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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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5090 vote 0 2018.07.12 (08:22:03)

      
    권리에는 의무가 따른다?


    언어의 의미는 맥락에 따라 결정된다. 자유에 책임이 따른다는 표현도 물론 가능하다. 그런데 굳이 사랑에는 이별이 따른다고 말해서 사랑이라는 근사한 단어를 엿먹일 필요가 있을까? 이건 초를 치는 거다. 회자정리라 했으니 만남이 있으면 반드시 이별이 있다. 언제 이별해도 한 번은 이별한다. 한꺼번에 교통사고로 가는 수도 있지만 그래도 이별은 이별이다.


    '너희는 자유다.' 하고 생색을 낸 다음 '책임이다.' 하고 뒤통수친다면 곤란하다. 언어도단이라 하겠다. 물론 책임이 따를 수 있지만 그건 참된 자유가 아니다. 진정한 자유에는 책임이 없다. 자유를 행사하다보면 권력을 휘두르게 되고 권력에 맞대응이 있을 뿐이다. 즉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 책임이 없다. 남에게 피해를 주는 짓은 참된 자유가 아니다.


    사람들은 짝짓기 좋아한다. 자유에는 책임으로 대칭시키고 권리에는 의무로 대칭시킨다. 이런 식의 이분법적 사고가 위험하다. 권리에 의무가 따르는게 아니다. 의무는 사실 권리의 전개된 형태다. 노예는 세금을 내지 못한다. 납세의 권리다. 노예는 군대에 가지 못한다. 입대의 권리다. 교육의 의무라고 하는데 교육받을 권리다. 납세자에겐 참정권이 있다.


    원래 뭐든 주는 자에게 권리가 있다. 그것이 구조론의 마이너스 원리다. 받는 자에게는 권리가 없다. 인간에게 기본 인권이 있다는 것은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뭔가를 국가에 줬다는 거다. 일단 인구를 늘려줬다. 프롤레타리아라는 말은 세금 낼 돈은 없지만 병역자원을 냈으니 나름 밥값은 했다는 거다. 여자도 병사를 만들어낼 수 있으니 뭔가를 국가에 냈다.


    인간은 아기 때부터 가족의 결집에 기여한다. 아기가 있으므로 가족이 화합한다. 그러므로 모든 인간은 탄생과 동시에 기본인권을 가지며 기본인권은 국가에 뭔가를 제출했다는 거다. 국민이 국가에 준 것이 있다. 주는 것이 권리다. 주식회사라도 투자자에게 권리가 있다. 그런데 말이다. 일부 외상으로 남겨뒀다가 나중에 제출하는 수도 있는데 그것이 의무다.


    애프터서비스다. 삼성과 엘지가 물건만 팔고 입을 닦는 게 아니라 몇 년간은 고장에 책임을 져야 한다. 그것이 의무다. 권리는 먼저 주고 큰소리 치는 것이고 의무는 나중에 주는 것인데 어느 쪽이든 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권리와 의무를 대칭적으로 보는 시선은 위험하다. 나는 의무를 안질테니까 권리도 빼줘라 이런 식으로 농단하기 없다. 이미 주고 태어났다.


    주고받기 상거래가 아니다. 의무를 주고 권리를 받는다는 식의 발상이 위험하다. 권리든 의무든 모두 주는 것이며 권리는 태어나기 전에 주고 의무는 적당한 때 준다. 모두 주는 것이며 준 만큼 각자에게 돌아갈 몫이 있다. 구조론은 일원론이다. 자유와 책임 그리고 권리와 의무를 대칭적으로 보면 이원론이 된다. 그것은 입자로 보는 관점이다. 구조론은 질로 본다.


    질은 결합한다. 결합되어 하나다. 자유가 있다는 것은 권력이 있다는 것이며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이상 자유에 책임은 없다. 자유는 그냥 일방적으로 자유다. 단, 민폐를 끼치는 자는 자유를 손상당한다. 자유가 없는게 아니고 자유를 통제할 기술이 없는 것이다. 이는 정신병자가 병동에 격리되는 것과 같다. 정신병자에게도 물론 자유와 인권은 있다. 


    본인이 써먹지 못할 뿐. 환자에게도 자유는 있다. 단지 신체가 불편해서 써먹지 못할 뿐. 병원에 입원한 환자가 왜 나는 자유가 없지 하고 화를 내면 안 된다. 자유가 있다. 환자가 병원을 나서려면 민폐를 줄 수 있으므로 돈으로 해결해야 한다. 돈이 많으면 환자도 간호사를 대동하고 여행할 수 있다. 자유를 빙자하여 민폐를 가한다면 그건 별도의 사건이 된다.


    교도소에 갇힌 재소자에게도 자유가 있고 인권이 있지만 환자와 마찬가지로 그 자유와 인권을 사용하지 못한다. 날아가는 비행기에서 중간에 하차할 수 없는 것과 같다. 이는 물리적 현상이다. 재소자가 자유와 인권을 말하는 것은 몰래 비행기에 탑승한 사람이 중간에 내려달라는 말과 같다. 가끔 비행기 바퀴에 숨어드는 사람 있다. 그러다가 얼어죽는 것이다.


    참된 사랑에는 이별이 없고 참된 자유에는 책임이 없고 참된 권리에는 의무가 없다. 에너지는 한 방향이다. 사랑하면 이별하지만 그것은 논외다. 살면 언젠가 죽게 되지만 삶 안에는 죽음이 없다. 자유를 누리다가는 뒷탈이 나곤 하지만 자유 안에는 뒷탈이 없다. 사랑이든 자유든 권리든 좋은 단어다. 나쁜 단어를 붙여서 물타기 하지 마라. 초를 친다면 곤란하다.

 

    근사한 단어는 근사하게 써야 한다. 자유에는 책임이 따르는게 아니라 청소년은 부모의 지갑에 의지하는 만큼 민폐를 끼치므로 자유가 별로 없는 것이다. 자유는 타인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을 능력만큼 주어지며 민폐를 끼치면 보통 돈으로 해결하는데 청소년은 돈이 없어 자유가 제약되며 결론적으로 청소년은 자유가 조금밖에 없는 거라고 솔직하게 말하자. 


    자유는 자유다. 권리는 권리다. 사랑은 사랑이다. 에너지는 언제라도 일방향성을 가진다. 뒤에 꼬리표를 붙이지 말라. 아기는 요람을 벗어나지 못한다. 자유가 없는게 아니고 있어도 써먹지 못한다. 자동차가 없는게 아니고 운전기술이 없다. 운전면허가 없는 청소년이나 현지적응 안 된 이방인들은 권리를 제약당한다. 권리가 없는게 아니고 누리는 기술이 없다. 


    자유는 자유대로 있고 권리는 권리대로 있다. 기술 만큼 누리는 것이니 예술가는 더 누린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5]수원나그네

2018.07.12 (08:45:04)

그렇군요~
'나그네는 돌아다니는 기술이 있으므로 자유를 더 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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