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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012 vote 0 2019.07.23 (16:39:43)

          

    세상은 효율이다. 효율은 구조에 있다. 둘이 하나를 공유하는 것이 구조다. 둘이 하나를 공유하므로 1로 2를 상대할 수 있어서 비용을 절약하는데 구조의 효율성이 있다. 에너지의 작용은 그러한 공유상태를 잃고 각각 독립하는 형태로만 일어난다.


    에너지가 사용되면 구조는 해체되고 효율은 비효율로 바뀌며 그만큼 일로 전환된다. 에너지는 효율에서 비효율의 일방향으로 움직이며 비효율에 이르러 외력에 대해 상대적인 효율성의 우위가 사라지는 지점에서 멈춘다. 그러므로 방향성이 있다. 


    생물의 진화에도 방향성이 있고 우주의 진화에도 방향성이 있고 역사의 진보에도 방향성이 있다. 모든 성장하는 것에는 방향성이 있다. 그러므로 진보한 시스템과 낙후한 시스템의 차별성이 있다. 진보는 옳고 보수는 그르다고 말하는 근거가 된다.

 

    문제는 진보주의자가 주장하는 진보가 과연 효율적인 시스템이냐다. 실제로 효율성을 증명해야 진보라고 말할 수 있다. 현실에서는 진보가 되레 비효율적인 주장을 하고 반대로 보수가 효율적인 주장을 하는 일이 흔히 있다. 검증되어야 진보다.


    한 부분의 효율을 앞세우며 전체의 효율을 부정하기도 한다. 보수가 경제부분의 효율성만 주장하며 교육을 비롯한 다른 부분의 효율성을 무시하는 것이 그렇다. 단기적이고 국소적인 효율을 추구하며 장기적이고 전체적인 효율성을 부정하곤 한다.


    에너지 대사로 보면 인간의 뇌가 지나치게 많은 열량을 소비하는 점에서 비효율적이지만 환경을 장악하는 정도로 보면 인간의 에너지 소비 시스템은 지극히 효율적이다. 인간은 환경을 최대한 활용한다. 그런 점에서 진화의 방향성이 분명히 있다.


    관행이론으로 보면 생물의 진화는 우연의 산물일 뿐 방향성이 없다. 자연선택은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었을 뿐 별다른 이유는 없다는 입장이다. 틀렸다. 종은 에너지와 환경을 최대한 이용하는 쪽으로 진화한다. 에너지를 보다 효율적으로 소비한다.


    환경을 장악해 들어가는 정도가 높다. 벌레는 전진과 후진만 하는 점에서 1차원 환경이다. 어류는 물에 갇혀 있으므로 2차원에 가깝고 포유류는 나무를 오르므로 3차원적이다. 인간은 도구를 발달시켰으니 매개변수가 하나 추가되어 4차원적이다.


    환경과의 관계가 더 긴밀하다. 그런 점에서 진화는 방향성이 있다. 환경을 내부로 수렴하고 있다. 외부환경을 내부로 끌어들였다. 외부에 바람이 있으므로 그것을 읽어내는 털이 있고 외부에 빛이 있으므로 그것을 읽는 눈이 있다. 귀도 마찬가지다.


    모든 조직의 발달에는 공통된 방향성이 있으므로 인간은 사건의 다음 단계를 예견할 수 있다. 그 방향은 수렴방향이다. 확산방향이면 방향성이 없는 것이다. 왜 진보는 수렴되는가? 한계효용체감의 법칙 때문이다. 진보할수록 효용은 더 감소한다. 


    치타의 달리기 속도가 더 빨라진다고 해서 사냥실력이 더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환경을 장악하려면 단계를 거쳐야 하고 단계를 거치면 단계가 방해한다. 인간이 도구를 사용한다는 것은 동시에 그 도구에 활동이 방해받는다는 의미가 된다. 


    자동차를 이용하면서 달리기 실력을 잃어버린다. 인공지능을 이용한다면 인간은 아주 생각을 하지 않게 될 수도 있다. 이디오크러시라는 영화가 있다. 500년 후 인류는 IQ 60의 바보가 된다는 내용이다. 이 현상은 생태계에서 수렴진화로 나타난다.


    환경과의 관계가 긴밀할수록 환경의 변화에 방해받으므로 진화는 수렴된다. 복잡할수록 단순해진다. 스마트폰이 복잡할수록 조작방법은 단순해야 한다. 모든 자연의 진화와 인간의 진보는 갈수록 한 방향으로 수렴된다. 결국 모두 같아져 버린다. 


    외계의 어느 별에 고도의 지적 생명체가 살고 있다면 인간과 비슷할 수밖에 없다. 생물은 무한히 진화하지 않는다. 환경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물론 지구가 훨씬 크고 자연환경이 현재보다 더 복잡하다면 그 부분을 반영하여 더 진화할 수도 있다.


    바다환경과 정글환경과 사바나환경과 사막환경과 동굴환경과 공중환경 외에도 추가할 것이 있다면 그 부분을 반영한 독특한 생명체가 등장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인간이 급속하게 지구를 황폐화 시키고 있으므로 결국은 단순해진다. 획일화된다.


    지구 생태계의 발달은 한계까지 왔으며 새로운 가능성은 기대할 것이 없다. 인류는 지구를 충분히 털어먹었다. 진보에는 분명한 답이 있다. 수렴되기 때문이다. 엔트로피의 법칙이다. 에너지는 한정되고 사건은 기승전결을 거쳐 정해진 궤도로 간다.


    환경과의 상호작용 총량은 정해져 있다. 동물의 몸집은 무한정 커질 수 없다. 관절염 때문이다. 무릎뼈가 체중을 지탱할 수 있는 한계가 있다. 공룡보다 커질 수 없다. 정답은 있다. 세상의 일은 알 수 없는 것이 아니라 대략 범위를 추정할 수 있다.


    뛰어봐야 벼룩이고 날아봤자 부처님 손바닥 안이다. 진화해봤자 이 정도이고 진보해봤자 북유럽 수준에서 멈춘다. 효율을 추구할수록 비효율적으로 변한다. 부분의 효율이 전체의 효율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황금률이 있다. 최적화가 된다.


    가장 좋은 코스를 잡는다면 제한된 연료로 우주선을 가장 멀리까지 보낼 수가 있다. 화물이 1톤 늘어날 때 연료는 제곱으로 증가하므로 효율은 극단적으로 나빠지게 되지만 그 가운데서도 우리는 알맞은 값을 알아낼 수 있다. 선진국은 한계까지 왔다.


    후발주자인 한국은 아직도 빼먹지 않은 곶감이 있다. 새로운 환경을 맞이할 여백을 확보해놓고 있다. 유교주의 자산과 남북통일 가능성 때문이다. 유교는 협력이다. 우리는 더 협력을 잘할 수 있다. 협력하면 집단이 되고 집단은 의사결정이 느리다.


    공룡은 굼떠서 죽는다. 그런데 만약 죽지 않는 공룡이 있다면? 재벌은 굼떠서 망한다. 그런데 발 빠른 재벌이 있다면? 집단은 의사결정을 못 해서 망한다. 일본 역시 집단주의가 강한 문화다. 네마와시 문화 때문에 의사결정이 느려서 망하는 것이다.


    한중일이 유난히 발전하고 있다. 공통점은 유교주의다. 유교는 집단의 장점을 살리는 시스템이지만 동시에 집단의 비효율이 있다. 일본은 네마와시 때문에 망한다. 중국에도 비효율이 있다. 체면을 중시해서 정면에서 말하지 않고 말을 돌려서 한다. 


    문화혁명 10년은 아무도 말하지 않아서 우물쭈물하며 시간을 끈 것이다. 모택동은 그런 전개를 원하지 않았지만 측근의 친위쿠데타에 당한 것이다. 공산당은 강청과 사인방을 제거하고 싶었지만 말하면 죽기 때문에 모택동이 죽기만을 기다렸다. 


   조선을 침략한 가토와 고니시도 말하지 않고 오직 토요토미의 죽음만 기다렸다. 원자폭탄이 떨어질때까지 그들은 말하지 않았다. 네마와시를 한다고 말하지 않은 것이다. 말하는 자가 살아남는다. 집단과 개인 사이의 황금률을 따르면 이길 수 있다.


    인간의 진화는 눈과 귀와 코와 피부와 근육이 개인주의로 따로 놀지 않고 집단주의로 뭉친 것이다. 뭉치면 굼뜨다. 확실히 인간은 달리기로 토끼보다 굼뜨고 잽싸기로 고양이보다 굼뜨다. 그래서 많은 유인원은 그다지 진화하지 못하고 멸종했다.


    오직 인간이 집단주의와 개인주의 사이의 황금률을 따랐고 그래서 살아남았고 그리고 평정했다. 집단은 몰려서 몰살당하고 개인은 흩어져서 각개격파 당한다. 뭉쳐야 살지만 뭉칠수록 비효율적으로 된다. 그러나 황금률이 있고 하나는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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