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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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7804 vote 1 2018.05.24 (17:31:46)

    천하의 질문에 답하기


    행복이나 쾌락이나 성공이나 명성이나 신분이나 이런 것들은 철학의 언어가 아니다. 다른 사람에게 말을 걸고자 하는 것이다. 타인의 평가를 기대하는 언어다. 산속에서 혼자 사는 사람에게 무슨 행복이 있고 쾌락이 있고 성공이 있고 신분이 있겠는가? 물론 TV 프로그램에 출연해서는 다들 행복하다고 말하지만 그건 시청자에 대한 서비스일 뿐이다.


    행복한 것이 아니라 본인의 선택에 책임지는 것이다. 군인들도 자연인들처럼 산 속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고 살지만 그다지 행복해 보이지가 않더라. 강제로 산에 잡혀와 있다면 자연인들도 불행한 거다. 진짜는 반응이다. 좋든 싫든 반응을 해줘야 한다. 음식을 먹고도 아무런 맛도 느끼지 못한다면 실패다. 달든 쓰든 맵든 짜든 시든 반응이 있어줘야 한다.


    악기가 연주자를 만나고도 소리를 토해내지 못한다면 실패다. 좋은 소리든 나쁜 소리든 일단 소리가 나야 한다. 삶을 살아가며 에너지를 끌어내지 못한다면 실패다. 좋은 에너지든 나쁜 에너지든 일단 에너지가 있어야 한다. 소리를 토해내는 악기의현은 내 안에 없고 천하에 있다. 그대가 과연 운명의 시간에 운명의 장소에 가 있었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자신에게 기회를 주었어야 했다. 거기서 만날 사람을 만났느냐가 중요하다. 만나서 반응했느냐가 중요하다. 에너지가 끓어올랐느냐가 중요하다. 역사의 순간에 역사의 장소에 가 있어야 만날 사람을 만나게 된다. 그럴 때 북이 된다. 현이 된다. 커다란 소리가 난다. 소리는 그대 안에서 우러나는 것이 아니라 천하의 울림이 전해져 그대를 거쳐가는 것이다.


    그대가 역사의 순간을 기다려 왔느냐가 중요하다. 역사의 장소 주변을 얼쩡거렸느냐가 중요하다. 천시와 지리와 인화가 일치할 기회를 체크했느냐가 중요하다. 천하가 그대에게 말을 걸어갈 때 그대가 귀를 기울였느냐가 중요하다. 천하의 질문에 그대가 응답했느냐가 중요하다. 그대가 악기라면 천하가 그대를 연주할 수 있도록 몸을 내맡겨야만 한다.


    우리는 일을 하고 보상받기를 원하지만 그딴거 없다. 일이 없으니 보상도 없다. 그대가 재벌그룹을 일으켰어도 사실은 아무 일을 하지 않은 것이다. 그대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부지런히 일했어도 아무 일을 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므로 보상은 없다. 악사는 연주해야 하고 화가는 그려야 한다. 연주는 수단이고 만남이 본질이다. 객석에 초대돼 있어야 한다.


    그대는 그 시점에 그 자리에 가 있어야 한다. 그렇게 세상을 연결연결해 가는 것이다. 거기서 만날 사람을 만나야 한다. 만나서 뜨겁게 반응해야 한다. 에너지의 존재를 증명해야 한다. 그것은 천하의 일이지 그대의 일이 아니다. 천하가 노무현을 통해 발언하고 천하가 문재인을 통해 발언하는 것이다. 노무현이 그곳에 있었기 때문에 천하의 일에 쓰였다.


    삶의 의미는 세상을 흔들어놓는 큰 한소리를 내는 데 있다. 그 소리는 내 목소리가 아니라 천하의 목소리여야 한다. 그러려면 자신을 예리한 칼로 갈아두고 섬세한 악기로 조율해두어야 한다. 반응할 수 있도록. 무엇보다 운명의 시점에 운명의 장소에 가 있어야 한다. 내가 쓰이지 않더라도 누군가 나를 대신하여 쓰일 것이며 확률에 기여하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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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이제는

2018.05.25 (15:21:39)

숙연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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