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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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270 vote 0 2019.07.08 (18:59:09)

      

    엔트로피와 구조론


    우리는 눈으로 보고 길을 찾아가지만 불안하다. 미덥지가 않다. 지도가 있어야 한다. 지도는 먼저 가 본 사람이 남겨둔 기록이다. 먼저 가 본 사람이 요소요소에 표시를 해놨지만 표식을 알아채지 못한다면 낭패다. 그러므로 우리는 미리 약속해두어야 한다.


    눈길을 처음 가는 사람은 뒤에 올 사람을 배려해서 발자국 하나를 남기더라도 똑바로 남기자고. 서로 간에 목적이 겹치는 부분만 표시하자고. 갈림길에만 이정표를 세워서 중복과 혼잡을 막자고. 자기 똥 싸놓은 자리까지 표시하지는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여행자는 저마다의 사정이 있을 것이다. 의사결정 내용은 사람마다 다르다. 그러므로 의사결정이 일어나는 지점만 표시해야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다. 맨 처음 간 사람은 누구일까? 인간보다 자연이 먼저 갔다. 자연의 표식을 알아챌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그것이 구조다. 구조는 자연의 의사결정이 겹치는 갈림길이다. 그곳에서 모이기도 하고 거기서 흩어지기도 한다. 자연은 어떻게 길을 찾아갈까? 에너지 효율성 덕분이다. 인간은 밥심으로 간다. 배불리 먹어야 길을 나설 수 있다. 자연은 무엇으로 가는가?


    에너지 효율성으로 간다. 효율성을 조직하는 방법은 대칭이다. 대칭은 하나가 둘을 공유하는 것이다. 하나가 둘을 공유하면 한 번 결정하여 둘의 결과를 얻음으로 의사결정비용을 줄인다. 그만큼 이득이다. 그 이득이 자연이 가는 길이다. 자연은 결따라 간다.


    결은 효율성을 따라간다. 자연은 끊임없이 대칭을 조직하고 효율을 생산한다. 왜 그런가? 비효율적인 경우는 흡수되기 때문이다. 자연은 스스로 그러함이다. 스스로 움직여 간다. 스스로 움직이지 않으면? 다른 것에 흡수되어 사라진다. 효율적인 것만 남았다.


    우리는 자연을 관찰하여 지식을 얻지만, 교통정리가 안 되어 있다. 일에 순서가 있듯이 학문에 근본이 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한글을 배워놓듯이 여행을 떠나기 전에 지도부터 챙겨야 한다. 어떤 사업이든 착수하려면 지속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


    투자와 수익과 재투자의 순환구조가 확보되어야 한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곤란하다. 사람이 길을 가더라도 왼발에 들어간 힘의 반동력을 회수하여 오른발에 투입한다. 그런 회수장치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소총은 약실의 폭발력을 회수하여 재장전한다.


    총알이 발사되면 노리쇠가 후퇴하고 그 빈자리에 다시 총알이 장전된다. 이때 후퇴한 노리쇠를 원위치로 보내는 힘은? 최초에는 사람이 수동으로 장전 시켜 준다. 다음부터는 자동으로 장전된다. 볼트액션식 소총이라면 한 발을 쏠 때마다 재장전을 해야 한다.


    장전손잡이를 당겨 재장전을 한다면 다시 조준해야 한다. 그사이에 적의 총알을 맞는다. 자동장전이 되어야 한다. 그 힘은 이전의 발사에서 나온 가스압력에서 얻는다. 자동차 엔진이라도 마찬가지 구조가 있다. 모든 존재는 이런 에너지의 회수구조가 있다.


    사람이 온종일 걸을 수 있는 것은 회수장치가 있기 때문이다. 두 다리의 길이가 다르다면 제대로 회수가 안 된다. 두 팔을 움직이지 못한다 해도 완벽한 회수가 안 된다. 진흙에 빠진다면 당연히 회수가 안 된다. 모래밭을 걸어도 역시 에너지 회수가 어렵다.


    엔트로피란 만유의 움직임은 에너지를 회수할 수 있는 구조라는 의미다. 회수할 수 없으면 깨지기 때문이다. 담장이 무너지고 생물이 죽는 것은 에너지 회수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회수되지 않고 에너지가 빠져나가면 자기 존재를 지탱하지 못하는 것이다.


    어떤 것이 존재하는 이유는 그것이 존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사라지는 이유는 그것이 존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태풍이 최대 20일간 버티는 이유는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고 결국 사라지는 것은 에너지가 회수되지 않아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어떤 존재하는 것은 에너지 회수장치가 갖추어져 있다고 봐야 한다. 그 구조가 튼튼하면 오래가고 약하면 죽는다. 건물이면 무너지고 자동차면 고장 나고 생물이면 죽고 무생물이면 깨져서 흩어진다. 외력의 작용에 반작용을 못 해 존재가 부정된다.


    에너지 회수장치야말로 먼 출발점 앞에 선 모든 여행자의 챙겨야 할 지도가 된다. 도시락 없이 길을 나설 수 없고 지도 없이 길을 찾아갈 수 없다. 엔트로피의 증가는 에너지 회수의 한계를 의미한다. 에너지는 회수될 뿐 어디서 저절로 발생하지는 않는다.


    최대한 회수할 뿐 생겨나지 않음으로 방향은 정해져 있다. 에너지 손실을 최대한 줄이는 방향이다. 에너지 회수도 비용이 발생하므로 사건은 점차 에너지를 회수할 수 없게 되며 에너지를 회수할 수 없을 때 종결된다. 더 이상 못 가고 거기서 멈추는 것이다.


    에너지 회수장치가 사건의 윤곽이다. 이것이 모든 여행자가 공유하는 지도다. 에너지 회수장치를 구비했다면 당신은 이제 여행을 떠날, 학문을 할, 진리를 탐구할, 사회로 나갈, 지도자가 될, 사업에 착수할, 인간이 될 준비가 된 거다. 모든 처음의 처음이다.


    사건 안에서 에너지는 완전히 회수되지 않는다는 것이 엔트로피다. 에너지 입구와 출구 사이에 5차례의 의사결정에 의한 에너지 회수가 있다. 완전 회수되는 영구운동도 있지만 일하지 않는다. 대칭된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하고 하나를 버리는 것이 일이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7]systema

2019.07.08 (19:39:25)

에너지 회수를 대칭의 2> 비대칭의 1로 바뀌는 것으로 보아도 같을까요? 예를들어 입자라면 주변으로 간 에너지가 중심으로 수렴되고 힘이라면 좌/우로 나누어진 에너지가 한방향으로 수렴되고 운동이라면 선/후에서 후로 수렴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9.07.08 (20:12:23)

옳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7]systema

2019.07.08 (20:32:04)

감사합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0]kilian

2019.07.09 (03:37:34)

"에너지 회수장치를 구비했다면 당신은 이제 여행을 떠날, 학문을 할, 진리를 탐구할, 사회로 나갈, 지도자가 될, 사업에 착수할, 인간이 될 준비가 된 거다."

http://gujoron.com/xe/1104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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