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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764 vote 0 2018.12.02 (15:36:25)

   

    에너지는 방향전환이다


    어떤 결과를 얻으려면 방향을 틀어야 한다. 방향을 틀지 않으면 현재상태 그대로 유지된다. 현상유지가 되면 의미가 없다. 논할 만한 건덕지가 없다. 그러므로 무조건 방향을 틀어야만 한다. 그런데 방향을 바꾸려면 먼저 그 방향이 있어야 한다. 어떻게 방향을 생산하지?


    대칭을 조직하면 방향이 만들어진다. 대칭은 2다. 2에서 1로 가는게 방향전환이다. 부메랑을 던지면 되돌아온다. 부메랑은 전진하는 힘과 되돌아오려는 힘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 하나 안에 2가 있다. 전진하는 힘을 버리고 되돌아오는 힘을 남긴다. 방향은 전환된다.


    부메랑과 같이 모순되는 두 방향의 힘을 동시에 갖추면 에너지다. 한 방향으로 가는 중력은 에너지가 아니다. 바다를 항해하는 범선은 돛과 키를 이용하여 방향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으므로 에너지다. 에너지 개념을 방향을 틀 수 있는 상태로 좁게 정의해야 한다.


1.jpg


    ●○를 이룬 다음 ●를 버리고 ○를 취하는게 방향전환이다. →←로 대칭시킨 다음 를 버리고 →를 취한다. 두 개의 파도가 만나면 서로 상쇄되기도 하고 상승하기도 한다. 상쇄되면 파도가 잠잠해지고 상승하면 커다란 너울이 일어난다. 닫힌 계에서는 상쇄만 된다.


    상승효과는 열린계에서 일어난다. 바다의 바람은 지속적으로 불어온다. 바다는 열린 계다. 식물은 햇볕을 받아 계속 자란다. 햇볕도 열린계다. 사건은 닫힌계 곧 에너지가 상쇄되는 상황에 성립한다. 결국 상쇄되어 에너지는 사라지고 말지만 최대한 버텨볼 수는 있다.


    당구공을 치면 공은 굴러가다가 멈춘다. 그러나 멈추기 전에 최대한 여러 번 쿠션을 맞출 수 있다. 어쨌든 쿠션이 있어야 쿠션을 맞춘다. 수구를 쳐서 적구를 맞추면 2다. 적구는 머물러 있고 수구는 전진해 간다. 방향전환을 일으키는 것이다. 그런데 적구가 없다면?


    사건이 일어나면 대칭이 발생하고 대칭은 2로 쪼개지면 외부의 도움 없이 자체적으로는 그 쪼개진 것을 큰 덩어리로 합칠 수 없으므로 사건 전체의 방향전환은 불가능하다. 범선이 항구를 떠나면 외부의 도움을 기대할 수 없고 비행기가 공항을 이륙하면 그만이다.


    투수가 와인드업을 하면 발로 땅을 차서 지구와 대칭시킨다. 그 반작용의 힘으로 상체와 하체의 대칭을 만들고 하체를 멈춘 후 상체를 틀어 방향전환 하며, 다시 상체를 멈추고 팔을 틀어 방향전환을 한다. 다시 팔을 멈추고 손을 틀며 다시 손을 멈추고 공을 내던진다. 


    방향전환은 땅에서 몸통으로, 몸통에서 상체로, 상체에서 팔로, 팔에서 손으로, 손에서 공으로 5회에 걸쳐 일어난다. 다섯 번 대칭시키고 다섯 번 대칭을 깬다. 그 대칭되는 범위는 점점 좁아진다. 몸통>상체>팔>손>공으로 갈수록 뾰족해진다. 점차 안으로 들어간다.


    여기서 밖에서 안으로는 가능해도 안에서 밖으로는 절대 방향전환이 안 된다는 점이 중요하다. 전체에서 부분으로는 가능해도 부분에서 전체로는 안 된다. 몸통을 틀어서 펀치를 날릴 수는 있어도 손목을 틀어서 몸통을 움직일 수는 없다. 엔트로피의 일방향성이다. 


    손목은 작고 몸통은 크다. 큰 것을 잘게 쪼갤수 있어도 작은 것에서 큰 것을 끌어낼 수는 없다. 100의 금덩이를 쪼개서 90으로 만들 수는 있어도 90의 금덩이를 부풀려서 100으로 만들 수는 없다. 은행이나 고리대금없자는 100원으로 천 원을 만들어내는 재주가 있다.


    그러나 외부와 접촉하는 열린계의 일이고 사건 안에서는 불가능하다. 사건은 배가 항구를 떠나고 비행기가 공항을 이륙하여 외부와 단절된 상태만 논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큰 틀에서 보면 우리는 언제나 단절되어 있다. 처음에는 엄마와 붙어있지만 곧 단절이 된다.


    방향성의 이해의 요지다. 사건은 대칭을 통해서만 작동하고 밖에는 대칭될 그 무엇이 없다. 왜냐하면 밖이기 때문이다. 밖이라는 표현은 곧 제한을 걸었다는 의미다. 운동회날 달리기 출발선에 선 소년이 총성을 듣고 내달리면 밖은 없다. 밖에 있는 엄마가 돕지 못한다.


    엄마가 트랙에 난입하여 소년의 등을 밀어주려고 하면 심판이 제지한다. 사건은 닫힌계에서만 일어나고 달리기는 트랙 안에서 진행된다. 그라운드 바깥의 관중이 레이저 빔으로 메시의 눈을 맞추면 반칙이다. 열린계도 있지만 사태의 규모가 커지면 닫힌계로 바뀐다.


    투수가 공을 던진다. 몸통>상체>팔>손>공으로 가는 과정은 내부로 범위를 좁혀들어가는 것이다. 대칭시켜야 방향전환이 되는데 대칭은 2고 외부에서 그 2를 외부에서 조달할 수 없다. 외부는 밖이고 밖을 쓰면 반칙이다. 투수는 자기 몸 안에서 힘을 짜내야만 한다.


    그렇다면 최초의 에너지 조달은? 그것은 식물을 성장시키는 햇볕이나 범선을 밀어주는 바람이나 모두 밖에서 저절로 들어오는 것이다. 그것은 나의 통제권 바깥에 있다. 빅뱅 이후 저절로 그렇게 된 것이며 나의 통제권 밖이다. 자동차도 기름은 외부에서 주어진다.


    없는 에너지를 자동차 내부에서 짜낼 수는 없다. 내부의 힘으로 가려면 자동차 부품을 파괴해서 던지고 그 반동력으로 가는 수밖에 없다. 미끄러운 빙판 위라면 바퀴를 빼서 던지는 방법으로 약간의 반동력을 얻어 자동차를 1밀리 정도는 전진시킬 수가 있을 것이다.


    구조론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부에서 최대한 짜내려면 이렇게 해야 한다는 거다. 최적의 경로가 있다. 결대로 가는 거다. 내부에서 대칭을 조직하면 5회에 걸친 축의 이동으로 최적화된 코스를 얻는다. 사건의 방향성은 점차 좁혀가는 방향이고 쪼개지는 방향이다.


    질, 입자, 힘, 운동, 량은 그 외에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이렇게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계를 만들면 외력에 의해 쪼개진다. 축을 만들면 내부적으로 쪼개진다. 축을 틀면 공간적으로 쪼개지고 이동시키면 시간적으로 쪼개진다. 량은 시스템의 파괴다.


    밖을 닫아걸고 내부에서 자체를 파괴하는 방법으로 쪼개서 에너지의 최대효율을 꾀할 수 있다는게 구조론이다. 방향성의 이해가 중요하다. 무조건 밖에서 안이고 전체에서 부분이다. 그 반대의 경우는 반칙이거나 외부의 도움에 의해 조건부로 혹은 억지로 되는 거다. 


    근본적인 방향성을 파악하면 직관적으로 사건의 추이를 판단할 수 있다. 에너지만 보고 일의 진행상태를 알 수 있다. 에너지의 입구와 출구가 보인다. 사건이 몇 단계로 더 갈 수 있는지 그 한계가 보인다. 뭉치면 구석에 몰려서 몰살되고 흩어지면 각개격파가 된다. 


    지금 흩어져야 할지 뭉쳐야 할지 알 수 있다. 제병협동 작전으로 가면 뭉치기와 흩어지기를 자유자재로 해서 불패의 군대가 된다. 보병과 전차와 폭격기와 포병을 유기적으로 운용할 수 있어야 한다. 1로 몰리면 진다. 언제든 2를 도출하고 다시 1로 틀어야 승리한다.


    보병이 적을 끌어내고 항공기로 타격하거나 전차가 장애물을 제거하고 보병을 전진시키거나 항상 2를 예비하되 1로 받치고 남는 1로 타격한다. 보병을 모루로 받치고 전차로 타격하거나 전차로 적을 유인하고 포병으로 타격하거나다. 로멜과 구데리안의 전술이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18.12.03 (03:56:11)

"●○를 이룬 다음 ●를 버리고 ○를 취하는게 방향전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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