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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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6615 vote 0 2018.04.13 (14:00:36)

 

    선택이냐 대응이냐


    우리는 무언가 선택하려고 한다. 행복을 선택하고 사랑을 선택하고 쾌락을 선택하고 성공을 선택하고 명성을 선택한다. 행복을 찍었는데 꽝이 나오면 좌절한다. 그러나 세상은 모두 연결되어 있다. 선택한다는건 의미가 없다. 행복 속에 불행이 있고 성공 속에 실패가 있다. 쾌락 속에 허무가 있고 명성 속에 질투가 있고 사랑 속에 미움이 있다.


    아기는 선택한다. 엄마는 선택지를 부여한다. 돌잔치 때다. 개다리소반에 이것저것 늘어놓고 선택하란다. 어리둥절해 하면서 10원짜리 동전을 집었는데 미역국에 빠뜨려 버렸다. 다들 나를 바라보는 바람에 울음을 터뜨렸다. 그때부터 나의 선택은 꼬였지 싶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친구를 선택하고 진로를 선택하고 배우자를 선택한다.


    돌이켜보면 나는 좋은 선택을 하지 못했다. 좋은 친구, 좋은 학교, 좋은 직업, 좋은 배우자를 갖지 못했다. 친구든 학교든 직업이든 배우자든 내 앞을 지나가는 풍경들에 지나지 않았다. 나는 그 상황을 견뎌내야 했다. 나쁜 계절이 얼른 지나가기를 기다리면서. 뾰족한 지점에서 서성대기는 했지만 기다렸을 뿐 내가 먼저 다가선 장면은 없다.


    행복이든 사랑이든 성공이든 명성이든 쾌락이든 부질없다. 어떤 차를 탔는지보다 어떤 운전을 하는지가 중요하다. 세상은 에너지다. 에너지는 밸런스고 밸런스는 게임의 법칙을 따른다. 그러므로 인생은 환경과의 대결이며 그 환경은 부단히 변화한다. 맞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필요하면 게임체인지를 통해 높은 게임으로 갈아타야 한다.


    행복, 성공, 명성, 쾌락, 사랑은 개인단위 게임이다. 집단의 게임으로 갈아타고 천하의 게임으로 갈아타야 한다. 게임의 단위를 높여가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어느 것도 선택하지 않았다. 상황을 견뎌내면서 더 높은 게임으로 갈아탔을 뿐이다. 처음은 시골에 있었다. 만만치 않았다. 다들 덩치고 크고 싸움도 잘하고 성격도 좋은데 나는 찌질했다.


    그래서 도시로 옮겨왔다. 여전히 만만치 않았다. 도시의 모퉁이는 쓸쓸했다. 이 많은 집 중에 내 몸뚱이 하나 뉘일 한 평 넓이 귀퉁이가 없다니. 그래서 온라인으로 갈아탔다. 그러면서 점차 게임의 규모를 키웠다. 개인기 대결이면 백전백패다. 주먹으로 해도 지고 일솜씨로도 지고 노는 걸로 해도 진다. 노래 부르기도 지고 도박을 해도 진다.


    개인으로는 못 이기지만 집단 안에서라면 역할이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집단 안에서도 나는 겉도는 존재였다. 천하로 나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인류 중의 한 명만 입장할 수 있는 특별한 게임을 조직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건 자신 있다. 안쪽에서 사람 상대하는건 못하지만 바깥쪽에서 천하를 상대하는건 할 수 있다. 돈 잃으면 판을 키운다.


    행복, 성공, 명성, 쾌락, 사랑이라는 개인전은 시시하다. 진보냐 보수냐 하는 단체전도 시시하다. 신의 완전성이라면 해볼 만하다. 더 큰 게임에 선수로 나서보자. 신은 중요한 일에만 개입하니까. 고스톱판에서 아무리 돈을 따도 마지막 판에 오링되면 허당이다. 돈을 따는게 목적이 아니어야 하고 높은 게임으로 올라서는게 목적이어야 한다.


    돈은 지구에게 빌린 것이니 결국 지구에게 돌려주게 된다. 선택이냐 대응이냐다. 좋은 여자를 선택해봤자 실패다. 자신이 좋은 남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앙상블을 이루지 못한다. 죽이 맞지 않고 어색해진다. 좋은 여자에게 나쁜 말 들으면 상처만 깊어진다. 맞대응해 자신이 좋은 남자가 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인생은 선택이 아니라 대응이다.


    환경은 변한다. 지금 이 상황에 내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선택되는 것은 상대방이다. 대응하는건 제 자신이다. 만만한 상대를 고르기보다 부단히 자신을 바꿔가는 것이 중요하다. 긴밀하게 맞대응하여 지속적으로 환경을 변화시키고 그 변화된 환경을 주도하는게 중요하다. 그럴 때 에너지가 쏟아진다. 신의 시선을 느낄 수 있다.


    어린이는 선택하지만 어른은 선택을 요구한다. 경마장에서 어떤 말에 베팅하든 실패다. 선택하므로 실패다. 게임의 주최측이 되어야 한다. 자신이 말을 모아놓고 상대방에게 돈을 걸도록 요구해야 한다. 그럴 때 신의 친구가 될 수 있다. 신은 선택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신은 인간을 선택하지 않는다. 심판하지 않는다. 구원하지 않는다.


    인간을 만들어간다. 당신은 제법 그럴듯한 인간으로 만들어졌는가? 자기 자신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난 이게 좋아. 나는 이렇게 생각해!’ 한다면 구조론에서 하지 말라는 자기소개다. 환경에 맞게 자신을 변화시켜야 한다. 이게 좋았으면 저걸 좋아해보자. 이렇게 생각해 봤다면 저렇게 생각해보자. 신의 기대만큼 인간은 커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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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6]눈마

2018.04.13 (15:35:07)

확실히 대응행동해야함. 유시민처럼 비아냥거리지 말고, 김대중 대통령 말씀처럼

담벼락에 소리지르더라도, 팍팍 싸워야함. 


대항하려면, 예의가 필요함. 예의와 절차가 없으면 허무한 대항행동.


대항행동 - 예의절차

[레벨:4]김미욱

2018.04.13 (23:15:02)

" 애써 밝은 태양을 구하지 마라. 먹구름이 지나면 저절로 밝은 태양이 나올지니~" 라는 어구가 억지스런 삶에 쐐기를 박아주더군요. 자신의 타고난 에너지를 빼앗기지 않고 더 큰 세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환경과의 부단한 맞대응을 포기하지 말아야팝니다.
[레벨:2]고향은

2018.04.14 (09:57:46)

탁월한 대칭을 선택하기 보다
대응해서, 앙상블을 이루는게
갑이다
[레벨:2]호흡

2018.04.14 (15:45:34)

신이 기대하는 것이 뭔지 와닿지 않을때는 그 뜻을 어찌 헤아릴 수 있을까요?종교를 믿기도 그렇고 어렵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8.04.14 (16:40:57)

구조론을 배우면 됩니다. 

에너지는 자체의 결을 따라 갑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6]사발

2018.04.14 (23:29:38)

돌 때 일을 손에 잡히듯이 기억하시다니.......-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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