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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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4999 vote 0 2018.06.12 (13:11:49)

    약자를 위한 철학은 없다


    팟캐스트에서 나온 이야기에 몇 마디 첨언하고자 한다. 이런 이야기는 오해되기 쉽다. 기어코 오해하겠다는 사람은 꺼져 주시면 된다. '나는 약자인데?' 하는 사람은 여기서 스톱. 더 읽을 자격이 없다. 그런 자기소개 안 해도 된다. 강자냐 약자냐는 상대적이다. 누구든 강자를 쳐다보면 약자이고 약자를 내려다보면 강자다.


    철학이란 대표성을 의미하며 약자에게는 당연히 대표성이 없다. 초등학교 교실에 줄반장을 해도 대표자는 일반인과 다르다. 진짜 약자는 개나 돼지다. 그들은 언어가 없으니 철학 할 기회조차 없다. 개나 돼지에게 철학이 없듯이 당신에게도 언어는 없다. 발언권이 없다. 대표성이 없다. 그러므로 당신에게 철학은 사치다.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므로 당신은 이런 곳에 오면 안 된다. 여기까지 납득했다면 나가주면 된다. 철학은 인류 중에 단 한 명에게만 해당되는 것이다. 철학은 그만치 특별하다. 인간이 언어를 갈아타는 것이 철학이기 때문이다. 한 명이 먼저 변하고 그 한 사람의 변화를 만인이 받아들일 만큼 사회가 성숙했는지에 달렸다.


    성숙했다면 만인이 그 한 사람이 가리키는 길을 갈 것이요 성숙하지 못했다면 에도 시대 어떤 일본 지식인의 사색처럼 골방에서 300년간 기다리다가 훗날 우연히 발견되거나 아니면 영영 잊혀지거나다. 봉건시대 일본에 서구식 자유주의를 주장한 철학자가 있었거나 말았거나다. 맞고 틀렸고 간에 해프닝에 불과한 거다.


    구조론도 같다. 사회의 성숙도에 달려 있다. 철학은 에너지를 통제하는 것이며 불은 작은 성냥불이라도 능히 요원을 불태울 수 있다. 단, 비가 오면 안 된다. 타이밍이 맞아야 될 것이 된다. 21세기를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 거기에 개인의 문제를 끌어들여 자기소개 하면 안 된다. 당신이 불행하거나 말거나 상관이 없다. 


    삼겹살을 먹으며 어떤 돼지의 불행한 돈생을 논하겠는가? 개인의 문제는 인류가 21세기를 통제하는 방법에 연동되어 나중에 결정된다. 모든 개인이 인류의 대표자 마음을 먹을 때 21세기는 비로소 통제된다. 우리는 그런 시대를 살고 있다. 우리는 전쟁 속에 존재하며 누구도 벗어날 수 없다. 약자는 해결방법이 없다.


    돼지에게 돈생을 벗어날 방법은 없다. 인간에게 인생을 벗어날 길은 없다. 나는 당신을 격동시키고자 한다. 에너지를 끌어내고자 한다. 당신은 강하다고 거짓말을 해봤자 당신은 격동되지 않는다. 노동자가 잘살게 되는 길은 없다. 노동자가 부유하게 되면 더는 노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농민이 잘살게 되는 길도 없다. 


    부자는 농사를 안 짓기 때문이다. 단지 환경이 변할 뿐이다. 노동자가 망치를 버리고 대신 컴퓨터를 다루고 농민이 낫을 버리고 대신 트랙터를 모는 일은 있다. 약자가 강자 되는 길은 절대로 없다. 있으면 안 된다. 그것은 누군가에게 내 짐을 떠넘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인간 아닌 어떤 존재가 되면 안 되는 거다.


    인도인들은 내세에 부자로 태어나길 원하지만 내세에 무엇이 태어나든 그 존재는 당신이 아니다. 그냥 당신은 죽어 없어지고 어떤 사람이 태어나는 것이다. 설사 그 존재가 당신의 영혼을 그대로 가져갔다 해도 그러하다. 당신이 빈자라면 부자에게 복수할 권리가 있는데 그 권리를 뺏긴 이상 당신은 당신이 아니다.


    복수하지 못하면 완결짓지 못한 것이며 따라서 실패다. 김씨와 강씨가 서로 원수졌는데 김씨집안 아들이 강씨 문중에 양자로 입적하면 복수가 되는가? 인도인의 내세에 부자로 태어나기는 아버지의 복수를 외면하고 원수집안에 양자로 들어가겠다는 식이다. 그것은 그냥 배신이다. 빈자는 빈자인 채 복수해야 완결된다.


    약자가 강자되면 복수실패다. 완결성은 훼손되었다. 사건을 갈아탈 수 있을 뿐이다. 노동자는 노동자인 채 망치에서 컴퓨터로 갈아타고 농민은 농민인 채 낫에서 트랙터를 갈아타야 복수가 된다. 약자를 강자로 만들어주는 철학은 없다. 약자의 눈물을 닦아주는 철학도 없다. 강자에게 강자임을 깨우쳐주는 철학은 있다.


    강한 것은 에너지다. 철학은 그 에너지를 다룬다. 에너지는 약자에게서 나온다. 그러나 약자는 에너지가 없다. 에너지는 강자에게 있다. 엄마의 지켜보는 시선 안에서 아기는 강하다. 아기는 약하지만 약자가 아니다. 오히려 강하다. 컴퓨터를 손에 쥔 청년 스티브 잡스는 강하다. 청년 잡스는 약자지만 약하지가 않다.


  아기가 강한 것은 엄마가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고 잡스가 강한 것은 인테넛을 움켜쥐었기 때문이다. 당신은 무엇을 손에 움켜쥐었나? 누가 엄마의 시선으로 당신을 지켜보는가? 그것이 대표성이다. 70억 인류가 지켜보기 때문에 김정은 인간되었다. 당신은 대표자가 아니지만 대표자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대화된다.


  아기는 엄마와 대화할 수 있고 잡스는 인터넷과 대화할 수 있다. 천금을 손에 쥐었어도 말이 안 통하면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철학은 언어를 제공한다. 철학은 당신이 원래 왕자였다고 말해준다. 어쩌다 거지로 오해받고 있지만 당신은 원래 왕자였다. 왕자의 시선을 복제하고 왕자의 마음을 복제해야 한다. 거지는 가라.


    에너지가 있는 사람이 강자다. 에너지는 연결되는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널리 연결되어 아기를 지켜보는 엄마의 시선을 이룬다. 강한 정도는 외부환경과 연결되는 촉수의 숫자에 비례한다. 천하가 아플 때 함께 아파하는 사람이 에너지가 있는 사람이다. 계절이 바뀌어도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는 에너지가 없는 거다. 


[레벨:4]국궁진력

2018.06.12 (13:27:31)

약자에겐 에너지가 없으나, 에너지는 약자에게서 나온다. 

와우! 이게 말이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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