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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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4243 vote 0 2019.06.22 (16:32:19)


    탁현민 행정관의 경우


    그 시대에 그런 일이 일어났다면 그 시대가 그런 무개념 발언이 통용되거나 혹은 묵인되는 분위기였다는 의미다. 사회가 공범이므로 사회를 처벌해야 한다는 말이다. 피해자도 적극적으로 발언해야 사회적인 상호작용에 의해 문제가 해결된다. 당시에는 말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는데 뒤늦게 문제가 되니 헷갈릴 수 있다.


    과거 일을 소급하여 처벌할 수 있느냐다. 개인을 처벌하여 일벌백계로 다스리는 것도 사회를 처벌하는 하나의 방법이 된다. 여기에는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 필요하다. 언론을 타서 유명해진 사건은 과도하게 징벌될 수 있다. 형평성을 고려해야 하지만 유명인을 엄벌하여 경종을 울리는데 사회의 법익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박근혜는 꼽징역을 살아야 하는데 법을 모르는 바보들을 깨우쳐주는 법익 때문이다. 박근혜가 징역을 많이 받을수록 대한민국에 유익하다. 그런 논리로 탁현민을 매우 때려주자는 논의가 성립될 수 있다. 엄벌을 주장하는 쪽의 입장은 두 가지다. 하나는 유명인을 때려서 국민을 계몽하는 효과에 주목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반대쪽의 변호가 가능하다. 일을 잘하는 탁현민이 사회에 기여하는 바가 크므로 그걸로 용서받아야 한다는 논리다. 유명해서 두 배로 처벌받아야 한다면 반대로 사회에 기여해서 죄를 탕감받을 수도 있다. 그런 기회를 줄 수 있다. 또 하나의 입장은 사회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인성문제로만 보는 관점이다.


    악당은 몸속에 악한 기운이나 악의 요소가 있으므로 사회로부터 격리하거나 처단하여 악의 인자를 제거해야 한다고 믿는 것이다. 이는 보수꼴통의 논리다. 흑인은 몸에는 어둠의 기운이 서려 있다? 불가촉천민의 몸에는 나쁜 기운이 있다? 노예는 전생의 죄업이 몸에 묻어있는데 접촉하면 죄업이 옮으므로 격리한다?


    이런 식으로 사람 탓을 하는 사람이 있다. 깨어있는 현대인이라면 악의 본질이 반사회성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사회의 명령을 수용하는가 거부하는가로 판정해야 한다. 전두환처럼 끝까지 개기는 자는 엄벌해야 한다. 황교안의 바보인척수법과 나경원의 뻔대수법 중에 나경원의 뻔대행동이 더 죄질이 나쁜 것이다. 


    나경원은 국민을 바보로 아는 반사회성을 들킨 것이다. 반면 황교안은 자기를 바보 취급하는데 코미디 프로에 나올 만한 재주다. 황교안은 바보인 척해서 자신의 경쟁자들을 안심시키려는 술책을 부리고 있다. 악이 악인 이유는 사회가 하지 말라는 짓을 기어코 하기 때문이다. 빵을 몇 개나 훔쳤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빵 한 조각을 훔쳤어도 범죄를 그만두지 않는다면 계속 구속해 놓는 수밖에 없다. 할배가 된 과거의 대도 조세형은 아직도 좀도둑질을 하고 있다. 이런 범죄중독자는 평생동안 구속시켜야 한다. 방법이 없다. 죄의 크기에 따라 처벌하는 게 아니라 반사회성의 크기에 따라 처벌하는 게 맞다. 이것이 진보주의 법해석이다. 


    과거에 친일파였더라도 참회하고 진보인사로 거듭나면 용서되고 과거에 친일파치고는 졸병이었더라도 친일파끼리 모여 세력을 만들면 용서할 수 없다. 박정희가 당시에는 만주군 졸병이었지만 출세해서 친일파를 끌어모아 수괴노릇을 했으므로 악질 친일파가 맞다. 친일행적이 중요한 게 아니라 반사회성이 본질이다. 


    그러므로 나중 출세한 친일파는 큰 친일이든 작은 친일이든 모두 악질 친일이다. 반대로 일제강점기에 오장을 했더라도 나중에 출세하지 않았다면 친일파가 아니다. 패거리를 이룬 게 죄다. 마찬가지로 탁현민도 옛날에 함께 놀던 사람들과 패거리를 이루면 죄가 된다. 용서받으려면 방송을 타지 말고 잠자코 있어야 한다. 


    사회에 의해 통제되어야 한다는 게 본질이다. 탁현민의 과거 실언은 사죄하면 된다. 행정관에서 물러나라는 것은 그쪽 세력이 가시적인 성과를 얻으려는 목적이 있으므로 정치적 고려가 필요한 부분이다. 사회에서 그 정도면 됐다고 하면 그쳐야지 계속 물고 늘어지면 안 된다. 이 부분은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 필요하다. 


    무능한 인물이면 재빨리 물러나는게 맞고 유능한 인물이면 일단 써야 한다. 상대의 약점을 잡았다고 물고 늘어지는 행동 역시 반사회적인 패거리 행동이 되기 때문이다. 탁현민도 언론방송을 타며 나대는 짓은 좋지 않다. 그것은 매를 버는 것이다. 역사의 무게를 판단해야 한다. 이미 상징적인 인물이 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뭘 잘못했느냐 죄의 크기를 저울에 달아보자는 식이라면 고약하다. 역사의 순간에 역사의 중대한 지점에 우연히 들어가서 현장을 목격한 사람은 본인의 의도와 상관없이 대표성을 위임받았으므로 거기에 맞게 행동해야 한다. 그것이 사회와의 의리를 지키는 것이다. 지금부터 어떻게 처신하느냐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19.06.23 (04:10:27)

" 죄의 크기에 따라 처벌하는게 아니라 반사회성의 크기에 따라 처벌하는게 맞다. 이것이 진보주의 법해석이다."

http://gujoron.com/xe/1099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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