 2고 아래를 굽어보면 1이다. 기슭에서는 2고 정상에서는 1이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19.07.30 (06:29:01)

"누구나 커플이다. 자신이 소속된 바를 모를 뿐 이미 소속되어 있고 연결되어 있다. 위를 쳐다보면 2고 아래를 굽어보면 1이다."

http://gujoron.com/xe/1109993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4534 최적화 원리 1 김동렬 2019-08-12 2463
4533 에너지의 수렴원리 1 김동렬 2019-08-11 3185
4532 최소작용의 원리 1 김동렬 2019-08-09 3383
4531 양자중력이론 1 김동렬 2019-08-08 3272
4530 존재론과 인식론 1 김동렬 2019-08-07 6219
4529 문학의 구조 1 김동렬 2019-08-06 3571
4528 엔트로피의 결론 1 김동렬 2019-08-06 2938
4527 동기와 보상은 가짜다 image 3 김동렬 2019-08-06 3116
4526 구조론을 배우자 1 김동렬 2019-08-05 2428
4525 구조론과 주식투자 2 김동렬 2019-08-04 3404
4524 구조론을 읽고 말하자 1 김동렬 2019-08-04 2760
4523 귀납은 없다 1 김동렬 2019-08-02 2654
4522 연역은 복제한다 1 김동렬 2019-08-01 2783
4521 소박하고 단순한 삶의 시대 1 김동렬 2019-07-31 3592
4520 세상은 사건이다 1 김동렬 2019-07-31 3590
4519 엔트로피와 사건 1 김동렬 2019-07-30 2458
4518 김상욱의 물리공부 1 김동렬 2019-07-29 3428
» 솔로의 비애 1 김동렬 2019-07-29 2762
4516 줄을 잘 서야 한다 2 김동렬 2019-07-29 3002
4515 인생은 실전이다. 병만아. 3 김동렬 2019-07-28 35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