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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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147 vote 0 2018.06.08 (00:14:48)

    균일해야 불균일하다

   

    구조론은 쉽다. 균일과 불균일 하나로 모두 설명하기 때문이다. 불균일은 에너지가 확산되고 균일은 에너지가 수렴된다. 확산된다는 것은 의사결정속도가 느려진다는 것이며 수렴된다는 것은 의사결정속도가 빨라진다는 말이다. 의사결정에 있어서의 속도차 하나로 모두 설명한다. 그러므로 구조론은 일원론이다. 그래서 쉽다. 


    그런데 구조론이 어렵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2진법과 비슷하다. 2진법은 둘뿐이니 쉽고 10진법은 원소가 열 개나 되니 어렵다. 이진법이 쉬운가 십진법이 쉬운가? 열이면 열 다 십진법이 쉽다고 말할 것이다. 그렇다. 구조론이 쉽기 때문에 오히려 어려운 것이다. 바둑은 장기보다 룰이 단순하다. 장기는 룰이 꽤 복잡하다.


    말의 종류가 다양하고 가는 길이 죄다 다르다. 바둑은 흑백뿐이다. 그래서 바둑이 어렵다. 장기는 복잡하기 때문에 쉽고 바둑은 단순하기 때문에 어렵다. 균일하면 오히려 불균일하다. 절대적으로 균일해야 상대적인 불균일이 드러난다. 서울대만 모아놓으면 누가 똑똑하고 누가 멍청한지 단박에 드러난다. 서울대는 균일하다.


    지방대가 섞여 있으면 누가 똑똑한지 알 수 없다. 서울대는 균일하므로 약간의 불균일이 명백하게 드러난다. 성적이라는 한 가지 기준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지방대라면 성적 외에 체력이나 외모나 경제력 등 다양한 기준이 등장한다. 지방대는 불균일하므로 불균일이 희석되어 오히려 불균일이 감추어진다. 애매해진다.


    서울대는 균일하므로 의사결정이 빠르고 그럴 때 약간의 불균일이 크게 도드라져 보인다. 의사결정은 계의 불균일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런데 불균일하면 불균일이 감추어진다. 순백의 비단에 작은 흠집은 쉽게 드러나지만 거친 삼베에 흠집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깨끗한 보석에 작은 티가 돋보이고 잡석에 티가 감추어진다. 


    절대적으로 균일해야 상대적인 불균일이 잘 드러나서 의사결정이 잘 되는 것이다. 인상주의 그림이 그렇다. 개념미술로 갈수록 그리고 추상화가 진행될수록 균일해지며 초보자가 보기엔 비슷비슷하지만 오히려 수준차가 드러난다. 현대의 팝 아트는 어린이도 알아본다. 5살 꼬마에게 하나 찍어보라고 하면 팝아트를 찍는다.


    물론 진중권은 죽었다 깨나도 팝아트를 이해하지 못한다. 조영남 그림은 펀아트지 팝아트가 아니다. 팝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에 화제가 된 나이지리아 월드컵 대표팀 유니폼은 힙하다고 한다. 엉덩이를 굼실거리는 것이 힙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TV화면에서 POP 하고 튀어나올 것 같은 느낌을 줘야 팝한 그림이라 하겠다.


    나이지리아 유니폼과 한국 유니폼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자. 5살 꼬마라면 백퍼센트 나이지리아 유니폼을 선택한다. 진중권은 바보이기 때문에 한국 유니폼을 선택한다. 에너지가 없기 때문이다. 힙한지 팝한지는 1초만에 알 수 있다. 근육이 굼실거리면 힙한 것이고 얼굴을 정면으로 팝 들이대면 팝한 것이다. 에너지다. 


    뛰어난 피아니스트가 한 음을 삑사리 내면 누구나 알 수 있지만 아마추어가 엉터리로 연주하면 삑사리를 내도 알아챌 수 없다. 전체적으로 삑사리 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다양성 속에는 다양성이 없고 획일성의 질서 속에 참된 다양성이 있다. 다양성을 가르친다며 풀어놓고 창의력이 발달하기를 기대한다면 멍청한 것이다. 


    반대로 획일적인 원근법 이론을 배워야 다양성을 만들어낼 수 있다. 아프리카 부족민들은 1만 년 전부터 진보적인 자유방임 교육을 실천해 왔지만 전혀 교육되지 않았다. 자유 속에는 자유가 없다. 자유로운 아프리카에는 당연히 자유가 없다. 그렇다고 억압하면 자유가 생겨나는 것도 아니다. 자유는 자유에 없고 억압에도 없다.


    자유는 에너지 낙차에 있다. 아프리카는 자유로워서 에너지가 없고 독재국가는 억압하므로 에너지가 없다. 자유는 있고 억압은 없는 북유럽도 당연히 에너지가 없다. 에너지를 유도하려면 무작정 자유방임이나 무작정 억압이 아니라 정교한 디자인을 해야 한다. 동물은 움직여 에너지가 없고 식물은 못움직여 에너지가 없다.


    아프리카는 동물뿐이라서 에너지가 없고 독재국가는 식물뿐이라서 에너지가 없다. 동물은 일단 울타리에 가둬놓아야 한다. 가둬놓으면 균일해진다. 가둔 담장이 허물어질 때 에너지는 극적으로 고양된다. 학교는 동물을 가둬놓는 울타리다. 일단 학교에 가둬놓아야 교육이 된다. 요즘 학교들은 교실에 학생 숫자가 너무 적다.


    충분히 가둬지지 않았기 때문에 왕따니 이지메니 일진이니 하는 것이다. 한 교실에 60명씩 때려넣어야 진정한 교육이 된다. 물론 인원이 너무 많아도 교육이 안 된다. 수업에 따라서 다르게 가야 한다. 한 반에 20명이 있다면 일거수 일투족을 모두 감시받는다. 독재정권과 같다. 자유롭게 풀어놓았다 해도 사실은 억압한 거다.


    좋은 교육은 동물을 좁은 우리에 가둬서 균일하게 만든 다음 갑자기 풀어놓고 외부와 경쟁을 붙여 스스로 내부에 질서를 만들게 하는 것이다. 그럴 때 내부에서 리더가 선출되고 모두가 리더를 복제하게 된다. 지식을 주입하는건 교육이 아니다. 집단 중에 가장 똑똑한 한 명을 나머지가 복제하도록 구조를 세팅해야 참교육이다. 





[레벨:2]고향은

2018.06.08 (09:18:26)

불균일을.. 달고 다니다가
최후에 토사구팽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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